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상법상 합명회사의 사원 또는 업무집행사원의 업무집행권한을 상실시키는 방법 / 합명회사의 사원이 상법 제205조 제1항 에 따른 방법과 상법 제195조 에 의하여 준용되는 민법 제708조 에 따른 방법 중 어느 하나의 방법으로 다른 사원 또는 업무집행사원의 업무집행권한을 상실시킬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3] 합명회사의 사원 또는 업무집행사원의 업무집행권한 상실에 관한 정관이나 관련 법률 규정을 해석할 때 고려하여야 할 사항
[4] 갑 합명회사의 정관에서 ‘업무집행사원이 업무를 집행함에 현저하게 부적임하거나 중대한 업무에 위반한 행위가 있는 때에는 총사원의 결의로써 업무집행권한을 상실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한 사안에서, 정관 규정이 상법 제205조 제1항 의 적용을 배제하는 규정이라고 본 원심결정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채권자, 재항고인
채권자
채무자, 상대방
채무자
주문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재항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법은 합명회사의 법률관계를 내부관계와 외부관계로 구별한 다음 제195조 에서 “합명회사의 내부관계에 관하여는 정관 또는 본법에 다른 규정이 없으면 조합에 관한 민법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 비추어 볼 때, 합명회사의 내부관계에 관한 상법 규정은 원칙적으로 임의규정이고, 정관에서 상법 규정과 달리 정하는 것이 허용된다. 이와 같이 합명회사의 정관에서 내부관계에 관하여 상법과 달리 정한 경우, 해당 정관 규정이 관련 상법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는지 여부는, 해당 정관 규정의 내용, 관련 상법 규정의 목적, 합명회사의 특징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상법 제205조 제1항 은 합명회사의 내부관계와 관련하여 “사원이 업무를 집행함에 현저하게 부적임하거나 중대한 의무에 위반한 행위가 있는 때에는 법원은 사원의 청구에 의하여 업무집행권한의 상실을 선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합명회사인 이 사건 회사의 정관 제11조는 “업무집행사원이 업무를 집행함에 현저하게 부적임하거나 중대한 업무에 위반한 행위가 있는 때에는 총사원의 결의로써 업무집행권한을 상실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원심은, 위 정관 규정이 위 상법 규정을 대체하는 규정이라고 판단하여, 채권자 단독으로 채무자의 업무집행권한의 상실선고를 구하기 위한 보전처분으로서의 채권자의 가처분 신청이 법률상 근거가 없거나 절차적 요건을 흠결하여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위 신청을 인용한 부산고등법원 2013라203호 업무집행정지가처분 결정을 취소하고 위 신청을 기각하였다.
3.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상법상 합명회사의 사원 또는 업무집행사원의 업무집행권한을 상실시키는 방법으로는 다음의 두 가지를 상정할 수 있다. 첫째, 상법 제205조 제1항 에 따라 다른 사원의 청구에 의하여 법원의 선고로써 그 권한을 상실시키는 방법이다. 둘째, 상법 제195조 에 의하여 준용되는 민법 제708조 에 따라 법원의 선고절차를 거치지 않고 총사원이 일치하여 업무집행사원을 해임함으로써 그 권한을 상실시키는 방법이다.
나. 위 두 가지 방법은 그 요건과 절차가 서로 다르므로, 상법 제205조 제1항 이 민법 제708조 의 준용을 배제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고 있지 않는 이상, 합명회사의 사원은 두 가지 방법 중 어느 것에 의하여서도 다른 사원 또는 업무집행사원의 업무집행권한을 상실시킬 수 있다.
다. 한편 합명회사의 사원은 회사채권자에 대하여 직접·연대·무한책임을 진다. 만약 다른 사원 또는 업무집행사원이 업무집행에 현저히 부적합하거나 중대하게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자신의 책임이 발생·증대될 우려가 있으므로, 그 다른 사원 또는 업무집행사원을 업무집행에서 배제할 수 있는지 여부는 각 사원의 이해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합명회사의 사원은 업무집행권한 상실제도를 통하여 업무집행에 현저히 부적합하거나 중대하게 의무를 위반한 사원이나 업무집행사원을 업무집행에서 배제함으로써 자신의 책임이 부당하게 발생·증대되는 것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따라서 업무집행권한 상실에 관한 정관이나 관련 법률 규정을 해석할 때에는 위와 같은 사원의 권리가 합리적 근거 없이 제한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라. 상법 제205조 제1항 에 의하면 사원 각자가 다른 사원 또는 업무집행사원의 업무집행권한의 상실선고를 법원에 청구할 수 있으나(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0다82189 판결 참조), 이 사건 회사 정관 제11조에 의하면 업무집행사원의 업무집행권한을 상실시키는 데 총사원의 결의가 요구된다. 만약 위 정관 규정에 의하여 위 상법 규정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해석한다면, 이 사건 회사의 사원은 총사원의 결의가 없는 이상 업무집행사원의 업무집행권한을 상실시킬 수단이 없게 된다. 그러나 정관에서 명시적으로 상법 제205조 제1항 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지 아니한 이 사건에서는, 업무집행권한 상실과 관련하여 상법이 부여한 사원의 권리를 위와 같이 제한할 만한 합리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마. 원심은, 정관 제11조가 상법 제205조 제1항 과 공통된 사유를 업무집행권한 상실사유로 규정하면서도 총사원의 결의라는 엄격한 절차를 거치도록 한 점을 고려하여 사적 자치규범인 위 정관 규정이 위 상법 규정의 적용을 배제한다고 보았으나, 이는 타당하지 않다.
1) 이 사건 회사 정관은 1977. 6. 20. 제정 당시 업무집행사원에 관한 규정이나 사원의 업무집행권한 상실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업무집행권한 상실에 관한 규정이 없었다고 하여 이 사건 회사의 사원이 다른 사원의 업무집행권한을 상실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정관에서 달리 정하고 있지 않았으므로, 상법 제195조 에 따라 사원은 앞서 본 두 가지 방법 중 어느 것에 의하여서도 다른 사원의 업무집행권한을 상실시킬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2) 그 후 정관이 개정되면서 업무집행사원에 관한 제10조와 업무집행사원의 업무집행권한 상실에 관한 제11조가 신설되었다. 정관 제11조는 법원의 선고절차 없이 총사원의 결의로써 업무집행사원의 업무집행권한을 상실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상법 제205조 제1항 과 유사하게 그 상실사유로서 현저한 부적임 또는 중대한 업무위반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 정관 규정은, 그 상실사유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상법 제205조 제1항 과 달리 위 상실사유에 대한 법원의 판단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총사원의 결의로써 업무집행권한을 상실시키는 규정이므로, 앞서 본 업무집행권한 상실방법 중 상법 제205조 제1항 에 의한 방법과 유사하기보다는, 조합에 관한 민법 규정을 유추적용하여 총사원이 일치하여 업무집행사원을 해임함으로써 그 권한을 상실시키는 방법과 유사한 규정이라고 볼 수 있다.
3) 앞서 본 바와 같이 업무집행권한 상실에 관하여 정관에 아무런 규정이 없었을 때에도 앞서 본 두 가지 방법이 모두 적용되었다고 볼 수 있는 점을 고려하여 보면, 그중 법원의 선고절차 없는 업무집행권한 상실방법과 유사한 정관 제11조가 그 후 신설되었다고 하여 이로써 정관이 법원의 선고에 의한 업무집행권한 상실방법을 배제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즉, 상법 제205조 제1항 은 정관 제11조의 신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4.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정관에서 상법 제205조 제1항 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고 보아 채권자의 가처분 신청이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결정에는 합명회사 업무집행사원의 업무집행권한 상실제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재판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5. 그러므로 나머지 재항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