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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다46347 판결
[구상금][미간행]
판시사항

법률상 사항에 관한 법원의 석명의무

원고, 상고인

삼성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홍명호)

피고, 피상고인

피고 1외 3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하이뷰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당사자가 어떠한 법률효과를 주장하면서 미처 깨닫지 못하고 그 요건사실 일부를 빠뜨린 경우에는 법원은 그 누락사실을 지적하고, 당사자가 이 점에 관하여 변론을 하지 아니하는 취지가 무엇인지를 밝혀 당사자에게 그에 대한 변론을 할 기회를 주어야 할 의무가 있고, 당사자가 부주의 또는 오해로 인하여 증명하지 아니한 것이 분명하거나 쟁점으로 될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명시적인 다툼이 없는 경우에는 법원은 석명을 구하고 증명을 촉구하여야 하며, 만일 당사자가 전혀 의식하지 못하거나 예상하지 못하였던 법률적 관점을 이유로 법원이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려는 경우에는 그 법률적 관점에 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하고, 그와 같이 하지 않고 예상 외의 재판으로 당사자 일방에게 불의의 타격을 가하는 것은 석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위법을 범한 것이 된다 ( 대법원 2005. 3. 11. 선고 2002다60207 판결 ,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7다51703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고양시 덕양구청장이 2002. 6. 28. 인천지방조달청장을 통하여 피고 2 주식회사와 사이에 시도 74호선 일부 구간의 중앙분리대의 설치, 차선도색, 기설치 시설물의 제거를 위한 공사에 관하여 공사금액을 206,890,000원으로 하는 조달물자 구매계약을 체결한 사실, 피고 2 주식회사는 2002. 8. 11. ‘ ○○기업’이라는 상호로 도장공사업 등을 하던 피고 1에게 위 공사 중 차선도색 공사를 하도급 준 사실, 피고 1은 위 ○○기업에 근무하던 소외 1, 2, 3, 4에게 위 차선도색 공사의 시행을 지시하였고, 이에 따라 소외 1 등이 피고 1 소유의 5톤 화물차량을 타고 2002. 8. 15. 09:00경 고양시 일산구 내곡동 170에 있는 대곡역 인근 서울외곽순환도로 일산인터체인지 앞 도로에 도착한 후, 공사를 시행하고 있다는 것을 표시하는 시설물인 적색 깔때기를 설치하거나 별도의 안전요원을 배치하지 아니한 채, 편도 3차로인 위 도로의 1차로에 위 화물차량을 세운 다음 도색작업을 하기 위해 시공기를 조작하거나 그 주변에 서 있었던 사실, 그 무렵 소외 5가 화물차를 운전하고 위 도로 1차로를 진행하던 중 도로에 서 있던 위 소외 2, 3, 4(이하 ‘피해자들’이라고 한다)를 피하지 못하고 차례로 충격하였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그로 인하여 위 소외 2는 사망하고, 소외 3, 4는 각 중상을 입은 사실, 원고가 소외 5 운전의 위 화물차의 보험자로서 소외 2의 유족들과 소외 3, 4에게 각 보험금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사고는 위 소외 5의 과실과 피고들의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한 것인데, 공동불법행위자인 피고들의 부담부분이 40%에 이른다고 주장하며 피고들에 대하여 구상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에 대하여, 피고 1의 경우 피해자들의 사용자로서 피용자인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점이 인정되므로 피해자들이 이 사건 사고로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인정되기는 하지만, 공동불법행위자 중 1인이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에 대하여 구상권을 행사하기 위하여는, 자기의 부담부분 이상을 변제하여 공동의 면책을 얻었음을 주장·입증하여야 하는데, 제1심법원이 원고에게 위 보험금의 지급경위와 합의금 산정내역 등에 관하여 석명할 것을 명하였음에도 원고는 그 석명을 하지 않았고 원심에서도 그에 관한 증거를 제출한 바 없어, 원고가 위와 같이 보험금을 지급함으로써 공동불법행위자인 소외 5의 부담부분 이상을 변제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위 피고에 대한 청구를 배척하였고, 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원고의 청구에 관하여도 역시 원고가 보험금을 지급함으로써 소외 5의 부담부분 이상을 변제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원심의 판시와 같이 제1심법원이 원고에게, 원고가 소외 5의 부담부분 이상을 피해자들에게 변제하여 공동의 면책을 얻었다는 점(이하 ‘이 사건 쟁점’이라고 한다)에 관하여 주장·입증하도록 석명을 구하였으나, 원고가 제1심은 물론, 원심 변론종결시까지도 이 사건 쟁점에 관하여 아무런 주장·입증도 하지 않은 사실을 알 수 있으나, 다른 한편, 기록에 의하면, 제1심판결은 피고 1, 피고 3 주식회사, 피고 4에게 이 사건 사고로 피해자들이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이 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위 피고들에 대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을 뿐( 피고 2 주식회사에 대하여는 자백간주에 의한 원고 승소판결이 선고되었다), 이 사건 쟁점에 대한 원고의 주장·입증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한 바 없고, 이 사건 쟁점에 관하여는 전혀 판단한 바도 없는 사실, 이에 따라 원고는 원심에 이르러 제1심판결이 청구기각 사유로 삼은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에 관하여만 추가적인 주장·입증을 하였고, 피고들 역시 주로 그 부분만을 쟁점으로 삼아 다투었으며, 원심도 이 사건 쟁점에 관하여 원고에게 그 주장이 누락되었음을 지적하거나 입증을 촉구한 바 없어, 이 사건 쟁점이 원심 변론과정에서 쟁점이 된 바 없었던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와 같은 이 사건 소송수행과정이나 심리과정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제1심판결이 청구기각 사유로 삼은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에 관하여 주장·입증하느라, 제1심법원의 석명사항을 간과하고 이 사건 구상금 청구의 주요 요건사실 중 하나인 이 사건 쟁점에 대한 주장·입증을 누락한 것임이 분명해 보이므로,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쟁점에 대한 주장·입증이 없음을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려는 경우에는, 원고에 대하여 그 주장이 누락되었음을 지적하며 그에 대한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고 입증을 촉구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원심이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도 아니한 채 이 사건 쟁점에 대한 원고의 주장·입증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한 것은, 원고가 예상하지 못한 법률적인 관점에 기한 예상 외의 재판으로 원고에게 불의의 타격을 가하였을 뿐 아니라, 석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것이라 할 것이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영란(재판장) 이홍훈 차한성(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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