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9재고합3 국방경비법위반1)
피고인
1. 망 오○○ (1920.생)
2. 망 김○○ (1913.생)
3. 망 서○○ (1932.생)
4. 망 김△△ (1923.생)
5. 망 이○○ (1914.생)
6. 망 양○○ (1925.생)
7. 망 전○○ (1930.생)
8. 망 문○○ (1913.생)
9. 망 진○○ (1923.생)
10. 망 이△△ (1924.생)
재심청구인
피고인 오00의 처 현**
피고인 김00의 딸 김*
피고인 서○○의 동생 서**
피고인 김△△의 아들 김**
피고인 이○○의 딸 이**
피고인 양00의 아들 양
피고인 전○○의 아들 전**
피고인 문00의 딸 문
피고인 진00의 딸 진
피고인의 이△△의 동생 이**
재심대상판결
별지와 같다.
판결선고
2021. 1. 21.
주문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유
1. 이 사건 본안재판에 앞선 경위에 대한 설명
가. 피고인들은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제주 4.3사건 특별법'이라고 한다)에서 정한 제주4·3사건 때 제주도(濟州島)에 살던 주민이다. 나. 국가기록원에 보존되어 있는 '수형인명부'(이하 '이 사건 수형인명부'라고 한다)에는 그 표지에 '단기 4281년2) 12월, 단기 4282년 7월(군법회의 분)'이라고 쓰여 있고, 내용에는 모두 2,530명(1948년 군법회의 871명, 1949년 군법회의 1,659명)이 군법회의에 회부되어 유죄판결을 선고받았다는 것으로 각 열마다 피고인의 이름과 당시 나이, 직업, 본적지, 항변 및 판정, 언도일자, 형량 및 수감교도소가 쓰여 있는데, 그럼에도 지금까지 그 내용과 같은 재판이 있었음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소송서류인 공소장이나 공판기록, 판결문 등은 찾을 수 없다.
나. 재심청구인들은 "피고인들이 별지에 쓰인 것과 같은 판결을 선고받았지만 관련 수사 과정에서 불법으로 구금된 다음 계속된 구타와 고문 등으로 자백을 강요받았고, 이는 그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7호, 제422조에 정한 재심사유가 있다."라고 주장하며 재심을 청구하였고, 이 법원은 위 주장을 받아들여 2020. 11. 30. 재심개시결정(이하 '관련 재심개시결정'이라고 한다)을 고지하였고, 관련 재심개시결정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2. 본안에 관한 판단
알다시피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은 검사에게 입증책임이 있다.
피고인들의 변호인은 관련 재심청구 사건부터 이 사건 본안재판에 이르기까지 피고인들이 군법회의에서 선고받은 범죄사실과 같은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검사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위하여 제출한 증거가 없다(이에 무죄를 구형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3. 덧붙여 앞서 본 것과 같이 별지에 쓰인 판결은 해방 직후 제주4·3사건이라는 극심한 혼란기에 청·장년인 피고인들에게 그들이 반정부활동을 했음을 이유로 실형을 선고한 사건이다.
국가로서 완전한 정체성을 찾지 못한 시기 극심한 이념 대립 속에 셀 수 없는 개인이 희생되었는데, 특히 피고인들은 목숨마저 빼앗겼고 그 자녀 등 유족들은 오랜 기간 연좌제의 굴레에 갇혀 지내왔다. 지금까지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삶을 살아냈는지 '과연 국가는 무엇을 위해 그리고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몇 번을 곱씹었을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다만 오늘 이 판결의 선고로 피고인들과 그 유족들에게 덧씌워진 굴레가 벗겨지고, 나아가 이미 고인이 된 피고인들은 저승에서라도 이제 오른쪽 왼쪽을 따지지 않고 낭푼에 담은 지실밥에 마농지뿐인 밥상이라도 그리운 사람과 마음 편하게 둘러앉아 정을 나누는 날이 되기를, 그리고 살아남은 우리들은 이러한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다짐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판사
재판장판사장찬수
판사정영민
판사이선호
주석
1) 아래 이유 1의 가.항에 쓴 수형인명부와 제주4ㆍ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각 조사에 따르면 1948년에 군법회의 재판을 받은 피고인 망 오○○, 망 김○○, 망 서○○, 망 김△△의 경우에는 그 죄명을 내란죄라고 봄이 옳다.
2) 서기로는 1948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