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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7.7.20. 선고 2017고합320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사건
피고인

A

검사

최창호(기소), 박철(공판)

변호인

변호사 B

판결선고

2017. 7. 20.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대부업 및 대부중개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6. 4. 28, 서울 중구 명동 3길 6에 있는 주식회사 리멕스 파트너스 사무실에서 피해자 주식회사 C(대표이사 D)로부터 위임받은 E와 주식회사 F(이하 'F'이라고 한다) 발행주식 10만 주를 담보로 20억 원을, 2016. 5. 25, 서울 강남구 G에 있는 F 사무실에서 위 발행주식 39만 주를 담보로 51억 4,800만 원을, 2016. 5. 27. F 사무실에서 위 발행주식 12만 주를 담보로 14억 원을 각 대출하기로 약정하는 등 총 3회에 걸쳐 피해자로부터 F 61만 주를 담보로 제공받고 85억 4,800만 원을 피해자에게 대여하였다.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제공한 주식은 채무자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명시적인 동의를 받거나 피해자에게 사전에 고지하지 아니한 이상 채무완제시까지 피해자로부터 받은 담보물을 피고인의 전주에게 교부하거나 담보제공하지 아니하고 보관할 업무상 임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6. 4. 28. 위와 같은 장소에서, 피해자로부터 담보로 제공받아 보관하고 있던 피해자 소유의 시가 3,780,000,000원 상당의 F 발행주식 10만 주의 주권을 H에게 임의로 양도하여 횡령하였고, 2016. 5. 25. 같은 방법으로 피고인이 보관하고 있던 피해자 소유의 시가 9,262,500,000원 상당의 F 발행주식 39만 주의 주권을 H에게 임의로 양도하여 횡령하였고, 2016. 5. 27. 같은 방법으로 피고인이 보관하고 있던 피해자 소유의 시가 2,514,000,000원 상당의 F 발행주식 12만 주의 주권을 H에게 임의로 양도하여 횡령하였다.

2. 인정사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 사실이 인정된다.

가. D는 피해자의 대표이사로서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가 2016. 3.경 지인의 소개로 피고인을 만나 100억 원 상당의 자금 대출을 의뢰하였고, 피고인은 전주(錢主)를 물색하던 중 H을 알게 되었으며, H은 자신이 알고 지내던 전주들로부터 피고인이 필요로 하는 자금을 조달해주기로 하였다.

나. 피고인은 H로부터 조달한 자금을 피해자에게 대여하면서 공소사실과 같이 세 차례에 걸쳐 주식담보대출약정을 체결하였는데, 피해자 측 담당자로 현장에 동석한 E 내지 D의 요청에 따라 피고인은 위 각 주식담보대출약정서에 자필로 "갑(= 피고인)"은 위 주식을 상환 및 매도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입고하지 않는다(2016. 4. 28.자 계약)', '위 담보물 주식은 절대 입고하지 않고 "갑"이 보관한다(2016, 5. 25.자 계약)', '위 담보물 주식은 절대 입고하지 않고 보관한다(2016. 5. 27.자 계약)'는 내용을 특약사항(위 특약사항을 통틀어 '이 사건 입고금지특약'이라고 한다)으로 기재하였다.

다. 위 각 주식담보대출약정 체결 당일, 피고인은 근처에 대기하고 있던 H의 대리인 I로부터 자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담보로 교부받은 F 주권을 에게 교부하였고, H로부터 F 주권을 교부받은 전주들은 이를 임의로 처분하여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F 주식 총 61만 주의 주권(이하 '이 사건 주권'이라 한다)을 반환할 수 없게 되었다.

3.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와 사이에 세 차례 주식담보대출약정을 체결하면서 입고금지특약을 특약사항으로 추가하였음에도 이 사건 주권을 H에게 교부한 것은 이 사건 입고금지특약을 위반한 행위처럼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대여할 금원을 마련하기 위하여 이 사건 주권을 담보로 제공한 행위는 피해자와 사이에 체결된 주식담보대출약정의 본지에 반하는 행위라고는 볼 수 없다 할 것이어서, 피고인이 횡령행위를 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① 이 사건 입고금지특약의 주된 목적은 이 사건 주권의 처분을 방지하는 데 있는 것이지, 피고인이 이 사건 주권을 직접 보관하는 데 있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입고 금지특약의 문구가 세 차례 약정시마다 조금씩 다른데 공통되는 문구는 피고인이 주식을 입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담보주식을 증권계좌에 입고함으로써 주주명부상 피해자의 지분이 줄어들어 경영권에 영향을 주게 되거나 입고 후 주식매매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이고, D 역시 이 사건 입고금지특약의 의미에 관하여 같은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한편 위 각 주식담보대출약정서 제2조에 의할 경우 담보가치 하락 등 일정한 경우 피고인이 주식을 임의 처분하여 채무변제에 충당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바, 위 조항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입고금지특약만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주권을 항상 보관해야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D 역시 같은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② 이 사건과 같이 실제 자금을 제공하는 전주에게 주권을 담보로 제공하는 것은, 피고인과 같은 명동 사채업자들에게 일반적인 관행으로 보이고, D는 피고인이 아닌 다른 사채업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경험이 있으며 이 사건 역시 피고인이 다른 전주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주식담보대출약정이 체결될 당시 H의 대리인 I가 현장에서 이 사건 주권을 교부받아 갔는데, E나 D 역시 이를 알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D 역시 피고인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주권을 전주들에게 담보로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사정을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H은 수사기관 및 이 법정에서 F 주식은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상승한 주식으로 정상적인 주식담보대출이 불가능하였기 때문에, 피고인과 사이에 소위 '블록딜' 방식의 환매조건부 매매계약(전주들이 주식을 매수하고 차용자가 추후 전주들로부터 주식을 되사가는 방식의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H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계약서 기타 처분문서가 피고인과 H 또는 전주들 사이에 작성된 사실이 없고, 피해자와 주식담보대출약정을 체결한 피고인으로서는 아무런 이득 없이 오히려 자신이 추후 주권을 반환받기가 힘든 환매조건부 매매계약을 H과 체결할 아무런 이유가 없으며, 주권의 실물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구에 따라 H은 피고인에게 주권의 실물 사진을 찍어 송부해주었는데, H 주장과 같이 환매조건부 매매계약이 이루어졌다면 H이 피고인에게 주권의 실물 사진을 찍어 줄 필요가 전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H에게 이 사건 주권을 교부하면서 그 처분을 허락하였다는 취지의 H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고, 전주들이 이 사건 주권을 처분함에 있어 피고인이 관여하였다고 볼 아무런 증거도 없다.

④ 피해자 측은 피고인 및 전주들이 이 사건 주권을 곧바로 매도하기 시작하면서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여 큰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H로부터 이 사건 주권을 교부받은 전주들이 이 사건 주권을 처분한 시기가 특정되지 아니하고, 더욱이 전주들이 이 사건 주권을 처분함에 따라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⑤ 오히려 H이 지적하듯 F 주식은 주가가 단기간에 급속히 상승한 주식으로서, 대주주인 D는 관련 법규상 대주주의 주식 매도에 따르는 제한이나 공시없이 사채업자들로부터 주식담보대출의 방법으로 보유 주식을 현금화하려고 했다고 볼 가능성도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되, 피고인이 무죄판결을 공시함에 동의하지 아니하므로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이영훈

판사정순열

판사강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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