판시사항
갑 등이 성소수자들의 인권보장을 표방한 문화행사인 ‘퀴어문화축제’ 개최를 목적으로 시청에 공원의 장소사용을 신청한 데 대하여 시장이 노점행위 금지 및 행사용으로 설치한 시설물의 원상복구 등을 조건으로 공원의 사용을 허가하는 회신을 하였다가 행사를 반대하는 민원이 접수되자 참가자들의 돌발 행위를 통제하기 어렵고 청소년 등에게 혼란을 줄 우려가 있다는 민원조정위원회 의견에 따라 장소사용협조(승낙)의 철회를 통보한 사안에서, 위 철회통보 중 행사용 부스설치허가 철회 부분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한 사례
결정요지
갑 등이 성소수자들의 인권보장을 표방한 문화행사인 ‘퀴어문화축제’ 개최를 목적으로 시청에 공원의 장소사용을 신청한 데 대하여 시장이 노점행위 금지 및 행사용으로 설치한 시설물의 원상복구 등을 조건으로 공원의 사용을 허가하는 회신을 하였다가 행사를 반대하는 민원이 접수되자 참가자들의 돌발 행위를 통제하기 어렵고 청소년 등에게 혼란을 줄 우려가 있다는 민원조정위원회 의견에 따라 장소사용협조(승낙)의 철회를 통보한 사안에서,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등 관계 법령에 따르면 도시공원은 공중의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용자들의 성적 취향 등만을 이유로 도시공원의 사용 자체를 제한·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갑 등은 공원사용과 관련된 철회통보의 효력 정지 등을 구할 필요가 없고, 공원 내 설치하려는 행사용 부스는 행사 개최에 일반적으로 필요한 시설물이면서도 설치기간이 하루를 넘지 않는 단기간인 데다가 원상복구 또한 매우 쉬운 점, 행사 자체는 금지하지 않으면서 행사장 내 부스의 설치만을 금지할 경우 행사 진행을 위한 기초적인 시설을 설치하지 못함으로써 사실상 집회 내지 표현의 자유 일부가 제한되는 점 등을 종합하면, 개최가 임박한 위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곤란하게 할 것으로 예상되는 철회통보로 갑 등을 포함한 행사 참가자들에게 발생할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철회통보의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고, 위와 같은 조치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도 없다는 이유로, 위 철회통보 중 행사용 부스설치허가 철회 부분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24조 제1항 , 제3항 , 제49조 제1항 , 제53조 제2호 , 제56조 제2항 ,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2조 제13호 , 제23조 제1호 , 제2호 [별표 1], 제50조 , 행정소송법 제23조
신청인
신청인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참솔 담당변호사 백신옥)
피신청인
제주시장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형근)
주문
1. 피신청인이 2017. 10. 18. 신청인들에 대하여 한 장소사용협조(승낙)에 대한 철회통보 중 행사용 부스 설치의 협조(승낙)에 대한 철회 부분의 효력을 이 법원 2017구합828호 사건의 판결선고 시까지 정지한다.
2. 신청인들의 나머지 신청을 기각한다.
피신청인이 2017. 10. 18. 신청인들에 대하여 한 신산공원사용허가거부처분의 효력을 이 법원 2017구합828호 사건의 판결확정 시까지 정지한다.
이유
1. 인정 사실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이 인정된다.
가. ‘퀴어문화축제’는 동성애자 등에 대한 혐오와 차별 금지 등 이른바 성소수자들의 인권보장을 표방한 문화행사로서 서울, 대구 등 일부 지역에서 정기적으로 개최되어 왔는데, 최근 제주 지역에서도 동일한 목적의 문화행사를 기획할 목적으로 총 11명으로 구성된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이하 ‘이 사건 위원회’라 한다)가 구성되었다.
나. 이 사건 위원회의 공동조직위원장인 신청인들은 2017. 9. 27. 제주시청에 그 목적을 제1회 제주퀴어문화축제(이하 ‘이 사건 행사’라 한다)의 개최로 명시하면서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장소사용을 신청한 후, 같은 달 29일 제주동부경찰서에 이 사건 행사의 개최일시를 ‘2017. 10. 28. 07:00∼18:00’, 개최장소를 ‘제주 신산근린공원 내(행진 포함)’로 한 옥외집회 신고를 마쳤다.
○ 일시: 2017. 10. 28.(토) 오전 11시∼오후 5시 |
○ 장소: 신산공원 전체 |
○ 예상인원: 1,000명 내외 |
○ 행사 내용 |
- 공연: 4~5팀의 공연 진행 예정(1~2시간 소요 예상) |
- 부스: 행사 성격에 어울리는 각종 체험부스 20여 개 |
다. 이에 대해 피고는 2017. 9. 28. ‘소음 피해로 인한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 ‘공원 내에서 노점행위, 상행위를 금할 것’ 및 ‘행사장 시설물 설치로 인해 공원시설물이나 잔디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고, 사용 후 원상복구조치를 할 것’ 등을 조건으로 신산공원 사용을 허가할 것임을 이 사건 위원회 측에 회신하였다(이하 ‘이 사건 회신’이라 한다).
라. 이 사건 회신 내용이 알려지자, 행사 과정에서의 과다노출 행위나 청소년에게 유해한 성행위기구의 전시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행사의 개최를 반대하는 다수의 민원이 제주시청에 접수되었다.
마. 피고는「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제주시 산하 민원조정위원회로 하여금 해당 민원을 심의토록 하였는데, 민원조정위원회는 2017. 10. 17. 이 사건 행사에 대하여 ‘개별 참가자들의 돌발 행위를 주최 측이 통제하기 어렵고, 성인용품 전시 등으로 인해 성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 등에게 혼란을 줄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제주지역 정서에도 부합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바. 피고는 2017. 10. 18. ‘신산공원의 사용협조(승낙)를 철회해야 한다는 민원조정위원회의 다수 의견에 따라 이 사건 행사를 위한 장소사용협조(승낙) 건을 철회한다’는 내용을 이 사건 위원회 측에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철회통보’라 한다).
2. 신청인들의 주장
피신청인은 당초 이 사건 행사 개최를 위한 신청인들의 신산공원 사용 요청을 허가하였음에도, 동성애 자체를 반대하는 일부 시민들의 민원제기가 이어지자 돌연 신산공원의 사용허가를 거부하는 취지로 이 사건 철회통보를 하였다. 따라서 신청인들을 포함한 이 사건 행사의 참가자들은 행사 진행을 위한 부스를 설치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산공원을 행사 진행 장소로 사용하는 것 자체를 금지당하는 불이익을 입게 되었으므로, 피신청인을 상대로 이 사건 철회통보의 효력정지를 구한다.
3. 판단
가. 관계 법령의 내용
1) 신산공원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이하 ‘도시공원법’이라 한다)에 따른 도시공원의 일종으로, 도시민들의 휴식과 정서 함양을 위한 공간인 도시공원의 공적 기능을 고려할 때, 해당 공간에 대해서는 공중의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2) 도시공원법 또한 도시공원이 갖는 위와 같은 기능과 특성을 고려하여, 해당 공원의 사용 동기나 목적을 들어 특정 당사자의 도시공원 사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규정을 두지 않는 대신, ‘나무를 훼손하는 행위’, ‘심한 소음 또는 악취가 나게 하는 등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위’ 및 ‘이륜 이상의 바퀴가 있는 동력장치를 이용하여 행하는 영업행위’ 등을 도시공원 내에서의 금지행위로 열거한 후, 해당 행위를 한 당사자에게 과태료 등 사후적인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 법 제49조 제1항 , 제56조 제2항 , 시행령 제50조 ).
3) 다만 도시공원법은 ‘공원시설 외의 시설·건축물 또는 공작물을 설치하는 행위’ 등 공원을 단순히 그 용도대로 사용하는 것을 넘는 일정 행위에 대해서는 이를 점용허가의 대상으로 삼는 한편( 법 제24조 제1항 ), 허가 없이 도시공원을 점용하는 자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을 마련하고 있는바( 법 제53조 제2호 ), 이 사건 행사와 관련된 것으로서 예컨대 ‘집회·공연 등을 위한 단기의 가설건축물 또는 가설공작물의 설치 행위’ 또한 점용허가의 대상에 포함된다( 시행령 제22조 제13호 ).
한편 도시공원법은 ‘점용목적물은 도시공원의 풍치 및 미관과 도시공원으로서의 기능을 저해하지 않도록 배치할 것’, ‘지상에 설치하는 점용목적물의 구조는 넘어지거나 무너지는 것 등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하고, 공원시설의 보전과 도시공원의 이용에 지장이 없도록 할 것’ 등을 도시공원 점용허가의 일반적 기준으로 하면서( 법 제24조 제3항 , 시행령 제23조 제1호 ), 앞서 본 ‘집회·공연 등을 위한 단기의 가설건축물 또는 가설공작물의 설치 행위’와 관련하여서는 ‘존속기간은 1년의 범위 안에서 공원관리청의 조례로 정할 것’과 ‘허가목적이 교육·종교·예술·과학 및 산업 등의 발전을 위한 것일 것’을 점용허가의 구체적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시행령 제23조 제2호 , [별표 1]).
나. 공원사용허가 철회에 관한 집행정지신청 부분
1) 피신청인은 당초 이 사건 회신을 통해 노점행위 금지 및 행사용으로 설치한 시설물의 원상복구 등을 조건으로 신산공원의 사용을 허락하였다가, 이 사건 행사를 반대하는 민원 등을 이유로 앞서와 같이 이 사건 위원회 측에 신산공원 사용에 관한 기존의 승낙을 철회함을 통보하였다. 따라서 신청인들의 입장에서 볼 때, 이 사건 회신은 일응 신산공원 사용에 대한 피신청인의 허가행위로, 그 후에 있은 이 사건 철회통보는 신산공원 사용을 거부하는 행정청의 의사표명으로 이해될 소지가 있다.
2) 그러나 도시공원법 등 관계 법령을 살펴보아도 이용자들의 성적 취향 등만을 이유로 행정청으로 하여금 신청인들과 같은 일반 공중에 대해 도시공원의 사용 자체를 제한·금지하는 것을 허용하는 규정은 찾아 볼 수 없는바(이 사건 위원회 측에서 이 사건 행사의 개최 예정일에 신산공원에 대한 집회신고를 아울러 마쳤음은 앞서 보았다), 이 사건 심문기일 등에서 확인된 피신청인 측의 입장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즉, 피신청인은 ‘이 사건 행사에 참가하려는 자들의 신산공원 사용에 대해서는 관계 법령상의 금지행위를 하였을 경우 사후적으로 과태료 등을 부과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공원을 이용하는 것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으며, 이 사건 철회통보 또한 공원 이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려는 의도에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3) 결국 이 사건 회신 내지 철회통보의 법적 성격이나 그에 관한 피신청인의 진정한 의사 등과는 무관하게, 피신청인 측이 소송 과정에서 이 사건 행사 개최를 위해 신산공원을 사용하는 행위 자체는 문제삼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이상, 신청인들로서는 굳이 이 사건 신청을 통해 공원사용과 관련된 이 사건 철회통보의 효력 정지 등을 구할 필요가 없다.
4) 따라서 신청인들의 이 부분 신청은 신청의 이익이 없어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부스설치허가 철회에 관한 집행정지신청 부분
1) 신산공원을 이 사건 행사 장소로 사용하는 문제와는 달리, 피신청인은 신산공원 내 행사용 부스의 설치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이 법원의 석명 요청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입장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신청인들이 2017. 9. 27.자 공문을 통해 피신청인에게 신산공원 내 행사용 부스의 설치를 요청한 것에는 도시공원법 제24조 에 따른 점용허가의 신청의사가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는바, 그에 관한 피신청인의 주장과 입장이 분명하지는 않으나, 위 나. 1)항에서 본 사정 및 소송 과정에서의 태도 등을 참작할 때, 피신청인으로서는 일응 이 사건 철회통보를 통해 행사용 부스 설치에 대한 기존의 승낙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2) 그러나 이 사건 기록 및 심문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위원회 측은 앞서 본 집회신고 등을 통해 신산공원 내에서 이 사건 행사를 개최하는 것이 가능한바, 신청인들이 설치하고자 하는 부스는 집회나 행사 등의 개최에 일반적으로 필요한 시설물이면서도, 그 설치기간이 하루를 초과하지 않는 단기간인 데다가 원상복구 또한 매우 용이할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피신청인이 신산공원 내에서의 이 사건 행사 자체는 금지하지 않으면서 유독 행사장 내 부스의 설치만을 금지할 공익적 필요성은 크다고 볼 수 없는 반면, 신청인들을 포함한 이 사건 행사의 참가자들은 행사 진행을 위한 기초적인 시설의 설치마저 금지당함으로써 사실상 집회 내지 표현의 자유를 일부 제한당하게 되는바, 해당 기본권의 본질 및 내용에 비추어 당사자들이 받게 되는 위와 같은 행사 관리 및 진행상의 제약을 결코 가볍게만은 볼 수 없는 점, ③ 이 사건 행사와 유사한 목적으로 개최되었던 타 지역에서의 퀴어문화축제는 물론이고 통상의 집회·행사 등에서도 위와 같이 부스의 설치만을 제한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려운 점, ④ 피신청인 또한 이 사건 회신을 통해 신청인들의 신산공원 내 부스 설치 요청을 수용하였다가 이 사건 철회통보를 통해 기존의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보이는바, ‘이 사건 행사의 진행 도중 청소년 유해물건으로 지정된 성기구 등이 전시·판매되거나 돌발적인 과다노출 행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우려에 근거한 일부 민원을 제외하고는 피신청인이 기존의 부스 설치 허용 입장을 철회할 만한 중대한 사정의 변화가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그 개최가 임박한 이 사건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곤란하게 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사건 철회통보로 인해 신청인들을 포함한 행사 참가자들에게 발생할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위 철회통보의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고, 위와 같은 조치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3) 따라서 신청인들의 이 부분 신청은 이유 있다.
4. 결론
따라서 이 사건 신청은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신청은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