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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0도3996 판결
[업무상과실치사ㆍ업무상과실치상ㆍ산업안전보건법위반]〈대형 조선소 작업 현장에서 크레인끼리 충돌하여 근로자들이 사망 및 부상당한 사건〉[공2021하,2153]
판시사항

[1] 구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ㆍ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판단하는 방법

[2] 대규모 조선소 작업 현장에서 크레인 간 충돌 사고로 여러 명의 근로자들이 사망하거나 부상당하여 사업주인 갑 주식회사와 협력업체 대표 을이 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갑 회사 등에게는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등 규정에 따라 크레인 간 충돌로 인한 산업안전사고 예방에 합리적으로 필요한 정도의 안전조치 의무가 부과되어 있다고 해석되는데, 갑 회사 등은 작업계획서에 충돌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를 포함시키지 않는 등 그 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고 보아, 이와 달리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에서 정한 사업주의 안전조치 의무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업안전보건법’이라 한다)에서 정한 안전ㆍ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구 산업안전보건법 및 같은 법 시행규칙에 근거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안전보건규칙’이라 한다)의 개별 조항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해당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토대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안전ㆍ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 사업장의 규모와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성격 및 이에 내재되어 있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안전ㆍ보건상 위험의 내용, 산업재해의 발생 빈도, 안전ㆍ보건조치에 필요한 기술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규범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해당 안전보건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안전보건규칙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 특히 해당 산업현장에서 동종의 산업재해가 이미 발생하였던 경우에는 사업주가 충분한 보완대책을 강구함으로써 산업재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안전보건규칙에서 정하는 각종 예방 조치를 성실히 이행하였는지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2] 대규모 조선소 작업 현장에서 크레인 간 충돌 사고로 여러 명의 근로자들이 사망하거나 부상당하여 사업주인 갑 주식회사와 협력업체 대표 을이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업안전보건법’이라 한다)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위 현장은 수많은 근로자가 동시에 투입되고, 대형 크레인이 상시적으로 이용되며, 사업장 내 크레인 간 충돌 사고를 포함하여 과거 여러 차례 다양한 산업재해가 발생한 전력이 있는 대규모 조선소인 점, 구 산업안전보건법과 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2017. 10. 17. 고용노동부령 제1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및 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2017. 12. 28. 고용노동부령 제2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개별 조항에서는 사업주로 하여금 기계, 기구, 중량물 취급, 그 밖의 설비 혹은 불량한 작업방법으로 인한 위험의 예방에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크레인 등 양중기에 의한 충돌 등 위험이 있는 작업을 하는 장소에서는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을 특별히 명시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갑 회사 등에게는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등 규정에 따라 크레인 간 충돌로 인한 산업안전사고 예방에 합리적으로 필요한 정도의 안전조치 의무가 부과되어 있다고 해석되는데, 갑 회사 등은 작업계획서에 충돌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를 포함시키지 않는 등 그 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고 보아, 이와 달리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에서 정한 사업주의 안전조치 의무 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피고인

피고인 1 외 2인

상고인

피고인 1 및 검사

변호인

변호사 이형주 외 1인

원심판결

창원지법 2020. 2. 21. 선고 2019노941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1과 피고인 3 주식회사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창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 2에 대한 이 사건 공소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검사의 피고인 1과 피고인 3 주식회사(이하 ‘피고인 3 회사’라고만 한다)에 대한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업안전보건법’이라고 한다)은 산업안전ㆍ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ㆍ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1조 ). 사업주는 산업안전보건법과 그에 따른 명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기준을 지킴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유지ㆍ증진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제5조 제1항 제1호 ).

사업주는 사업을 할 때 기계ㆍ기구, 그 밖의 설비에 의한 위험 등을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고, 중량물 취급 등 작업을 할 때 불량한 작업방법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며, 작업 중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이 있는 장소에는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제23조 제1항 , 제2항 , 제3항 ). 또한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서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으로 하는 사업 중 일정한 사업주 등(이하 ‘도급 사업주’라고 한다)은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추락 또는 낙하 위험이 있는 장소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는 안전ㆍ보건시설의 설치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제29조 제3항 ).

구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ㆍ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구 산업안전보건법 및 같은 법 시행규칙에 근거한「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안전보건규칙’이라 한다)의 개별 조항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해당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토대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안전ㆍ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 사업장의 규모와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성격 및 이에 내재되어 있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안전ㆍ보건상 위험의 내용, 산업재해의 발생 빈도, 안전ㆍ보건조치에 필요한 기술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규범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해당 안전보건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안전보건규칙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 특히 해당 산업현장에서 동종의 산업재해가 이미 발생하였던 경우에는 사업주가 충분한 보완대책을 강구함으로써 산업재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안전보건규칙에서 정하는 각종 예방 조치를 성실히 이행하였는지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 1과 피고인 3 회사에 대한 아래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1) 작업계획서에 크레인 간 중첩작업으로 인한 간섭 내지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방법이나 크레인의 전도 낙하위험 등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대책을 포함하여 작성하지 않은 점(피고인들)

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2017. 10. 17. 고용노동부령 제1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시행규칙’이라 한다) 등에는 ‘중량물’이나 ‘중량물 취급작업’의 정의나 기준에 관한 규정이 없다. 크레인 간 충돌로 인해 크레인 자체가 전도되거나 낙하하는 경우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대책까지 포함하여 작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고, ‘중량물 취급작업’의 의미도 명백하지 않다.

2) 관리감독자이자 작업지휘자인 공소외 1(피고인 3 회사 현장반장) 및 공소외 2(공소외 3 회사 현장반장)가 다른 업무수행을 위해 현장을 이탈하여 작업지휘 등의 업무를 수행하지 아니하게 한 점(피고인들)

피고인 3 회사와 공소외 3 회사 모두 현장반장을 관리감독자 및 작업지휘자로 지정하여 작업을 지휘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하였고, 그 관리감독자가 일부 업무를 수행하였으나, 현실적인 업무 부담으로 이 사건 사고 시점에 작업지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피고인 3 회사의 조선소장이던 피고인 2와 공소외 3 회사 대표자인 피고인 1이 공소외 1, 공소외 2로 하여금 이 사건 당시 현장을 이탈하여 작업지휘 등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를 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2017. 12. 28. 고용노동부령 제20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안전보건규칙’이라 한다) 제39조 제1항 , 제35조 제1항 및 [별표 2] 제3항에 정해진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3) 크레인 간 중첩작업에 의한 충돌 예방을 위한 신호방법을 제대로 정하지 않은 점(피고인들)

구 안전보건규칙 제40조 에 의하더라도 ‘일정한’ 신호방법을 정해야 한다는 것일 뿐, 크레인 중첩작업 시 별도의 신호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규정은 없다. 따라서 크레인신호규정에 의한 일반적인 신호방법 및 골리앗 크레인 신호수와 지브형 크레인 운전수 간에 무전 연락이 가능했던 점을 제외하고 크레인 중첩작업 시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신호조정 방법이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았어도 이는 구 안전보건규칙에 정해진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4) 크레인 간 중첩작업에 따른 충돌 등으로 인하여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이 있는 마틴링게 P모듈 메인데크 동편 well bay 부근에 출입금지구역 설정 등의 조치를 하지 않은 점(피고인들), 위와 같은 조치를 피고인 3 회사에 요청하지 않고, 피고인 3 회사에서 설치한 간이화장실 및 흡연 장소를 방치한 점(피고인 1)

구 안전보건규칙 제14조 제2항 에 의하더라도 출입금지구역의 설치 반경 내지 범위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고, 이 사건과 같이 크레인 메인지브 자체가 권상(권상) 중이던 물건 등과 함께 낙하하는 경우 그 낙하 반경 및 출입 금지가 필요한 범위가 명백하지 않다. 출입금지구역의 설정 여부는 크레인 간 충돌 방지를 위한 안전대책의 일환으로 고려할 수 있을 뿐, 그것이 구 안전보건규칙 제14조 제2항 에 정해진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5) 골리앗 크레인이 작업 도중 2회에 걸쳐 재시작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별도의 신호수 배치나 작업방법을 정하지 않은 점(피고인 3 회사)

골리앗 크레인은 엘리베이터 운반 작업을 위해 주행하는 과정에서 상부 트롤리를 옮기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정지한 것으로서 이는 일련의 연속적인 작업 과정일 뿐이므로, 크레인이 정지된 후 다시 작업을 시작하는 것을 ‘재시작’으로 보아 구 안전보건규칙 제89조 에 따라 별도의 신호수 배치나 작업방법을 정해야 한다고 볼 근거가 없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1) 앞서 나. 중 제2), 5)항에서 본 이 부분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 제29조 제3항 및 구 안전보건규칙의 관련 규정에서 정한 안전보건조치 및 산업재해예방조치 의무 위반에 따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그러나 앞서 나. 중 제1), 3), 4)항에서 본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이 사건 산업현장은 수많은 근로자가 동시에 투입되고, 다수의 대형 장비가 수시로 이동 작업을 수행하며 육중한 철골 구조물이 블록을 형성하여 선체에 조립되는 공정이 필수적이어서 대형 크레인이 상시적으로 이용되고, 사업장 내 크레인 간 충돌 사고를 포함하여 과거 여러 차례 다양한 산업재해가 발생한 전력이 있는 대규모 조선소이다. 이러한 사업장의 특성을 토대로 구 산업안전보건법과 구 시행규칙 및 개별 안전보건규칙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취지 등을 살펴보면, 사업주인 피고인 3 회사와 피고인 1에게는 해당 규정에 따라 크레인 간 충돌로 인한 산업안전사고 예방에 합리적으로 필요한 정도의 안전조치 의무가 부과되어 있다고 해석된다.

즉,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1항 , 제2항 은 사업주로 하여금 기계, 기구, 중량물 취급, 그 밖의 설비 혹은 불량한 작업방법으로 인한 위험의 예방에 필요한 조치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제3항 , 제29조 제3항 , 구 시행규칙 제30조 제4항 에서는 크레인 등 양중기에 의한 충돌 등 위험이 있는 작업을 하는 장소에서는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을 특별히 명시하고 있다. 이 사건 사고 2개월 전 거제조선소 8안벽에서 골리앗 크레인이 크롤러 크레인 보조 붐을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이 사건 산업현장에서는 이미 크레인 간 충돌 사고가 수차례 발생한 바 있다. 그렇다면 수범자인 사업주로서는 합리적으로 필요한 범위 내의 안전조치를 보강함으로써 크레인 간 충돌에 따른 대형 안전사고의 발생을 예방할 의무가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 공소가 제기된 구 안전보건규칙의 해당 조항 중 아래의 각 조항 역시 사업주인 피고인 3 회사와 피고인 1에게 그와 관련한 구체적인 안전조치 의무가 부과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구 안전보건규칙 제38조 제1항 제11호 및 [별표 4] 제11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중량물의 취급 작업’을 하는 경우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추락위험, 낙하위험, 전도위험, 협착위험, 붕괴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대책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는 크레인 등을 이용한 중량물 취급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위 각종 사고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대책에 관한 규정으로서, 위 규정에서는 이와 같은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작업, 작업장의 상태 등을 사전 조사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며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규정의 내용에 더하여 앞서 본 이 사건 산업현장의 특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3 회사와 피고인 1에 대하여는 중량물의 취급을 위해 다수의 크레인을 동시에 투입하여 중첩작업을 함에 따른 크레인 간 충돌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까지 작업계획서에 포함하여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할 의무가 부과되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 3 회사와 피고인 1은 이 사건 당시 작성한 작업계획서에 크레인 간 충돌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안전조치를 포함하지 아니하였다.

구 안전보건규칙 제40조 제1항 제1호 는, 사업주는 크레인 등 양중기를 사용하는 작업을 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할 수 있도록 일정한 신호방법을 정하여 신호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앞서 본 관련 규정의 내용 및 취지에 비추어 보면, 양중기 이용 작업과 관련하여 구 안전보건규칙이 발생 가능한 것으로 예정한 안전사고 중에는 다수 크레인의 중첩작업에 따른 크레인 충돌 사고도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앞서 본 이 사건 산업현장의 특성 및 이 사건과 유사한 안전사고 전력에 비추어 보면, 위 규정이 정한 일정한 신호방법에는 크레인 중첩작업에 따른 충돌 사고 방지를 위한 것도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크레인별로 신호수를 분산 배치하고 신호수들의 신호방법을 정하여 둘 뿐만 아니라 통합신호수를 두어 통합신호수를 통하여 각 신호수들이 신호대로 이행하였음을 확인한 후 작업하도록 하거나 신호수가 신호한 후에 상대방 크레인의 안전조치 이행을 확인하고 나서 다음 작업 단계로 이동하도록 하는 신호방법을 명시하는 등의 조치가 포함될 수 있다. 이와 달리 크레인의 단독 작업에 따르는 일정한 신호방법을 정하는 것만으로는 합리적으로 필요한 안전조치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없고, 이 사건 사고 이후 피고인 3 회사가 취한 보완조치를 보더라도 그와 같은 안전조치를 요구하는 것이 이 사건 산업현장의 특성상 불합리하거나 무리한 의무의 부과라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크레인신호규정에 의한 일반적인 신호방법’ 및 ‘골리앗 크레인의 신호수와 지브 크레인 운전수 간에 무전 연락이 가능했던 점’을 제외하고는 크레인 중첩작업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신호조정 방법을 별도로 정하지 아니하였다.

구 안전보건규칙 제14조 제2항 은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이 있는 경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출입금지구역의 설정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는 개별 사업장의 규모, 이루어지는 구체적인 작업 내용, 작업에 사용되는 물체의 제원 등을 고려하여 작업장별로 구체적ㆍ개별적으로 정해지는 것이므로, 위 규정에서 출입금지구역의 설치 반경이나 범위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거나 위험 방지 조치를 개별적으로 열거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사업주에게 해당 의무가 부과되지 아니하였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오히려 관련 규정의 내용과 취지 및 이 사건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규정은 이 사건 크레인 중첩작업 당시 사업주가 취하였어야 할 안전조치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는 근거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즉, 사업주가 앞서 본 구 안전보건규칙 제38조 제1항 제11호 [별표 4]에 따른 작업계획서 작성 의무 및 구 안전보건규칙 제40조 제1항 제1호 에 따른 신호방법을 정하여 신호할 의무 등과 같이 크레인 간 중첩작업으로 인한 대형 사고의 위험 방지를 위하여 사업주에게 마땅히 요구되고 기대되는 직접적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라면, 그에 따른 위험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라도 구 안전보건규칙 제14조 제2항 에 따른 출입금지구역 설정 등 보완적 조치 의무가 구체적으로 발생ㆍ부과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 3 회사와 피고인 1은 위 규정에 따라 이 사건 골리앗 크레인과 이 사건 지브 크레인의 각 단독 작업으로 인하여 물체의 낙하 위험이 있는 구역뿐만 아니라 크레인 간 중첩작업으로 인하여 충돌 및 물체의 낙하 위험 있는 구역에 해당하는 P모듈 상부의 일정 구역에 대하여는 일정한 시간 동안이라도 출입 금지 등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구체적인 의무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위 피고인들은 이에 관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아니하였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 1과 피고인 3 회사에 대한 위 나. 중 제1), 3), 4)항 기재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 부분의 원심판결에는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에서 정한 사업주의 안전조치 의무 및 같은 법 제29조 에서 정한 도급 사업주의 산업재해예방조치 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라. 그러므로 피고인 3 회사와 피고인 1에 대한 이 부분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피고인 3 회사의 현장반장 및 공소외 3 회사의 현장반장이 다른 업무수행을 위해 현장을 이탈하여 작업지휘 등의 업무를 수행하지 아니하게 하였다.’는 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위 나. 중 제2)항] 및 ‘골리앗 크레인이 작업 도중 2회에 걸쳐 재시작 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별도의 신호수 배치나 작업방법을 정하지 아니하였다.’는 피고인 3 회사에 대한 공소사실[위 나. 중 제5)항]에 해당하는 무죄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한하여 이유 있다.

2. 피고인 1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 1에 대한 공소사실 중 업무상과실치사상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피고인 2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2는 검사의 이 사건 상고제기 이후인 2020. 5. 24. 사망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형사소송법 제382조 , 제328조 제1항 제2호 에 의하여 피고인 2에 대한 공소를 기각한다.

4. 파기의 범위

피고인 1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점에 관한 원심판결 중 위 제1의 나. 중 제1), 3), 4)항 기재 공소사실에 관한 무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은 같은 제2)항 기재 공소사실에 관한 무죄 부분과 일죄의 관계에 있고,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업무상과실치사죄 및 업무상과실치상죄와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어 이들에 대하여 하나의 형을 정해야 하므로, 피고인 1에 대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또한 피고인 3 회사에 대한 안전조치 의무 및 산업재해예방조치 의무 위반에 따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의 점에 관한 원심판결 중 위 제1의 나. 중 제1), 3), 4)항 기재 공소사실에 관한 무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은 같은 제2), 5)항 기재 공소사실에 관한 무죄 부분과는 일죄의 관계에 있고,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협의체 운영 의무 위반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 및 안전ㆍ보건 점검 의무 위반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이들에 대하여 하나의 형을 정해야 하므로, 피고인 3 회사에 대한 원심판결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1, 피고인 3 회사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인 2에 대한 공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재연 이동원 천대엽(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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