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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9. 16. 선고 2019나32162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원고,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이공 담당변호사 양홍석 외 1인)

피고,피항소인

대한민국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유한)바른 담당변호사 김현경 외 3인)

2022. 8. 12.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5. 9. 선고 2015가단5381624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의 피고에 대한 부분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1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3. 2. 1.부터 2022. 9. 16.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원고와 피고 사이의 소송총비용 중 5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의 금전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1. 청구취지

피고는 제1심공동피고 2와 공동하여 원고에게 20,000,1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3. 2. 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원고는 항소장의 항소취지에 재산상 손해배상 청구액을 기존 2,0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위자료 청구액을 3,0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감축하여 기재하였다가, 이 법원에서 2022. 1. 28.자 항소취지 변경신청서를 통하여 재산상 손해배상 청구액을 다시 100원으로 감축하고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의 지연손해금율을 연 15%에서 연 12%로 바꾸는 내용으로 항소취지를 변경하여 제8회 변론기일에서 그 범위 내에서 청구취지도 함께 감축하였다. 또한, 2022. 7. 4.자 항소취지 변경신청서를 통하여 지연손해금을 기존 2012. 12. 17.부터 구하는 것에서 2013. 2. 1.부터 구하는 것으로 항소취지를 추가로 감축하였는데, 그 범위 내에서 지연손해금 부분의 청구취지도 감축한 것으로 본다. 한편, 제1심판결 중 제1심공동피고 2에 대한 부분은 분리·확정되었다).

2.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0,000,1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3. 2. 1.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원고가 이 법원에서 항소취지를 2회에 걸쳐 변경하였음은 위에서 보았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제1심공동피고 2는 2009. 2. 12. 제30대 국가정보원장에 임명되어 2013. 3. 21.까지 근무하였고, 소외 1은 2011. 4. 5.부터 2013. 4. 12.까지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라 한다)에서 3차장으로, 소외 2는 2010. 12. 3.경부터 2013. 4. 12.경까지 국정원 심리전단장으로 각 근무하였다.

2) 원고는 ‘(사이트명 생략)’이라는 이름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이하 ‘이 사건 사이트’라 한다)의 운영자이다. 이 사건 사이트는 2001년에 개설되었는데, 2012. 12.경을 기준으로 70만 명 이상의 이용자가 이 사건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였다.

나. 이 사건 사이버 활동 및 관련 형사판결

1) 대통령의 직속기관인 국정원의 심리전단 산하 심리전 업무 전담팀(이하 ‘사이버팀’이라 한다)은 제1심공동피고 2의 지시에 따라 2009. 2.경부터 인터넷 사이트 등 사이버 공간에서 모니터링을 하면서 다수의 아이디를 번갈아 사용하거나 외부조력자의 도움을 받는 등의 방법으로 조직적인 사이버 활동을 수행하였다.

2) 위 심리전단 산하 4개 사이버팀의 직원 70~80여명은 2009. 2.경부터 2012. 12.경까지 이 사건 사이트를 포함한 다수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특정 정당 또는 정치인들을 지지·찬양하거나 반대·비방하는 게시글, 댓글을 작성하여 게시하고, 특정 정당과 정치인들을 지지·찬양하거나 반대·비방하는 게시글에 대하여 ‘추천(찬성)’ 또는 ‘비공감(반대)’ 클릭(이하 이를 통틀어 ‘찬반클릭’이라 한다)하는 등의 사이버 활동(이하 ‘이 사건 사이버 활동’이라 한다)을 수행하였는데, 이 사건 사이트에서는 한 명이 복수의 닉네임을 사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2012. 8. 22.경부터 2012. 12. 17.경까지 특정 정당 또는 정치인과 관련된 게시글 및 댓글 400건을 작성하거나, 2,835회에 걸친 찬반클릭을 하였다. 주1)

3) 제1심공동피고 2 및 소외 1, 소외 2는 공직선거법위반 및 국가정보원법위반의 점으로 기소되었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4. 9. 11. 2013고합577,1060(병합)호 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중 국가정보원법위반의 점은 일부 유죄, 공직선거법위반의 점은 전부 무죄로 판단하여 제1심공동피고 2에 대하여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및 자격정지 3년, 소외 1, 소외 2에 대하여 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자격정지 1년을 각 선고하였다. 피고인들 및 검사의 항소에 대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 및 이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판결에 따라, 서울고등법원은 2017. 8. 30. 2015노1998호 로 “피고 2는 국정원의 직무 범위를 본연의 국가안보 기능에 한정한 국정원법의 원칙과 한계를 넘어도 된다는 그릇된 인식으로, 국정원 3차장 산하 심리전단 직원들에게 사이버 공간에서 각종 정치적 이슈와 선거에 관하여 특정한 여론을 조성하거나 특정 후보자를 낙선하도록 할 목적으로 특정 정당과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찬양 내지 반대·비방 의견을 유포하도록 지시하였고, 소외 1은 3차장으로서, 소외 2는 심리전단장으로서 지휘 계통에 따라 국정원장인 피고 2의 위와 같은 지시를 심리전단 직원들에게 시달하여 직원들의 사이버 활동을 통해 정치관여 범행이 실행되도록 함으로써, 그 직위를 이용하여 정치관여 행위를 함과 아울러 선거운동이 금지된 공무원으로서 그 지위를 이용하여 낙선 목적 선거운동을 하였다”는 공직선거법위반죄 주2) 및 국가정보원법위반죄 주3) 의 범죄사실로, 피고 2에 대하여 징역 4년 및 자격정지 4년, 소외 1, 소외 2에 대하여 각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및 자격정지 2년 6월을 각 선고하였다. 위 판결은 2018. 4. 19. 확정되었다( 대법원 2017도14322 ).

다. 국정원 관계인의 이 사건 종북 관련 발언

(언론사명 생략)은 2013. 1. 28.「국정원 “종북활동 가능성많은 ‘(사이트명 생략)’감시, 우리역할”」이라는 제목으로, 국정원 대변인이 같은 날 (언론사명 생략)과 인터뷰에서 “대공·대북·방첩을 포함해 국내 종북세력 척결(사이버상 종북세력 적발)이 우리(국정원) 업무에 들어가 있다”면서, 이 사건 사이트가 종북 사이트냐는 물음에 대하여는 “종북 사이트라는 것이 따로 있는 게 아니지만 (이 사건 사이트가) 종북세력이나 북한과 연계된 인물들이 활동하고 있는 가능성이 많이 있는 공간으로 본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기사를 보도하였다(이하 국정원 대변인의 위 발언을 ‘이 사건 종북 관련 발언’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 내지 7, 9, 31 내지 34, 38 내지 4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1) 국가 공무원인 국정원 직원들의 이 사건 사이버 활동으로 인하여, 회원들의 추천 및 비공감으로 게시글과 댓글의 여론형성 등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이 사건 사이트의 ‘평판시스템’이 붕괴되었으므로, 이 사건 사이버 활동은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일 뿐 아니라 원고에 대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고, 이로 인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사이트의 공신력이 저하되고 이용자들의 이용시간 및 이용량이 감소하는 등 손해가 발생하였다.

2) 또한 국정원 관계자 등이 이 사건 사이트를 ‘종북 사이트’로 지칭하는 등의 이 사건 종북 관련 발언으로 인하여 원고의 명예가 훼손되고, 이 사건 사이트에 접속하는 이용자, 트래픽이 감소하는 등의 손해가 발생하였다.

3) 따라서 피고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에 따라 원고가 이 사건 사이버 활동 및 종북 관련 발언으로 인하여 입은 재산상 손해 100원 및 위자료 20,000,000원(= 이 사건 사이버 활동으로 인한 위자료 10,000,000원 + 종북 관련 발언으로 인한 위자료 1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판단

1) 재산상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에 성립하는 것이고,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 그러한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는 피해자인 원고가 이를 증명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3. 4. 8. 선고 2000다53038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1) 이 사건 사이버 활동으로 인한 재산상 손해배상 청구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15 내지 19, 35 내지 3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국정원 사이버팀 직원들이 이 사건 사이트에서 활동하면서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들을 지지·찬양하거나, 반대·비방하는 게시글에 대하여 추천 또는 비공감 버튼을 클릭한 사실 및 특정 정치인 등에 대한 비판적 게시글이 이 사건 사이트 상위 게시판에 게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위와 같은 비판적 게시글에 비공감 버튼을 클릭하고, 이와 무관한 다른 게시글에 추천 버튼을 클릭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 사건 사이트를 이용해온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위 법리를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찬반클릭 등 이 사건 사이버 활동이 이 사건 사이트의 평판시스템을 붕괴시키는 등의 가해행위를 구성한다거나, 또한 그로 인하여 이 사이트 운영자인 원고에게 현실적으로 손해가 발생하였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한 원고의 재산상 손해배상 청구는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가) 이 사건 사이트는 유머, 시사, 경제, 과학 등 그 분야별로 나뉜 총 83개의 게시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사건 회원 누구나 각 게시판에 자유롭게 글 또는 댓글을 작성하거나, 다른 회원이 작성한 글 또는 댓글에 ‘추천’ 및 ‘비공감’ 버튼을 클릭할 수 있다. 원고가 주장하는 이 사건 사이트의 ‘평판시스템’은, 각 게시판의 게시글 중 10개 이상의 추천, 3개 이하의 비공감을 받은 게시글은 ‘베스트’ 게시판에 자동 등록되고, 그중 100개 이상의 추천, 10개 이하의 비공감을 받은 게시글은 ‘베스트 오브 베스트’ 게시판에 자동으로 등록되도록 하는 시스템으로, 댓글 중에서도, 추천을 많이 받은 댓글에는 추천수에 따라 메달 모양의 아이콘이 추가되거나, 댓글에 파란색 음영이 처리되는 등 이용자들의 눈에 잘 띄는 효과가 적용되고, 비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은 블라인드 처리가 되는 등, 이용자들의 추천 및 비공감 표시로 게시글과 댓글의 노출 정도 등이 달라지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주4)

(나) 국정원 소속 사이버팀 직원들은 특정 게시글이 베스트 또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 게시판에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하여 해당 게시글에 비공감 버튼을 클릭하거나(이하 ‘반대 작업’이라 한다), 이와 무관한 다른 게시글에 추천 버튼을 클릭하여 이를 위 베스트 또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 게시판으로 보내는 작업(이하 ‘추천 작업’이라 한다)을 수행하였다. 원고가 제출한 자료에 의하더라도 사이버팀에서 추천 작업을 하는 방식은, 이미 추천 수가 5개 이상 쌓인 게시글에 최소 1개부터 최대 5개의 추천을 추가하여 이를 베스트 게시판 등에 자동 등록되도록 하는 것인데, 이는 이미 일반 이용자로부터 여러 개의 추천을 확보한 게시글에 추천을 일부 추가하여 이 사건 사이트 상위게시판에 노출되게 하였다는 것으로, 일반 이용자들이 이 사건 사이트를 활용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고, 추천 작업으로 인해 게시글의 게시판 내 노출도가 바뀐 양상과 지속도 등에 관한 구체적인 주장과 증명이 없는바, 이와 같은 활동만으로 원고가 주장하는 평판시스템이 붕괴되었다고는 보기 어렵다.

반대 작업에 관하여 살피더라도, 사이버팀은 ‘3개 이하의 비공감을 받은 게시글만 베스트 게시판으로 갈 수 있다’는 이 사건 사이트의 규정에 따라 특정 정치인과 관련한 게시글에 최소 1개부터 최대 3개의 비공감을 추가하여 해당 게시글이 베스트 게시판에 자동 등록되는 것을 막는 방식으로 활동하였는데, 위와 같은 사이트 이용방법 또한 일반 사용자들이 이 사이트를 이용하는 방식 내에서 이루어졌고, 사이버팀이 달리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타인의 아이디를 해킹하는 등 위법한 방법을 동원한 사정은 있지 않으며, 그러한 반대 작업이 없었다고 가정할 경우 위 해당 게시글이 베스트 게시판으로 등록될 것이 자명하다고도 볼 수 있는 사정 등에 관한 타당한 주장 및 증명이 없는바, 위 반대 작업 활동을 들어 이 사이트의 평판시스템을 붕괴하는 가해행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 원고는 또한 이 사건 사이버 활동이 원고 사이트 운영 원칙상 금지된 행위라고도 주장한다. 살피건대, 이 사건 운영자가 2012. 9. 18. 및 같은 달 22.에 ‘비공감은 이 사건 사이트 첫 방문 이후 24시간이 지난 경우에만 가능하고, 시사 게시판은 하루 5개, 나머지 게시판은 하루 30개까지 각 비공감(반대)이 가능’, ‘회원에 한하여 베스트 게시물 추천 가능’ 등 운영 원칙을 추가로 도입하였는데, 위 새로운 운영 원칙은 원고의 기존 평판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식에 일부 변화가 생긴 것에 불과하고, 사이버팀 소속 직원들도 위 새로운 운영 원칙에 따라 활동한 이상, 이것만으로 위법한 가해행위를 인정하기는 부족하다.

(라) 한편, 제1심공동피고 2 및 소외 1, 소외 2 등이 관련 형사판결에서 공직선거법위반죄 및 국가정보원법위반죄로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공직선거법위반죄 및 국가정보원법위반죄는 선거의 공정성·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거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 등이 그 입법 취지로서 국가적 법익을 주된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이므로, 비록 위 확정판결의 범죄사실이 이 사건 사이버 활동과 관련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로써 곧바로 개인적 법익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업무방해죄 내지는 원고에 대한 가해행위가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마) 또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하여, 손해의 발생 및 불법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의 존재에 관한 입증책임은 원칙적으로 피해자에게 있는데, 형사사건에서의 업무방해죄의 성립에 있어서는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는 것은 아니고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면 족한( 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도7927 판결 ) 반면, 민사사건에서는 가해자의 업무방해 행위가 불법행위로서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업무방해의 결과로서 피해자에게 손해가 실제로 발생하여야 하고, 이를 원고가 입증하여야 하는 점에 비추어 보면, 설령 이 사건 사이버 활동이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국정원 사이버팀이 수개월간 그 결과가 무익할 것으로 알거나 믿고서 그러한 활동을 수행하였다고는 상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 사건 사이버 활동이 이 사건 사이트의 평판시스템에 모종의 위험을 가하였을 것으로 추단할 수 있는 데에서 그치고, 그 활동의 결과로 인해 원고에게 실제로 재산적 손해가 발생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자료는 없다.

(2) 종북 관련 발언으로 인한 재산상 손해배상 청구

(가) 관련 법리

민법상 불법행위가 되는 명예훼손이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사람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 인격적 가치에 대하여 사회적으로 받는 객관적인 평가를 침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이 있는 사실을 명시적으로 적시한 표현행위가 명예훼손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지만, 의견이나 논평을 표명하는 형식의 표현행위도 그 전체적 취지에 비추어 의견의 근거가 되는 숨겨진 기초 사실에 대한 주장이 묵시적으로 포함되어 있고 그 사실이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수 있다면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 일정한 의견을 표명하면서 그 의견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따로 밝히고 있는 표현행위는 적시된 기초 사실만으로 타인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될 수 있는 때에는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다(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다26432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①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8, 10 내지 12, 25 내지 3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위 법리를 비추어 보면, 국정원 대변인이 이 사건 사이트에 관하여 “(이 사건 사이트가) 종북세력이나 북한과 연계된 인물들이 활동하고 있는 가능성이 많이 있는 공간으로 본다”고 표현한 것은, 그 표현행위 자체가 의견을 표명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더라도, 전체적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의견의 근거가 되는 숨겨진 기초 사실, 즉 이 사이트가 종북세력과 관련한 사이트라는 사실에 대한 주장이 묵시적으로 포함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 국정원 대변인은 ‘이 사건 사이트가 종북 주5) 사이트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하여 “이 사건 사이트가 종북세력이나 북한과 연계된 인물들이 활동하고 있는 가능성이 많이 있는 공간으로 본다.”고 답변하였는데, 그 표현 자체는 사실 적시가 아닌 의견의 표현으로 볼 여지가 있지만, 국정원이 ‘국외 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대공(대공) 등]의 수집·작성 및 배포’ 등 보안업무 주요 직무로 하는 대통령 직속 정보기관으로서, 주6) 일정한 범죄에 대한 수사권까지 행사하는 국가기관인 점, 위 표현의 주체가 국정원 대변인으로서 기관 전체의 입장을 대표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인 점에다가, 표현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사용된 표현뿐만 아니라 발언자와 그 상대방이 누구이고 어떤 지위에 있는지도 고려해야 하고, 발언자의 지위나 평소 태도도 그 발언으로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판단할 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61654 판결 등 참조)을 보태어 보면, 대공 업무를 관장하는 국가기관이 언론과의 인터뷰 자리에서 특정 사이트를 두고 ‘종북세력이나 북한과 연계되었을 가능성이 많이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표현이 단순한 의견 표현에 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 국정원 대변인의 위 발언에 앞서 2013. 1. 7. (언론사명 2 생략)에도 「국정원 “김씨 업무는 대북, ‘종북세력’ 움직임 파악”」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도되었는데, 위 기사에 의하면 국정원 관계자는 2013. 1. 7. (언론사명 2 생략)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대북 업무를 일일이 설명할 수 없지만, 대북 업무와 관련해서 이 사건 사이트에 들어갔다”, “이 사건 사이트 자체가 종북 글 아니면 정치적인 글밖에 없다“는 취지로 인터뷰한 사실이 인정된다.

국정원 대변인의 이 사건 종북 관련 발언 및 위 국정원 관계자의 발언 등이 언론에 보도된 시점은, 이 사건 사이버 활동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되어 이른바 ‘불법 대선개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을 때로, 당시 이 사건 사이트에 관한 사회적인 주목도가 높아진 상태에서 국정원 대변인 등의 위 각 발언을 접한 일반인들은 국정원의 지위 및 역할에 비추어 이 사건 종북 관련 발언을 사실의 적시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 또한, 이 사건 종북 관련 발언 이후 당시 여당 원내대변인이 기자들을 상대로 “이 사건 사이트를 종북성향 사이트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하거나, 특정 방송국 앵커가 생방송에서 “이 사건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종북세력들을 몰아내야 한다.”고 발언한 사실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대통령 직속 정보기관인 국정원의 대변인이 이 사건 사이트가 종북세력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많다고 발언한 것이 그 이후 여론형성 등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 한편, 기사 중 어떤 표현이 공적인 존재인 특정인의 정치적 이념에 관한 사실 적시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에 대한 의혹의 제기나 주장이 진실에 부합하는지 또는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따질 때 일반적인 경우와 같이 엄격하게 증명할 것을 요구해서는 안 되고 그러한 의혹의 제기나 주장을 할 수도 있는 구체적 정황의 제시로 충분하다는 점( 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다37524, 37531 판결 등 참조)에 비추어, 이 사건 종북 관련 발언이 구체적인 정황 제시가 있는 의혹 제기로서 불법행위가 되지 않는지에 관하여 보더라도, 국정원 대변인은 아무런 구체적인 정황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이 사건 사이트가 종북세력과 관련이 있다는 취지로 발언하였으므로, 이는 구체적 정황의 제시가 있는 의혹의 제기나 주장에 해당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 실제로도, 앞서 관련 형사판결에서 본 바와 같이, 국정원 사이버팀이 수행한 이 사건 사이버 활동은 국정원의 정당한 직무 범위 내의 것이 아니라, 선거에 개입하기 위한 목적 아래 이루어진 것으로서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죄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사이버 활동과 관련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종북 관련 발언도 이를 정당한 의혹의 제기나 주장이라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② 또한, 원고가 이 사건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특정 게시글이 받은 추천 및 비공감 수에 따라 해당 게시글이 자동으로 사이트 메인에 노출되는 상위게시판으로 이동되게 하거나, 댓글 중 많은 수의 비공감을 받은 댓글은 그 본문이 보이지 않게 블라인드 처리를 하는 등의 방식으로 평판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이용자들의 사용 양상도 관리해온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사이트에 게재되는 게시글을 꾸준히 관리해온 것으로 보이고, 남북이 분단되고 국가보안법이 실정법으로 존재하는 우리 사회에서 ‘종북’이라는 표현이 낳는 부정적인 인상과 위하적인 효과를 고려하면 이 사건 사이트가 종북세력 등과 관련이 있다는 묵시적 사실에 관한 표현은 원고가 다년간 이 사건 사이트 운영 등을 통해 쌓아 올린 명성, 신용 등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침해하는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③ 그러나, 일반적인 입증책임의 원칙상 구체적인 손해의 발생, 불법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등은 모두 피해자인 원고가 이를 증명하여야 하는데, 원고가 주장하는 트래픽 감소, 이용자 수 감소, 클릭 수 감소 등 재산상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객관적인 자료가 없을 뿐 아니라, 설령 원고 주장과 같이 종북 관련 발언 이후로 이 사건 사이트에 대한 이용자들의 활동이 뜸해졌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현상 자체가 명예훼손으로 인한 재산상 손해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위자료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사이버 활동에 대한 위자료 청구

(1)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사이버 활동이 이 사건 사이트의 평판시스템을 붕괴시키는 위법한 가해행위를 구성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음은 앞서 본 것과 같다.

(2) 또한, 일반적으로 타인의 불법행위 등에 의하여 재산권이 침해된 경우에는 그 재산적 손해의 배상에 의하여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재산적 손해의 배상에 의하여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이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서 가해자가 그러한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것인데( 대법원 1996. 11. 26. 선고 96다31574 판결 등 참조), 원고가 이 사건 사이버 활동으로 인한 재산상 손해의 배상과 위자료를 함께 청구하고 있는 이 사건에서,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사이버 활동으로 인한 재산상 손해의 배상만으로는 회복될 수 없는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는 점을 선뜻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위자료 청구는 이유 없다.

나) 종북 관련 발언에 대한 위자료 청구

(1) 관련 법리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면 국가에 배상책임이 생긴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 공무원이 형식적 의미의 법령을 위반한 경우뿐만 아니라, 인권존중·권력남용금지·신의성실처럼 마땅히 지켜야 할 규범을 어겼을 때를 비롯하여 널리 그 행위가 객관적인 정당성을 잃었다면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 대법원 2002. 5. 17. 선고 2000다22607 판결 , 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2다204587 판결 등 참조).

(2) 판단

국정원 대변인의 종북 관련 발언으로 인하여 원고의 명성, 신용 등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침해되는 등 원고의 명예가 훼손되었음은 앞서 본 것과 같고, 이는 공무원이 직무 집행 중 고의 또는 과실로 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 원고가 그에 따른 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은 경험칙상 당연하므로, 피고는 금전적으로나마 이를 위자할 의무가 있다. 살피건대, 위 종북 관련 발언의 주체, 경위 및 태양, 이 사건 사이트와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가 국민의 공개적이고 자유로운 의사표현 및 그 정치적 기본권 강화의 매체로서 갖는 구심적 역할, 위 발언으로 인해 이 사건 사이트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이루어진 양상, 이후 밝혀진 국정원의 이른바 불법 대선개입 사건의 전모,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그 위자료 액수는 원고가 청구하는 10,000,000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

다. 소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국가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에 따라 원고에게 위자료 1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공무원의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2013. 2. 1.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2. 9. 16.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론

따라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데, 제1심판결 중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는 부분은 부당하다. 이에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의 피고에 대한 부분 중 원고 패소부분을 일부 취소하고, 피고로 하여금 원고에게 위 돈의 지급을 명하며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윤웅기(재판장) 양은상 김양훈

주1) 위 활동 내역은 원고가 조사 및 분석한 자료(갑 제31호증)에 기초한 것이다. 한편, 이 사건 사이버 활동을 주요 범죄사실로 하는 관련 형사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4. 9. 11. 선고 2013고합577,1060(병합) 판결)에 첨부된 범죄일람표에 따르면, 국정원 사이버팀은 2012. 8. 22.경부터 2012. 12. 17.경까지 이 사건 사이트에서 특정 정당 또는 정치인과 관련된 게시글 및 댓글 156여건을 작성하고, 1,050여회에 걸친 찬반클릭을 하였다. 사이버팀은 주로 이 사건 사이트의 시사 게시판 등에서 하나의 게시글에 집중적으로 반대 클릭을 하면서 게시글이 베스트 게시판에 올라가지 못하도록 하는 활동을 하였다가 2012. 9. 19.경부터 여러 아이디에 의한 집중적인 반대 클릭이 원고에 의해 제재를 받게 되자 유머, 연예, 요리 게시글에 대하여 로그인이 필요하지 않은 추천 클릭을 많이 하여 베스트 게시판에 올리는 활동도 전개하였다.

주2) 구 공직선거법(2013. 3. 23. 법률 제11690호로 타법개정되기 전의 것) 제255조(부정선거운동죄) ③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2. 제85조제1항을 위반하여 선거운동을 한 사람 제85조(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금지) ① 공무원은 그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이 경우 공무원이 그 소속직원이나 제53조 제1항 제4호부터 제6호까지에 규정된 기관 등의 임직원 또는 「공직자윤리법」 제17조에 따른 사기업체등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선거운동은 그 지위를 이용하여 하는 선거운동으로 본다.

주3) 구 국가정보원법(2014. 1. 14. 법률 제12266호로 일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국가정보원법’이라고만 한다) 제18조(정치관여죄) ① 제9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 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제9조(정치관여의 금지) ② 제1항에서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2. 그 직위를 이용하여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하여 지지 또는 반대 의견을 유포하거나, 그러한 여론을 조성할 목 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하여 찬양하거나 비방하는 내용의 의견 또는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

주4) 당시 일일 평균 베스트 게시판의 게시글은 약 780여 건, 베스트 오브 베스트 게시판의 게시글은 약 160여 건이며, 보통 베스트 게시판의 게시글은 5,000~10,000건의 조회 수를, 베스트 오브 베스트 게시판의 게시글은 30,000~100,000건의 조회 수를 기록한다.

주5) ‘종북’의 사전적 의미는 ‘북한의 집권 정당인 조선 노동당과 그 지도자의 정책, 이념 따위를 추종하는 일’이다(국립국어원 우리말샘 참조). 또한, 우리 사회에서 ‘종북’은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것으로서,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헌법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행위를 하여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일’이라는 부정적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서울고등법원 2014. 8. 8. 선고 2013나38444 판결 등 참조).

주6) 구 국가정보원법 제2조, 제3조 제1항 제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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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참조판례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4. 9. 11. 2013고합577,1060(병합)호

서울고등법원은 2017. 8. 30. 2015노1998호

대법원 2017도14322

대법원 2003. 4. 8. 선고 2000다53038 판결

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도7927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다26432 판결

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61654 판결

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0다37524, 37531 판결

대법원 1996. 11. 26. 선고 96다31574 판결

대법원 2002. 5. 17. 선고 2000다22607 판결

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2다204587 판결

본문참조조문

-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원심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5. 9. 선고 2015가단5381624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