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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2010.9.16. 선고 2010누5433 판결
시정명령등취소
사건

2010누5433 시정명령 등 취소

원고

A 주식회사

피고

공정거래위원회

변론종결

2010. 8. 26.

판결선고

2010. 9. 16.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0. 1. 13. 원고에 대하여 의결 B로 한 별지1 기재 시정명령 등을 취소한다라는 판결.

이유

1. 기초사실 및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지위

원고는 음료제품을 제조 · 판매하는 자로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제2조 제1호 소정의 사업자에 해당하고 공정거래법 제29조 제1항 위반행위와 관련한 원고 적격이 인정되는바, 원고의 일반현황은 아래 < 표 1 >과 같다.

< 표1 > 일반현황

(2008. 12. 31. 기준, 단위 : 백만원)

나. 시장구조 및 실태

(1) 음료제품의 종류

음료제품은 일반적으로 원재료 및 제조방법 등을 기준으로 과실음료, 탄산음료, 기타음료로 구분된다. 과실음료는 과실 또는 채소를 주원료로 가공된 주스음료이고, 탄산음료는 음용수와 식용첨가물을 혼합한 후 탄산가스를 주입한 것으로 콜라, 사이다, 탄산수 등이 있고, 기타음료는 커피, 기능성음료, 스포츠음료, 다류, 두유류, 먹는 샘물 등이 있다. 원고를 비롯한 각 음료업체들의 생산제품은 아래 < 표 2 >와 같다.

< 표2 > 음료제조 · 판매사업자별 생산제품

(2) 유통방식

원고 등 국내 음료업체들은 거래처의 특성이나 유통관리의 효율성 등을 고려하여 다음과 같이 직납판매(직영), 대리점 및 도매점 거래 등의 유통방식을 통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① 직납판매는 음료업체가 자신의 영업조직을 이용하여 중대형소매점, 도매점 및 자판기사업자, 대형할인점 및 편의점, 특수거래처 등과 거래하는 방식을 말하는 것으로 거래상대방은 대체로 거래규모가 크고 판매관리가 용이한 중대형 거래처이고, 모든 음료제품을 취급한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최근에는 대형할인점, 편의점 등 이른바 신유통채널1)과의 거래비중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② 대리점을 통한 판매는 독립적인 대리점이 음료업체와 제품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음료업체로부터 제품을 매입하여 자기의 명의로 대리점의 거래처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주로 전속대리점 계약형태로 특정 음료업체의 제품만 취급하며, 지리적으로 널리 분포되어 있는 소매점들에게 유통시키는 방식이다.

③ 도매점 거래는 음료업체가 직접 판매하기 곤란한 소매점, PC방, 목욕탕 등 영세, 소규모 거래처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도매점이 음료업체로부터 제품을 구매하여 영세, 소규모 거래처에 유통하게 된다.

(3) 시장규모와 시장점유율

아래 < 표 3 >과 같이 음료시장은 2008년 기준으로 약 3조 5,559억원 규모로 과실음료시장이 약 8,321억원(23.4%), 탄산음료시장이 약 1조 996억원(30.9%), 기타음료시장이 약 1조 6,242억원(45.7%)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전체 음료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보면 2008년 기준으로 C 36.7%, D 10.3%, A 17.6%, E 5.3%, F 5.1% 정도이다.

< 표3 > 음료시장 매출액 및 시장점유율

(단위: %, 억원)

(4) 가격결정 구조 및 경쟁요소

음료제품의 가격은2) 통상 음료업체가 제조원가 및 판매관리비 등을 고려하여 결정한 제품별 출고가를 기준으로, 유통 채널별 영업정책, 시장상황, 거래물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일정금액을 할인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이때 브랜드 선호도가 강하고 경쟁제품이 없는 제품일수록 음료가격은 음료업체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반면 대형할인점 등 구매량이 큰 거래처일수록 할인금액이 커져 실제 거래가격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한편 음료제품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즉 경쟁요소로는 브랜드 선호도, 제품의 맛과 기능, 판매가격, 유통망, 판촉전략 등이다.

다. 피고의 처분

피고는 원고가 2008년 이후부터 2009년까지 사이에 대형할인점, 편의점, 백화점 등 신유통채널에 소비자가격을 지정하고 소비자가격 관리 및 조정작업을 통해 신유통채널로 하여금 협의된 소비자가격을 준수하도록 강제하였는바, 이는 공정거래법 제29조 제1항 소정의 재판매가격유지행위 제한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이유로 별지1 제1항 기재 시정명령과 함께 아래와 같은 과징금 산정과정을 거쳐 별지1 제2항 기재 과징금 납부명령을 하였다(이하 위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통틀어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1) 기본과징금

원고의 이 사건 위반행위가 신유통채널에서 취급하는 원고 제품 전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신유통채널 중 주로 대형할인점에서 취급하는 특정 제품과 관련되고, 재판매가격유지행위의 대상기간이 명확하지 않는 등 관련매출액의 확정이 곤란하여 정률과징금의 부과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공정거래법 제31조의2,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10조 제2항에 따라 정액과징금을 부과한다. 또한 원고와 신유통채널의 거래관계 및 거래상 상대적 지위 등에 비추어 강제성이 강하지 않다고 보아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가 아닌 '중대한 위반행위'로 판단하여 정액과징금을 3억 원으로 정한다.

(2) 의무적 조정과징금과 임의적 조정과징금

의무적 조정과징금은 의무적 조정사유가 없어 기본과징금과 같고, 임의적 조정과징금 또한 임의적 조정사유가 의무적 조정과징금과 같다.

(3) 부과과징금

부과단계에서 별다른 조정사유가 없으므로 부과과징금은 3억 원으로 한다.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아래와 같은 사유를 들어 원고의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1) 재판매가격을 지정하거나 유지하도록 강제하지 않았다는 주장

원고는 신유통채널에 음료제품을 공급하면서 판매영업을 위한 정보제공 차원에서 참고가격 내지 기준가격으로 원고 영업팀이 책정한 소비자가격을 통지해 주었을 뿐인데, 이러한 행위만으로 재판매가격을 지정하였다고 볼 수 없다. 나아가 신유통채널은 원고의 가격인상요구에 따른 것이 아니라 원고가 소비자가격을 인상함에 따라 당연히 자신의 판매가격을 인상한 것에 불과하고, 신유통채널이 원고의 소비자가격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하여 원고가 물량공급의 중단, 계약의 해지, 판촉행사지원의 제한 등 어떠한 불이익을 가하지 않았으며, 신유통채널은 전국적으로 다수의 매장을 가지고 납품업자에 대하여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가지기 때문에 원고가 재판매가격유지를 강제할 수 없었으므로, 원고가 재판매가격유지를 강제하였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2) 경쟁제한성을 검토하지 않아 위법하다는 주장

설사 원고의 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브랜드가치의 유지필요성, 무임승차방지를 통한 브랜드간 경쟁촉진 등 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갖는 효율성증대효과를 따져 경쟁제한효과와 비교 · 교량하는 등 경쟁제한성을 검토하지 않은 채 단지 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인정된다고 하여 당연히 위법하다고 본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시정명령이 비례와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는 주장

이 사건 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신유통채널 중 주로 할인점, 특히 특정매장의 특정상품을 상대로 이루어졌음에도 신유통채널 전부를 대상으로 하여 가격지정행위를 금지하는 시정명령을 한 것은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고, 이 사건 시정명령의 대상인 신유통채널의 범위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아니하여 지나치게 확대해석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공정거래법에서는 재판매가격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음에 비하여 이 사건 시정명령은 단지 "자신이 정한 소비자가격 이하로 거래하지 아니하도록 요구하는 행위를 다시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불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원고의 단순한 가격권장행위까지 포괄적으로 금지하여 영업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가 되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4) 재량권을 일탈, 남용하여 과징금을 부과하였다는 주장

피고가 다른 음료회사들에게는 시정명령만을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았고, 이 사건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음에도 과징금 납부명령을 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이어서 위법하다.

나. 관계법령

별지 관계법령의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재판매가격을 지정하고 유지하도록 강제하였는지 여부

(가) 사업자가 재판매업자에게 상품을 판매함에 있어 일방적으로 재판매가격을 지정하여 그 가격대로 판매할 것을 지시 · 통지하는 행위는, 그것이 단지 참고가격 내지 희망가격으로 제시되어 있는 것에 그치는 정도인 경우에는 이를 위법하다 할 수 없으나, 거기에서 그치지 아니하고 재판매업자로 하여금 그 지시 · 통지에 따르도록 하는 것에 대하여 현실로 그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부수되어 있다면, 이는 공정거래법 제2조 제6호에서 규정하는 '그 가격대로 판매할 것을 강제하거나 이를 위하여 규약 기타 구속조건을 붙여 거래하는 행위'로서 공정거래법 제29조 제1항에 의하여 금지되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해당하므로 위법하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2. 5. 31. 선고 2000두1829 판결 참조).

(나)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을제1 내지 23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의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거래처에 대한 소비자가격 통보는 단지 참고가격 내지 희망가격을 통보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라기보다는, 거래처로 하여금 원고가 지정한 소비자가격대로 판매하게끔 하는 것에 대하여 조직적인 감시 · 감독활동 내지 공급중단의 통지와 시사 그리고 실제 공급중단의 실행이라는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부수되어 있었다고 볼 것이므로, 이는 공정거래법 제2조 제6호 소정의 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해당한다(이는 신유통채널 업체들이 과도한 할인경쟁을 피하기 위하여 공급자인 원고에게 다른 업체의 가격할인행위를 규제해 달라고 요청함으로써 원고가 소비자가격을 지정하고 관리하게 된 한 원인이 되었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원고의 마케팅팀은 자신의 음료제품에 대한 할인점 소비자가격을 책정하여 이를 신유통채널을 관장하는 신유통 영업부문에 보내고, 신유통 영업담당자들은 거래처에 공급가와 함께 할인점 소비자가격을 고지하면서 위 소비자가격 이상으로 판매해줄 것을 요청하고, 할인점이 위 소비자가격 이하로 판매하는 것을 정상가격 이하로 판매하는 것이라고 보아 해당 할인점에게 정상가격(즉 원고가 책정한 소비자가격)으로 인상하여 판매할 것을 요구하거나 가격조정협의를 통해 정상가격으로 인상시켰다.

② 원고는 2008년도 음료할인점 프로모션 운영계획이나 전단행사 관리계획 등을 통하여 할인점 등이 원고와의 사전 협의 없이 소비자가격 이하로 할인행사나 판촉행사를 진행하는 경우 이에 대하여 강력하게 항의하고 해당 할인점에 대한 추가물량공급을 통제하며 향후 할인행사 등에 대한 지원을 제한하고 나아가 공급정지까지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엿볼 수 있다.

③ 원고는 2008. 9.경부터 2008. 11.경까지 사이에 소비자가격의 안정을 위하여 정기적인 시장가격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소비자가격 이하로 판매하는 할인점에게는 정상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는 다른 매장의 영수증을 제시하면서 판매가격을 인상해 줄 것을 요구하였고, 이러한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발주쿼터제나 일시중단조치도 검토할 수 있다고 고지하였다.

④ 원고는 2008. 10.경 DB백화점, DC 백화점, DD 백화점 등에 원고가 공급하는 모든 제품의 소비자가격을 인상하여 판매할 것을 요청하면서 그 시행일을 2008. 10. 24.로 명시하기까지 하였다.

⑤ DE가 원래 2008. 10. 30.부터 2008. 11. 5.까지 원고 제품 중 U를 판매가 4,380원으로 정하여 비전단행사3)로 진행하기로 원고와 협의하였다가 이를 임의로 변경하여 U를 신한카드로 구매시 20% 할인한다는 내용의 전단까지 만들어 할인행사를 진행하려고 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원고는 2008. 10. 27. DE가 일방적인 할인행사를 진행하려 한다는 이유로 DE의 2008. 10. 28.자 발주물량 1,160상자 중 190상자만을 공급한 채 나머지 물량의 공급을 3일 동안 중단하였다가 2008. 10. 31.에 이르러 나머지 물량을 공급해 주었다{이에 대하여 원고는 물량공급을 중단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배송지연이었고 손해배상특약에 따라 DE에 미납페널티를 지급하기까지 하였으므로 강제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DE와 사이에 미납상품에 대한 손해배상특약까지 체결하였음에도 불구하고(갑제9호증), 그 주장과 같이 DE에 이 사건 배송지연으로 인한 미납페널티를 지급한 사실이 전혀 없으므로(갑제4호증),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⑥ 원고는 2008. 11.경 DF, DG, DH 등의 체인유통업체들이 DI와 DJ를 묶은 번들상품에 대한 할인행사를 시행함에 있어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소비자가격 및 정상판매가를 원고와 사전에 협의하여 승인을 받도록 하였고, 2009. 1.경에도 DF에게 소비자가격의 인상을 요청하면서 DF의 인상약속에 대한 보상으로 1개월간 공급가 인상을 유예해 주기도 하였다.

⑦ 원고는 2009. 1.경 DK에게 경쟁할인점의 판매가격 영수증 등을 제시하여 DK로부터 2009. 1. 7. 판매가격을 인상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내고, 각 지점의 할인점 영업담당자들에게 DL 22개 매장에서 정상가격 이하로 판매하고 있으니 이를 정상화시킬 것과 인상된 판매가격을 지속적으로 관리 · 유지하라고 요청하였다.

⑧ 원고는 C의 DM 영업담당자에게 원가상승을 이유로 두 회사간의 합의로 2009. 1. 1. 기준으로 공급가격 및 소비자가격을 인상하였으니 매월 매입대금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조치하여 달라고 요청하였다.

⑨ 원고는 2009. 2.경 DN 상자의 소비자가격을 16,500원으로 해 달라는 DO의 요구에 대하여 이는 향후 지속적인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으니 최저 16,900원 수준을 유지하라고 영업담당자에게 지시하였고, 한편 원고는 DO에게 원고 제품의 공급가격과 함께 소비자가격을 인상해 줄 것을 요청하고 DO와 협의하여 인상가격을 결정하였다.

⑩ 원고는 소비자가격의 안정화를 위해 데이터프로그램과 현장에 파견된 판촉사원을 통한 할인점 등의 소비자가격을 주간 단위로 확인하여 정상가격 이하로 판매하는 할인점의 경우 가격조정 협의를 통해 정상가격 이상으로 인상하여 왔고, 2009년에도 DP에게 장려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DP로부터 주간 단위로 시장가격 자료를 제공받아 서로 협력하여 가격을 관리하였다.

⑪ 할인점 등의 신유통채널은 전국적으로 상당한 수의 점포를 운영하는 판매망을 가지고 있고 원고 회사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적지 않기는 하나, 이러한 사정만으로 원고 회사에 대하여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가진다고 단정할 수 없고, 이에 대하여 원고는 AK라는 세계적인 브랜드를 보유하고 2008년도 기준으로 탄산음료시장에서 그 시장점유율이 44.5%에 이르는 등(전체음료시장의 시장점유율도 17.6%로 상당한 수준이다) 음료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를 가진다고 보인다.

(2) 경쟁제한성을 검토하여야 하는지 여부

(가) 먼저 재판매가격유지행위는 염가판매로 인한 제품의 이미지 하락을 방지하고 A/S나 환불 등 부가서비스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하며 브랜드내의 광고활동과 관련하여 무임승차자(free-rider)를 배제함으로써 해당 제품의 판매를 촉진하고 판매점의 서비스 개선 등에 따라 결과적으로 브랜드간의 경쟁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는 점, 미국 독점금지법상 재판매가격유지행위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1911년 DQ 판결 이래 당연위법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입장이었으나, 1997년 DR 판결에서 최고가격유지행위에 대해서는 합리의 원칙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고, 2007년 DS 판결에 이르러서는 최저가격유지행위의 경우에도 합리의 원칙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결함으로써4) 결국 모든 재판매가격유지행위는 당연위법이 아닌 합리의 원칙에 따라 경쟁제한효과와 경쟁촉진효과를 비교하여 위법성을 판단하도록 변경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공정거래법상의 최저가격유지행위의 위법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경쟁제한성을 검토하여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이 일응 설득력을 가진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① 공정거래법 제29조 본문에서 "사업자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여 '부당하게'나 '정당한 이유 없이' 또는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등과 같은 위법성 요건을 따로 요구하고 있지 않는 점5), ② 또한 공정거래법 제29조 단서에서 "다만 상품이나 용역을 일정한 가격 이상으로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최고가격유지행위로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여 최고가격유지행위의 경우에만 정당한 이유를 입증하여 금지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한 점(위 단서 조항은 2001. 1. 16.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추가된 것인데, 미국 연방대법원이 1997년 DR 판결에서 최고가격유지행위의 경우 합리성의 원칙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취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③ 공정거래법 제2조 제6호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라 함은 사업자가 상품 또는 용역을 거래함에 있어서 거래상대방인 사업자 또는 그 다음 거래단계별 사업자에 대하여 거래가격을 정하여 그 가격대로 판매 또는 제공할 것을 강제하거나 이를 위하여 규약 기타 구속조건을 붙여 거래하는 행위를 말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재판매가격유지행위가 전통적인 수직적 거래제한행위와 같이 단순하게 브랜드내의 경쟁제한효과를 초래한다는 이유로 이를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자 또는 판매업자가 강제력의 행사 내지 규약 등 구속조건을 통하여 거래상대방의 가격결정의 자유를 침해하는 불공정거래행위로서의 성격을 갖게 되기 때문에 이러한 불공정성을 규제하고자 하는 점, ④ 재판매가격유지행위로 인하여 브랜드간의 경쟁이 촉진된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반드시 당해 상품의 판매업자 사이에서 자유로운 브랜드내 가격경쟁을 벌인 경우와 마찬가지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아닌 이상 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경쟁제한성이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미국 연방대법원의 2007년 DS 판결의 취지를 곧바로 받아들여 최저가격유지행위에 있어서 경쟁촉진효과 내지 소비자후생증대효과를 분석하고 이를 경쟁제한효과와 비교형량하여 그 위법성을 판단하여야 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설사 최저가격유지행위의 경우에도 정당한 사유 등 경쟁제한성을 따져보아야 한다고 하더라도, ① 음료제품의 특성상 해당 브랜드의 광고는 주로 제조업체에 의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판매업자 차원에서 가격경쟁 외에 별도의 광고 등을 통한 경쟁의 필요성이 크지 않고, 음료제품의 소비가 일회적인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그에 대한 애프터서비스나 환불요구 등이 많지 않은 점, ② 국내 소비자의 국내 음료에 대한 강한 선호도와 외국 제조사의 국내유통망 확보의 어려움으로 신규사업자의 시장진입이 용이하지 않은 점, ③ 나아가 원고가 음료시장, 특히 탄산음료시장에서 가지는 높은 시장점유율과 세계적으로 알려진 브랜드 파워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최저가격유지행위에 따른 무임승차자 방지와 양질의 서비스제공을 통한 브랜드간의 경쟁촉진효과 내지 소비자후생증대효과가 그다지 크다고 보이지 않는 반면에, 음료제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경쟁수단인 판매가격을 일정한 수준으로 제한함으로써 소비자로 하여금 판매업자들간의 가격경쟁에 따라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봉쇄하게 되는 경쟁제한효과가 매우 크게 발생한다고 볼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 최저가격유지행위에 따른 경쟁촉진효과나 소비자후생증대효과가 그에 따른 경쟁제한효과를 상회하여 경쟁제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3) 시정명령이 비례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가)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원고가 신유통채널 중 주로 할인점에 대하여서만 소비자가격을 지정 · 관리한 것이 아니라 그 외에도 각 백화점, DG나 DF 등의 체인유통, DM 등의 편의점에 이르기까지 모든 신유통채널 업체 전반을 상대로 이 사건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하였고, 그 지정 · 관리대상 제품도 기타음료를 제외하고 원고 회사의 주력 상품인 탄산음료(AK, AO, DU 등), 과실음료(U)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사실이 넉넉히 인정되므로, 피고가 신유통채널 전부를 대상으로 삼아 재판매가격유지행위를 금지하는 시정명령을 한 것이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

(나) 한편 피고의 의결서 주문에서는 원고의 재판매가격유지행위의 대상으로 '대형할인점, 대형 슈퍼, 편의점 등 대규모소매업자(신유통채널)'라고 적시하고, 그 이유에서는 '개인이 아닌 기업이 본사를 두고 그 관리하에 전국적으로 동일한 형태의 매장을 운영하는 할인점, 체인유통, 백화점, 편의점 등을 신유통채널이라 통칭한다.'라고 기재되어 있으므로, 원고 주장과 같이 신유통채널의 범위가 구체적이지 않아 지나치게 확대 해석될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는 거래상대방에 대하여 거래가격을 정하여 그 가격대로 판매하도록 강제하거나 구속조건을 붙이는 행위를 말하는 것인데, 이 사건 시정명령의 내용은 "원고가 정한 소비자가격 이하로 거래하지 아니하도록 요구하는 행위를 다시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하여 금지되는 행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원고가 영업상의 필요에 의하여 단순히 거래상대방에게 참고가격, 권장가격 또는 기준가격 등을 제시하기만 하고 이를 강제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않는 행위를 포함하여 금지한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시정명령이 불명확하여 위법하다고 할 수도 없다.

(4) 재량권을 일탈, 남용하여 과징금을 부과한 것인지 여부

피고가 원고의 이 사건 위반행위가 신유통채널 중 주로 대형할인점을 상대로 이루어지고 위반행위기간도 명확하지 않는 등 관련매출액의 확정이 곤란한 점과 원고와 신유통채널의 거래관계 및 거래상 상대적 지위 등을 모두 고려하여 3억 원의 정액과징금을 부과한 이상, 다른 음료회사들에게는 시정명령만을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았다는 사정이나 원고의 행위가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가 이 사건 과징금을 산정함에 있어서 재량권을 일탈, 남용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5) 소결

결국 원고는 신유통채널에 대하여 소비자가격을 지정하고 이를 관리, 감독하는 방법으로 최저가격유지행위를 하였고, 이러한 재판매가격유지행위의 경우에는 경쟁제한성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없으며, 나아가 이 사건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에 어떠한 위법사유도 없으므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곽종훈

판사 이재석

판사 이완희

주석

1) 개인이 아닌 기업이 본사를 두고 그 관리 하에 전국적으로 동일한 형태의 매장을 운영하는 할인점, 체인유통, 백화점, 편의점 등을 통칭하여 신유통채널이라 한다.

2) 음료시장에서 사용되는 가격 중 출고가는 공장출고가격, 기준판매가는 거래처 판매가격을 정할 때 기준이 되는 가격, 채널가는 대리점, 소매점, 도매점 등 각 채널별로 실제로 판매하는 가격, 계약가는 특수계약처 등과 개별계약을 통해 판매할 때 적용되는 가격을 말한다. 한편, 업체에 따라서는 기준판매가를 기준가 또는 판매가로 부르기도 하며, 출고가를 기준판매가로 보기도 한다.

3) 할인행사를 광고하는 내용의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하는 방식을 전단행사라고 하고, 이러한 전단지를 제작, 배포하지 않는 방식을 비전단행사라고 한다.

4) DS v. DT 127 S. Ct. 2705(2007) 판결은, 최저가격유지행위가 카르텔과의 연계성, 가격인상효과 등 경쟁제한효과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으나, 동일 브랜드를 취급하는 다른 소매업자들의 판촉노력을 지켜보고 있다가 그 판촉노력에 편승하여 가격만을 할인해서 판매하여 고객을 더 확보하려는 무임승차를 방지하는 기능, 소매상들에게 할인판매보다는 소비자에 대한 품질보증 및 애프터서비스 등에 노력할 동기를 부여하므로 결국 브랜드내 경쟁촉진효과 및 소비자의 이익이 증진되는 기능을 가지므로, 최저가격유지행위가 있었다고 해서 당연히 위법으로 볼 수 없고 경쟁제한적인 측면과 경쟁촉진적인 측면의 비교형량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5) 2006. 8. 30. 제정된 「재판매가격유지행위 심사지침』(공정거래위원회 예규 제34호)은 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관하여 크게 행위요건과 위법성기준을 구분하고, 전자를 판단하는 단계에서 거래가격의 지정 및 이를 준수하도록 강제하는 행위의 유무를 고려하고 있다. 그리고 위법성 심사단계에서는 최저가격유지행위 및 최고가격유지행위로 구분한 후, 전자의 경우 사업자가 설정된 최저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강제력을 사용하거나 규약 및 계약 등의 구속조건을 붙이는 행위가 있는지 여부를 위주로 판단하되, 일단 최저가격유지행위에 해당하면 유통단계에서의 경쟁을 제한하고 사업자의 자율성을 침해하므로 "경쟁제한성이나 불공정성에 대한 분석 없이 당연위법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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