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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대법원 2015.8.27.선고 2013다78495 판결
손해배상(의)
사건

2013다78495 손해배상(의)

원고피상고인

1. A

2. B

피고상고인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13. 9. 12. 선고 2012나10807 판결

판결선고

2015. 8. 27.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에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20755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의사의 의료행위의 과정에 주의의무 위반이 있는지 여부나 그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 매우 어려운 특수성이 있으므로, 수술 도중이나 수술 후 환자에게 중한 결과의 원인이 된 증상이 발생한 경우에, 그 증상 발생에 관하여 의료상의 과실 외의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증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증상이 의료상의 과실에 기한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그 경우에도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들을 가지고 막연하게 중한 결과에서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책임을 지우는 것까지 허용되지는 아니한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알 수 있가. (1) 원고 A은 2003. 9.경 요통 및 좌측 하지 방사통이 심해져 개인병원에 내원하여 방사선 검사를 받은 결과 추간판탈출증의 진단을 받고 물리치료 등을 받았으나 증상이 호전되지 아니하자, 2003. 10. 9. 피고 병원에 내원하였다.

(2) 원고 A은 피고 병원에서 2003. 10. 9. 실시한 하지직거상검사 결과 우측 하지는 정상이었으나 좌측 하지는 60°에서 양성반응을 보였고, 도수근력검사 결과 좌측 족무지 신전근은 3등급(중력에 반해서 움직임이 가능하나 약간의 저항에 반해서는 움직임이 불가능한 상태), 나머지는 5등급(정상)으로 나타났으며, 감각검사 결과 제5요추 신경의 지배범위에서 하지 감각저하 및 저림 증상이 나타났다.

피고 병원 의료진은 원고 A에 대하여 MRI 검사를 하여 제5요추와 제1천추 사이의 추간판탈출증으로 진단하고 약물치료를 시행하였다. 한편 2003, 10. 30. 실시한 근전도검사 결과 원고 A에게 요추 및 천추의 신경근병증이 나타나지는 아니하였다.

(3) 피고 병원 의료진은 2003. 11. 5. 선택적 신경근차단술을 시행하기 위하여 원고 A을 입원시켰는데, 입원 당시 원고 A에 대하여 실시한 하지직거상검사 결과 우측 하지는 정상이었으나 좌측 하지는 45°에서 양성반응을 보였고, 도수근력검사 결과 좌측 족무지 신전근은 3등급, 나머지는 5등급이었으며, 감각검사 결과 하지 저림 증상이 나타났다.

(4) 피고 병원 의료진은 2003, 11, 7. 선택적 신경근차단술을 시행한 이후에도 원고 A의 요통 및 하지 방사통이 심해지자, 2003. 12. 4. 내시경적 추간판절제술(이하 '이 사건 수술'이라 한다)을 시행하기 위하여 원고 A을 입원시켰는데, 입원 당시 원고 A에 대하여 실시한 하지직거상검사 결과 우측 하지는 정상이었으나 좌측 하지는 45 에서 양성반응을 보였고, 도수근력검사 결과 좌측 족무지 신전근은 3등급, 좌측 족관절 저굴 곡근은 4등급(약간의 저항에 반해서 움직임이 가능하나 정상적인 저항에 반해서는 움직임이 불가능한 상태), 나머지는 5등급이었으며, 감각검사 결과 하지 저림 증상이 나타났다.

나. (1) 원고 A은 2003. 12. 5. 이 사건 수술을 받았고, 2003. 12. 7. 피고 병원 의료진에 보행이 힘들다고 호소하였으며, 2003. 12. 8. 전신 통증을 호소하였다. 이후 원고 A은 퇴원하여 피고 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았으나 족무지 및 족관절의 위약, 하지 저림 증상은 호전되지 아니 하였다.

(2) 원고 A은 2004. 5. 28. 피고 병원에 입원하여 도수근력검사를 받은 결과 좌측 족무지 신전근은 3등급, 좌측 족관절 저굴곡근은 4등급, 나머지는 5등급이었다. 이후 원고 A은 통증이 호전되어 2004. 5. 31. 퇴원하였다.

(3) 원고 A은 2004. 6. 12. 피고 병원에 입원하여 도수근력검사를 받은 결과 좌측 족무지 신전근은 4등급, 좌측 족관절 저굴곡근은 3등급, 좌측 족관절 배굴곡근은 4등급, 나머지는 5등급이었다. 이후 원고 A은 통증이 호전되어 2004. 6. 15. 퇴원하였다. (4) 원고 A에 대하여 2005. 11. 16. 및 2008. 3. 18. 실시한 각 근전도검사 결과에서 제5요추 및 제1천추의 신경근병증이 나타났다.다. 원고 A은 현재 제5요추 및 제1천추의 신경근병증에 따른 좌측 족무지 및 족관절 등 위약으로 보행장애가 남은 상태이다.

3. 이러한 사실관계에 대하여, 원심은 (1) ① 원고 A은 이 사건 수술을 받기 전에 제5요추와 제1천추 사이의 추간판탈출증으로 인하여 하지 방사통 및 하지 저림 증상을 호소하였으나, 2003. 10. 30. 실시한 근전도검사 결과에서 요추 및 천추의 신경근병증 이 나타나지 않았고, ② 원고 A은 이 사건 수술 이후 2003. 12. 7. 피고 병원 의료진에 보행이 힘들다는 호소를 하였고, 2003. 12. 8. 전신 통증을 호소하였으며, ③ 원고 A은 그 후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피고 병원에서 지속적인 외래 치료를 받았는데, 2005. 11. 16. 및 2008. 3. 18. 실시한 각 근전도검사 결과에서 제5요추 및 제1천추의 신경근병증이 나타났고, (4) 이 사건 수술은 척추의 후측방으로 내시경을 삽입하여 모니터로 보면서 돌출된 디스크를 제거하는 방식의 수술인데, 내시경이 들어가는 공간 양쪽에 제5요추 및 제1천추의 신경이 자리 잡고 있어 수술이 길어져 내시경 등에 의해 신경근이 오랜 시간 압박되는 경우에 압박되어 있던 신경근이 원래대로 회복되지 못하여 영구적으로 손상될 가능성이 있으며, ⑤ 이 사건 수술은 평균 1~2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피고 병원 의료진은 수술 방법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3시간 10분 동안 이 사건 수술을 시행하였고, ⑥ 원고 A은 이 사건 수술 후에도 근력 약화가 진행되었고, 이 사건 수술 전에 보이지 않았던 객관적인 신경근 손상까지 나타난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 A의 수술 후 증상은 기왕에 있었던 추간판탈출증의 자연 경과에 의하여 나타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우며, ⑦ 원고 A의 진료기록을 감정한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목동병원 신경외과 의사 E도 이 사건 수술 후 원고 A이 호소하는 증상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수술 중 원고 A의 신경근이 손상되었을 개연성이 추정된다는 의견을 제시한 사정들을 인정한 다음, (2)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 A의 현 증상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이 사건 수술 상의 과실로 인하여 신경근이 손상되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하였다.

4.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아래와 같은 사유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

가. 원고 A은 이 사건 수술 전에 2003. 11. 5. 실시한 근력검사 결과에서 좌측 족무지 신전근의 약화(3등급) 증상을 보이고 있었고, 2003. 12. 4. 실시한 근력검사 결과에서도 좌측 족무지 신전근의 약화(3등급)와 좌측 족관절 저굴곡근의 약화(4등급) 증상을 보이고 있었으며, 하지 방사통 및 하지 저림 증상을 호소하고 있었다. 하지 방사통 및 하지 저림 증상은 추간판탈출증뿐만 아니라 신경근병증의 전형적인 증상이기도 하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근전도검사는 근육으로 가는 굵은 신경에 대한 검사인데, 신경근 손상이 어느 정도 진행되어야 검사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근전도검사 결과만을 가지고 신경근 손상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고, 시기적으로 근전도검사로 신경근 손상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수술 전에 2003. 10. 30. 실시한 근전도검사 결과에서 이상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수술 전에 추간판탈 출증으로 인한 신경근 손상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한 이 사건 수술이 시행되고 약 2년이 지난 후인 2005, 11. 16. 및 그로부터 다시 2년이 훨씬 지난 후인 2008. 3. 18. 실시한 각 근전도검사 결과에서 나타난 제5요추 및 제1천추의 신경근병증은, 이 사건 수술 전에 있었던 기왕증(추간판탈출증으로 인한 신경근 손상)의 자연적인 진행 경과로 인하여 나타난 것이라고 볼 여지도 있으므로, 이 사건 수술을 전후한 각 근전도검사 결과의 차이가 이 사건 수술 과정에서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할 있을 정도의 개연성이 담보된 사정이라고 보기는 부족하다.

나. 또한 이 사건 진료기록을 감정한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목동병원 신경외과 의사 E은, (1) 이 사건 수술 과정에서 원고 A의 신경근이 손상되었을 개연성이 추정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한편, (2) ① 이 사건 수술 전에 신경근이 이미 손상되어 있는 경우에는 이 사건 수술 과정에서 정상적인 미세조작으로도 신경기능이 악화될 수 있고, ② 이 사건 수술 전에 신경근이 이미 눌려져 있던 상태가 심한 경우에는 이 사건 수술을 통하여 수핵을 제거하더라도 종전과 마찬가지의 증상이 남을 수 있으며, 눌린 상태 그대로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하였다. 따라서 E의 위 의견을 가지고 이 사건 수술 상의 과실로 인하여 원고 A의 신경근 손상이 발생되었다고 단정하거나, 그와 같은 개연성이 담보된다고 보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다. 그리고 원심 인정과 같이 이 사건 수술 과정에서 내시경 등에 의해 신경근이 압박되거나 이 사건 수술 방법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수술시간이 상당히 길어져 그 압박이 장기화됨에 따라 신경근이 원래대로 회복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이 사건 수술에 내재된 위험이나 부작용이라 보이므로, 의료진이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다하지 아니하였다는 다른 수술 상의 잘못이 없다면, 그 가능성이 현실화된 결과만을 가지고 이 사건 수술 과정에서 피고 병원 의료진에 과실이 있다고 단정하거나 추정할 수는 없다.

라. 나아가 위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 A이 이 사건 수술 직후 보행이 힘들고 전신에 통증이 있다는 호소를 하였다는 등의 나머지 원심 판시 사정들을 가지고 이 사건 수술 과정에서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인한 결과 발생을 추정하기도 어렵다고 보인다.

마. 결국 원심이 인정한 판시 사정들만으로는 이 사건 수술 과정에서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인하여 원고 A에게 신경근 손상이라는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을 정도로 개연성이 담보된다고 보기에 충분하지 않다.

5.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위와 같이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판시 사정들만으로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 및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의료사고에서의 과실 및 인과관계의 추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으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6.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 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김소영

대법관이인복

주심대법관김용덕

대법관고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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