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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2021. 3. 24. 선고 2020나2020584, 2020591 판결
[법률용역비청구의소ㆍ기타확인청구의소] 확정[각공2021상,365]
판시사항

갑 주식회사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되었다가 회생계획인가 전에 회생절차가 폐지되고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6조 제2항 에 따라 파산이 선고되었는데, 갑 회사와 법률용역계약을 체결한 을 법무법인이 회생절차개시결정일부터 파산선고 전날까지 제공한 법률자문에 대하여 용역비를 지급받지 못한 사안에서, 을 법인의 법률자문용역비 채권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 제1항 제5호 의 공익채권에 해당하고 갑 회사에 대한 파산선고로 인하여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6조 제4항 에 따라 재단채권이 되었으나, 위 채권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477조 제2항 에서 정한 ‘다른 재단채권에 우선하는 재단채권’이라 볼 수는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 주식회사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되었다가 회생계획인가 전에 회생절차가 폐지되고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6조 제2항 에 따라 파산이 선고되었는데, 갑 회사와 법률용역계약을 체결한 을 법무법인이 회생절차개시결정일부터 파산선고 전날까지 제공한 법률자문에 대하여 용역비를 지급받지 못한 사안이다.

을 법인의 법률자문용역비 채권은 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제5호 의 공익채권에 해당하고 갑 회사에 대한 파산선고로 인하여 채무자회생법 제6조 제4항 에 따라 재단채권이 되었으나, 채무자회생법 제477조 제2항 제477조 제1항 의 재단채권 안분변제 원칙에 대한 특별한 예외를 규정한 것이므로, 제477조 제2항 에 명시적으로 규정된 ‘ 제473조 제1호 내지 제7호 제10호 ’에 열거된 재단채권만이 ‘다른 재단채권에 우선하는 재단채권’(이하 ‘우선 재단채권’이라 한다)에 해당한다고 해석하여야 하는 점, 위 채권은 관리인의 행위에 대한 신뢰보호나 회생절차와 파산절차가 연속하여 이루어지는 견련파산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특별히 재단채권으로 인정되는 것일 뿐, 우선 재단채권의 지위까지 부여할 합리적인 이유를 발견하기 어려운 점, 회생절차의 관리인이 한 행위를 곧바로 파산관재인의 행위와 동일하게 보아 위 채권이 ‘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4호 의 ‘파산재단에 관하여 파산관재인이 한 행위로 인하여 생긴 청구권’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는 점, 공익채권은 본래 파산채권의 성질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재단채권으로서 파산채권에 우선하여 변제하도록 되어 있어 공익채권자의 지위가 충분히 보호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공익채권에 대하여 파산선고 후에 발생한 다른 우선 재단채권과 동등한 지위를 부여하여야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없는 점 등을 이유로 위 채권이 채무자회생법 제477조 제2항 에서 정한 우선 재단채권이라 볼 수는 없다고 한 사례이다.

원고(반소피고),항소인

법무법인 양헌

피고(반소원고),피항소인

에스엠피 주식회사의 파산관재인 소외 1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웅 담당변호사 양민수)

2021. 2. 17.

주문

1. 이 법원에서 변경된 청구에 따라 제1심판결 중 반소에 대한 부분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별지 1 목록 기재 원고(반소피고)의 재단채권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477조 제2항 에서 정한 ‘다른 재단채권’에 해당함을 확인한다.

2. 소송총비용 중 반소로 인하여 생긴 부분은 원고(반소피고)가 부담한다.

1. 청구취지

가. 본소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 한다)는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 한다)에게 21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4. 1.부터 2019. 11. 12.까지는 연 6%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나. 반소

주위적으로, 주문 제1항과 같다. 예비적으로, 별지 1 목록 기재 원고의 재단채권(이하 ‘이 사건 채권’이라 한다)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라 한다) 제477조 제2항 에서 정한 다른 재단채권에 우선하는 재단채권에 해당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피고는 제1심에서 이 사건 채권이, 주위적으로 채무자회생법 제477조 제2항 의 재단채권에 해당하지 않음을, 예비적으로 제473조 의 재단채권에 해당하지 않음을 확인하여 줄 것을 청구하였다가, 이 법원에 이르러 주위적 청구로서 확인을 구하는 내용을 분명히 하고, 예비적 청구를 교환적으로 변경하였다).

2.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반소에 대한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의 반소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청구취지 변경에도 불구하고 변경된 주위적 반소 청구로서 확인을 구하는 내용은 제1심의 주위적 반소 청구와 동일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변경된 주위적 반소 청구에 대한 것으로 유효하다).

이유

1. 이 법원의 심판 범위

제1심에서, 원고는 본소로 피고를 상대로 법률자문용역비 중 일부 청구를 하였고, 피고는 반소로 원고의 채권이 채무자회생법 제477조 제2항 의 재단채권(주위적 반소 청구) 또는 제473조 의 재단채권(예비적 반소 청구)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확인 청구를 하였다. 이에 대하여 제1심법원은 원고의 본소 청구와, 피고의 주위적 반소 청구를 각각 전부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만이 제1심판결 중 반소에 대한 부분에 관하여 불복하여 항소하였고, 피고는 반소 청구취지를 변경하였으므로, 이 법원의 심판 범위는 변경된 주위적, 예비적 반소 부분에 한정된다.

2. 기초 사실

가. 에스엠피 주식회사(이하 ‘채무자 회사’라 한다)는 폴리실리콘 제품 개발, 제조, 상품화, 유통 및 판매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다. 울산지방법원은 2016. 6. 13. 2016회합507호 로 채무자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을 하였다.

나. 원고는 변호사의 직무에 속하는 업무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무법인으로, 채무자 회사와 아래와 같이 각 법률용역계약(이하 통틀어 ‘이 사건 법률용역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채무자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된 후, 원고는 울산지방법원의 허가를 받아 기존의 계약인 아래 표 순번 1, 2번 기재 계약을 유지하면서, 아래 표 기재 순번 3, 4번 계약을 체결하고 국내 회생절차 관련 자문 및 채무자 회사의 모회사인 미국 선에디슨의 파산절차에 관한 자문 등을 제공하였다.

순번 체결시기 내용
1 2011. 7. 1. 원고가 채무자 회사에 회사 운영 및 기술의 도입, 기타 거래 등에 관한 법률문제의 상담, 계약서를 포함한 제반 서류의 작성, 협상 및 검토의 제반 회의에의 참석 등 채무자 회사가 요청하는 법률자문용역을 제공
2 2016. 3. 28. 원고가 채무자 회사에 회사의 운영, 거래 등 일반적인 회사 법률문제의 상담, 법률의견 제공, 계약서를 포함한 제반 서류의 작성, 협상 및 검토와 제반 회의에의 참석 등 채무자 회사가 요청하는 법률자문용역을 제공
3 2016. 7. 5. 원고가 채무자 회사의 회생절차 내에서 추진하고 있는 M&A; 거래와 관련하여 원고가 채무자 회사에 거래구조에 대한 법률자문, Information Memorandum 중 법률 관련 부분의 작성 및 검토, 법률실사를 위한 데이터룸의 구성 지원, 관련 계약서의 작성 및 협상, 거래종결(closing)과 관련된 제반 법률자문을 채무자 회사가 요청하는 바에 따라 제공
4 2017. 7. 20. 원고가 채무자 회사의 관리인 소외 2가 위임하는 울산지방법원 2017가단56652호 사건의 소송수행

다. 울산지방법원은 2017. 8. 28. 채무자 회사의 관리인으로 하여금 채무자 회사의 사업계속을 내용으로 하는 회생계획안을 2017. 11. 13.까지 제출할 것을 명하였으나, 관리인 및 채무자 회사는 위 기간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하지 아니하였다. 채무자 회사는 2017. 11. 6. 위 법원에 파산신청서를 제출하였고, 위 법원은 2017. 11. 14. 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를 폐지하여 2017. 11. 30. 회생절차폐지결정이 확정되었다.

라. 울산지방법원은 2017. 12. 12. 채무자 회사에 대하여 채무자회생법 제6조 제2항 주1) 에 따라 파산선고를 하였고( 울산지방법원 2017하합516호 ), 피고는 채무자 회사의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되었다.

마. 원고는 채무자 회사에 대한 회생절차개시결정일인 2016. 6. 13.부터 파산선고 전날인 2017. 12. 11.까지 제공한 법률자문에 대하여 합계 501,152,615원의 용역비를 지급받지 못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3. 관련 법령

이 사건과 관련되는 주요 법령은 별지 2 기재와 같다.

4. 반소 청구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주장

현재 파산재단에 비해 채무자 회사의 조세 및 임금채권 등 재단채권이 현저하게 많아 채무자 회사의 재단채권 전액을 변제하기 부족한 상황이므로 피고는 채무자회생법 제477조 제1항 , 제2항 에 따라 재단채권의 안분변제를 예정하고 있다. 이 사건 채권은 채무자회생법 제6조 제4항 의 재단채권이기는 하나, 제473조 제4호 의 ‘채무자 회사의 파산절차에서 파산관재인의 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채권’이나 이에 준하는 채권은 아니어서 제477조 제2항 에서 정한 다른 재단채권에 우선하는 재단채권(이하 필요한 경우 ‘우선 재단채권’이라 약칭한다)으로 볼 수는 없다. 그런데 원고는 이 사건 채권이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3호 , 제4호 , 제7호 의 재단채권으로서 제477조 제2항 에서 정한 우선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거나, 그에 준하는 것으로 취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피고는 주위적으로는 이 사건 채권이 채무자회생법 제477조 제2항 에서 정한 ‘다른 재단채권’에 해당한다는 확인을 구하고, 예비적으로는 제477조 제2항 에서 정한 우선 재단채권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확인을 구한다.

나.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1) 공익채권이 우선 재단채권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 사건 채권은 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제5호 의 공익채권에 해당하고 채무자 회사에 대한 파산선고로 인하여 제6조 제4항 에 따라 재단채권이 되었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채권은 채무자회생법 제477조 제2항 에서 정한 우선 재단채권이라 볼 수 없다.

가) 채무자회생법의 문언해석상 파산선고 이전의 회생절차에서 발생한 공익채권이 제477조 제2항 에서 정한 우선 재단채권이라 볼 근거가 없다.

(1) 채무자회생법은 공정하고 원활한 파산절차의 진행을 위한 여러 가지 정책적인 이유에서 제473조 의 일반재단채권과 그 밖의 특별규정에 의한 특별재단채권을 주2) 규정하면서, 제477조 에서 파산재단이 재단채권 총액을 변제하기 부족한 때의 변제 방법에 관하여 정하고 있다. 채무자회생법에서 열거하는 다른 재단채권에 우선하는 재단채권들은 파산절차의 원활한 진행이나 공평의 이념, 또는 공익적ㆍ정책적 이유에서 다른 재단채권보다 먼저 변제받을 수 있도록 특별한 취급을 하는 것이므로 가능한 한 채무자회생법 규정의 문언에 따라 예측가능하고 명확하게 우선 재단채권의 내용을 해석하여야 한다.

(2) 채무자회생법 제477조 제1항 에 의하면, 파산재단이 재단채권의 총액을 변제하기에 부족한 것이 분명하게 된 경우 재단채권의 변제는 다른 법령이 규정하는 우선권에 불구하고 아직 변제하지 아니한 채권액의 비율에 따라 변제하여야 한다. 채무자회생법 제477조 제2항 은 이러한 원칙에 대한 특별한 예외를 규정한 것이므로, 제477조 제2항 에 명시적으로 규정된 ‘ 제473조 제1호 내지 제7호 제10호 ’에 열거된 재단채권만이 다른 재단채권에 우선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그런데 채무자회생법 제477조 제2항 은 ‘ 제6조 제4항 에 의하여 재단채권이 된 공익채권’을 위 ‘ 제473조 제1호 내지 제7호 제10호 ’와 함께 열거하고 있지 않다.

(3) 2020. 2. 4. 신설되어 같은 날 시행된 채무자회생법 제477조 제3항 주3) 에서는 파산재단이 재단채권액의 총액을 변제하기에 부족한 때에 제6조 제4항 , 제9항 제7조 제1항 에 따라 재단채권이 된 채권 중 신규차입자금과 근로자의 임금 등의 재단채권이 다른 재단채권에 우선하고, 나머지 채권들의 순위는 제477조 제2항 에 따르는 것으로 정하고 있어, 제6조 제4항 에 의하여 재단채권이 된 공익채권 중 일부가 다른 재단채권에 우선하는 경우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의 반대해석상 채무자회생법 제6조 제4항 에 의하여 재단채권이 된 공익채권 중 제477조 제3항 에서 정하지 않은 나머지 채권은 다른 재단채권에 우선하지 않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채무자회생법 제477조 제3항 의 신설 주4) 이유 를 보더라도 위 조항 신설 이전에는 재단채권이 된 공익채권은 그 유형을 불문하고 다른 재단채권에 우선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었음을 알 수 있다.

나) 재단채권이 된 공익채권의 성질을 고려하여도 우선 재단채권의 지위를 부여할 합리적인 이유를 발견하기 어렵다.

(1) 채무자회생법 제477조 제2항 에서 다른 재단채권에 비하여 우선권을 인정하는 재단채권들은 파산선고 이후에 발생한 것으로서 파산절차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비용과 청구권의 성격을 갖거나( 제473조 제1호 , 제3호 , 제4호 , 제7호 ), 파산재단이 이익을 얻지만 이로 인해 상대방은 손실을 부담하게 되는 상황에서 형평을 기하기 위해 재단채권으로 인정되는 청구권의 성격을 갖거나( 제473조 제5호 , 제6호 ), 조세징수나 근로자 보호 등 특별한 사회ㆍ정책적 고려에서 재단채권으로 인정되는 청구권의 성격을 갖는다( 제473조 제2호 , 제10호 ). 반면, 공익채권에는 위와 같은 성격을 가지는 청구권 이외에도 채무자의 회생에 필요한 다른 목적을 위한 청구권들이 포함되어 있다( 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참조). 채무자회생법 제6조 제1항 또는 제2항 에 의해 파산이 선고되는 경우, 기존의 공익채권은 원칙적으로 파산선고 이전에 발생한 채권으로서 제423조 에 따라 파산채권이 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회생절차에서 관리인의 행위에 대한 신뢰보호나 회생절차와 파산절차가 연속하여 이루어지는 견련파산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제6조 제4항 을 통해 특별히 재단채권으로 인정되는 것일 뿐이다. 또한 채무자회생법 제6조 제7항 에서 회생절차에서 행하여진 관리인 등의 행위가 그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 파산절차에서도 유효한 것으로 보고 있을 뿐, 회생절차에서의 관리인의 행위를 파산절차에서의 파산관재인의 행위와 동일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채무자회생법 제6조 제4항 에 따른 재단채권이 제477조 제2항 에서 우선변제권을 인정한 재단채권들과 성격이 동일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2) 회생절차는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파탄에 직면해 있는 채무자에 대하여 채권자, 주주, 지분권자 등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를 조정하여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절차인 데 비해 파산절차는 회생이 어려운 채무자의 재산을 공정하게 환가ㆍ배당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절차로 두 제도의 목적이 다르다( 채무자회생법 제1조 참조). 또한 회생절차개시 신청 시와 채무자회생법 제6조 제1항 또는 제2항 의 파산선고 시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존재할 수 있고, 이로 인하여 채무자의 재산 상태에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점을 아울러 고려할 때, 회생절차에서 인정된 공익채권을 재단채권으로 인정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다른 재단채권에 우선하는 지위까지 인정하는 것이 파산절차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채권이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4호 에서 정한 ‘파산관재인이 파산재단에 관하여 한 행위로 인한 청구권’과 유사하므로, 이 사건 채권을 제473조 제4호 에 해당하는 채권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회생절차에서의 관리인과 파산절차에서의 파산관재인 모두 채무자의 재산에 대한 관리처분권을 보유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채무자회생법 제56조 , 제384조 ).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회생절차와 파산절차의 목적의 차이로 인하여 관리인의 업무는 채무자의 회생에 초점을 두고 있는 반면, 파산관재인의 업무는 채무자의 재산을 최대한 높은 가격에 환가하여 이를 공정하게 배당하는 것에 그 초점을 두고 있어, 두 기관이 동일한 역할을 한다고 보기 어렵다[파산관재인이 법원의 허가를 얻어 채무자의 영업을 계속하거나 쌍방 미이행의 쌍무계약을 계속 유지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나( 채무자회생법 제492조 ), 파산이 선고되면 법인은 해산되므로( 민법 제77조 제1항 , 상법 제227조 제5호 , 제287조의38 제1호 , 제517조 제1호 , 제609조 제1항 제1호 ) 이는 채무자의 회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채권자에게 배당할 파산재단의 증대를 위한 것일 뿐이다]. 나아가 회생절차에서는 원칙적으로 개인인 채무자나 개인이 아닌 채무자의 대표자가 관리인으로 선임되는 데 비해( 채무자회생법 제74조 ), 파산절차에서는 관리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법원이 파산관재인을 선임하고( 제355조 ) 대부분 객관적 제3자의 지위에 있는 변호사 등이 선임된다는 점에서도 두 기관이 동일한 이해관계와 의사결정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여 볼 때, 회생절차의 관리인의 행위를 곧바로 파산관재인의 행위와 동일하게 보아 이 사건 법률용역계약을 파산관재인인 피고가 체결한 것과 마찬가지로 취급하여 이 사건 채권이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4호 의 ‘파산재단에 관하여 파산관재인이 한 행위로 인하여 생긴 청구권’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라) 원고는 채무자회생법 제6조 제4항 에 따른 재단채권이 우선변제권이 있는 재단채권으로 취급되지 않는다면 채무자가 회생에 실패하여 파산절차로 가는 경우 그 채권을 보호받을 수 없기 때문에 제6조 제4항 에서 공익채권을 재단채권으로 의제하는 법의 취지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위와 같은 공익채권은 원칙적으로 파산채권으로서의 성격을 갖는 것이므로 이를 파산채권보다 우선변제, 수시변제를 하는 재단채권으로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채무자회생법 제475조 , 제476조 ) 다른 파산채권자들보다 더 강한 보호를 하는 것인 점, 파산재단이 재단채권의 총액의 변제에 충분하지 않을 정도의 상황이 아니라면 재단채권은 여전히 파산채권에 우선하여 그 전액의 변제가 이루어지게 되는 점( 제477조 의 반대해석 및 제475조 , 제476조 ) 등을 고려하면, 공익채권을 반드시 제477조 제2항 에서 정한 우선 재단채권으로 인정해야만 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마) 원고는 채무자회생법 제291조 에서 회생절차폐지결정이 확정된 때에는 제6조 제1항 에 의하여 견련파산을 선고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관리인이 채무자의 재산으로 공익채권을 변제하도록 정하고 있어 공익채권이 보호되는 점을 고려할 때, 제6조 제2항 에 의하여 임의적 견련파산이 선고되는 경우에도 우선 재단채권으로 인정함으로써 다른 우선 재단채권보다 열후한 지위에 놓이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채무자회생법 제6조 제2항 에 의해 파산선고가 이루어진 이상 파산절차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채무자의 재산을 공정하게 환가ㆍ배당하여야 하는데, 공익채권은 본래 파산채권의 성질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재단채권으로서 파산채권에 우선하여 변제하도록 되어 있어 공익채권자의 지위가 충분히 보호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공익채권에 대하여 파산선고 후에 발생한 다른 우선 재단채권과 동등한 지위를 부여하여야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없다. 아울러 견련파산절차로의 이행에 의해 발생하는 다른 채권들의 지위 변동 역시 재산의 공정한 환가ㆍ배당과 공익적 필요에 의해 이루어지는 점을 고려할 주5) 때 공익채권을 우선 재단채권으로 인정할 필요성이 크다고 볼 수 없다.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바) 원고는 파산관재인이 이 사건 채권 중 파산선고 이후의 지연손해금을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4호 에서 정한 재단채권으로 승인하였으므로 이 사건 채권이 제473조 제4호 에 의한 재단채권으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재단채권은 수시로 변제하게 되어 있으므로 파산관재인은 그 채권이 재단채권인 경우 그 채무를 이행기에 변제해야 할 의무가 있고( 채무자회생법 제475조 ), 이를 변제하지 아니한 경우 파산관재인이 채무를 불이행한 것이 되어 적어도 채무불이행에 따른 채무는 제473조 제4호 에서 정한 파산관재인의 행위로 인한 채무로 볼 수 있는 점( 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3다64908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파산관재인이 제473조 제4호 에 따른 재단채권으로 승인한 것은 이 사건 채권 전부가 아니라 지연손해금 부분에 한한 것이고(갑 제10호증), 달리 이 사건 채권 전부를 파산관재인이 제473조 제4호 에서 정한 재단으로 승인하였다는 자료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사) 한편 원고는 채무자회생법 제477조 제3항 에 의하면, 공익채권 중 재단채권으로 인정되는 채권 중 신규차입자금 외의 재단채권은 제2항 에 따른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특별재단채권인 이 사건 채권은 제477조 제2항 이 적용되어 우선 재단채권으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선 채무자회생법 제477조 제3항 은 그 시행 이전에 결정된 파산선고 사건인 이 사건에 적용될 수 없다. 또한, 위 규정의 취지는 신규차입자금 등에 관한 채권은 제2항 에서 정한 것과 달리 우선변제하고 나머지는 제477조 제2항 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지, 공익채권이었다가 재단채권으로 되는 모든 채권을 제477조 제2항 에서 정한 우선 재단채권으로 하겠다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제477조 제3항 에서 신규차입자금의 경우 다른 재단채권보다도 우선하여 변제를 하도록 규정한 취지는 제180조 제7항 에서 신규차입자금의 경우 다른 공익채권보다도 우선하여 변제하고 있는 취지를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위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2) 원고의 권리남용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원고는, 피고가 채무자 회사에 대한 공익채권자로서 원고와 유사한 지위에 있던 주식회사 롯데정밀화학(이하 ‘롯데정밀화학’이라 한다)에 사실상 우선변제를 해주었음에도 원고에 대해서는 이 사건 채권이 우선 재단채권이 아니라는 확인 청구를 한 것은 공익채권자들을 부당하게 차별 취급하는 것이므로 피고의 이 사건 반소 청구는 권리남용으로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 을 제3, 4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롯데정밀화학이 변제받은 재단채권은 파산선고 후 발생한 유틸리티 대금채권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피고의 권리남용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이 부분 원고의 주장 역시 이유 없다.

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채권은 채무자회생법 제477조 제2항 에서 정한 ‘다른 재단채권’에 해당한다. 원고가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그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 피고의 주위적 반소 청구를 받아들이는 이상, 예비적 반소 청구에 관하여는 따로 살피지 아니한다.

5. 결론

그렇다면 피고의 주위적 반소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할 것인데, 피고가 이 법원에서 청구취지를 변경하였으므로 이 법원에서 변경된 청구취지에 따라 제1심판결을 위와 같이 변경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승한(재판장) 윤종구 권순형

주1) 갑 제3호증 파산선고 결정에 의하면 채무자회생법 제6조 제1항에 따른 파산선고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이는 채무자회생법 제6조 제2항의 오기로 보인다.

주3) 부칙 제2조에 따라 시행 후 결정된 파산선고 사건으로 구성된 파산재단부터 적용되므로 이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주4) 채무자회생법(2020. 2. 4. 법률 제16920호로 개정된 것)은 위 조항의 제ㆍ개정 이유에 관하여 ‘기업회생 절차에서의 신규자금 유입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채무자의 업무 및 재산에 관하여 관리인이 회생절차개시 후에 한 자금의 차입 그 밖의 행위로 인하여 생긴 청구권과 채무자 또는 보전관리인이 회생절차개시신청 후 그 개시 전에 법원의 허가를 받아 행한 자금의 차입, 자재의 구입 그 밖에 채무자의 사업을 계속하는 데에 불가결한 행위로 인하여 생긴 청구권 중에서 채무자의 사업을 계속하기 위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아 차입한 자금이 있는 때에는 신규차입자금에 관한 채권과 근로자의 임금 등의 재단채권은 다른 재단채권에 우선하도록 하려는 것임’이라고 밝히고 있다.

주5) 가령, 회생절차에서는 회생담보권자도 회생절차에 복속하여 권리행사가 제한되고, 그동안 공익채권자가 회생담보권자보다 우선변제받을 수 있으나, 견련파산절차로 이행하게 되면 담보권자는 파산절차 밖에서 신속하게 담보물을 환가처분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회생절차에서 회생채권이었던 조세채권, 회생채권인 공과금채권으로서 그 징수 우선순위가 일반 파산채권보다 우선하는 것(건강보험료 등)은 견련파산절차에서 재단채권으로 격상된다. 이러한 지위 변동은 파산절차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공익적, 정책적 필요에 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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