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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21.12.30. 선고 2016도928 판결
의료법위반
사건

2016도928 의료법위반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변호인

법무법인 부강

담당변호사 박행남 외 1인

원심판결

부산지방법원 2015. 12. 24. 선고 2014노3865 판결

판결선고

2021. 12. 30.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환송후 원심에서 변경된 공소사실(이하 '이 사건 공소사실'이라 한다)의 요지

피고인은 2011. 12. 2. 13:58경 부산 남구 (주소 생략)에 있는 ○○의원에서 한의사가 아님에도 디스크, 어깨 저림 등으로 통증을 호소하며 치료를 요구하는 내원 환자인 공소외 1, 공소외 2에게 각각 허리 부위 근육과 신경 쪽에 30mm부터 60mm 길이의 침을 꽂는 방법으로 시술(이하 '이 사건 시술 행위'라 한다)하여 한방 의료행위를 하였다.

2. 환송후 원심의 판단

환송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이 사건 시술행위가 시술 부위 및 시술방법, 시술 도구 등에 있어서 침술행위와는 차이가 있어 한방 의료행위로 단정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관련 법리

1) 구 의료법(2012. 2. 1. 법률 제112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에 따르면, 의료인이란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 한의사 등을 말하고(제2조 제1항),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를 임무로 하고, 한의사는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를 임무로 하며(제2조 제2항 제1호, 제3호), 의사 또는 한의사가 되려는 사람은 의학 또는 한의학을 전공하는 대학 또는 전문대학원을 졸업하는 등의 자격을 갖추고 의사 또는 한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제5조). 그리고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의료인도 면허를 받은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제27조 제1항 본문), 이를 위반한 사람은 형사처벌을 받는다(제87조 제1항).

이처럼 구 의료법에서 의사와 한의사가 동등한 수준의 자격을 갖추고 면허를 받아 각자 면허를 받은 것 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이원적 의료체계를 규정한 것은 한의학이 서양의학과 나란히 독자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으로 하여금 서양의학뿐만 아니라 한의학으로부터도 그 발전에 따른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의사와 한의사가 각자의 영역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국가로부터 관련 의료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검증받은 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를 할 경우 사람의 생명, 신체나 일반공중위생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의료법령에는 의사, 한의사 등이 면허를 받은 의료행위의 내용을 정의하거나 그 구분 기준을 제시한 규정이 없으므로, 의사나 한의사의 구체적인 의료행위가 '면허받은 것 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이원적 의료체계의 입법 목적, 관련 법령의 규정 및 취지, 기초가 되는 학문적 원리, 당해 의료행위의 경 위 · 목적 · 태양, 의과대학 및 한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이나 국가시험 등을 통한 전문성 확보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0도10352 판결, 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4도3285 판결 등 참조).

한편, 한방 의료행위는 '우리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행위'로서 앞서 본 의료법의 관련 규정에 따라 한의사만이 할 수 있고, 이에 속하는 침술행위는 '침을 이용하여 질병을 예방, 완화, 치료하는 한방 의료행위'로서, 의사가 위와 같은 침술행위를 하는 것은 면허된 것 외의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7두18710 판결, 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4도3285 판결 등 참조).

2) 근육 자극에 의한 신경 근성 통증 치료법(Intramuscular Stimulation, 이하 'IMS'라 한다) 시술이 침술행위인 한방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침술행위와 구별되는 별개의 시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해당 시술행위의 구체적인 시술 방법, 시술 도구, 시술 부위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개별 사안에 따라 이원적 의료체계의 입법목적 등에 부합하게끔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4도3285 판결 참조).

나. 판단

1) 앞서 본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침을 이용하여 질병을 예방, 완화, 치료하는 침술행위는 한의학에 따른 의료행위의 핵심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영역으로, 면허를 받은 한의사에 의하지 않은 침술 유사행위가 무면허 한방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이러한 침술행위의 한의학적 의미와 본질에 대한 이해와 존중 하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나아가 수천년의 오랜 전통을 이어 온 침술행위 역시 한의학의 현대적 발달에 따른 새로운 이론의 등장과 시술 방법의 개발, 해부학 · 생리학 등과 같은 서양의학의 영향, 과학기술 문화의 발전에 따른 의료기구나 의료기술의 변화·발전 양상의 반영 등에 따라 현대에 이르러 침을 놓는 부위와 자침의 방법, 침의 종류와 재질 등이 매우 다양해졌고, 전기적 자극을 함께 사용하는 침술까지 등장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하게 발전하고 변화된 내용과 형태의 침술행위 역시 전통적인 한의학을 토대로 침을 이용하여 질병을 예방, 완화, 치료하는 행위로 볼 수 있는 한 무면허 한방 의료행위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영역에 속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IMS 시술 역시 Dr. Chan Gunn에 의해 창안되어 우리나라에 소개된 이래 의료 기술의 발전과 새로운 시술 방법의 개발 등으로 다양하게 세분화됨에 따라 그 개념을 일의적으로 정의하기는 어려운데, IMS 시술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침을 이용하여 행해지는 침술 유사행위가 그 실질에 있어 무면허 한방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위에서 본 한의학적 침술행위의 전통적 의미와 본질 및 그 현대적 다양성, 그리고 전문적인 교육과 지식의 습득을 거쳐 면허를 받은 의사 또는 한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정식의 의료행위나 한방 의료행위의 의미 등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나) IMS 시술이 이루어진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은 통증을 호소하는 공소외 1, 공소외 2의 허리 부위에 30~60mm 길이의 IMS 시술용 침을 근육 깊숙이 삽입하는 방법으로 꽂은 후 전기 자극기를 사용하여 전기자극을 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술을 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피고인이 이 사건 시술을 함에 있어서 시술 부위를 찾는 이학적 검사의 과정이 침술행위에서 침을 놓는 부위를 찾는 촉진(觸診)의 방법과 어떠한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른지 알기 어렵고, 오히려 전체적으로 그 유사한 측면만 보일 뿐이다.

다) 침술행위에서 침을 놓는 부혈위(穴位)는 경혈에 한정되지 않고, 경외기혈, 아시혈 등으로 다양하며, 특히 아시혈은 통증이 있는 부위를 뜻하는 것으로, IMS 시술 부위인 통증 유발점과 큰 차이점을 찾기 어렵다. 그러므로 피고인이 공소외 1, 공소외 2에게 시술한 부위는 경혈 그 자체는 아니라 하여도 경외기혈 또는 아시혈 유사의 부위로 전통적인 한방 침술행위의 시술부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많다.

라) 또한, 침술의 자침방법에는 피부 표면에 얕게 꽂는 방법뿐만 아니라 근육 깊숙이 꽂는 방법도 있고, 피고인이 이 사건 시술 행위에 사용한 30~60mm 길이의 IMS 시술용 침은 한의원에서 침술의 시술을 위하여 널리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호침과 그 길이, 두께 재질 등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마) 나아가 피고인이 IMS 시술에 사용되는 유도관인 플런저(Plunger)를 이 사건 시술 행위에 사용하였는지 여부도 기록상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전기 자극기에 의한 전기적 자극은 전자침술, 침전기 자극술 등 한방 의료행위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으므로, 그와 같은 시술 방법이 침술과 구별되는 본질적인 차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2) 위와 같은 사실과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이 사건 시술행위는 IMS 시술의 앞서 본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한방 의료행위인 침술행위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볼 만한 사정보다는 오히려 그 유사성을 찾을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피고인의 이 사건 시술 행위가 한방 의료행위인 침술행위에 해당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은 한방 의료행위인 침술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이동원

주심 대법관 천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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