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6다204011(본소) 채무부존재확인
2016다204028(반소) 보험금
원고(반소피고)피상고인
삼성생명보험 주식회사
피고(반소원고)상고
인
1. A
2. B
3. C.
4. D
원심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 2015. 12, 24. 선고 2015나56234(본소), 2015나
56777(반소) 판결
판결선고
2016. 6. 23.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보험약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해당 약관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하여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석하되, 개개 계약 당사자가 기도한 목적이나 의사를 참작하지 않고 평균적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보험단체 전체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객관적. 획일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위와 같은 해석을 거친 후에도 약관조항이 객관적으로 다의적으로 해석되고 그 각각의 해석이 합리성이 있는 등 해당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9. 6. 선고 2006다55005 판결, 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5다243347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반소원고) A은 1998. 3. 4.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와 피보험자를 남편인 E으로, 사망 시 수익자를 상속인으로 하는 무배당 퍼펙트교통상해보험 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이 사건 보험계약 약관 제14조는 각종 재해로 인한 사망 또는 장해를 보험사고로 규정하면서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평일에 발생한 '비행기 · 선박 · 열차에 의한 교통사고, 차량탑승 중 교통사고와 뺑소니 무보험 자동차에 의한 교통사고'를 제외한 재해로 인하여 사망하였을 때에는 '평일기타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같은 약관의 재해분류표는 "재해라 함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서 다음 분류표에 따른 사고를 말한다"라고 하면서 제1호부터 제32호까지 재해의 유형을 열거하고 있다.
다. 그리고 이 사건 보험계약 약관 제16조 제1항은 "회사는 다음 중 어느 한 가지의 경우에 의하여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보험금을 드리지 아니함과 동시에 이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라고 규정하면서, 제1호에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그러나 피보험자가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와 계약의 책임개시일 (부활계약의 경우에는 부활청약일)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하거나 자신을 해침으로써 제1급의 장해상태가 되었을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합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이하 위 제1호 단서의 규정을 '이 사건 단서 규정'이라고 한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이 사건 보험계약 약관 제14조는 재해로 인한 사망 또는 장해를 보험사고로 규정하는 한편, 제16조 제1항 제1호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도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여 이 사건 단서 규정에서 정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고의에 의한 자살 또는 자해에 관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 약관 제16조 제1항 제1호 및 이 사건 단서 규정에 따라 보험금 지급 책임이 있는지 여부를 가리지 아니하고, 위 약관의 재해분류표에서 정한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인 재해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제14조 제1항에서 정한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하지 아니한다고 단정하고 나아가 제16조 제1항 제1호를 제14조에서 정한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한정하여 적용되는 면책 및 면책제한 조항으로 해석한다면, 결국 제16조 제1항 제1호는 처음부터 그 적용대상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무의미한 규정이 된다.
그러나 엄연히 존재하는 특정 약관조항에 대하여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그 효력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약관해석에 의하여 이를 적용대상이 없는 무의미한 규정이라고 하기 위하여는 평균적인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할 때에도 그 조항이 적용대상이 없는 무의미한 조항임이 명백하여야 할 것인데, 이 사건 보험계약 약관 제16조 제1항 제1호를 그와 같이 볼 수는 없다.
오히려 평균적인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이 사건 보험계약 약관 제16조 제1항 제1호는 고의에 의한 자살 또는 자해는 원칙적으로 우발성이 결여되어 제14조가 정한 보험사고인 재해에 해당하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이 사건 단서 규정에서 정하는 요건, 즉 피보험자가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와 책임개시일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하거나 자신을 해침으로써 제1급의 장해상태가 되었을 경우에 해당하면 이를 보험사고에 포함시켜 보험금 지급사유로 본다는 취지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 그뿐 아니라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가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은 확고한 대법원의 입장이므로(대법원 2006. 3. 10. 선고 2005다49713 판결 등 참조) 이와 나란히 규정되어 있는 '책임개시일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하거나 자신을 해침으로써 제1급의 장해상태가 되었을 때'에 관하여도 마찬가지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념에 부합한다. 그리고 고의에 의한 자살 또는 자해에 대하여는 이 사건 보험계약 약관 제16조 제1항 제1호 본문의 규정이 아니더라도 상법 제659조 제1항, 제732조의2, 제739조의 규정에 의하여 보험자가 면책되도록 되어 있어 이 사건 보험계약 약관 제16조 제1항 제1호 중 보험계약 당사자 간의 합의로서 의미가 있는 부분은 면책 사유를 규정한 본문이 아니라 보험금 지급책임 사유를 규정한 이 사건 단서 규정이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아도 위와 같은 해석이 합리적이고, 약관 해석에 관한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도 부합한다(대법원 2007. 9. 6. 선고 2006다. 55005 판결, 대법원 2016. 5. 12. 선고 2015다243347 판결 참조).
4. 그럼에도 원심은 이에 어긋나는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단서 규정은 원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 약관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구 생명보험 표준약관(2010. 1. 29.자로 개정되기 전의 것)을 부주의하게 그대로 사용함에 따라 실수로 포함된 것으로서 보험사고가 재해로 제한되어 있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는 적용될 여지가 없다는 취지로 잘못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보험약관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 약관에 관한 해석을 그르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이기택
대법관이인복
주심대법관김용덕
대법관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