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서울행정법원 2021.11.12. 선고 2021구합52341 판결
재결취소
사건

2021구합52341 재결취소

원고

*

피고

서울특별시 행정심판위원회

피고보조참가인

*

변론종결

2021. 9. 24.

판결선고

2021. 11. 12.

주문

1. 원고 A의 소를 각하한다.

2. 원고 B 주식회사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20. 12. 7. 서행심 2020-**** 사업시행계획인가(변경)신청 반려처분 취소청구 사건에 관하여 서울특별시 중구청장의 2018. 3. 23. 및 2019. 5. 13. 사업시행계획인가 (변경)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한 재결처분을 취소한다.

이유

1. 재결처분의 경위

가. 원고 A는 서울 C 일대 2,218.9㎡(이하 '이 사건 사업구역'이라 한다)에서 재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설립된 비법인사단이고, 원고 B 주식회사(이하 '원고 신탁회사'라 한다)는 부동산 신탁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나.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이 사건 사업구역 내 토지소유자로서, 2017. 1. 24. 서울특별시 중구청장(이하 '중구청장'이라 한다)에게 이 사건 사업구역(세운재정비촉진지구 6-4-21구역)에 관하여 자신을 사업시행자로 하는 도시환경정비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의 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하였다.

다. 참가인은 2017. 4. 25. 이 사건 사업구역 내 토지소유자들 중 이 사건 사업에 동의하는 이들과 함께 원고 A의 창립총회를 개최하였다.

라. 참가인을 포함한 이 사건 사업구역 내 일부 토지소유자는 2017. 4. 26. 이 사건 사업을 위해 기타단체인 원고 A를 설립하고, 위 토지소유자들이 토지를 기타단체에 신탁한 후 기타단체가 신탁업자와 관리형토지신탁계약을 체결하여 그 토지를 재신탁하기로 정하는 공동투자 합의약정서를 작성하였다.

마. 중구청장은 2017. 7. 19. 참가인을 시행자로 하여 이 사건 사업의 시행계획을 인가하였다.

바. 원고 A는 2017. 5. 12.부터 2017. 8. 7.까지 사이에 이 사건 사업구역 내 부동산 중 일부에 관하여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으며, 2018. 3. 9. 이 사건 사업구역 내 부동산 소유자 중 현금청산자가 된 사람들의 부동산에 관하여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사. 참가인은 2018. 3. 20. 중구청장에게 이 사건 사업의 시행자를 원고 A로 변경하는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를 신청하였고, 중구청장은 2018. 3. 23. 이를 인가하였다(이하 '이 사건 1차 변경인가'라 한다). 이 사건 1차 변경인가 당시 이 사건 사업구역 내 부동산의 소유자로는 주식회사 D, 국가(재산관리청: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서울특별시 중구가 있었고, 주식회사 D의 부동산은 모두 원고 A가 신탁 내지 재신탁한 것이었다.

아. 원고 A는 주식회사 D와의 신탁계약을 종료하고 신탁대상인 부동산과 국가로부터 매입한 부동산을 2019. 4. 3. 원고 신탁회사에게 신탁 또는 재신탁하였다.

자. 원고 A는 2019. 4.경 중구청장에게 이 사건 사업의 시행자를 원고 신탁회사로 변경하는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를 신청하였고, 중구청장은 2019. 5. 13. 이를 인가하였다(이하 '이 사건 2차 변경인가'라 한다). 이 사건 2차 변경인가 당시 이 사건 사업구역 내 부동산의 소유자로는 원고 신탁회사, 국가(재산관리청: 국토교통부)가 있었고, 원고 신탁회사의 부동산은 모두 원고 A가 신탁 내지 재신탁한 것이었다.

차. 참가인은 2020. 6. 16. 중구청장에게 이 사건 사업의 시행자를 자신으로 변경하는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를 신청하였는데, 중구청장은 2020. 7. 6. 참가인이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 신청을 할 수 있는 사업시행자 지위에 있지 아니하다는 이유로 위 신청을 반려하였다(이하 '이 사건 반려처분'이라 한다).

카. 참가인은 2020. 8. 31. 피고에게 이 사건 1, 2차 변경인가가 무효임을 확인하고, 이 사건 반려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2020. 12. 7. 이 사건 1, 2차 변경인가는 모두 사업시행자 변경에 해당하여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받았어야 함에도 신고만으로 이를 변경하여 위법하고, 그 하자가 중대 명백하여 무효이며, 중구청장이 참가인이 사업시행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 사건 반려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고 재결(이하 '이 사건 재결'이라 한다)을 하였다.

타. 중구청장은 2021. 9. 15. 이 사건 사업의 사업시행자를 참가인에서 참가인과 원고 신탁회사(공동시행자)로 변경인가하여 이를 고시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 내지 7, 9, 11, 13 내지 19호증, 을나 제1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 주장의 요지

가. 참가인이 이 사건 1차 변경인가를 신청할 당시 이 사건 사업구역 내 토지 중 국·공유지를 제외한 모든 토지를 원고 A가 수탁받거나 소유하고 있었다. 당시 이 사건 사업구역 내 토지등소유자는 원고 A와 국·공유지의 관리청 3명(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서울특별시 중구)이었는데 위 관리청 3명은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아니하여, 모든 토지 등소유자의 동의가 있었다.

나. 원고 A가 이 사건 2차 변경인가를 신청할 당시 이 사건 사업구역 내 토지는 모두 원고 A가 수탁받거나 소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원고 A가 위 신청을 한 것은 모든 토지등소유자가 동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다. 중구청장이 이 사건 1, 2차 변경인가를 한 것을 신고 수리로 볼 수는 없고,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하자가 중대·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

3.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이른바 복효적 행정행위, 특히 제3자효를 수반하는 행정행위에 대한 행정심판청구에 있어서 그 청구를 인용하는 내용의 재결로 인하여 비로소 법률상 이익을 침해받게 되는 자(예컨대, 제3자가 행정심판청구인인 경우의 행정처분 상대방 또는 행정처분 상대방이 행정심판청구인인 경우의 제3자)는 재결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재결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으나, 그 재결로 인하여 새로이 어떠한 법률상 이익도 침해받지 아니하는 자인 경우에는 그 재결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 (대법원 1995. 6. 13. 선고 94누15592 판결 참조). 한편, 여기에서 말하는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이란 당해 행정처분의 근거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을 말하고, 제3자가 당해 행정처분과 관련하여 간접적이거나 사실적 ·경제적인 이해 관계를 가지는 데 불과한 경우는 여기에 포함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4. 4. 12. 선고 93누24247 판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두19168 판결 등 참조).

나.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원고 A는 2018. 3. 23. 이 사건 1차 변경인가로 인하여 사업시행자가 되었으나, 2019. 5. 13. 이 사건 2차 변경인가로 인하여 사업시행자가 아니게 되었고, 원고 신탁회사만이 사업시행자가 되었다. 그 후 참가인이 2020. 8. 31. 피고에게 이 사건 1, 2차 변경인가가 무효임을 확인하고, 이 사건 반려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하였으며, 이에 재결청인 피고가 그 심판청구를 인용하는 이 사건 재결을 하자 비로소 제3자인 원고들이 이 사건 소로써 이 사건 재결의 취소를 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재결로 인하여 권리이익이 침해되는 이는 이 사건 사업의 시행자였던 원고 신탁회사일 뿐이어서, 원고 A에 새로이 침해되는 권리이익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설령 원고 A가 이 사건 2차 변경인가의 무효로 인하여 원고 신탁회사와의 사이에 계약상 채무불이행 내지 정산관계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간접적이거나 사실적 · 경제적인 이해관계에 불과하다. 더구나 2021. 9. 15.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로 원고 신탁회사가 현재 참가인과 함께 이 사건 사업시행자가 된 이상 이 점에서 보더라도 원고 A는 더 이상 이 사건 재결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다만, 원고 신탁회사의 경우 원고 적격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2021. 9. 15.자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에 따르더라도, 단독 시행자가 아닌 공동시행자여서 이 사건 재결이 취소될 경우 구제받을 권리이익이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재결을 다툴 소의 이익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4. 이 사건 1, 2차 변경인가가 무효인지 여부

가.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7. 2. 8. 법률 제145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시정비법'이라 한다) 제8조 제3항은,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조합 또는 토지등소유자가 시행하거나, 조합 또는 토지등소유자가 조합원 또는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시장 · 군수, 주택공사 등, 건설업자, 등록사업자 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요건을 갖춘 자와 공동으로 이를 시행할 수 있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도시환경정비사업에 대하여는 그 사업을 시행하는 방식으로, 조합이 시행하는 방식 외에도, 토지등소유자가 직접 시행자가 되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고 있다. 이 경우 조합방식에 의한 정비사업과 달리 조합설립 인가 단계를 거치지 않게 되므로, 그 사업에 대한 최초의 설권 및 적법성 등 심사 및 통제는 사업시행계획인가 단계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나아가 위 제8조 제4항은 엄격한 요건 하에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경우에도 "지정개발자"인 신탁업자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하여 정비사업을 시행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두어 토지등소유자 방식의 개발을 시행하면서 법에 규정되지 않은 방식으로 그 토지 등 소유권을 신탁하거나 외형상 이전하는 방식으로, 조합방식 또는 지정개발자 방식의 사업에 부과되는 규제를 탈법적으로 회피하려는 시도를 차단하고 있다.

나. 이러한 전제에 따라, 위 법 제28조는 제1항에서, 사업시행자는 정비사업을 시행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사업시행계획서에 정관 등과 그 밖에 국토교통부령이 정하는 서류를 첨부하여 시장 · 군수에게 제출한 후 사업시행인가를 받아야 하고, 인가받은 내용을 변경하거나 정비사업을 중지 또는 폐지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나,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미한 사항을 변경하고자 하는 때에는 시장 · 군수에게 이를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위 제28조 제7항 본문은 "제8조 제3항에 따라 도시환경정비사업을 토지등 소유자가 시행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기 전에 제30조에 따른 사업시행계획서에 대하여 토지등소유자의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사업시행의 구체적 계획에 대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로서 행정청이 최초로 심사하는 주요한 요건에 해당하므로, 조합설립의 경우처럼 가중정족수에 따른 동의가 있어야 함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위 제28조 제7항 단서는 "다만, 인가받은 사항을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규약이 정하는 바에 따라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제1항 단서에 따른 경미한 변경인 경우에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필요로 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가중정족수에 따른 사업시행인가가 있은 후에 인가받은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 관한 동의 필요 여부 및 그 정족수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즉 신고 대상일 뿐인 경미한 변경의 경우에는 토지 등 소유자의 동의가 필요 없으나, 인가받은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규약이 정하는 바에 따라 토지등소유자 과반수 동의가 필요함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동의에 관한 동의서의 형식과 내용은 행정청의 변경인가에서 가장 중요한 심사사항이 된다.

다. 한편, 구 도시정비법의 위임을 받은 구 도시정비법 시행령(2018. 2. 9. 대통령령 제28628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38조구 도시정비법 제28조 제1항 후단 단서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미한 사항을 변경하려는 때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를 말한다."라고 규정하면서, 같은 항 제9호에서 "사업시행자의 명칭 또는 사무소 소재지를 변경하는 때"를 명시하고 있을 뿐, 사업시행자의 변경은 열거하고 있지 않다.

위와 같은 규정의 문언과 취지 및 도시정비법령의 체계에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은 이유 등을 더하여 보면, 토지등소유자 시행 방식의 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 사업시행자 변경은 신고대상에 해당하는 '경미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사안에 따라 토지등소유자의 가중정족수 또는 일반 정족수(과반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고, 이러한 동의 유무는 사업시행변경인가를 심사하는 행정청의 핵심적인 심사대상이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먼저 위 관계 법령에서 보듯이, 도시정비법령은 토지등소유자 시행 방식의 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 '사업시행자 변경'을 '경미한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② 토지등소유자가 직접 사업시행자가 되는 도시환경정비사업에서 사업시행자가 변경된다는 것은, 결국 토지등소유자들 중 전부 또는 일부가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변경된 토지등소유자 전부 또는 일부가 그 사업의 시행 자체를 반대할 수도 있고, 또한 변경된 토지등소유자들 중에는 종전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을 때에 전제되었던 사업시행계획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이는 사실상 새롭게 사업시행계속 여부에 관한 의사를 물어야 하는 상황이 되므로, 이러한 중요한 변경사항을 행정청의 심사가 필요 없는 단순한 '경미한 변경'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③ 더 구체적으로 살피건대, 토지등소유자 전부가 바뀌거나 사업시행계획 자체를 전면적으로 수정하는 경우와 같은 사안에서는,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사업시행계획을 세우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최초 사업시행계획을 인가받는 상황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으므로, 토지등소유자의 4분의 3의 동의를 요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새김이 타당할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결국 토지등소유자 전부 또는 일부가 바뀜에 따라 사업시행자를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적어도 종전에 인가받은 사업시행계획을 그대로 유지하여 계속할 것인지에 대한 토지등소유자 전부의 새로운 의사확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그 점에서 최소한 일반정족수인 토지등소유자 과반수의 추인적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경우 소유관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토지등소유자에 대하여는 규약 등이 정하는 바에 따라 종전의 동의서를 유용하여 다시 제출할 여지는 있을 것이나, 동의서 제출조차 없음에도 행정청이 만연히 그 의사를 추단하여 사업시행자 변경에 따른 사업시행변경인가를 내어주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④ 결국, 어느 모로 보더라도 토지등소유자가 변경됨에 따라 사업시행자가 변경되는 경우를 두고 '경미한 사항'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토지등소유자가 사업시행자인 경우 사업시행자를 변경하는 내용의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사안에 따라 다를 수는 있으나 적어도 규약이 정하는 바에 따라 토지등소유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그 동의서를 변경인가를 심사하는 행정청에 제출하여야 한다.

라. 사업시행변경인가를 신청하는 토지등소유자 및 그 신청에 필요한 동의를 얻어야 하는 토지등소유자는 모두 수탁자가 아니라 도시환경정비사업에 따른 이익과 비용이 최종적으로 귀속되는 위탁자로 해석함이 타당하며, 토지등소유자의 자격 및 동의자 수를 산정할 때에는 위탁자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3두1526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토지등소유자 시행방식으로 진행되는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경우에 더욱 엄격히 관철될 필요성이 더욱 강하다. 즉, 도시정비법령은 토지등소유자 시행방식의 도시환경정비사업에 대하여도 일정한 요건 하에 한정적으로 "지정개발자"인 신탁업자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하여 정비사업을 시행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구 도시정비법 제8조 제4항 후단 제1호, 제2호). 그런데 예컨대, 이러한 규정에 따라 모든 토지등소유자로부터 위탁을 받은 신탁업자가 지정개발자가 되면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그 신탁업자의 단독 소유가 되는데, 이러한 형식적 · 외형적 측면만을 볼 경우, 이후 사업시행계획의 주요 부분이 변경되어 종래의 토지등소유자들(즉, 위탁자들)의 이해관계에 영향이 있게 되어도, 그 토지등소유자는 외형적으로는 지정개발자 1인이 되므로, 언제나 동의율은 100%로 될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러한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구 도시정비법 제26조의2는 지정개발자 방식으로 시행되는 재개발, 재건축의 경우에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를 규정하면서, 토지등소유자의 주요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사항에 대하여 제8조 제4항 제8호에 따라 사업시행자로 지정된 신탁업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에 관하여 해당 정비사업의 토지등소유자 전원으로 구성되는 회의의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재개발, 재건축의 경우에 지정개발자 방식의 사업시행을 가능하게 하는 예외적 상황에 적용되는 것이기는 하나, 도시정비법령의 의사는 이처럼 토지등소유자를 대신하는 형식상 대리인에 해당하는 법적 주체를 세워서 사업을 시행할 경우에 벌어질, 본인-대리인 의사 괴리 문제가 대한 강력한 제동 장치를 두고 있다. 이는 토지등소유자의 재산권 보장 내지 보호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점에서 보더라도, 위와 같이 위탁자 기준으로 동의 여부를 판정하는 법리는 토지등소유자 시행방식의 도시환경정비사업에 그대로 적용됨이 타당하다.

나아가 이러한 지정개발자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음에도 탈법적으로 토지 등 소유권 명의를 명의신탁하거나 신탁하는 방식으로 그 소유권을 신탁회사 등에 외형상 이전시킨 후 마치 그 신탁회사 등이 유일한 토지등소유자인 것 같은 외관을 작출한 후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도시정비법령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고, 행정청이 이를 간과함에 따라 이러한 부적격 신탁회사 등이 동의율과 관련하여 자신의 동의로 과반수의 동의를 넘었다고 주장하는 상황에도 위와 같이 위탁자 기준으로 동의 여부를 판정하는 법리가 그대로 적용됨이 타당하다.

마. 그런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8, 19호증, 을나 제1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이 사건 사업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규약 제9조 제5항, 제23조는 사업시행계획의 변경 시에 총회를 개최하여 토지등소유자 총수의 과반 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원고들은 중구청장에게 이 사건 1, 2차 변경인가를 신청할 당시 신청서와 함께 원고 A의 임의단체 등록증명서나 이 사건 사업구역 내 토지 현황 목록 및 부동산등기부등본을 제출하였을 뿐, 이 사건 사업구역 내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서나 사업시행자 변경을 결의한 위 토지등소유자로 구성된 총회의사록 등을 제출하지는 않았다.

3) 중구청장은 원고들이 제출한 서류를 바탕으로 이 사건 1, 2차 변경인가를 하였다.

바. 이에 더하여, 원고 A가 앞서 본 지정개발자 요건을 충족하였다는 자료는 찾아보기 어렵고, 원고 신탁회사는 '신탁업자'이긴 하나 마찬가지로 위 요건을 충족하였다는 점 역시 확인하기는 어려울 뿐 아니라 이 사건 2차 변경인가 당시 이러한 점이 심사되었다는 점에 관한 자료 역시 부족하므로, 이러한 점과 함께 앞서 본 관련 법령의 내용과 법리를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1, 2차 변경인가 당시 원고들 외에 토지등소유자가 존재하였음에도, 중구청장이 이 사건 1, 2차 변경인가를 하면서 관계 법령에서 규정한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의 동의'를 확인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1, 2차 변경인가를 하였으므로, 중구청장의 이 사건 1, 2차 변경인가는 과반수동의 요건을 규정한 구 도시정비법 제27조 제8항을 위반한 하자가 있다. 이러한 하자는 중구청장이 법령을 명백하게 오인하여 동의서 심사 자체를 행하지 않은 것이고, 원고들이 중구청장에게 동의서를 제출한 바도 없으므로, 그 자체로 중대 · 명백한 하자에 해당한다. 나아가 이러한 하자는 사후적으로 치유될 성질의 것도 아니고,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위탁자를 기준으로 그 동의 여부를 살펴보게 되면 사실상 전부 동의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어느 모로 보더라도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 신탁회사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결국, 중구청장은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 동의 여부를 전혀 확인하지 아니하였고, 그 동의서가 제출된 바도 없음에도 사업시행계획의 변경을 인가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사업시행자가 될 수 없는 자가 사업시행자로 변경인가 되었으므로,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하다. 따라서 이 사건 1, 2차 변경인가는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그러므로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이 사건 재결은 적법하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 A의 소는 부적법하여 이를 각하하고, 원고 B 주식회사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