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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의정부지방법원 2017.11.9.선고 2017고단3454 판결
병역법위반
사건

2017고단3454 병역법위반

피고인

검사

송찬우 ( 기소 ) , 이정민 ( 공판 )

변호인

변호사 윤○○ ( 국선 )

판결선고

2017 . 11 . 9 .

주문

피고인은 무죄 .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

이유

1 .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현역병 입영대상자이다 .

피고인은 2017 . 5 . 31 . 남양주시에 있는 피고인의 집에서 피고인의 부 B를 통하여 2017 . 6 . 26 . 육군 제12보병사단으로 입영하라는 경기북부병무청장 명의의 현역입영통 지서를 수령하였다 . 그러나 피고인은 자신의 종교가 ' 여호와의 증인 ' 이라는 이유로 정 당한 사유 없이 위 입영일로부터 3일이 지나도록 입영하지 아니하였다 .

2 . 판 단

가 . 인정 사실

증거들에 의하면 ,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

1 ) 피고인은 어렸을 때 여호와의 증인인 아버지 B , 어머니 C의 인도로 신앙생활 을 시작하였고 2012 . 12 . 22 . 침례를 받았으며 현재 ' 여호와의 증인의 서귀포 중국어 회중 ' 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

2 ) 피고인은 2017 . 5 . 31 . 경기북부병무지청장으로부터 2017 . 6 . 26 . 육군 제12보 병사단에 입영하라는 현역병입영통지서를 받았다 . 피고인은 그 무렵 경기북부병무지청 장에게 " 여호와의 증인으로서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에 임할 수 없다 . " 는 취지의 글 과 함께 여호와의 증인임을 증명하는 교회 측의 확인서를 제출하였다 .

3 ) 피고인은 자신의 종교적 양심에 따라 집총병역의무를 이행할 수는 없고 대체 복무제도가 도입된다면 기꺼이 응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 한편 , 피고인의 형 D 또한 피고인처럼 종교적 양심에 따라 집총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여 1년 6개월의 징역형 을 선고받았다 .

나 .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하는 ' 정당한 사유 '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 피고인은 절대적이고도 진지한 종교적 양심의 결정에 따 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한 것으로 판단되고 , 이러한 양심적 병역거부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말하는 ' 정당한 사유 ' 에 포함된다 .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광주지방법원 2016 . 10 . 18 . 선고 2015노1181 판결 등 참조 )

1 ) 우리 헌법 제19조 , 제20조는 " 모든 국민은 양심과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 " 라고 정하여 양심과 종교의 자유를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한편 , 헌법 제39조가 "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 . " 라고 정하여 국방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

헌법상의 기본권과 국민의 의무 등 헌법적 가치가 상호 충돌하고 대립하는 경 우에는 어느 하나의 가치만을 선택하여 나머지 가치를 희생시켜서는 안 되고 , 충돌하 는 가치를 모두 최대한 실현시킬 수 있는 규범조화적 해석원칙을 사용하는 것이 헌법 적 요청이다 .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라는 헌법적 가치가 상호 충돌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의 문제도 이와 같은 규범조화적 해석의 원칙에 의하여 해결해야 한다 .

이 사건 법률의 ' 정당한 사유 ' 는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라는 헌법적 가치가 비례적으로 가장 잘 조화되고 실현될 수 있는 조화점을 찾도록 해석하여야 하는데 , 정 당한 사유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배제한다면 피고인에 대한 병역의무는 완전히 이행하 도록 하는 대신 피고인에게 보장된 양심의 자유는 일방적으로 희생되는 결과가 되고 만다 . 반면 , 정당한 사유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포함하더라도 국방의 의무라는 헌법적 가치가 크게 훼손된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 피고인은 병역의무의 완전한 면제나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도저히 자신의 종교의 교리상 집총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없으니 대안을 마련해 달라는 것인데 , 대체복무 등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존재하고 있 으며 , 실제로 많은 민주국가들이 그 대안을 마련해 갈등관계를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 다 . 결국 헌법적 가치들을 상호 조화적으로 해석하고 이 사건 법률을 합헌적으로 해석 한다면 , 정당한 사유에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다 .

2 ) 피고인은 병역의무를 기피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병역의무를 면제해 달라거나 특별한 혜택을 부여해 달라는 것도 아니다 .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부담하는 병역의 무를 이행할 의사는 있으나 다만 그것이 집총병역의무이어서는 자신의 양심 또는 종교 상의 교리와 충돌하여 곤란하니 다른 대체 역무를 부과한다면 기꺼이 시민으로서의 의 무를 다하겠다는 것이다 .

그러나 지금까지 국가는 종교적 양심의 결정에 따라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피고 인과 같은 사람들의 요청을 소수자라는 이유로 무시한 채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인 형 벌을 가하여 왔다 . 국가가 나서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음에도 이러한 갈등상황을 방치 하는 것은 우리 헌법 제10조에 따른 국가의 국민에 대한 기본권보장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고 , 다수가 다원주의 , 관용 , 그리고 포용력을 요소로 하는 실질적 민주주의를 외면 한 것이다 .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 정당한 사유에 양심적 병역거부가 포함된다고 해 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권리를 구제하는 방향으로 법령을 해석하는 것이 사법권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

다 .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앞서 본 바와 같이 헌법병역법의 규범조화적 해석 , 소수자 보호의 원칙에 따 른 법률 해석 등에 따르면 , 종교적 양심에 따른 입영거부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하는 ' 정당한 사유 ' 에 포함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 . 이 사건과 같은 이른바 양심적 병 역거부 사건에 대하여 대법원이 여러 차례 유죄의견을 밝혔음에도 하급심에서 무죄판 결이 끊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를 반증 한다 .

피고인에게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하는 ' 정당한 사유 ' 가 없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데 , 앞서 본 사정에 비추어 과연 종교적 양심에 따른 입영거 부가 정당한 사유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에 관하여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 되었는지 의문이다 .

3 . 결 론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

판사

판사 권기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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