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 1. 9.자 2011보13 결정
[준항고][미간행]
준항고인

준항고인 1(대판의 재항고인 1) 외 2인

대리인

법무법인 상록 담당변호사 천낙붕 외 1인

피준항고인

국가정보원장 외 2인

주문

이 사건 준항고를 기각한다.

피준항고인들이 2011. 7. 21. 및 같은 달 22. 준항고인들을 서울구치소에서 국가정보원으로 강제로 인치한 처분은 이를 취소한다.

이유

1. 이 사건 준항고 신청의 요지

준항고인들은 구금장소를 서울구치소로 하는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2011. 7. 20.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후 2011. 7. 21. 및 같은 달 22. 국가정보원으로의 출석을 거부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준항고인들로부터 명을 받은 서울구치소 교도관들과 국가정보원의 수사관들은 준항고인들을 서울구치소에서 국가정보원으로 강제로 인치하였다.

① 신체구속을 당하고 있는 피의자라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에 출석하거나 신문에 응할 의무는 없으므로 이를 강제한 수사기관의 처분은 위법하다. ② 예비적으로, 피의자가 수사기관에 출석하여 신문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하여도 별도의 구인영장이 필요하므로 법원으로부터 구인영장을 발부받지 않고 강제인치한 처분은 영장주의 원칙에 반한다. ③ 예비적으로, 설사 피의자신문의 출석을 강제할 수 있고 구인영장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피준항고인들의 강제인치처분은 준항고인들의 진술거부권을 포기하도록 강제하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거나 가족들과의 접견을 제한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재량권의 한계를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 따라서 피준항고인들의 준항고인들에 대한 강제인치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2. 인정사실

기록에 의하면 다음 각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국가정보원은 북한의 대남공작기구와 연계하여 대한민국 내에 구축된 지하당에 가담하여 활동하였다는 혐의 등으로 준항고인들을 수사하였고, 준항고인들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판사가 2011. 7. 19. 구금장소를 서울구치소로 지정하여 발부한 구속영장에 의하여 2011. 7. 20. 서울구치소에 구금되었다.

나. 국가정보원은 2011. 7. 20. 오전 준항고인들을 국가정보원 조사실로 소환하였으나, 준항고인들은 수사기관에서는 진술은 물론 어떠한 조사도 받지 않겠다며 출감을 거부하였다. 준항고인들의 출석거부 사실을 보고받은 피준항고인 검사 이인걸은 2011. 7. 20. 오후 서울구치소 측에 준항고인들이 국가정보원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인치하여 달라는 내용의 협조요청 공문(‘피의자 인치지휘 협조요청서’)을 발송하였다.

다. 2011. 7. 21. 준항고인들이 다시 국가정보원 조사실로의 출감을 거부하자, 서울구치소 교도관들은 피준항고인 검사 이인걸로부터 교부받은 ‘피의자 인치지휘 협조요청서’를 제시하면서 국가정보원 수사관들과 함께 준항고인들을 국가정보원 조사실로 호송하였다.

라. 이 과정에서 준항고인 1은 계속하여 출감을 거부하였고, 담당 교도관들이 다소의 물리력을 행사하여 준항고인 1을 수용실에서 나오게 한 후 호송 차량에 탑승시켰다. 이후 담당 교도관들과 국가정보원 수사관들은 함께 준항고인들을 국가정보원 조사실로 호송하였다.

마. 국가정보원은 2011. 7. 22. 다시 준항고인들을 소환하였고, 서울구치소 교도관들과 국가정보원 수사관들이 함께 준항고인들을 국가정보원 조사실로 호송하였다.

3. 판단

가. 수사기관에 출석하거나 신문에 응할 의무가 없다는 주장에 대하여

1) 주장의 요지

피의자에게는 진술거부권이 보장되어 있으므로 출석을 강제할 수 없으며 피의자신문을 위한 강제구인은 구속영장에 기재된 목적사항을 넘는 것이고 체포영장의 발부요건인 출석요구 불응 또는 불응우려 역시 피의자의 출석을 강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

2) 구속의 목적

형사소송법상 구속은 구인과 구금을 포함하는데( 형사소송법 제69조 ), 수사단계에서도 피의자에 대한 구인이 가능함을 명시하고 있고( 형사소송법 제71조 , 제209조 ),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정당한 이유없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아니하거나 응하지 아니할 우려가 있는 때에는 체포영장에 의해 출석이 강제된다( 형사소송법 제200조의2 제1항 ).

살피건대 ① 형사소송법은 조사를 위한 피의자 출석의 강제수단으로서 체포 제도를 인정하고,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여 체포된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체포에 나아가 구속된 피의자 역시 원칙적으로 조사를 위한 수사기관의 출석 요청에 응할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형사소송법은 수사단계에서 일정한 구속기간과 그 연장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는 구속 중에도 피의자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구속 중 피의자 조사에 따르는 인권침해 우려를 감안하여 그 조사기간을 법률로 제한한 취지로 해석되는 점(이와 달리 구속된 피의자라 하더라도 수사기관에 출석하거나 신문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해석한다면, 피의자가 수사기관에의 출석에 불응할 경우 기소전 조사를 체포시까지만 인정하고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에는 사실상 조사를 허용하지 않는 결과가 된다), ③ 구속 피의자의 경우에는 형사소송법이 변호인과의 자유로운 접견·교통권을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형사소송법상 구속의 목적에는 증거인멸의 방지나 공판과 형 집행에서의 신병확보 뿐만 아니라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기소여부의 결정시까지 구금상태에서 피의자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3) 진술거부권의 의의

헌법 제12조 제2항 은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형사책임에 관하여 자신에게 불이익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할 것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우리 헌법이 이와같이 진술거부권을 국민의 기본적 권리로 보장하는 것은, 첫째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인권을 실체적 진실발견이나 사회정의의 실현이라는 국가이익보다 우선적으로 보호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고 나아가 비인간적인 자백의 강요와 고문을 근절하려는데 있고, 둘째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 검사 사이에 무기평등을 도모하여 공정한 재판의 이념을 실현하려는데 있다( 헌법재판소 1997. 3. 27. 96헌가11 결정 , 헌법재판소 2005. 12. 22. 선고 2004헌바25 결정 등 참조). 진술거부권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출석한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미리 피의자에 대하여 진술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주어야 하고, 이를 알려 준 때에는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할 권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행사할 것인지의 여부를 질문하고, 이에 대한 피의자의 답변을 조서에 기재하여야 한다. 이 경우 피의자의 답변은 피의자로 하여금 자필로 기재하게 하거나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의자의 답변을 기재한 부분에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수사기관은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는 때에는 범죄사실과 증거에 관하여 수사할 수 있고, 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의 출석을 요구하여 일정한 절차에 따라 진술을 들을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195조 , 제196조 제2항 , 제200조 , 제241조 내지 제244조의5 ). 이와 같은 수사기관의 피의자 조사는 변명을 포함한 피의자의 진술을 듣고 기소·불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나아가 사안의 진상을 명백히 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피의자가 신문과정에서 진행되는 질문에 대해 답변을 거부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구속된 피의자에게 조사를 위한 출석을 강제한다고 하여 곧바로 진술거부권의 박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4) 소결론

해석상 구속의 목적에는 수사기관의 피의자 조사도 포함되어 있고, 비록 피의자가 명시적으로 진술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하더라도 수사기관에서 이루어지는 피의자 조사가 피의자에 대한 진술을 강요하는 등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피의자에게 보장된 권리를 직접적으로 침해하거나 그에 이를 정도라고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닌 이상 구속된 피의자는 원칙적으로 수사기관에 출석하여 신문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아래에서 판단하는 바와 같이 피준항고인들이 준항고인들을 국가정보원 조사실로 인치한 것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피의자 조사의 일환으로 행해진 것이고, 달리 준항고인들의 진술을 강요하거나 위와 같은 인치행위로 인하여 준항고인들에게 보장된 권리를 침해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으므로 재항고인들은 국가정보원에 출석하여 신문에 응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준항고인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에 대하여

준항고인들은 수사기관에 신문을 위한 인치를 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구인영장이 필요한데, 본건의 경우 영장 없는 인치·구금 장소의 임의적 변경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앞서 살핀바와 같이 우리 법은 구금만을 위한 구금영장과 구인만을 위한 구인영장을 구별하지 않고 구속에 구인과 구금을 포함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구속영장을 발부받으면 그 효력에 의하여 피의자를 구금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구금된 피의자가 신문을 위한 출석요구에 불응할 경우 당해 구속영장의 효력에 의하여 피의자를 구인할 수 있고, 별도의 구인영장은 필요하지 않다고 봄이 상당하다. 또한 기록에 의하면 국가정보원은 준항고인들을 국가정보원 조사실로 인치·조사한 후 영장에 기재된 구금 장소인 서울구치소에 다시 호송·구금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구금 장소의 임의적 변경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준항고인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재량권 행사의 일탈·남용에 해당된다는 주장에 대하여

준항고인들은 국가정보원이 준항고인들에게 진술을 강요하고, 방어권 및 변호인과 가족들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준항고인들을 국가정보원 조사실로 인치·조사하였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준항고인들을 국가정보원 조사실로 인치한 행위 자체가 진술을 강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고, 국가정보원이 피의자의 변호인에게 청사 입구에 설치된 보안검색대 통과 등을 거치도록 요구한 것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시설 관리권에 근거한 것으로서 접견교통권을 침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국가정보원이 공범관계로 의심되는 일부 가족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209조 , 제91조 에 의거 접견을 제한한 사실 외에 가족과의 접견교통을 제한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따라서 준항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준항고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판사 이준현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