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화해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청약이 실효되는 경우
[2] 청약자가 미리 정한 기간 내에 이의를 하지 아니하면 승낙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뜻을 청약시 표시한 경우 그 효력
판결요지
[1] 민법 제527조, 제528조 제1항 및 상법 제52조의 규정에 의하면, 각기 다른 보험회사의 보험에 가입한 피보험차량들이 일으킨 교통사고로 제3의 피해자가 손해를 입어 어느 한 보험회사가 손해 전액을 배상한 경우에 그 보험회사가 함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다른 피보험차량의 운행자나 그 보험회사와 사이에 쌍방의 손해분담비율에 관하여 화해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청약을 함에 있어서도 그 청약은 원칙적으로 철회하지 못하는 것이나, 청약시 승낙기간을 정한 경우에는 그 승낙기간, 그렇지 아니한 경우에는 상당한 기간이 도과하면 그 청약은 실효되고, 이 때의 상당한 기간은 청약이 상대방에게 도달하여 상대방이 그 내용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하여 회신을 함에 필요한 기간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는 구체적인 경우에 청약과 승낙의 방법, 계약 내용의 중요도, 거래상의 관행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정하여지는 것이다.
[2] 청약이 상시거래관계에 있는 자 사이에 그 영업부류에 속한 계약에 관하여 이루어진 것이어서 상법 제53조가 적용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청약의 상대방에게 청약을 받아들일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회답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청약자가 미리 정한 기간 내에 이의를 하지 아니하면 승낙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뜻을 청약시 표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상대방을 구속하지 아니하고 그 기간은 경우에 따라 단지 승낙기간을 정하는 의미를 가질 수 있을 뿐이다.
원고,상고인
동양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한미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유경희 외 1인)
피고,피상고인
피고 1 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한다. 이 부분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인용하고 있는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결에서 채용하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피고 1은 그 소유의 (차량번호 1 생략) 승용차(이하 '사고 승용차'라고 한다)에 관하여 피고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이하 '피고 회사'라고 한다)와 사이에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1996. 11. 1. 05:00경 사고 승용차를 운전하여 호남고속도로 상행선을 진행하다가 노면에 빗물이 고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 급정차조치를 취하는 순간 미끄러지며 시동이 꺼지자 섬광신호 혹은 불꽃신호 등으로 추돌사고 방지를 위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1차로를 가로막고 정차한 사고 승용차에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그 상태에서 소외 한국도요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의 종업원인 소외 1이 원고 회사의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한 소외 회사 소유의 (차량번호 2 생략) 소형 포터트럭(이하 '사고 트럭'이라고 한다)을 시속 60 - 70km의 속도로 운전하고 오다가 정차중인 사고 승용차를 뒤늦게 발견하여 추돌함으로써 사고 승용차에 동승하고 있던 소외 2 등 3인의 피해자에게 각각 상해를 입혔다.
원고 회사는 사고 트럭의 보험자로서 피해자들에게 합계 금 132,451,900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는 한편, 1996. 12. 11. 피고 회사에게 사고 트럭과 사고 승용차의 과실비율을 80:20으로 정하면서 7일 이내에 이의가 없으면 원고 회사가 정한 과실비율에 따라 손해배상금을 부담하는데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내용의 1차 통보를 하였다가, 피고 회사 측으로부터 아무런 이의 제기가 없는 상태에서 1997. 4. 29.에 이르러 사고 트럭과 사고 승용차의 과실비율을 1차 통보상의 비율과는 역으로 20:80으로 정정하는 2차 통보를 하였으나, 피고 회사는 다음날인 같은 달 30. 피고 회사 자신 및 피고 1을 대리하여 원고 회사에 1차 통보상의 과실비율에 동의한다는 통보를 하였다.
원심은 위와 같은 인정 사실에 터잡아, 원고 회사의 1996. 12. 11.자 1차 통보는 화해계약의 청약으로서 이를 철회할 수 없으므로 원고 회사가 1차 통보의 내용을 정정하는 2차 통보를 1997. 4. 29.자로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에 의하여 1차 통보가 철회되었다고 할 수 없고, 또 원고 회사가 1차 통보 당시 7일 이내에 이의하지 아니하면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통보하였으므로, 피고 회사가 1997. 4. 30.에 이르러 1차 통보에 동의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동의가 효력이 없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원고 회사의 1차 통보와 그에 대한 피고 회사의 1997. 4. 30.자 동의에 따라 이 사건 교통사고에 대한 손해분담비율에 관하여 원고 회사와 피고들 사이에 화해계약이 성립되었다고 판단함으로써, 원고 회사가 피해자들에게 지급한 손해배상금 중 피고 1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하는 원고 회사의 이 사건 청구 중 1차 통보상의 사고 승용차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부분을 초과하는 부분은 이를 기각하고 있다.
2. 민법 제527조, 제528조 제1항 및 상법 제52조의 규정에 의하면, 각기 다른 보험회사의 보험에 가입한 피보험차량들이 일으킨 교통사고로 제3의 피해자가 손해를 입어 어느 한 보험회사가 손해 전액을 배상한 경우에 그 보험회사가 함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다른 피보험차량의 운행자나 그 보험회사와 사이에 쌍방의 손해분담비율에 관하여 화해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청약을 함에 있어서도 그 청약은 원칙적으로 철회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청약시 승낙기간을 정한 경우에는 그 승낙기간, 그렇지 아니한 경우에는 상당한 기간이 도과하면 그 청약은 실효되고, 이 때의 상당한 기간은 청약이 상대방에게 도달하여 상대방이 그 내용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하여 회신을 함에 필요한 기간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는 구체적인 경우에 청약과 승낙의 방법, 계약 내용의 중요도, 거래상의 관행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정하여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청약이 상시거래관계에 있는 자 사이에 그 영업부류에 속한 계약에 관하여 이루어진 것이어서 상법 제53조가 적용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청약의 상대방에게 청약을 받아들일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회답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청약자가 미리 정한 기간 내에 이의를 하지 아니하면 승낙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뜻을 청약시 표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상대방을 구속하지 아니하고 그 기간은 경우에 따라 단지 승낙기간을 정하는 의미를 가질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원심 제2차 변론기일에서 1차 통보시 7일 이내에 이의가 없는 경우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한 것은 7일의 승낙기간을 정한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원고 회사의 1차 통보는 상당한 기간의 경과에 의하여 실효되었으므로 그 이후에 이루어진 피고 회사의 1997. 4. 30.자 동의는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였음을 알 수 있으나(1998. 7. 30.자 준비서면), 원심은 이에 관하여 단지 원고 회사가 1차 통보 시에 7일 이내에 이의하지 않으면 승낙한다고 간주한다고 하였으므로 피고 회사의 동의가 비록 그 이후에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는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 회사가 1차 통보시 7일 이내에 이의하지 아니하면 승낙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뜻을 표시하였다고 하더라도 상법 제53조가 적용될 수 있는 경우가 아닌 한 피고 회사에 대하여 아무런 구속력을 가질 수 없고, 따라서 피고 회사가 승낙 혹은 거절의 의사를 표시하지 아니한 이상 계약의 성부는 확정될 수 없고, 그 7일의 기간은 승낙기간을 정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그 기간이 도과하면 오히려 청약이 실효되어 그에 따른 계약이 성립할 수 없게 된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원고 회사의 1차 통보에 대하여 피고 회사가 1997. 4. 30. 동의함으로써 이 사건 교통사고에 관한 손해분담비율에 대하여 원고 회사와 피고들 사이에 화해계약이 성립하였다고 보고만 것은 결국 승낙기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할 것이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