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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서울중앙지법 2004. 10. 6. 선고 2004고합538 판결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특수강도강간등)·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특수강간등)·특수강도] 항소[각공2004.12.10.(16),1781]
판시사항

피해자들이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하게 된 경위에 비추어 범인에 관한 피해자들의 진술은 정확성과 신빙성이 낮아 이들 피해자들의 진술만으로 곧바로 피고인을 범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사례

판결요지

피해자들이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한 진술은, 범인식별 절차에서 신빙성을 높이기 위하여 준수하여야 할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채, 피고인을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별다른 단서가 없음에도 경찰이 범인의 인상착의가 피고인과 유사하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을 용의자로 지목하여 확인을 의뢰하자, 피해자들이 피고인을 보고 범인임에 틀림없다고 확인하였고 그 후 같은 진술을 반복한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그와 같은 피해자들의 진술만으로 곧바로 피고인을 범인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검사

오창섭

변호인

법무법인 바른법률 담당변호사 이경섭 외 1인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도시철도공사 소속 기관사로 근무하는 자인바, 인터넷전화방을 통하여 속칭 원조교제를 원하는 여자를 여관방으로 유인하여 성폭행을 하거나 금품을 빼앗을 것을 결의하고,

가. 2002. 1. 중순 일자불상 18:00경 서울 성북구 동선동 1가 소재 리베라모텔 호실 불상에서 그 무렵 인터넷전화방을 통하여 알게 된 피해자 피해자 1(여, 14세)이 피고인과 성관계를 끝내고 방에서 나가려는 순간 소지하고 있던 흉기인 칼날길이 15㎝의 접이식 칼을 위 피해자의 목에 들이대고, "좋게 말할 때 조용히 해라. 내가 너같은 애들을 혼내주려고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고 위협하면서 울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2회 때리고 소지하고 있던 박스포장용 노끈으로 그녀의 양 손목과 발목을 묶어 반항을 억압한 후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1회 간음하여 그녀를 강간하고, 계속하여 반항이 억압되어 있는 그녀의 지갑에서 그녀 소유의 현금 130,000원을 꺼내어 가 이를 강취하고,

나. 2002. 7. 중순 일자불상 15:00경 성관계의 대가로 현금 100,000원을 주겠다고 유혹하여 피해자 피해자 2(여, 14세)를 위 리베라모텔 호실 불상으로 데리고 가 그녀로 하여금 옷을 벗고 침대에 눕도록 한 다음 모텔 카운터와 연결된 전화선을 뽑고 소지하고 있던 흉기인 길이 불상의 접이식 칼을 들이대고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라고 위협하면서 소지하고 있던 기타줄로 그녀의 양 손목과 발목을 묶고 청테이프를 그녀의 입에 붙이고 주먹으로 그녀의 머리를 1회 때려 반항을 억압한 후 위 접이식 칼의 손잡이 부분을 그녀의 음부에 수회 쑤시다가 그녀를 1회 간음하여 그녀를 강간하고, 계속하여 반항이 억압되어 있는 그녀의 상의에서 그녀 소유의 현금 30,000원을 꺼내어 가 이를 강취하고,

다. 2002. 7. 중순 일자불상 16:00경 성관계의 대가로 현금 100,000원을 주겠다고 유혹하여 피해자 피해자 3(여, 15세)를 서울 성북구 동선동 92-7 소재 아비숑모텔 호실 불상으로 데리고 가 소지하고 있던 흉기인 칼날길이 약 15㎝의 부엌칼을 그녀의 목에 들이대고 "조용히 해라."고 위협하면서 철사줄로 그녀의 양 손목과 양 발을 묶어 반항을 억압한 후 그녀의 상의 주머니에 있던 현금 100,000원을 꺼내어 가 이를 강취하고, 계속하여 욕정을 일으키고 반항이 억압되어 있는 그녀의 하의를 벗기고 피고인의 성기를 그녀의 항문에 삽입하려다가 그녀가 고통을 호소하자 소지하고 있던 청색 테이프를 그녀의 입에 붙인 상태에서 1회 간음하여 그녀를 강간하고,

라. 2002. 겨울 일자불상 저녁 시간불상경에 위와 같은 방법으로 성관계의 대가로 현금 100,000원을 주겠다고 유혹하여 피해자 피해자 4(여, 18세)를 서울 성북구 동선동 1가 소재 라메르모텔 호실 불상으로 데리고 가 소지하고 있던 흉기인 길이 16㎝의 칼을 그녀의 목에 들이 대고 "조용히 옷을 벗고 내 말을 들어라."고 말하면서 카운터와 연결된 전화선을 절단하고 소지하고 있던 노끈으로 그녀의 양 손목과 양발을 묶어 반항을 억압한 후 그녀로 하여금 피고인의 성기를 입으로 빨도록 하여 그녀를 강제추행하고, 계속하여 반항이 억압되어 있는 그녀의 하의에서 현금 30,000원을 꺼내어 가 이를 강취하고,

마. 2003. 여름 일시불상경 위와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 피해자 4를 위 라메르모텔 호실 불상으로 유인하여 성교한 후 소지하고 있던 흉기인 길이 불상의 과도를 그녀의 목에 들이대고 "돈을 내놓아라."고 위협하여 반항을 억압한 다음 그녀의 지갑에서 현금 5만 원을 꺼내어 가 이를 강취하였다.

2. 피고인의 변소 내용

피고인은 경찰이래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하여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인터넷전화방을 이용한 사실은 있으나, 피해자들은 모두 처음 보는 사람들이며 만난 사실도 없다고 주장하여 위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3. 판 단

살피건대, 검사가 제출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로는, 증인 피해자 2, 3, 4의 각 법정진술, 피고인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피해자 2, 3, 4의 각 진술기재 부분, 공소외 1, 2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피해자 1, 2, 3, 4, 송태훈, 김동하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의 각 진술기재, 송태훈 작성의 진술서, 범죄첩보(수사기록 16쪽), 수사보고서(피해자들 이용전화방 접속보고, 수사기록 235쪽), 수사보고서(텔레뱅크전화방 접속보고, 수사기록 236쪽), 수사보고서(피해자 피해자 2, 3과 통화내용보고, 수사기록 314쪽), 각 수사보고서(각 수사기록 166쪽, 167-1쪽, 168쪽, 170쪽, 266쪽)의 각 기재, 압수된 검정색 가방 1개(증 제1호), 노란색 기타줄 2개(증 제2호), 쥐색 양복 상의 1점(증 제3호), 피임기구(콘돔) 6개(증 제4호), 성 관련 책자(그녀를 사로잡는 섹스테크닉) 1권(증 제5호), 성보조기구(리가토니) 1점(증 제6호), 신문지조각 29장(증 제7호), 흰색 모자 1개(증 제8호), 수첩 3권(증 제9호), 갈색 가죽가방 1개(증 제10호)의 각 현존이 있는바, 위 범죄첩보 및 각 수사보고서는 피고인이 증거로 함에 동의하지 아니하였고 달리 그 성립을 인정할 자료 또한 없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로 쓸 수 없으므로, 이를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에 대하여 차례로 살펴보기로 한다.

가. 피해자들의 각 진술

먼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유력한 증거인 피해자 1, 2, 3, 4의 진술의 신빙성에 관하여 본다.

(1) 범인에 관한 피해자들의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있어 고려하여야 할 사정들

용의자의 인상착의 등에 의한 범인식별 절차에 있어 용의자 한 사람을 단독으로 목격자와 대질시키거나 용의자의 사진 한 장만을 목격자에게 제시하여 범인 여부를 확인하게 하는 것은 사람의 기억력의 한계 및 부정확성과 구체적인 상황하에서 용의자나 그 사진상의 인물이 범인으로 의심받고 있다는 무의식적 암시를 목격자에게 줄 수 있는 가능성으로 인하여, 그러한 방식에 의한 범인식별 절차에 있어서의 목격자의 진술은, 그 용의자가 종전에 피해자와 안면이 있는 사람이라든가 피해자의 진술 외에도 그 용의자를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다른 정황이 존재한다든가 하는 등의 부가적인 사정이 없는 한 그 신빙성이 낮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도4946 판결 참조). 이와 같은 점에서 볼 때, 범인식별 절차에 있어 목격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높게 평가할 수 있게 하려면, 범인의 인상착의 등에 관한 목격자의 진술 내지 묘사를 사전에 상세히 기록화한 다음, 용의자를 포함하여 그와 인상착의가 비슷한 여러 사람을 동시에 목격자와 대면시켜 범인을 지목하도록 하여야 하고, 용의자와 목격자 및 비교 대상자들이 상호 사전에 접촉하지 못하도록 하여야 하며, 사후에 증거가치를 평가할 수 있도록 대질 과정과 결과를 문자와 사진 등으로 서면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이고, 사진 제시에 의한 범인식별 절차에 있어서도 기본적으로 이러한 원칙에 따라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도7033 판결 등 참조).

나아가, 피해자가 범인의 얼굴을 인식하고 기억하는 지적, 언어적 표현 능력에는 상당한 개인적인 편차가 있어 일률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으나, 피해자는 스트레스나 흥분 등의 심리적 영향이나 폭력 등으로 인하여 심리적으로 안정된 사람보다 정확하지 못한 기억을 가질 수 있고, 피해자가 범인과 대면한 시간이 길수록 진술의 정확성이 높아지는 반면에 그 시간이 짧은 경우에는 진술의 정확성이 낮아지는 등 대면시간과 진술의 정확성은 상당히 비례하며, 흉기나 위험한 물건이 사용된 범죄의 경우 피해자의 지각이 범인의 얼굴보다 흉기 등에 집중되기 때문에 흉기 등을 소지하지 않은 범죄보다 피해자의 진술에 있어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할 것이다. 더욱이, 피해자의 범인에 대한 기억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희미해지므로 범인에 대한 확인이 늦게 이루어질수록 범인식별의 오류 가능성이 크다고 할 것이고, 범인식별 절차가 앞에서 본 바와 같은 적절한 방법을 거친 것이 아닌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고 할 것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피해자가 범인을 목격한 이후 최초 진술내용이 그 이후의 진술보다 정확성이 높다고 봐야 할 것이고, 피해자의 진술이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을 거치면서 범인의 인상착의 등에 관하여 더욱 구체적이고 명료해지는 경우는 이례에 속하는 것으로서 그러한 피해자의 진술에 높은 정도의 신빙성을 부여하기도 어렵다고 할 것이다.

결국, 범인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은 앞에서 든 여러 사정 및 그 외에 용의자를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다른 객관적인 사정 등이 있었는지를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2) 피해자들이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하게 된 경위

먼저, 피해자들에 대한 각 경찰, 검찰 진술조서의 각 진술기재 및 이 법정에서의 각 진술, 송태훈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의 각 진술기재, 각 수사보고서(수사기록 165쪽, 266쪽)의 각 기재 등에 의하여 피해자들이 피고인을 이 사건 범행의 범인으로 지목하게 된 경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 피해자 1, 2, 3, 4는 서로 잘 아는 사이인데, 경찰은 2004. 4. 2.경 피해자 3 등을 만나 7일 동안 5회에 걸쳐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은 피해사실 등에 대하여 면담 수사한 결과, 피해자 3으로부터 2003. 7. 중순경 서울 성북구 동선동 1가 국민은행 옆 건물의 인터넷전화방을 통하여 알게 된, 나이는 31살, 키는 180㎝, 안경을 착용하고, 커트머리 스타일, 마른 체격에, 어깨에 메는 검정색 가방을 들고 다니며, 주로 양복을 입고 다니고, 가끔씩은 모자를 착용할 때도 있으며, 자신과 같은 청소년들이 속칭 "돈암동 칼"이라고 부르는 사람으로부터 강도, 강간의 피해를 당하였다는 진술을 확보하게 되었다.

(나) 경찰은 2004. 4. 9. 위 전화방에서 2003. 7.부터 근무하고 있는 송태훈을 상대로 조사하여 위 인상착의와 비슷한 남자가 2004. 1. 9. 016-268-9700의 전화번호로 회원가입을 하여 위 전화방을 이용한 사실을 확인한 다음, 위 휴대전화번호의 가입자 인적사항을 통하여 피고인의 인적사항을 파악하게 되었다.

(다) 그 후 경찰이 2004. 4. 11. 운전면허조회를 통해 발췌한 피고인의 운전면허증상의 사진을 피해자 3에게 제시하자, 피해자 3은 그 사진 상의 인물이 이 사건 범인이라고 진술하였으며, 이에 경찰은 같은 달 13. 피고인을 종로경찰서로 임의동행한 후 같이 출석하도록 한 피해자 3과 피해자 2로 하여금 피고인을 대면하게 하였고, 피해자 3과 피해자 2가 피고인이 범인임에 틀림없다고 하자 경찰은 피고인을 긴급체포하였는데, 한편 피해자 3과 피해자 2는 같은 달 20. 경찰에서 자신들이 종전에 심혜영의 사망일시를 착각한 결과 자신들의 피해일시도 잘못 진술하였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피해일시를 2002. 7. 중순경이라고 정정 진술하였다.

(라) 한편, 경찰은 2004. 4. 21. 피해자 1로 하여금 이 사건으로 구속 수감되어 조사받고 있는 피고인을 대면하게 하였고, 이에 피해자 1은 피고인의 나이가 범행 당시보다 1, 2살 아래로 보이나 피고인이 범인인 것이 확실하다고 진술하였다.

(마) 이어서 경찰은 2004. 4. 29. 피해자 4에게 범인이 잡혔다는 말을 하면서 피해자 4를 불러 피해자 4에게 피고인이 경찰서에 구속되어 있을 당시의 사진을 보여준바, 피해자 4는 그 사진상의 얼굴이 조금 지저분한 것을 제외하고는 범인과 같다고 진술하였다.

(3) 피해자들의 진술의 구체적 내용

(가) 피해자 1의 진술내용

① 피해자 1은 경찰에서, 범인의 인상착의에 관하여, 자신이 피해를 입었을 당시 범인은 와이셔츠에 회색 내지 검정색 계통의 넥타이를 매고 쥐색 양복정장을 입었고, 그 위에 검정색 가죽잠바를 입고 무테 안경을 썼으며, 가방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모자를 쓰지도 않았다고 진술하였으나, 피해자 3은 경찰 제4회 진술시 2002. 5.~6.경에 피해자 1로부터 '면바지에 흰색 티셔츠를 입고 어깨에 검정색 가죽가방을 메고 은테 안경을 썼으며 키가 180㎝ 정도의 마른 체격의 남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진술하면서, 자신이 성폭행을 당한 후 그 사실을 피해자 1에게 이야기하자 피해자 1이 '혹시 흰색 티셔츠 입지 않았어?'라고 이야기하여 자신이 동일인으로부터 피해를 당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는바, 이러한 점에서 이 부분 피해자 1의 진술은 피해자 3의 진술과 모순된다.

② 또한, 피해자 1은 경찰에서, 피해를 입은 몇 개월 후 피해자 3 및 피해자 4와 이야기하던 중 똑같은 범인으로부터 칼로 위협당하여 강제로 성교를 하고 돈을 빼앗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진술하였음에 반하여, 피해자 4는 검찰 및 이 법정에서 자신이 성폭행을 당한 후 피해자 1, 공소외 1에게 그 피해내용을 말해 주자, 피해자 1이 원조교제를 하면서 그와 같은 사람에게 당할까 무섭다고 하면서 확인하여 달라고 하여 세븐일레븐 편의점 앞에 있는 피카소 커피숍에 들어가 피해자 1이 원조교제할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여 보니 자신을 성추행하였던 사람이어서 피해자 1에게 그 말을 해 주어 피해자 1은 그 날 원조교제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면서, 이 법정에서 피해자 1의 피해사실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이 부분 피해자 1의 진술도 피해자 4의 진술과 모순된다.

(나) 피해자 피해자 2의 진술내용

① 피해자 2는 자신의 피해 일시에 관하여, 경찰 제2회 진술시까지는 피해자 3과 같이 2003. 7. 중순경으로 진술하였다가 피해자 3이 피해 일시에 관한 진술을 번복한 날과 같은 날인 경찰 제3회 진술시부터 피해자 3과 동일한 착각을 했다는 이유로 2002. 7. 중순경이라고 진술을 번복하였고, 또한 피해자 2는 이 법정에서 자신이 피해자 3보다 먼저 성폭행을 당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피해자 3은 자신이 피해자 2보다 먼저 성폭행을 당하였다고 진술하여, 이 부분 피해자 2의 진술은 피해자 3의 진술과 모순된다.

② 한편, 피해자 2는 범인이 사용한 끈에 관하여, 이 법정에서 철사줄이라고 진술하면서, 자신은 경찰에서 압수한 기타줄을 본 후 위 기타줄이 자신을 묶었던 줄이라고 말한 적이 없고 피해자 3이 옆에서 그러한 말을 했다고 진술하였으나, 이러한 피해자 2의 진술은 피해자 2가 압수된 기타줄을 보고 자신을 묶었던 줄이라고 진술하였다는 내용의 피해자 2에 대한 경찰 제2회 진술조서의 진술기재나 수사보고서(수사기록 166쪽)의 기재와도 일치하지 않으며, 나아가, 공소외 2는 검찰에서 피해자 2의 위 진술들과 달리 피해자 2가 피해를 입은 후 모텔 방으로 가보니 노란 색 철사줄 같은 것을 보았는데 빵 봉지 묶는 끈 같았다고 진술하였다.

③ 피해자 2는, 이 법정에서 범인이 회색 내지 검정색 계통의 진한 색 삼각팬티를 입고 있었다고 진술하였으나, 증인 이상선, 기창효의 각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통상 사각 트렁크 팬티만을 입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④ 나아가, 피해자 2는 경찰 제2회 진술시에는 범인이 도주한 후 자신이 심혜영에게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여 심혜영이 지혈제와 청심환을 사와서 청심환을 먹고 약을 바른 후 심혜영의 부축을 받으며 모텔을 나와 심혜영의 집으로 갔다고 진술하였다가, 경찰 제3회 진술시에는 모텔전화를 이용하여 아마데우스 커피숍으로 전화를 걸어 피해자 3을 바꿔달라고 하였으나 공소외 2가 전화를 받아 공소외 2에게 도움을 요청한 다음, 심혜영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고, 그 후 공소외 2가 도착하여 공소외 2의 부축을 받고 모텔 밖으로 나오다가 심혜영을 만나 심혜영이 사온 약을 먹었으며, 공소외 2는 커피숍으로 가고 자신과 심혜영은 PC방에 들른 다음 심혜영의 집으로 갔다고 진술하였고, 이 법정에서는 모텔에서 지혈제를 바른 사실은 없고, 심혜영의 집에서 물약을 먹고 연고를 발랐다고 진술하는 등 계속 그 진술을 번복한 반면, 공소외 2는 검찰에서 아마데우스 커피숍에서 자신의 핸드폰에 모르는 전화번호가 찍혀서 전화를 받았더니 피해자 2가 모텔로 오라고 하여 그 곳에 갔다고 진술하였으며, 피해자 3은 이 법정에서 피해자 2가 성폭행을 당하여 공소외 2에게 전화를 하였고, 성폭행을 당한 직후 울면서 심혜영과 같이 아마데우스 커피숍으로 들어와 성폭행당한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하였는바, 이 부분에 관한 피해자 2의 진술들은 공소외 2, 피해자 3의 진술들과 모순된다.

(다) 피해자 3의 진술내용

① 피해자 3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피해 일시에 관하여, 피해자 2처럼 경찰 제3회 진술시까지 2003. 7. 중순경이라고 진술하다가 피해자 2가 피해 일시를 번복한 날과 같은 날인 경찰 제4회 진술시부터 피해자 2와 동일한 사유를 들어 2002. 7. 중순경에 피해를 입었다고 진술을 번복하였으며, 또한 이 법정에서는 피해자 2의 진술과 달리 자신이 피해자 2보다 먼저 피해를 당하였다고 진술하였다.

② 피해자 3은 범인의 안경에 관하여, 검찰에서 범인이 무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고 진술하였으나, 이 법정에서는 은색 테의 안경을 쓰고 있었다고 그 진술을 번복하였다.

③ 피해자 3은 이 법정에서 범인은 삼각팬티를 입고 있었고, 몸에 털이 많았던 것은 느끼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으나, 증인 이상선, 기창효의 각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평소 삼각팬티를 입지 않고 사각 트렁크 팬티만을 입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증인 이상선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의 몸에는 보통 사람보다 털이 많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④ 나아가, 피해자 3은 경찰 제1회 진술시에 범인이 청테이프를 꺼내어 자신의 입을 막은 후 청테이프를 떼어내기 전에, 자신이 "저는 뒤에서 하면 질에서 피가 나오는데요."라고 말을 했다고 진술하였으나, 이 부분 진술은 청테이프로 입을 막았기 때문에 소리도 지를 수 없었다는 그 자신의 진술과도 일관되지 않는다.

⑤ 또한, 피해자 3은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범인이 도망간 이후 발가락을 사용하여 PC방에 있는 혜림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모텔로 오라고 하여 양손을 풀었다고 진술하였으나, 공소외 1은 검찰에서 피해자 3이 "살려달라"고 소리를 쳤더니 여관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가 방으로 올라와서 풀어주어서 여관에서 나왔다는 말을 피해자 3으로부터 들었다고 진술하여, 이 부분에 관한 피해자 3의 진술은 공소외 1의 진술과 일치하지 않는다.

(라) 피해자 4의 진술내용

① 피해자 4는 두 번째 범행을 당한 지 1년 가량 경과된 후 경찰에서 피고인의 사진을 보고, 검찰에서 피고인을 대면한 이래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고인이 범인과 동일인이라고 진술하였으나, 피해자 4는 첫 번째 범행을 당하고 6개월 가량 경과된 후 피해자 1과 함께 범인을 한번 더 보았기 때문에 두 번째 범행을 당할 당시에는 범인을 세 번째로 본 것임에도 불구하고 범인인지 알아보지 못하고 피해를 당하였으며, 원조교제를 하면서 맞기도 하고 돈을 빼앗긴 적도 여러 번 있었지만 가해자의 얼굴들을 모두 기억하지 못하며, 이 사건 피해내용의 세세한 것은 돈암동에 있는 다른 친구들과 얘기하다가 기억이 나게 되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 4가 사람의 얼굴을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이 높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② 피해자 4는 이 법정에서, 두 번째로 범인을 보았을 때와 두 번째 피해를 입었을 당시 범인이 안경을 쓰지 않았다고 진술하였으나, 이 부분 피해자 4의 진술은 자신의 시력이 - 8 디옵터로 안경 없이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라는 피고인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과 어긋난다.

③ 나아가, 피해자 4는 경찰에서, 첫 번째 피해를 입었을 당시 피고인이 도망간 다음 손을 뒤로 묶인 상태에서 성냥으로 불을 켜 끈을 녹인 후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고 진술하였으나, 손이 뒤로 묶인 상태에서 성냥불을 켜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 부분 진술은 의문이 있다.

④ 또한, 피해자 4는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범인이 자신에 대한 첫 번째 범행 후 라메르 모텔 객실에서 카운터로 연결된 전화기의 전화선을 잘라 버리고 나갔다고 진술하였으나, 증인 이상선은 라메르 모텔의 지배인을 직접 만나 최근 2, 3년간 위 모텔의 객실의 전화선이 절단된 사실이 없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진술하였다.

(4) 피해자들의 진술의 신빙성

(가) 앞에서 본 피해자들이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하게 된 경위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들이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한 진술은, 범인식별 절차에서 신빙성을 높이기 위하여 준수하여야 할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채, 피고인을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별다른 단서 사실이 없음에도 경찰이 범인의 인상착의가 피고인과 유사하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을 용의자로 지목하여 확인을 의뢰하자, 피해자들이 피고인을 보고 범인임에 틀림없다고 확인하였고 그 후 같은 진술을 반복한 것에 지나지 아니하여, 그와 같은 피해자들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을 이 사건 범행의 범인으로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나) 더욱이, ① 피해자들은 이 사건 범행 당시 상당히 흥분된 상태 또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범인을 대면하였으며, 범인이 칼을 소지하고 있었으므로 범인의 얼굴보다는 칼에 시선이 집중되었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점, ② 피해자들이 지적하는 범인의 인상착의 등이 피고인만의 독특한 인상착의라고 단정할 수 없고, 경험칙상 그와 비슷한 인상착의를 가진 사람이 많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피해자들이 피해일로부터 1년에서 2년 가량의 시간이 경과되어 자신들의 피해 일시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기억 자체가 흐려질 수 있는 상황이 되어버린 후 피고인을 대면하게 되어 피해자들이 착각할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④ 서로 잘 아는 피해자들 중 1명이 먼저 피고인의 사진을 보고 수사 경찰관에 의한 암시하에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하자, 나머지 피해자들도 피해자 상호간의 암시와 수사 경찰관의 암시에 따라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⑤ 더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들이 진술을 번복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의 진술내용에서 다른 피해자들이나 참고인들 및 증인들의 진술과 일치하지 않거나, 객관적 사실관계 또는 경험칙에 어긋나는 부분들이 많이 드러나는 점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피해자들의 진술의 정확성과 신빙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나. 기타 참고인들의 진술, 압수물들

(1) 송태훈의 진술내용

송태훈의 진술내용은, 자신이 2003. 7.경부터 인터넷전화방에서 근무하였는데, 피고인이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위 전화방에 손님으로 왔고, 2004. 1. 9.부터 인터넷전화방에 회원가입을 하여 위 전화방을 이용하였으며, 피고인의 인상착의가 피해자들이 말하는 범인의 인상착의와 비슷하다는 것으로, ① 이 사건 범행은 주로 송태훈이 위 전화방에서 일하기 전에 이루어진 점, ② 송태훈 스스로도 경찰에서 위 전화방의 손님 중 범인과 인상착의가 비슷한 사람을 몇 명 보았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송태훈의 진술은 피고인이 이 사건 범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되지 못한다.

(2) 김동하의 진술내용

위 인터넷전화방의 주인인 김동하의 진술내용도,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을 직접 보지 못하였으나, 송태훈으로부터 피고인이 인터넷전화방에 자주 출입을 하였다는 것을 들은 바 있고, 피고인의 인상착의가 경찰이 말하여 준 범인의 인상착의와 비슷하다는 것에 불과하므로, 위 진술 역시 피고인이 이 사건 범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되지 못한다.

(3) 공소외 1, 2의 각 진술내용

공소외 1과 공소외 2의 각 진술내용도, 피해자들이 범행을 당하였을 당시 직접 범인을 목격한 바 없으나, 피해자들로부터 그 피해사실을 들었다는 것이므로, 위 각 진술도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기에는 부족하다.

(4) 압수된 증거물들의 각 현존

① 검정색 가방 1개(증 제1호)는 통상 남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가방인 점, ② 노란색 기타줄 2개(증 제2호)에 관하여는, 피해자 2가 이 법정에서, 자신은 경찰에서 범인이 압수된 노란색 기타줄로 자신을 묶었다고 진술한 적이 없다고 진술한 점, ③ 쥐색 양복 상의 1점(증 제3호)에 관하여는, 증인 오동면의 법정 진술에 의하면 위 양복은 이 사건 범행 이후인 2003. 4.경 제작되었고, 또한 쥐색 양복은 많은 사람들이 즐겨 입는 양복 색상인 점, ④ 흰색 모자 1개(증 제8호)에 관하여는, 증인 김진용, 이상오의 각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2001.경 자신이 근무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 위 흰색 모자와 모양이나 색깔이 같고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영문 약자가 새겨진 모자를 교부받은 후 2001. 가을경 환경점검 당시 이를 버렸고, 그 후 피고인이 2003. 9.경에 달리기를 하면서 피고인의 직장 노조사무실에 있던 위 흰색 모자를 쓰고 나간 이후 피고인의 사물함에 위 흰색 모자를 보관하게 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와 같이 피해자 3이 피해를 당한 시기에 피고인이 위 흰색 모자를 소지하고 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범인이 자신의 직장의 영문 약자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보이는 점, ⑤ 그 밖에 피임기구(콘돔) 6개(증 제4호), 성 관련 책자(그녀를 사로잡는 섹스테크닉) 1권(증 제5호), 성보조기구(리가토니) 1점(증 제6호), 신문지조각 29장(증 제7호), 수첩 3권(증 제9호), 갈색 가죽가방 1개(증 제10호)는 이 사건 범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압수물들의 각 현존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인이라고 인정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되지 못한다.

다. 소결론

형사재판에서 공소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 2004. 4. 16. 선고 2003도7095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는 1명도 아닌 4명의 피해자들이 허위진술을 할 만한 동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분명하고 일관되게 피고인을 범인으로 단정하여 진술하고 있는 데다가, 피고인의 인상착의가 범인의 인상착의와 비슷한 점이 있고, 피고인이 실제로 공소사실 기재의 인터넷 전화방을 이용한 사실이 인정되는 점 등 피고인을 이 사건 범행의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인 피해자들의 각 진술에 신빙성이 없거나 증명력이 부족함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듯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이상, 이 사건 공소사실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결국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이현승(재판장) 서보민 김창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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