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7두48987 건축허가신청 불허가처분취소
원고피상고인
A
피고상고인
칠곡군수
원심판결
대구고등법원 2017. 5. 26. 선고 2016누6130 판결
판결선고
2017. 10. 12.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는 경북 칠곡군 B 전 27,816㎡의 일부인 2,163 지상에 건축면적 428.4m인 지상 1층 제1종 근린생활시설(소매점)을 신축하기 위하여 2016. 1. 28. 피고에게 개발행위허가와 농지전용허가가 포함된 건축허가 신청(이하 '이 사건 신청'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나. G은 위 B 전 27,816m, F 전 6,103m(이하 위 각 토지를 '이 사건 토지'라고 한다) 중 2,163㎡ 지상에 건축면적 428.4m인 지상 1층 제1종 근린생활시설(소매점)을, H은 이 사건 토지 중 2,163m² 지상에 건축면적 466.39m인 동종 시설을, I은 이 사건 토지 중 2,162㎡ 지상에 건축면적 428.4m인 동종 시설을 각각 신축하기 위하여 2016. 1. 28. 동시에 건축허가신청을 하였다. 한편 G과 H은 주소지가 같고, 원고와 I 역시 주소지가 같으며, 원고, G, H, I(이하 '원고 등 4인'이라고 한다)은 모두 위 B 토지 소유자 E, 위 F 토지 소유자 J으로부터 각기 토지사용 승낙을 받았다.다. 피고는 2016. 2. 15. 원고에 대하여, '관련부서와 협의한 결과, 이 사건 토지는 C개발계획에 포함되어 있어 건축물 공사 진행 또는 완료 후에 산업단지 개발이 시행될 경우 건축물 철거 등으로 재산상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산업단지 조성의 원활한 추진을 위하여 건축을 허가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신청을 불허가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
라. 피고는 이 사건 소송과정에서, 이 사건 신청이 인용될 경우 인근 부지에 관한 또 다른 건축허가신청 및 그에 따른 신축 건물의 난립을 규제할 수단이 없어지게 되고,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얻어지는 공공복리가 원고가 입게 되는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바 있다.
마. 이 사건 토지는 도시지역 중 보전녹지지역, 자연녹지지역인 용도지역에 속하고, 여기에 건축을 하려면 절토·성토·정지·포장 등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이 사건 토지는 넓은 평야지대에 위치한 밭으로서 대체로 전·답·과수원 등 넓은 농지로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고, 주변에 민가는 드문 편이나 그 오른편에는 국도 33호선이 지나가고 있다. 이 사건 토지를 포함한 위 산업단지 예정부지 역시 대체로 녹지로 둘러싸인 농지 등으로 보이고 민가 역시 많지 않다.
2. 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이라고 한다) 제56조에 따른 개발행위허가와 농지법 제34조에 따른 농지전용허가 · 협의는 그 금지요건 · 허가기준 등이 불확정개념으로 규정된 부분이 많아 그 요건 · 기준에 부합하는지의 판단에 관하여 행정청에 재량권이 부여되어 있으므로, 그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정청의 재량판단의 영역에 속한다. 나아가 국토계획법이 정한 용도지역 안에서 토지의 형질변 경행위 · 농지전용행위를 수반하는 건축허가는 건축법 제11조 제1항에 의한 건축허가와 위와 같은 개발행위허가 및 농지전용허가의 성질을 아울러 갖게 되므로 이 역시 재량행위에 해당하고, 그에 대한 사법심사는 행정청의 공익판단에 관한 재량의 여지를 감안하여 원칙적으로 재량권의 일탈이나 남용이 있는지 여부만을 대상으로 하는데, 그 판단기준은 사실오인과 비례·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 등이 된다(대법원 2017. 6. 19. 선고 2016두30866 판결, 대법원 2016.10.27. 선고 2015두4157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재량권 일탈·남용에 관하여는 그 행정행위의 효력을 다투는 사람이 주장 · 증명책임을 부담한다(위 2015두41579 판결 등 참조).
한편 국토계획법 제76조 제1항, 제36조의 위임에 따른 국토계획법 시행령 제71조 제1항 제14호 [별표 15] 2.의 나에 의하면, '보전녹지지역'에서 도시·군계획조례로 건축이 허용되는 '제1종 근린생활시설'은 해당 용도에 쓰이는 바닥면적의 합계가 500m 미만이어야 한다.
나. 위 사실관계를 관련 법령의 내용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1) 이 사건 신청 대상 토지는 농지로서 국토계획법에 따른 보전녹지지역 안에 있으므로, 국토계획법에 따른 토지의 형질변경 행위 및 농지법에 따른 농지의 전용행위를 수반하는 이 사건 건축허가는 피고의 재량행위에 해당한다. 그런데 국토계획 법령은 개발행위허가기준 중 하나로 "주변지역의 토지이용실태 또는 토지이용계획, 건축물의 높이, 토지의 경사도, 수목의 상태, 물의 배수, 하천·호수·습지의 배수 등 주변 환경이나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지 여부"를 규정하고 있다(국토계획법 제58조 제1항 제4호, 국토계획법 시행령 제56조 제1항 [별표 1의2]), 농지법 제34조, 농지법 시행령 제33조 제1항 제5호는 농지전용허가의 심사기준으로서 "해당 농지의 전용이 인근 농지의 농업경영과 농어촌생활환경의 유지에 피해가 없을 것"을 들고 있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신청 대상 토지의 위치 및 주변 상황, 그 신청 경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개발행위허가 · 농지전용허가 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고, 이러한 판단 과정에서 공익적 요소를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으므로 결국 행정청에 재량판단의 여지가 있게 된다.
(2) 이 사건에서 건축허가가 있게 되면 국토계획법에 따른 개발행위허가와 농지법에 따른 농지전용허가 등이 의제되므로 건축허가 신청을 받은 피고의 담당 부서로서는 이에 관하여 관련부서와의 협의가 필요한데, 이러한 협의는 결국 이 사건 신청이 위와 같은 허가기준 등을 충족하는지에 관한 것이고, 피고는 이 사건 처분서에서 '관련부서와 협의한 결과'에 따라 거부처분에 이르게 되었음을 밝힌 바 있다. 나아가 피고는 이 사건 소송 중에, 이 사건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주변 신축 건물의 난립 등 문제가 있으므로 그 신청을 거부할 중대한 공익이 인정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함으로써 그 거부처분의 취지를 분명히 하였다. 따라서 피고가 단순히 이 사건 토지가 산업단지 조성예 정지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만을 그 처분사유로 제시한 것으로는 볼 수 없고, 원고가 개발행위 · 농지전용행위 허가기준 등을 갖추지 못하였음도 그 처분사유에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3) ① 원고 등 4인이 이 사건 토지 소유자도 아니면서 소유자로부터 토지사용승낙을 받아 이 사건 토지 중 일부씩에 관하여 총 4건의 1종 근린생활시설(소매점) 건축허가신청을 동시에 하였는데, 주변에 민가가 드문 보전녹지지역의 넓은 농지에 소매점 건축허가를 일괄 신청한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신청 취지의 진정성에 의심을 불러 일으킨다. ② 이 사건 토지 위에 원고 등 4인이 각각 건축하려는 위 각 소매점 건축면적을 합하면 1,751.59m²로 상당히 큰 건축물 군(群)을 형성하게 되므로 주변지역의 토지이용 실태나 계획 등에 비추어 앞서 본 개발행위허가기준이나 농지전용허가 심사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가 의심스럽다. 그리고 이러한 큰 건축물이 들어서게 되면 인근 농지의 농업 경영에 피해를 초래하고 주변 지역의 난개발을 막기도 어려울 것이다. ③ 피고가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 역시 재량판단의 한 공익적 요소로 고려할 수 있는 반면, 원고 등 4인은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도 아니므로, 그 건축불허가로 인하여 재산권 침해의 불이익이 크게 발생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④ 보전녹지지역에서 도시·군계획조례로 건축이 허용되는 제1종 근린생활시설은 그 해당 용도에 쓰이는 바닥면적의 합계가 500m 미만이어야 하는데, 위 각 건축물의 건축면적은 모두 466.39㎡이거나 428.4m로서 원고 등 4인의 건축허가신청은 이러한 국토계획법령상 규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원고 등 4인의 건축허가신청 경위와 토지사용승낙 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하나의 건축부지 위에 건축될 건축물을 이처럼 4개로 나누어 건축허가 신청을 하는 것은 법령을 잠탈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고, 그 신청을 인용할 경우 국토계획 및 건축 행정에 대한 공적 신뢰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 ⑤ 종전에 건축허가가 있었던 인근 토지는 산업단지 조성계획 대상 토지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처럼 인근 토지에 건축허가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주변 토지에 관한 건축허가를 모두 인용해야 한다면 난개발을 막을 방법이 없게 되어 결국 개발행위허가 제도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이러한 점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신청이 개발행위허가 · 농지전용 행위허가 기준 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본 피고의 판단에 비례 · 평등원칙 위반 등 재량권 일탈·남용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4)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산업단지계획 수립 및 추진 여부가 불확실하고, 피고가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원고의 재산권 침해 등 불이익이 더 크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이 사건 처분에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재량권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고영한
대법관조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