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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2009. 2. 20. 선고 2008구합19291 판결
[등록세등부과처분취소] 항소[각공2009상,559]
판시사항

설립등기를 마친 후 폐업을 하여 사업실적이 없는 상태인 법인을 인수한 후 법인의 상호, 본점소재지, 임원, 목적사업을 변경한 경우, 구 지방세법 제138조 제1항 제3호 에서 정한 법인의 설립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회사 등의 영리법인이 영업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경우에 관하여 법률에서 아무런 규정을 하고 있지 않으므로, 당해 법인의 법인격 자체가 소멸하지 않는 한 당해 법인의 설립일은 당초 설립등기일이고, 폐업한 법인이 다시 영업을 재개하여 활동하는 경우에도 그 활동하는 시기에 새로이 법인이 설립되었다고 볼 수는 없으며, 지방세법이라 하여 이를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따라서 설립등기를 마친 후 폐업을 하여 사업실적이 없는 상태에 있는 법인을 인수한 다음 법인의 상호, 본점소재지, 임원, 목적사업을 변경한 경우가 구 지방세법(2006. 12. 30. 법률 제81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38조 제1항 제3호 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인의 설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원고

원고

피고

서울특별시 용산구청장

변론종결

2008. 12. 19.

주문

1. 피고가 2008. 2. 12. 원고에 대하여 한 별지 부과내역 기재 부과처분을 모두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청구취지 기재의 2008. 2. 15.은 오기로 보인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1994. 6. 3. ‘ 소외 1 주식회사’이라는 상호로, 자본금 50,000,000원, 본점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이하 생략)’, 대표이사를 소외 2, 감사를 소외 3, 목적사업을 홈패션 및 의류제조 및 도·소매업, 부동산 중개 및 임대업 등으로 하여 설립등기를 마쳤다.

나. 원고는 1995. 8. 29. 이후 사업실적이 전혀 없어 2001. 12. 4. 상법 제520조의2 제1항 에 따라 해산의제되어 해산등기가 마쳐졌다.

다. 원고는 2003. 3. 19. 회사계속등기를 하면서 상호를 ‘ 원고’로, 본점을 ‘서울 용산구 원효로2가 (이하 생략)’으로, 대표이사를 소외 4, 감사를 소외 5로 하고, 목적사업에 전자 및 전기 도·소매업을 추가하는 변경등기를 마쳤고, 같은 달 20. 다시 목적사업에 운수업 및 주차장 관리업을 추가하는 변경등기를 마쳤으며, 2003. 5. 27. 사업자등록을 마쳤다.

라. 원고는 2003. 6. 25.부터 2004. 10. 30.까지 사이에 별지 부과내역의 과세물건 소재지 기재 대지 및 건물 등을 취득하고 일반세율을 적용한 등록세와 지방교육세를 신고납부하였다.

마. 그 후 피고는, 원고가 2003. 3. 19. 회사계속등기를 하면서 상호, 본점소재지, 임원 및 목적사업 등을 전부 변경하였으므로 등기형식과는 상관없이 실질적으로 새로운 법인을 대도시 내에 신설한 것으로 보는 것이 실질과세의 원칙에도 부합되고,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등기는 구 지방세법(2006. 12. 30. 법률 제81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지방세법’이라고 한다) 제138조 제1항 제3호 구 지방세법 시행령(2006. 12. 30. 대통령령 1981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지방세법 시행령’이라고 한다) 제102조 제2항 이 정한 법인의 설립 이후 5년 이내에 취득하는 부동산등기이므로 각각 등록세 중과대상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08. 2. 12. 원고에게 별지 부과내역 기재와 같은 부과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갑 제3호증의 1 내지 9,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구 지방세법 제138조 제1항 제3호 가 규정하고 있는 ‘법인의 설립’은 조세법률주의의 원칙에 따른 엄격해석의 원칙 및 과세요건 명확주의 등에 비추어 볼 때 상법 제172조 에 의한 설립등기를 의미하는바, 원고의 설립등기일인 1994. 6. 3.로부터 5년이 경과한 2003. 6. 25.부터 2004. 10. 30.까지 사이에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하였으므로 등록세 중과요건에서 제외됨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2003. 3. 19.자 법인변경등기를 사실상의 새로운 법인설립으로 보아 법인의 설립등기시점이 아닌 변경등기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중과세 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

(2) 피고의 주장

구 지방세법 제138조 제1항 제3호 가 규정하고 있는 ‘대도시 내에서의 법인의 설립’에서 설립은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상법 제172조 의 등기형식으로서의 설립등기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정할 수는 없고 법인의 실질적인 설립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는 것이 구 지방세법 제138조 의 문언 해석상 타당할 뿐만 아니라, 변경등기의 형식을 취하였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설립행위로 포함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실질과세의 윈칙에도 부합되므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다. 판 단

(1) 이 사건의 주된 쟁점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설립등기를 마친 후 폐업을 하여 사업실적이 없는 상태에 있는 법인을 인수한 다음 법인의 상호, 본점소재지, 임원, 목적사업을 변경한 경우가 구 지방세법 제138조 제1항 제3호 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인의 설립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즉, 법인의 설립이 원고 주장과 같이 설립등기에 의한 설립만을 의미하는 것인지, 피고 주장과 같이 실질적 설립으로 평가할 수 있는 행위가 있는 경우도 포함하는 것이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허용될 수 있는지 여부에 있다.

(2) 조세법률주의(과세요건 명확주의)

헌법은 제59조 에서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라는 조세법률주의를 규정하고 있고, 조세법률주의의 내용인 과세요건 명확주의에 의하면 과세요건과 부과·징수절차를 규정한 법률 또는 그 위임에 따른 명령, 규칙은 그 내용이 일의적이고 명확하여야 하며 함부로 불확정개념이나 개괄조항을 사용하여서는 안 되는바, 과세관청의 자의를 배제하고 법적 안정성과 국민의 예측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과세요건이 명확하게 규정될 것이 요구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조세법률주의는 형해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과세요건 명확주의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구 지방세법 제138조 제1항 제3호 에서 규정하는 회사의 설립이라는 개념은 지방세법 등에서 회사의 설립에 관한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는 한, 회사의 설립에 관한 일반적인 규정을 두고 있는 상법에 의하여 확정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3) 회사설립의 개념에 관한 지방세법의 규정

구 지방세법제138조 제1항 제1호 , 제3호 에서 등록세가 중과되는 경우의 하나로 회사의 설립 등을 규정하고 있을 뿐 어떠한 경우를 회사의 설립으로 볼 수 있는지 등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구 지방세법 제138조 제1항 제1호 에는 법인등기의 중과요건으로서 ‘대도시 안에서의 법인의 설립과 지점 또는 분사무소의 설치에 따른 등기’를 규정하고 있고, 같은 항 제3호 에는 부동산등기의 중과요건으로서 ‘대도시 내에서의 법인의 설립과 지점 또는 분사무소의 설치 및 대도시 내로의 법인의 본점·주사무소 지점 또는 분사무소의 전입에 따른 부동산등기와 그 설립·설치·전입 이후의 부동산등기’를 규정하고 있으며, 구 지방세법 시행령 제102조 제2항 에는 “…법인 또는 지점 등이 그 설립·설치·전입 이전에 취득하는 일체의 부동산등기… …그 설립·설치·전입 이후의 부동산 등기라 함은…”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규정들을 종합하면 법인의 ‘설립’, 지점 또는 분사무소의 ‘설치’, 법인의 본점·주사무소 지점 또는 분사무소의 ‘전입’이라는 개념 이외에 ‘본점의 설치에 따른 법인의 사실상 설립’이라는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고, 같은 법 시행령 제104조의2(신고납부기한 등) 제2항 제1호 (가)목 에 ‘대도시 안에서 법인을 신설하는 경우 당해 사무소 또는 사업장이 사실상 설치된 날’을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등록세의 신고납부기한을 정하기 위한 규정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므로, 이로써 피고 주장과 같이 회사의 실질적 설립이라는 개념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등록세 중과요건인 회사설립의 개념을 법조문의 규정형식이나 내용의 해석에 터 잡아 확장하는 것은 과세요건 명확주의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이다.

(4) 상법 규정에 의한 법인 설립 시기의 확정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지방세법 등에서 회사 설립이라는 개념을 따로 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회사 설립에 관한 일반적 규정을 두고 있는 상법에 의하여 회사의 설립이라는 개념을 확정하여야 할 것인바, 주식회사의 설립은 기본적으로 설립행위와 설립등기를 필요로 하고, 주식회사는 그 설립등기를 마침으로써 성립하며( 상법 제172조 ), 이로써 회사로서의 법인격을 취득한다( 상법 제171조 제1항 ).

그리고 회사의 설립등기는 법인격의 취득에 관한 것이므로 설립등기의 효력에 관한 상법 제172조 는 지점 등의 경우에 적용되는 상업등기의 일반적 효력에 관한 상법 제37조 와 다른 강행규정이다.

이러한 점 등에 비추어, 회사 등의 영리법인이 영업활동을 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경우에 관하여 법률에서 아무런 규정을 하고 있지 않으므로 당해 법인의 법인격 자체가 소멸하지 않는 한 당해 법인의 설립일은 당초 설립등기일이고, 폐업한 법인이 다시 영업을 재개하여 활동하는 경우에도 그 활동하는 시기에 새로이 법인이 설립되었다고 볼 수는 없으며, 지방세법이라 하여 이를 달리 볼 것은 아니다.

(5) 실질과세의 원칙 등과의 관계

다만, 지방세법 제138조 제1항 은 법인의 경우 조직과 규모에 있어 강한 확장성을 가지고 활동의 영역과 효과가 넓고 다양하여 인구와 경제력의 집중효과가 자연인의 경우에 비하여 훨씬 더 강하게 나타나고, 동시에 대도시가 가지는 고도의 집적의 이익을 향유함으로써 대도시 외의 법인에 비하여 훨씬 더 큰 활동상의 편의와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으므로, 법인이 대도시 내에서 하는 등기에 대하여 자연인이나 대도시 외의 법인이 하는 등기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세율의 등록세를 부과하기 위한 규정이다( 헌법재판소 1996. 3. 28. 선고 94헌바42 결정 ).

따라서 이러한 등록세 중과를 회피하기 위하여 대도시에서 법인을 새로이 설립하는 대신 폐업중인 법인을 인수한 후 이를 이용하는 경우 이는 기업윤리에 어긋나고 조세정의에도 반하는 것으로서 이러한 행위에 대하여 규율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헌법 제38조 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제59조 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조세법률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바, 이러한 조세법률주의 원칙은 과세요건 등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제정한 법률로써 규정하여야 하고, 그 법률의 집행에 있어서도 이를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행정편의적인 확장해석이나 유추적용은 허용되지 않는다( 대법원 2000. 3. 16. 선고 98두11731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당사자의 거래행위를 그 형식에도 불구하고, 행위의 실질에 따라 조세회피행위라고 하여 그 행위의 효력을 부인하기 위해서는 법률에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부인규정이 마련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므로( 대법원 1999. 11. 9. 선고 98두14082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행위에 대하여 과세를 하기 위해서는 이에 관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법률규정을 두어야 할 것인데, 구 지방세법 등에 등록세를 중과하기 위한 요건인 회사의 설립에 관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법률규정이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실질과세의 원칙 등을 들어 원고에게 등록세 부과처분을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6)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과 같이 설립등기를 마친 후 폐업을 하여 사업실적이 없는 상태에 있는 법인을 인수한 다음 법인의 상호, 본점소재지, 임원, 목적사업을 변경한 경우가 구 지방세법 제138조 제1항 제3호 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인의 설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경구(재판장) 이진석 정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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