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구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3조 제3항 , 제6조 제1항 에서 불법·탈법적 목적에 의한 타인 실명의 금융거래를 처벌하는 취지 / 위 규정에서 말하는 ‘그 밖의 탈법행위’의 의미 및 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방조범의 성립에 필요한 고의의 내용 / 목적범인 구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위반죄의 방조범 성립에 필요한 고의의 내용
참조조문
[1] 구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2020. 3. 24. 법률 제171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 , 제2조 제3호 , 제4호 , 제3조 제3항 , 제6조 제1항 , 구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2020. 3. 24. 법률 제171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3호 (현행 제2조 제4호 참조), 제4호 (현행 제2조 제5호 참조), 제5호 (현행 제2조 제6호 참조) [2] 형법 제32조 , 구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2020. 3. 24. 법률 제171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3항 , 제6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도12346 판결 (공2018상, 379) [2]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3도6056 판결 (공2005상, 887) 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0도7866 판결 (공2022하, 1542)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변호인
변호사 김상미
원심판결
부산지법 2021. 1. 22. 선고 2020노1745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9. 12. 6.경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일명 해외 명품 액세서리 수입업체 ‘○○○’)으로부터 “해외 명품 액세서리 수입하는 업체인데 통관세 부가세 등이 과하게 발생하여 법인 대신 개인 명의로 취급을 하고 있다. 개인 명의로 대신 구매해주면 구매금액의 2%를 지급해 주겠다.”라는 제안을 받고, 이를 수락한 후 피고인 명의 국민은행계좌를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의 탈법행위에 제공하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은 2019. 12. 10.경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에게 피고인 명의 국민은행 계좌번호를 카카오톡으로 알려주었고,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은 2019. 12. 10. 11:27경 전화금융사기 범행을 통해 공소외인으로부터 1,000만 원을 피고인 명의 국민은행계좌로 송금받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성명불상의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에게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인 피고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하는 것을 용이하게 하여 이를 방조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세금감면을 위하여 해외 명품 액세서리를 법인 명의 대신 피고인 개인 명의의 계좌를 통한 금융거래로 구매하는 행위’가 어떠한 강행 법규의 규제를 회피·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인지 명확하지 않고, 이를 가리켜 금융거래를 이용한 불법자금거래를 차단할 필요성이 현저한 경우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성명불상자가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피고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한다는 점과 자신이 이를 용이하게 하는 것이라는 점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다거나 이를 예견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관련 법리
1) 구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2020. 3. 24. 법률 제171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금융실명법’이라 한다)은 ‘실지명의(실지명의, 이하 ‘실명’이라 한다)에 의한 금융거래를 실시하고 그 비밀을 보장하여 금융거래의 정상화를 꾀함으로써 경제정의를 실현하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제1조 ), 금융거래란 금융회사 등이 금융자산을 수입, 매매, 환매 등을 하는 행위를 말하며( 제2조 제3호 ), 실명이란 주민등록표상의 명의, 사업자등록증상의 명의 등을 말한다고 규정하면서( 제2조 제4호 ), 누구든지 구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2020. 3. 24. 법률 제171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3호 에 따른 불법재산의 은닉, 제4호 에 따른 자금세탁행위 또는 제5호 에 따른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 및 강제집행의 면탈, 그 밖에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여서는 아니 되고( 제3조 제3항 ), 위와 같은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6조 제1항 , 이하 제3조 제3항 과 제6조 제1항 을 모두 합하여 ‘이 사건 규정’이라고 한다 ).
위와 같은 구 금융실명법의 입법 목적과 그 내용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규정이 불법·탈법적 목적에 의한 타인 실명의 금융거래를 처벌하는 것은 이러한 금융거래를 범죄수익의 은닉이나 비자금 조성, 조세포탈, 자금세탁 등 불법·탈법행위나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도12346 판결 참조).
이 사건 규정에서 말하는 ‘그 밖의 탈법행위’라 함은, 단순히 우회적인 방법으로 금지규정의 제한을 피하려는 행위 전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규정에 구체적으로 열거된 불법재산의 은닉, 자금세탁, 공중협박자금조달 및 강제집행의 면탈과 같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에 준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앞서 본 이 사건 규정의 입법 목적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
2) 형법상 방조행위는 정범이 범행을 한다는 정을 알면서 그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간접의 행위를 말하므로, 방조범은 정범의 실행을 방조한다는 이른바 방조의 고의와 정범의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인 점에 대한 정범의 고의가 있어야 하나, 방조범에서 정범의 고의는 정범에 의하여 실현되는 범죄의 구체적 내용을 인식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고 미필적 인식 또는 예견으로 족하다 (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3도6056 판결 등 참조).
구 금융실명법 제6조 제1항 위반죄는 이른바 초과주관적 위법요소로서 ‘탈법행위의 목적’을 범죄성립요건으로 하는 목적범이므로, 방조범에게도 정범이 위와 같은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 실명 금융거래를 한다는 점에 관한 고의가 있어야 하나, 그 목적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인식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
나.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피고인은 2019. 12. 6.경 ‘해외 명품 액세사리 수입하는 업체’라고 하면서 ‘하루 거래량의 2%를 급여로 선지급, 아르바이트생 구함’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카카오톡 메신저로 문의를 하였고, 자신을 ‘○○○’이라고 말하는 성명불상자로부터 “해외 명품 액세서리(가방, 시계)를 수입하는 업체인데, 통관세와 부가세 등이 과하게 발생하여 법인 대신 개인 명의로 취급을 하고 있다. 대신 당일 구매금액의 2% 선지급을 해준다.”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
2) 피고인은 “관세청이나 세무서에서 세무관계로 법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나요.”라고 물어보았는데, 성명불상자는 “개인 명의로 명품 가방, 시계를 구매하는 것이고, 개인 5만 불까지만 하는 거다.”라고 답변하였고, 이에 피고인은 성명불상자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피고인 명의 국민은행계좌의 계좌번호를 알려주었다.
3) 성명불상자는 2019. 12. 10.경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을 하여 공소외인으로부터 1,000만 원을 편취하였는데, 그 편취금을 피고인 명의 국민은행계좌로 송금받았다.
4) 피고인은 2019. 12. 10. 성명불상자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국민은행계좌에서 600만 원을 중국 계좌로 해외송금 하고, 수수료 20만 원을 자신의 다른 계좌로 송금한 후 나머지 400만 원을 송금하려고 하였으나 사기 계좌로 등록되어 송금을 하지 못하였다.
5) 피고인은 성명불상자로부터 들은 통관세, 부가세 발생을 피하려는 개인 계좌 사용이 결국 탈법인데 왜 그런 불법행위에 가담하였느냐는 경찰의 질문에 “저도 탈법이라는 의심을 하여 그 사람에게 세금문제 등이 발생하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는데, 개인 1년 한도가 5만 불이라면서 문제가 없다고 해서 계좌번호를 알려주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탈법행위라고 의심했음에도 그런 행위를 한 이유를 묻자 “당시 저의 금전적 상황이 어렵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답변하였다.
다. 판단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1)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인이 사기 범행을 통한 편취금을 자신이 아닌 타인 명의 금융계좌로 송금을 받는 이유는 범죄수익을 은닉하고 범인의 신원을 은폐하기 위한 것으로, 타인 실명의 금융거래를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전형적인 경우이므로, 이 사건 규정이 말하는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한 타인 실명 금융거래에 해당한다.
2) 한편 이 사건 규정에서 ‘탈법행위’의 하나로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자금세탁행위’에는 ‘ 관세법 제270조 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재산의 취득·처분 또는 발생 원인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는 행위’가 포함되어 있고[ 구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4호 (다)목 참조], 관세법 제270조 는 세액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과세가격 등을 거짓으로 신고하거나 신고하지 아니하고 수입하는 행위( 제1항 제1호 ), 부정한 방법으로 관세를 감면받는 행위( 제4항 ) 등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법인에게 부과되는 관세를 면하기 위하여 거짓으로 개인 명의로 면세 범위 내의 수입거래를 하는 행위는 관세법 제270조 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수입거래의 주체를 가장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이를 위하여 타인의 금융계좌를 이용하여 금융거래를 하는 것은 이 사건 규정이 말하는 ‘자금세탁행위’를 목적으로 한 타인 실명 금융거래에 해당한다.
3) 피고인은 자신의 개인통관번호로 실제로 외국제품을 구매하여 이를 정범인 성명불상자에게 되파는 등의 실질적인 거래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정범인 성명불상자가 이 사건 규정에서 말하는 ‘자금세탁행위’에 해당하는 수입거래의 주체를 가장하는 행위를 하기 위하여 피고인 명의로 금융거래를 하려고 한다고 인식하였음에도 이러한 범행을 돕기 위하여 자신 명의의 금융계좌 정보를 제공하였고, 정범인 성명불상자는 이를 이용하여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을 통한 편취금을 송금받아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타인 실명의 금융거래를 하였다. 그렇다면 피고인에게는 구 금융실명법 제6조 제1항 위반죄의 방조범이 성립하고, 피고인이 정범인 성명불상자가 목적으로 삼은 탈법행위의 구체적인 내용이 어떤 것인지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범죄 성립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4)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구 금융실명법 제3조 제3항 에서 말하는 ‘자금세탁행위’의 의미, 방조범의 정범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참조판례
- [1]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도12346 판결
- [2]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3도6056 판결
- 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0도7866 판결
참조조문
- [1]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구) 제1조
-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구) 제2조 제3호
-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구) 제2조 제4호
-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구) 제3조 제3항
-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구) 제6조 제1항
-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구) 제2조 제3호
-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4호
-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구) 제2조 제4호
-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5호
-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구) 제2조 제5호
-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6호
- [2] 형법 제32조
-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구) 제3조 제3항
-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구) 제6조 제1항
본문참조판례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도12346 판결
대법원 2005. 4. 29. 선고 2003도6056 판결
본문참조조문
-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구) 제2조 제3호
-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구) 제2조 제4호
-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구) 제2조 제3호
-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구) 제2조 제4호
-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구) 제2조 제5호
-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구) 제3조 제3항
-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구) 제6조 제1항
-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구) 제6조 제1항
-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구) 제3조 제3항
원심판결
- 부산지법 2021. 1. 22. 선고 2020노1745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