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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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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08. 9. 25. 선고 2008고단1201 판결
[범인도피(일부인정된죄명:범인도피교사)·공무상비밀누설][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검사

허준

변 호 인

명동법무법인 담당변호사 김호룡 외 1인

주문

피고인 1을 징역 6월에, 피고인 2를 징역 8월에 각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피고인 1에 대한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범죄사실

피고인 1은 2002. 7. 1.부터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서 8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사람이고, 피고인 2는 평택시 동삭동 (이하 생략) 소재 ○○○ 변호사 사무실 직원이다.

1. 피고인들의 공무상비밀누설

가. 피고인 2의 공무상비밀누설교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07. 3.경부터 평택지역 폭력조직 ‘ □□□파’에 대한 내사활동을 벌이다가 2007. 10. 3.자로 □□□파 조직원 53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일시에 발부받아 조직원들 일제검거에 나섰다.

피고인은 2007. 10. 10. 14:00경 위 ○○○ 변호사 사무실에 상담차 찾아온 □□□파 고문 공소외 1에게 위 변호사 사무실에서 이미 선임한 조직원 공소외 6, 5의 구속영장 사본을 보여주면서 공소외 1도 위 사건의 수사대상자임을 알려주었다.

이에 공소외 1로부터 체포영장이 발부된 조직원들의 명단을 정확히 알아봐 줄 수 있는지 문의를 받자, 피고인은 위 피고인 1에게 전화하여 “ □□□파 사건의 체포영장 발부자 명단을 구해달라”라고 말하여 그에게 □□□파 사건의 체포영장 발부자 명단을 누설할 것을 마음먹게 하고 그로 하여금 피고인의 전화를 받은 직후부터 같은 날 17:00경까지 평택시 동삭동 소재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민형과 사무실에서, 법원 재판사무시스템에 자신의 아이디로 접속하여 공소외 5, 6의 이름을 입력하여 영장번호를 알아낸 다음, 그 번호와 전후로 연속된 영장번호를 입력하여 죄명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단체등의구성·활동)”인 피의자 53명을 추출해 내어 ‘ □□□파’ 조직원 체포영장 명단을 출력한 후, 이를 메모지에 자필로 옮겨 적어 그 무렵 위 법원 사무실로 찾아온 피고인에게 이를 교부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 피고인 1이 직무상 취득한 공무상 비밀인 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의 지휘를 받아 수사중이던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의 □□□파 조직폭력사건의 체포영장 발부자 명단을 누설하도록 이를 교사하였다.

나. 피고인 1의 공무상비밀누설

피고인은 위 피고인 2의 교사에 따라 위 피고인 2의 전화를 받은 직후부터 같은 날 17:00경까지 평택시 동삭동 소재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민형과 사무실에서, 법원 재판사무시스템에 자신의 아이디로 접속하여 공소외 5, 6의 이름을 입력하여 영장번호를 알아낸 다음, 그 번호와 전후로 연속된 영장번호를 입력하여 죄명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단체등의구성·활동)”인 피의자 53명을 추출해 내어 ‘ □□□파’ 조직원 체포영장 명단을 출력하였고, 이를 메모지에 자필로 옮겨 적어 그 무렵 위 법원 사무실로 찾아온 위 피고인 2에게 이를 교부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직무상 취득한 공무상 비밀인 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의 지휘를 받아 수사중이던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의 □□□파 조직폭력사건의 체포영장 발부자 명단을 누설하였다.

2. 피고인 2의 범인도피

피고인 2는 2007. 10. 10. 18:00경 위 ○○○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실은 공소외 1을 비롯한 □□□파 조직원들에 대하여 범죄단체 구성 및 가입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이들이 도피중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위 1항과 같은 방법으로 입수한 체포영장 발부자 명단을 조직원 공소외 1에게 교부하여 범인을 도피하게 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들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공소외 1의 일부 법정진술

1. 피고인들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특히 범행일시에 관하여)

1. 내사착수보고

1. 공소외 1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사본(이에 첨부된 체포영장 발부자 명단 포함)

1. 피의자 공소외 5에 대한 신문사항

1. 공소외 1에 대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사본

1. 수사보고( □□□파 조직원 공소외 6의 구속영장 사본)

1. 공소외 1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등본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피고인 1 : 형법 제127조

1. 경합범가중

1. 집행유예

피고인들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고인 1의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 1은 이 사건 체포영장 발부자 명단이 ‘직무상 비밀’이라고 보기 어렵고, 이를 피고인 2에게 알려 준 행위도 ‘누설’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하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본다.

가. 피고인 1이 알게 된 이 사건 체포영장 발부자 명단이 ‘직무상 알게 된 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

(1) 형법 제127조 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피고인 1이 알게 된 체포영장 발부자 명단이 ‘직무상 비밀’이라고 볼 수 있는지 문제된다.

(2) 형법 제127조 소정의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이란 반드시 법령에 의하여 비밀로 규정되었거나 비밀로 분류, 명시된 사항에 한하지 않고, 정치, 군사, 외교, 경제, 사회적 필요에 따라 비밀로 된 사항은 물론 정부나 공무소 또는 국민이 객관적, 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도 포함한다( 대법원 1982. 6. 22. 선고 80도2822 판결 등).

(3) 위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체포영장 관련 업무가 원래 자신의 업무는 아니었으나 우연히 이에 관하여 검색권한을 갖게 된 것을 기화로 체포영장 발부자 명단을 위 범죄사실과 같이 피고인 2의 부탁을 받고 조사하여 피고인 2에게 알려 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수사가 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체포영장이 폭력조직원들 중 구체적으로 누구에 대하여 발부되었는가는 그 폭력조직에 속한 잠재적인 피의자들의 신변, 거동에 상당한 이해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고, 수사기관의 입장에서 이러한 사항이 외부에 알려져 당해 체포영장 피발부자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생길 경우 그 폭력조직원들이 도피하거나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할 가능성이 발생할 우려도 배제할 수 없어 수사진행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므로, 결국 체포영장이 누구에 대하여 발부되었는지는 비밀로 보호되어야 할 상당한 이익이 있으므로 ‘비밀’에 해당한다고 보여지고, 피고인 1이 우연히 갖게 된 검색권한으로 이러한 사항에 대하여 지득하였다 하여도 그것이 피고인 1의 직무와 관련하여 알게 된 ‘직무상’ 비밀임은 부인할 수 없다 할 것이다.

(4) 따라서 피고인 1이 알게 된 체포영장 발부자 명단은 ‘직무상 비밀’이라고 할 것이다.

나. 피고인 1이 피고인 2에게 위 체포영장 발부자 명단을 넘겨 준 것이 ‘누설’에 해당하는지 여부

형법 제127조 에서 규정한 ‘누설’이라 함은 직무상 비밀을 그것을 알지 못하는 제3자에게 알리는 것을 말하는바, 위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2가 폭력조직 ‘ □□□파’의 조직원들 중 체포영장이 발부되었을 사람을 추상적으로 추측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실제 발부되었는지에 관하여는 모르고 있던 상태였으므로, 피고인 1이 실제로 발부된 폭력조직원들의 명단을 피고인 2에게 알려준 행위는 그것을 알지 못하는 제3자인 피고인 2에게 알리는 ‘누설’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2. 피고인 2의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인 2는, 공무상비밀누설죄의 주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에 한정되는 대향범으로 형법총칙의 공범규정이 적용될 수 없으므로 이에 관하여 피고인 2의 교사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무죄이고, 범인도피와 관련하여서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자들을 도피시킬 의도가 없었고 공소외 1은 그 이전에 이미 발부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범인도피죄가 성립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가. 공무상비밀누설죄에 대한 교사범의 성립여부

(1) 공범을 처벌하는 근거는 공범이 정범의 주1) 불법 을 야기·촉진시키는 점에 있는바, 정범의 행위가 공범에 의하여 야기된 것으로 그 결과불법을 공범에게 귀속시킬 수 있다면, 설사 공범에게 구성요건상 일부 행위불법(특히 신분 등)이 결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형법 제33조 에 의하여 그 공범에게도 범죄가 성립될 수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2) 왜냐하면 형법 제33조 본문은 “신분관계로 인하여 성립될 범죄에 가공한 행위는 신분관계가 없는 자에게도 전3조의 규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신분관계가 없는 자라 하더라도 위 규정에 따라 정범의 행위불법이 귀속된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인 2는 피고인 1로 하여금 체포영장이 발부된 폭력조직원이 누구인지에 대하여 알아봐 줄 것을 부탁하였고, 이러한 부탁을 받고 피고인 1이 그 발부자 명단을 파악하여 피고인 2에게 이를 건넨 것으로, 결국 피고인 2는 피고인 1에게 공무상비밀누설의 행위불법(범행실행의 고의)과 결과불법(누설행위라는 실제 범행실행의 결과)을 야기시켰고, 형법 제33조 본문에 따라 피고인 2에게 결여되어 있는 피고인 1의 ‘신분상 직무위반’이라는 행위불법도 귀속시킬 수 있다고 할 것이다.

(4) 따라서 피고인 2에게 공무상비밀누설죄의 교사범의 죄책을 부담시킬 수 있다 할 것이므로, 이에 관한 피고인 2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주2) .

나. 범인도피죄의 고의 여부

(1) 형법 제151조 는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은닉’이란 장소를 제공하여 범인을 감추어 주는 행위를, ‘도피하게 한다’는 것은 그 이외의 방법으로 관헌의 발견, 체포를 곤란 내지 불가능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한다.

(2) 위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2는 자신이 입수한 체포영장 발부자 명단을 공소외 1에게 알려 준 사실, 공소외 1은 피고인 2를 만나기 며칠 전 양미승 등으로부터 자신이 수사대상에 올라 있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으나 자신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되었는지 여부는 정확히 몰랐던 사실, 공소외 1은 피고인 2를 방문하여 위 명단을 입수하면서 구체적으로 자신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되었으며 자신이 알고 있는 폭력조직원들에 대하여도 체포영장이 발부되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사실, 공소외 1은 그러한 사실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자신의 주거지인 평택지역에서 생활하였으나 그러한 사실을 확인한 후로는 자신이 생활하던 평택지역을 아예 벗어나 생활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도피생활을 하다가 천안시 성정동에서 검거되기에 이른 사실, 피고인 2는 공소외 1에게 체포영장 발부자 명단을 바로 폐기하라고 지시하였으나 공소외 1은 도피행위를 하면서 그 명단을 포함하여 자신이 관리하던 서류 일체를 자동차 트렁크에 넣고 다니다가 체포되면서 위 명단을 포함한 서류 일체를 압수당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그렇다면 피고인 2는 위 체포영장 발부자 명단이 바로 폐기되어야 할 정도로 수사상 중요도가 높은 서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점, 구체적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되었음을 그 대상자가 알 경우 그 대상자가 도피할 수 있음은 경험칙상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는 점, 실제로 공소외 1은 체포영장 발부사실을 알게 된 이후 자신의 주거지인 평택을 벗어나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는 등 도피의 정도를 강화한 점, 공소외 1을 자수시킬 의도만 있었다면 굳이 명단까지 건넬 필요는 없었던 점 등을 살펴보면, 피고인 2에게 범인도피에 대한 고의가 없다고 볼 수 없다.

(3) 또한 위 (2)항에서 언급한 위 사실관계상 공소외 1이 피고인 2로부터 명단을 건네받기 이전에 자신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사실을 확지하지 못하고 있었으므로, 피고인 2가 명단을 건네기 전에 공소외 1이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이상의 이유로 피고인들의 주장은 전부 받아들일 수 없다.

양형이유

1. 피고인 1 : 고도의 충실성이 요구되는 국가공무원으로서 직무상 알게 된 사실을 누설한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이 사건 누설행위는 개인적 친분관계가 있던 피고인 2의 부탁에 따라 행하여진 것으로 그와 같이 누설된 비밀이 폭력조직원에게까지 전달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하였던 점, 범행사실을 대체로 시인하면서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고 있는 점, 아무런 범죄전력 없는 초범일 뿐만 아니라 8년여간 법원공무원으로서 성실히 직무수행을 하여 온 점, 이 사건으로 인해 공무원의 신분을 상실할 것으로 보여지는 점 등을 참작하여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2. 피고인 2 : 개인적 친분관계가 있음을 기화로 하여 피고인 1에게 직무상 비밀에 속하는 체포영장 발부자 명단을 파악할 것을 의뢰하여 이를 입수한 후, 이를 그 체포영장 발부 대상자인 공소외 1에게 알려주어 실제로 공소외 1이 도피행위를 하게 되어 수사에 난항을 초래하였던 점, 이러한 피고인 2의 행위로 인해 피고인 1은 그 공무원직에서 파면될 상황에 처했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2에 대하여는 실형을 선고함이 불가피하다.

판사 우인성

주1) 반가치와 불법은 개념상 약간 차이가 있으나, 그 차이가 이 사건의 결론과는 무관하므로, 이하에서는 따로 구분하지 아니한다.

주2) 대향범에 있어 처벌규정이 없는 일방의 경우, 그에 대하여 형법총칙의 공범 규정 적용을 배제하여 불가벌의 영역에 남기는 것이 입법자의 의사에 항상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입법자가 예정한 정형적인 틀을 벗어난 경우, 가령 일방만 처벌규정이 있는 대향범에 있어 그 처벌규정 없는 일방이 처벌규정 있는 일방의 범의를 불러 일으키는 교사 혹은 교사에 준하는 공동정범(다만 공동정범의 본질상 관여자가 같은 방향으로 목적달성을 향해 나아가기 때문에, 추가적인 제3자의 개입이 없을 경우 서로 다른 방향에서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대향범이 성립되는 경우를 상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의 경우에는 처벌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대향범으로 파악될 수 있는 범인도피죄에 관하여, 범인도피교사의 성립을 인정한 대법원 2000. 3. 24. 선고 2000도20 판결,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5도3707 판결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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