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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방법원 2018. 8. 17. 선고 2018노917 판결
[배임][미간행]
피고인

피고인

항소인

피고인

검사

박상수(기소), 이동훈(공판)

변호인

변호사 권영준

원심판결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2018. 2. 21. 선고 2016고단1485 판결

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지구도시개발조합(이하 ‘이 사건 조합’이라 한다)에 관해서는 구 토지구획정리사업법(2000. 1. 28. 법률 제6252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이 아닌 도시개발법이 적용되고, 도시개발법에 따르면 체비지대장에 취득자로 등재되어 있다 하더라도 구 토지구획정리사업법과 같이 환지처분 공고 다음날 체비지대장에 취득되어 있는 자가 소유권을 원시적으로 취득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니라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야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 또한, 도시개발법 및 시행령, 이 사건 조합 정관 어디에도 체비지대장 취득자로 등재된 자를 위하여 체비지대장 기재를 유지, 관리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없고, 만약 위와 같이 체비지대장을 관리할 의무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체비지대장에 취득자로 등재된 자와의 신임관계에 따라 발생하는 의무가 아니다. 피해자는 이미 이 사건 체비지의 점유를 인도받아 점유하고 있으므로 물권 유사의 사용수익권을 취득하고 있어 어떠한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체비지대장 취득 명의자인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 명의를 말소, 변경하더라도 그 명의인에 대하여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에게 배임죄의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2. 공소사실의 요지와 원심의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평성종합산업 주식회사는 2013. 8. 2. ○○지구도시개발조합(이하 ‘조합’이라 한다)으로부터 기성금 명목으로 체비지인 포항시 (주소 생략) ○○지구도시개발사업 12블럭 1롯트(312.5㎡, 이하 ‘이 사건 체비지’라 한다)를 지급받고 체비지대장에 소유권 취득자로 등재되었다. 피해자 공소외인은 2013. 8. 2.경 평성종합산업 주식회사로부터 위 체비지를 3억 5,000만원에 매수하여 2014. 3. 26. 체비지대장에 소유권 취득자로 등재되었다.

피고인은 2015. 2. 26.경부터 ○○지구도시개발조합(이하 ‘조합’이라고 함)의 조합장으로 재직하던 자로, 기성금으로 지급된 체비지에 대하여 소유권 취득자로 기재된 명의자의 권리를 보호·관리할 임무가 있음에도 2015. 5. 27.경 피해자의 동의 없이 이 사건 체비지 체비지대장에 소유권 취득자로 등재된 평성종합산업 주식회사와 피해자의 명의를 각 말소함으로써 시가 불상의 지가상승이익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에게 같은 액수에 해당하는 손해를 가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사업시행자는 자신이 공사기성금에 대한 대물로 이전한 체비지에 관하여 그 체비지대장상의 취득자로 등재된 자에 대하여는 그의 의사에 반하여 체비지대장상의 명의가 함부로 말소되거나 변경되지 않도록 체비지대장상의 기재를 유지, 관리하여야할 의무가 있고, 사업시행자가 체비지대장상 취득 명의인의 의사에 반하여 임의로 그 명의를 말소, 변경하는 것은 그 명의인에 대한 배임죄에 해당한다.

3. 당심의 판단

가. 도시개발법상 체비지 양수인이 물권 유사한 사용수익권을 취득하는지

다른 판단의 전제로서, 도시개발법상 체비지 양수인의 법적 지위에 관하여 본다.

구 토지계획사업법에 따르면, 사업시행자는 환지계획을 정하면서 사업비용에 충당하기 위하여 그 시행지구 내지 토지 중 일부를 종전토지에 대한 환지로 지정하지 아니하고 이를 체비지로 할 것을 정할 수 있다( 구 토지계획사업법 제46조 제2항 제4호 , 제54조 ). 위와 같은 체비지로 지정된 종전토지에 대하여 환지예정지가 지정되면 그때부터 해당 체비지에 대한 사용수익권은 사업시행자에게 귀속하고, 시행자는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있다( 구 토지계획사업법 제57조 제4항 ). 이러한 체비지에 대한 사용수익권은 물권 유사의 권리이며, 그 공시방법은 체비지에 대한 인도 내지 점유 외에 사업시행자가 관리하는 체비지대장에의 등재이다. 공시방법을 먼저 갖춘 체비지 양수인은 다른 이중양수인에게 그 권리 취득을 대항할 수 있고 당해 토지에 관하여 물권 유사의 사용수익권을 취득한다( 대법원 1995. 3. 10. 선고 93다57964 판결 등 참조).

도시개발법 및 구 토지계획사업법 상의 관련 규정, 이 사건 기록에 따라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와 같은 법리는 도시개발법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므로, 시행자로부터의 체비지를 직접 양수하거나 그 이후 전전양수한 자가 체비지에 대해 취득하는 권리 역시 물권 유사한 사용수익권이라고 보아야 하고, 이를 단순히 채권적인 권리라고 볼 수는 없다.

1) 구 토지구획정리사업법 제57조 제4항 은 체비지에 대한 사전처분을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있으며, 이는 도시개발법 제36조 제4항 에서도 동일하다. 이러한 ‘처분’은 그 규정취지나 문맥상 체비지에 대한 사용수익권 자체의 처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처분의 의미에 비추어 보면 체비지매매계약은 향후 환지처분에 의하여 성립하는 소유권의 이전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환지처분 이전까지 시행자가 가지고 있는 체비지에 대한 물권적 사용수익권의 이전 또한 그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2) 체비지 매수인이 단순히 채권자의 지위에 있을 뿐이라고 보는 것은 체비지 매수인이 이를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거나, 건물을 신축하는 등의 거래 현실과 맞지 않고, 체비지의 거래가액을 저하시키거나, 적어도 환지처분 이전 거래대금 전액의 지급을 요구하기 어렵게 하여 체비지 처분을 통한 도시개발사업 비용 마련이라는 체비지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으며, 기존에 체비지대장의 기재 또는 이에 기초한 체비지증서에 대한 신뢰를 기초로 진행되어 온 체비지의 사용수익관계에도 맞지 않는다.

3) 환지처분 이전에 이미 처분된 체비지의 경우 체비지 매수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때에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는 취지로( 도시개발법 제41조 제5항 단서) 규정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구 토지구획정리사업법과 도시개발법은 체비지에 관하여 사실상 동일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위 도시개발법 규정에 따르는 경우 환지처분 이후 소유권취득, 귀속관계가 구 토지구획정리사업법이 적용되는 경우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환지처분 이전 체비지매매계약의 내용이나 체비지 매수인의 법적지위까지 구 토지구획정리사업법과 도시개발법에서 다르게 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4) 환지예정지에 대한 피지정자의 사용수익권은 시행지구내에 있는 그 소유의 다른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처분권능만을 제하고 그대로 이행되어온 것으로서 이는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지배를 내용으로 하는 물권적 지배권으로서의 성질을 갖는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구 토지구획정리사업법에 따른 체비지의 경우에도 이러한 논리구조가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런데 위와 같은 환지처분 이후의 체비지 소유권 귀속에 관한 도시개발법 규정에 따라 체비지와 무관한 환지예정지에 대한 사용수익권의 법적성질도 단순한 채권적 권리에 불과한 것이 된다거나, 환지예정지에 대한 사용수익권은 여전히 물권적 지배권인데 체비지에 대한 사용수익권은 채권적 권리에 불과한 것으로 그 본질이 달라진다고까지 보기도 어렵다.

나. 피고인이 배임죄의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1) 앞서 본 것과 같이 체비지 양수인 또는 전전양수인이 체비지에 대한 물권적 사용수익권을 취득하고, 체비지대장의 등재는 그 공시방법이므로, 사업시행자는 자신이 처분한 체비지에 관하여 그 체비지대장상의 취득자로 등재된 자에 대하여는 그의 의사에 반하여 체비지대장상의 명의가 함부로 말소되거나 변경되지 않도록 체비지대장상의 기재를 유지, 관리하여야할 의무가 있고, 사업시행자가 체비지대장상 취득 명의인의 의사에 반하여 임의로 그 명의를 말소, 변경하는 것은 그 명의인에 대하여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한편, 배임죄에 있어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할 의무의 주체가 법인이 되는 경우라도 법인은 다만 사법상의 의무주체가 될뿐 범죄능력이 없는 것이며 그 타인의 사무는 법인을 대표하는 자연인인 대표기관의 의사결정에 따른 대표행위에 의하여 실현될 수 밖에 없어 그 대표기관은 마땅히 법인이 타인에 대하여 부담하고 있는 의무내용대로 사무를 처리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법인이 처리할 의무를 지는 타인의 사무에 관하여는 법인이 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 없고, 그 법인을 대표하여 사무를 처리하는 자연인인 대표기관이 바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즉 배임죄의 주체가 되는 것이므로( 대법원 1984. 10. 10. 선고 82도259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조합의 조합장으로서 피해자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인 배임죄의 주체가 된다.

다.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

업무상배임죄에서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총체적으로 보아 본인의 재산 상태에 손해를 가하는 경우를 말하고,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손해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 그리고 이러한 재산상 손해의 유무에 관한 판단은 법률적 판단에 의하지 아니하고 경제적 관점에서 실질적으로 판단되어야 하고, 일단 손해의 위험을 발생시킨 이상 나중에 피해가 회복되었다고 하여도 배임죄의 성립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15. 11. 26. 선고 2014도17180 판결 등 참조).

체비지대장의 등재와 체비지에 대한 인도는 모두 체비지에 대한 물권 유사의 사용수익권의 공시방법이 되는 것이므로 체비지대장의 기재가 말소되었다면 재산상 손해발생의 위험은 이미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고, 차후 체비지대장이 회복되었다거나 체비지에 대한 인도를 받아 그 점유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여 재산상 손해발생의 위험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따라 이를 기각한다[다만 형사소송규칙 제25조 제1항 에 따라 직권으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불이익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원심판결문 제2쪽 ‘시가 불상의 지가상승이익 상당의 재산상 이익’ 부분을 ‘액수 불상의 재산상 이익’으로 고쳐 쓰는 것으로 경정한다].

[별지 생략]

판사   서영애(재판장) 양진호 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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