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민수)
피고, 피항소인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2008. 10. 24.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가 2006. 6. 2.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소외 2 유한회사에 소속되어 전북 진안군 동향면 도리들 용수로 수해복구공사현장(이하, 이 사건 현장이라 한다)에서 석공으로 일하던 소외 1은 2006. 2. 27. 07:20경 이 사건 현장에서 모닥불을 피우다가 불길이 바지에 옮겨 붙어(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받던 중 2006. 3. 9. 사망하였다.
나. 소외 1의 어머니인 원고는 2006. 4. 7. 소외 1의 사망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하고 있는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유족보상금 및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06. 6. 2. 원고에게 ‘ 소외 1은 소외 회사의 일용직 근로자로서 이 사건 사고 당일에는 예정된 석축공사가 없어 사업주와 고용관계가 단절되어 있었고, 당시 소외 1은 향후 석축공사가 가능한지 여부를 살펴보기 위하여 잠시 사고 현장에 나왔다가 몸을 녹이기 위하여 자의적으로 모닥불을 피우던 중 화재가 발생한 점 등에 비추어 소외 1의 사망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 제32조 , 제34조 에서 규정하고 있는 업무상 사고나 작업시간 중 사고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유족보상금과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 2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및 이 사건의 쟁점
가. 원고의 주장
망 소외 1(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06. 2. 24.과 같은 달 25. 이 사건 현장에서 석축공사를 하였고, 이 사건 사고 당일인 같은 달 27.에도 석축공사를 하기 위하여 포크레인 기사, 석공보조 등과 함께 이 사건 현장에 나갔다가 석축공사를 수행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하던 중 잠시 몸을 녹이기 위하여 모닥불을 피우다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는데, 겨울철 공사현장에서 모닥불을 피우는 것은 공사를 위해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준비작업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사고로 인한 망인의 사망은 소외 회사의 지배관리 하에서 이루어진 업무수행 및 그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과정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소정의 업무상 재해라 할 것임에도 이를 부정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피고의 주장
망인은 2005. 12. 14. 하루 석축공사를 하였을 뿐 그 후부터 이 사건 사고 당시까지는 겨울철 공사중지기간으로 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어 사업주와의 고용관계가 단절되어 있었고, 이 사건 사고 당일에도 망인은 향후 석축공사가 가능한지 여부를 살펴보기 위하여 잠시 이 사건 현장에 나왔다가 몸을 녹이기 위하여 자의적으로 모닥불을 피우던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여 사망하였는바,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사고나 작업시간 중의 사고로 인한 것이 아니어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상의 업무상 재해라 볼 수 없다.
다. 이 사건의 쟁점
망인이 2006. 2. 24.과 같은 달 25.에도 석축공사를 하였고, 이 사건 사고 당일에도 석축공사를 하기 위하여 이 사건 현장에 가 공사준비를 하던 중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인지, 즉 망인이 이 사건 현장에서 불을 피우다가 발생한 사고로 인하여 사망한 것이 사업주인 소외 회사의 지배 관리하에서 이루어지는 업무수행 및 그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한 것이어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3. 이 사건 쟁점에 대한 판단
가. 인정사실
⑴ 망인은 2005. 12. 1. 소외 회사와 같은 날부터 전북 진안군 동향면 도리들 용수로 수해복구공사 준공일까지 이 사건 사고 현장에서 석공업무를 수행하되 일용근로자로서 임금은 업무수행일마다 현금 25만원씩을 지급받기로 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⑵ 이 사건 수해복구공사는 원래 2005. 11. 14. 착공하여 같은 해 12. 29. 준공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2005. 12. 17.경부터 2006. 3. 1.까지 눈으로 인하여 공사가 중지되었고, 2006. 3. 2. 재착공하여 2006. 3. 9. 준공되었다.
⑶ 소외 회사의 노무비지급명세서(을 제6호증의 2)에 의하면, 소외 회사는 2005. 11.부터 이 사건 사고 당일까지 사이에 망인에게 2005. 12. 14. 하루 노임으로 25만원을 지급한 것 이외에는 임금을 지급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⑷ 이 사건 사고 현장에서 망인의 구체적인 업무내용은 포크레인 기사가 포크레인을 사용하여 망인이 지정하는 위치에 전석을 올려놓으면, 망인이 다시 전석의 위치를 조정하거나 쇠망치로 이를 다듬은 후 마지막으로 전석 사이의 틈을 자갈 등으로 채워 석축을 고르게 쌓는 작업으로, 이와 같은 석축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석과 포크레인이 미리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5) 그런데 소외 회사의 공사일지(을 제7호증의 1)에 의하면, 2005. 11. 30.부터 이 사건 사고 당일까지 사이에 석공이 공사현장에 나와 석축작업을 한 것으로 기재된 날은 2005. 12. 14.과 이 사건 사고 당일인 2006. 2. 27.뿐인데, 2005. 12. 14.자 공사일지에는 포크레인이 입고된 것으로 기재되어 있음에 반하여, 2006. 2. 27.자 공사일지에는 포크레인이 입고되었다는 기재가 없다.
⑹ 겨울철에 내린 눈이 전석 위에 쌓이게 되면 전석을 쌓더라도 미끄러져 고정이 되지 않아 석축작업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므로 눈이 오거나 눈으로 인하여 공사가 중지되는 경우 석공들은 석축작업이 가능한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공사현장을 미리 답사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망인 역시 공사중지기간 동안 때때로 공사현장에 나와 중지된 석축공사를 재개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였다.
(7) 소외 6, 9 등은 눈 때문에 중지된 수해복구공사의 재개 준비를 위하여 2006. 2. 26.경부터 이 사건 현장에 나와 쌓인 눈을 치우고 얼음을 제거하는 등의 작업을 하고 있었으며, 이 사건 당일에도 쌓인 눈을 치우고 자재를 정리하는 등의 준비작업이 계획되어 있었다{이 사건 현장과 인접한 장수군에는 2006. 2. 25.(강수량 5.5mm)과 같은 달 26.(강수량 1.5mm) 눈이 내렸다}.
⑻ 망인은 2007. 2. 27. 07:20경 이 사건 사고 현장에서 나뭇가지 등을 모아 놓고 자기 차량에서 가지고 온 석유를 뿌려 불을 피우던 중 불길이 솜바지에 옮겨 붙어 온몸에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받던 중 2006. 3. 9. ‘직접사인 패혈성 쇼크, 중간선행사인 패혈증, 다발성 장기기능 부전, 선행사인 심재성 2~3도 화상(체표면적의 45%)’으로 사망하였다.
(9) 한편, 이 사건 현장에는 2005. 12. 6. 140개, 같은 달 16. 100개, 2006. 3. 2. 410개의 전석이 각 공급되었고, 망인과 같이 숙련된 석공은 1일 140개 내지 150개 정도의 전석을 쌓을 수 있는데, 이 사건 사고 이후 소외 회사가 새로 고용한 석공 소외 10 2006. 3. 2.부터 같은 달 4.까지 3일간 이 사건 현장에 남아있던 전석을 모두 쌓아 석축공사를 마쳤으며, 자신이 작업하기 전에 약 140개 내지 150개의 전석이 쌓여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2호증, 을 제3 내지 12호증, 을 제14 내지 19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와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원고는 을 제7호증의 1, 2가 이 사건 사고 후에 허위로 작성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에 부합하는 갑 제10호증의 1과 제1심 및 이 법원의 증인 소외 3의 각 증언은 아래 나.(3)항 기재와 같은 이유로 이를 믿지 아니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믿지 아니하는 증거] 갑 제3호증의 1, 2, 갑 제4호증의 1, 2, 갑 제5, 6, 7, 8호증의 각 1, 갑 제10호증의 1, 3, 갑 제13, 14호증의 각 1, 제1심 및 이 법원의 증인 소외 3, 이 법원의 증인 소외 8의 각 증언{믿지 않는 이유는 아래 나.(3)항 기재와 같다.}
나. 판단
⑴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07. 4. 11. 법률 제8373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산재법이라고 한다) 제4조 제1호 가 정하는 업무상의 사유에 의한 재해로 인정되기 위하여는 당해 재해가 업무수행 중의 재해이어야 함은 물론이고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에 있어야 하는 것이고, 여기에서 업무수행성은 사용자의 지배 또는 관리하에 이루어지는 당해 근로자의 업무수행 및 그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과정에서 재해의 원인이 발생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정규의 근무시간 외의 행동은 그것이 업무를 위한 준비작업 또는 본래의 업무의 마무리 등으로 업무에 통상 부수하거나 업무의 성질상 당연히 부수하는 것이 아닌 한 일반적으로 업무수행으로 보지 아니하고, 또한 업무장소에서 업무시간 내에 발생한 사고라도 비업무적 활동 때문에 생긴 사고라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6두7669 판결 등 참조).
⑵ 이 사건에 돌아와 보건대, 위 인정사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망인은 소외 회사 소속의 일용직 근로자인데 2005. 12. 14. 하루 일당을 지급받은 외에는 일당을 지급받은 사실이 없고, 이 사건 사고 당시는 겨울철 공사중지기간으로 석축공사가 시행되지 않아 망인과 소외 회사와의 사이에 근로계약 관계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② 이 사건 현장에 공급된 전석은 2005. 12. 6. 140개, 같은 달 16. 100개, 2006. 3. 2. 410개이고, 이 사건 사고 발생 이후 소회 회사에 고용되어 석축공사를 마무리 한 소외 10은 2006. 3. 2.부터 같은 달 4.까지 3일간 이 사건 현장에 남아 있던 전석을 모두 쌓아 석축공사를 마쳤는데, 그가 작업하기 전 약 140개 내지 150개의 전석이 쌓여 있었다고 진술하고 있는 등에 비추어 망인이 2006. 2. 24.과 같은 달 25. 2일간 석축작업을 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이 사건 사고 당일 이 사건 현장에는 눈이 쌓여 있어 공사중지기간 경과 후 재개할 공사를 위하여 거푸집 등에 쌓인 눈을 치우고 자재를 정리하는 작업이 계획되어 있었을 뿐이고, 전석과 포크레인이 준비되어 있지 않는 등 석축작업이 계획되어 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 사건 현장에 쌓여있던 눈으로 인하여 석축작업을 할 수도 없었던 점, ④ 석공들의 경우 눈이 와서 돌이 얼어 있다거나 하면 바로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통상 작업을 진행하기 전에 현장여건을 확인하는데, 경력 20년이 넘고 평소 일을 꼼꼼하게 처리하던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당일 예정된 석축공사가 없음에도 공사중지기간 이후 공사가 재개되기 전에 작업여건 등 현장확인을 하기 위하여 이 사건 공사 현장에 나왔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⑤ 망인은 이 사건 현장에서 현장관리자의 지시나 작업과 관련하여 불을 피웠다기 보다는 자신의 업무와 관계없이 몸을 녹이기 위하여 나뭇가지를 모은 후 자신의 차량에서 가지고 온 석유를 뿌리던 중 불길이 망인의 솜바지에 옮겨붙어 화상을 입고 사망한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결국 이 사건 사고는 사업주인 소외 회사의 지배 또는 관리하에서 업무수행 및 그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과정에서 일어난 사고라고 볼 수 없으므로 망인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라 할 수 없고, 따라서 원고에게 산재법상의 유족보상금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3) 원고는, 망인이 2006. 2. 24.과 같은 달 25. 2일 동안 포크레인 기사 소외 8, 석공보조 소외 7과 함께 석축공사를 수행하였음에도 전석을 잘못 쌓아 올리는 바람에 문책을 받을 것이 두려워 소외 회사에 보고하지 않았을 뿐이고, 망인은 이 사건 사고 당일에도 석축공사가 있다는 통보를 받고 소외 8 등과 함께 석축공사를 수행하기 위하여 위 현장에 나갔으며, 소외 8이 포크레인으로 석축공사를 위한 정지작업을 하고 있는 동안 망인이 언 손을 녹이기 위하여 모닥불을 피우다가 발생한 화재로 인하여 망인이 사망한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은 산재법 소정의 업무상 재해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이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갑 제3호증의 1, 2, 갑 제4호증의 1, 2, 을 제5, 6, 7, 8호증의 각 1, 을 제10호증의 1, 3, 제1심 및 이 법원의 증인 소외 3, 이 법원의 증인 소외 8의 각 증언이 있다.
그러나, 위 각 증거는 위에서 인정한 사실들과 아래와 같은 사정 등에 비추어 이를 믿지 아니한다.
① 갑 제5, 6, 7, 8호증의 각 1( 소외 4, 5, 6, 11의 각 확인서)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때로부터 약 2년 6개월이 지나고 이 사건 제1심 판결이 선고된 후인 2008. 8.경 작성·제출되었을 뿐 아니라, 소외 4, 5, 6의 경우 이 사건 사고 직후 본인들이 한 진술 내용을 번복하고 있는데, 이들이 사고 직후 허위로 진술하였을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② 원고는 망인이 2006. 2. 24.과 같은 달 25. 2일간 전석을 잘못 쌓아 올려 이를 고치는 작업을 하였다고 주장하나, 망인은 경력 20년이 넘은 숙련된 석공으로서 평소 일을 꼼꼼하게 처리하였던 점에 비추어 원고 주장과 같이 전석을 잘못 쌓았을 것으로 보여지지 않는다.
③ 전석작업은 돌 위에서 대부분의 작업을 하므로 만일 눈이 오거나 전석이 얼어 미끄러운 경우 작업을 할 수 없는데,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현장에는 눈이 쌓여 있었고, 이 사건 현장과 인접한 장수지방에는 2006. 2. 25.과 같은 달 26. 2일간 눈이 내렸다.
④ 석공들은 석축작업을 하기 위하여 안전화를 신는데,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인은 안전화를 신지 않고 가죽으로 된 단화를 신고있었다.
설령 망인이 이 사건 사고 당일 예정된 석축작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이 사건 사고 현장에 나온 것이라는 취지의 원고의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망인이 자신의 차에서 기름을 가져와 모닥불을 피운 행위가 망인의 작업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준비작업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위와 같이 믿지 아니하는 제1심 및 이 법원의 증인 소외 3의 증언 외에는 현장관리자의 지시나 작업과 관련하여 불을 피운 것으로 인정할 증거도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결국 이유 없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데,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옳다고 인정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