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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도2167 판결
[뇌물수수·뇌물공여][공2002.12.15.(168),2920]
판시사항

[1] 별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증뢰자의 뇌물을 공여하였다는 진술의 신빙성

[2] 뇌물을 공여하였다는 증뢰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원심판결을 심리미진을 이유로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별건으로 수사중에 있는 사람의 참고인 진술은 그 진술이 별건에서의 유리한 처분을 얻기 위하여 수사관의 의도에 영합하려는 동기에서 나온 허위진술이 아닌지 주의를 기울여 그 증거능력이나 신빙성을 판단하여야 하지만, 뇌물을 공여하였다는 증뢰자의 진술이 상당 정도 객관적인 금융자료와 부합하고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 없이 섣불리 그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

[2] 뇌물을 공여하였다는 증뢰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원심판결을 심리미진을 이유로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1외 1인

상고인

검사

변호인

변호사 신성택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본원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피고인 2에 대한 공소사실 및 피고인 1에 대한 뇌물공여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2은 2001. 1. 30.부터 부산 남구 용당동 소재 부산 용당세관의 통관지원과장(5급)으로 근무하면서 수출입 물품의 통관을 위한 검사와 보세창고 관리 등의 업무에 종사하고 있던 중, 2001. 4. 21.경 용당세관 뒤편에 있는 오륙도 횟집에서 같은 달 16.경 공동피고인 1으로부터 공소외 1가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아동용 티셔츠 74,052점 등의 물품을 통관함에 있어서 편의를 제공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출고보류중이던 위 물품을 즉시 반출하여 준 것에 대한 사례금 명목으로 액면금 10만 원권 자기앞수표 30매 합계 300만 원을 받아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하고, 피고인 1은 같은 일시, 장소에서 2에게 위와 같은 편의제공에 대한 사례금 명목으로 금 300만 원을 제공하여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공여한 것이다.

2. 피고인 2의 변소

피고인 2은, 수사가 개시된 검찰에서 처음에는 피고인 1으로부터 자기앞수표를 뇌물로 받은 일이 없다면서 범행을 극구 부인하다가 수표추적결과 피고인 1이 교부하였다고 주장하는 10만 원권 자기앞수표 30매 중 2매를 자신이 사용하였음이 밝혀진 후부터는 20만 원을 수령한 사실만을 시인하고 나머지 280만 원을 수령한 사실은 없다고 계속 부인하고 있다.

3. 원심판결의 요지

원심은 피고인 2이 수령사실을 시인하는 20만 원에 관한 뇌물수수 및 뇌물공여 부분만을 유죄로 인정하고, 나머지 280만 원 부분은 무죄로 판단하면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고인 1의 진술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믿을 수 없다고 배척하였다.

가. 피고인 1은 검찰에서부터 위 공소사실이 추가기소되어 병합심리되기 시작한 제1심 제5회 공판기일까지는 10만 원권 자기앞수표 30매를 봉투에 담아 피고인 2에게 교부하였다고 일관되게 진술하였지만, 제1심 제7회 공판기일에서의 증인신문과 제8회 공판기일에서 피고인 2의 변호인이 한 신문에서 피고인 2에게 20만 원만 교부하였고 나머지 자기앞수표 28매는 공소외 1에게 반환하였다고 진술하였다가, 제1심 제11회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여서는 다시 피고인 2에게 300만 원을 교부한 것이 맞다고 증언하는 등 뇌물공여 금액에 관한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

나. 피고인 1은 피고인 2에게 300만 원을 교부한 자금의 출처에 관하여, 공소외 1가 2001. 4. 20. 통관에 도움을 준 데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한 비용과 동인의 활동비로 쓰기 위하여 동인의 사무실 직원으로 하여금 피고인 1의 한빛은행계좌로 500만 원을 송금하도록 하였는데, 피고인 1이 그 중 300만 원을 10만 원권 자기앞수표로 인출하여 이를 2001. 4. 21. 피고인 2에게 교부하고, 그 송금 전에 자신이 위 계좌에서 인출하여 가지고 있던 돈 200만 원을 공소외 1에게 주었다고 진술하였지만(제1심 제8회 공판기일에는 인출한 자기앞수표 중 28매를 공소외 1에게 반환하였다고 진술하기도 하였다), 주식회사 한빛은행 남천동지점장 작성의 각 사실조회회보서와 피고인 1의 한빛은행 예금통장 사본 등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 1이 2001. 4. 20. 위 은행계좌에서 인출한 돈은 현금 81만 원과 10만 원권 자기앞수표 36매 등 합계 441만 원인데 위 자기앞수표 36매 중 1매는 피고인 1의 사무실 경리직원이, 5매는 피고인 1의 친척형이 각 사용하였음이 확인되므로, 피고인 1이 인출한 돈에서 사용처가 확인되는 위 자기앞수표 6매와 피고인 1이 공소외 1에게 주었다는 200만 원을 공제하면 180만 원 정도 밖에 남지 않게 되어, 피고인 1이 위 인출금 중에서 피고인 2에게 300만 원을 교부하였다는 진술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다. 피고인 1은 2001. 6. 20. 검찰에서 이 사건 뇌물수수 범행에 관하여 추궁받기 이전인 같은 달 11.부터 사기 등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는 중이었고, 이미 검찰이 피고인 1이 피고인 2에게 100만 원권 수표 5매를 교부하였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참고인들의 진술을 확보한 상태에서 피고인 1을 추궁하였던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1이 실제로는 피고인 2에게 10만 원권 자기앞수표 2매만을 교부하고 나머지 28매는 다른 곳에 교부하였으면서도 10만 원 자기앞수표 30매를 모두 피고인 2에게 교부한 것으로 허위진술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고인 1의 검찰과 제1심 제5회, 제11회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하 '피고인 1의 진술'이라고 한다)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가. 사건의 경위

기록에 의하면, ① 피고인 1은 친구의 소개로 알고 지내던 공소외 1가 중국에서 수입한 아동용 의류 74,052점이 피고인 2이 근무하는 용당세관에서 관리대상물품으로 지정되어 출고가 보류되자 국무총리 특별보좌역을 사칭하면서 피고인 2에게 신속한 통관 처리를 청탁하였고, 피고인 2이 위 물품을 즉시 반출시켜 주자 그 사례 표시로 식당에서 함께 식사한 뒤 자기앞수표가 든 봉투를 전달하였고, ② 피고인 1은 별건 사기 등 혐의로 구속수사 중 여죄로 본건이 인지되어 추궁받게 되자 피고인 2에게 300만 원을 교부하였다는 사실을 전부 자백한 데 반하여, 피고인 2은 이를 극구 부인하고 피고인 1과의 대질신문시에는 피고인 1을 정신나간 사람, 사기꾼이라고까지 몰아세우면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였으며, ③ 그 후 뇌물수수자금의 출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피고인 1으로부터 자기앞수표를 인출하였던 통장을 제시받아 공소외 1가 피고인 1에게 2001. 4. 20. 현금 500만 원을 송금하였고 피고인 1이 같은 날 현금 81만 원과 10만 원권 자기앞수표 36매를 인출하였음을 확인한 뒤, 위 자기앞수표의 사용처를 추적한 결과 그 중 6매는 피고인 1 측에서 사용하고 2매는 피고인 2이 사용하였음이 밝혀지자, 피고인 2은 그 때부터 태도를 바꿔 10만 원권 자기앞수표 2매를 받았음을 시인하면서 나머지 28매의 수수사실은 여전히 극구 부인하는 것으로 일관하였는데, ④ 원심이 2002. 3. 15.자 한빛은행의 사실조회회신을 받을 때까지도 나머지 자기앞수표 28매는 지급제시되지 아니하였고, 한편 피고인 2이 사용한 자기앞수표 2매는 일련번호로 연결된 위 인출 자기앞수표 중 수표번호가 연결되지 않은 2매로서 피고인 2은 그 수표 뒷면에 배서를 하지 않고 사용하였다.

나. 무릇 별건으로 수사중에 있는 사람의 참고인 진술은 그 진술이 별건에서의 유리한 처분을 얻기 위하여 수사관의 의도에 영합하려는 동기에서 나온 허위진술이 아닌지 주의를 기울여 그 증거능력이나 신빙성을 판단하여야 함은 원심이 시사하는 바와 같으나, 이 사건에서와 같이 그의 진술이 상당 정도 객관적인 금융자료와 부합하고 있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 없이 섣불리 그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 판시와 같이 피고인 1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 2과의 대질신문에서까지 일관되게 300만 원을 교부하였다고 진술하였고, 제1심 공판에서도 그와 같이 진술하다가 피고인 2이 280만 원 부분을 부인하는 진술을 듣고 나서 제7회, 제8회 공판기일에서 피고인 2의 진술에 영합하는 진술을 하였지만, 다시 제11회 공판기일에 이를 번복하여 당초와 같은 내용으로 진술하였고, 기록에 의하면 원심에서도 300만 원을 교부하였다는 진술을 유지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한편, 금융자료 추적 결과에 의하면, 과연 피고인 1의 진술대로 2001. 4. 20. 공소외 1가 피고인 1에게 500만 원을 송금하였고, 같은 날 현금 81만 원과 10만 원권 자기앞수표 36매가 인출된 사실이 확인되었으므로 300만 원의 뇌물자금 출처는 분명히 입증되었다고 할 것이고, 그 자기앞수표의 사용처에 관하여도 36매 가운데 피고인 1측이 사용한 6매를 제외한 30매 중 2매는 피고인 2이 자동차정비업소에서 사용하였음이 확인되고 나머지 28매는 원심까지도 지급제시되지 아니하여 더 이상 추적할 수 없었음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상황이라면 금융자료 추적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모두 피고인 1의 진술과 부합한다 할 것이다.

다. 원심은 피고인 1이 2001. 4. 20. 인출금 중에서 사용처가 확인되는 부분을 공제하고 나면 피고인 2에게 300만 원을 줄 만큼의 돈이 남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는데, 이는 피고인 1이 공소외 1에게 위 인출금 중에서 200만 원을 반환하였음을 전제로 한 것이거나 10만 원권 자기앞수표 28매를 반환하였다는 진술을 감안한 것인바, 피고인 1 스스로 제1심 제11회 공판기일과 원심 제2회, 제3회 공판기일에서 피고인 2에게는 자기앞수표 2매만을 교부하고 나머지 28매는 공소외 1에게 반환하였다고 진술하였던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번복하였을 뿐만 아니라, 과연 피고인 1이 공소외 1에게 위 인출금 중에서 200만 원 또는 280만 원을 반환하였는지, 만약 반환하였다면 그 수표는 왜 지금까지도 지급제시되지 않고 있는지 공소외 1를 조사하는 등으로 심리하여 보았어야 함에도 그러한 심리도 없이 섣불리 피고인 1이 공소외 1에게 위 인출금 중에서 200만 원 또는 280만 원을 반환하였음을 기정사실로 전제하여 판단한 것이다.

라. 그리고 피고인 1이 피고인 2에게 자기앞수표를 넣은 봉투를 교부한 동기는 출고보류중이던 공소외 1의 수입의류 74,052점(수사기록에 편철된 수입신고서 사본에 표시된 총과세가격이 37,512,086원이므로 시중시세는 그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이 즉시 출고될 수 있도록 하여준 데 대한 사례였다는 점과 자기앞수표 28매가 인출일로부터 1년이 가까운 2002. 3. 15.까지도 지급제시되지 않고 있는 사정도 함께 참작되어야 한다.

마. 결국, 원심이 공소외 1를 조사하여 과연 피고인 1이 인출한 자기앞수표 중 28매 또는 그 인출금 중 200만 원(위 인출금의 현금과 수표의 구성비율로 보면 200만 원속에는 인출수표 12매 이상이 포함된다)을 공소외 1에게 반환하였는지, 만약 공소외 1가 이를 반환받았다면 그 수표가 왜 지금까지도 지급제시되지 않고 있는지를 심리해 보지도 않은 채, 피고인 1이 인출금 중 200만 원 또는 280만 원을 공소외 1에게 반환하였음을 전제로 하여 피고인 1의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것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는 정당하다.

5.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부분과 피고인 1에 대한 뇌물공여죄 부분은 각 파기되어야 할 것이고, 피고인 1에 대한 나머지 범죄사실은 뇌물공여죄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1개의 형을 선고하여야 할 것이어서 이 부분 역시 파기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재윤(재판장) 서성 이용우(주심) 배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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