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2가합40915(일부판결) 손해배상(기)
원고
별지1 원고들 명단 기재와 같다(A 외 139명)
원고들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국제
담당변호사 김동진, 주문식
피고
1. B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허영범
2. 주식회사 C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평
담당변호사 임방조
변론종결
2015. 8. 12.
판결선고
2016. 1. 13.
주문
1. 원고의 피고 B 주식회사, 주식회사 C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 B 주식회사, 주식회사 C는 연대하여 원고들에게 별지2 '원고들 표시 및 청구금액표'의 '합계'란 기재 각 돈 및 이에 대하여 2011. 9. 6.부터 이 사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1) 피고 B 주식회사(이하 '피고 B'라 한다)는 선적국 대한민국, 총 톤수 4,166톤인 기선 'D'(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 한다)의 소유자로 해상운송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피고 주식회사 C(이하 '피고 C'라 한다)는 피고 B와 사이에 이 사건 선박에 관하여 화물영업운영계약을 체결하여 부산-제주 항로에서 해상운송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2) 원고들은 이 사건 선박의 승객, 이 사건 선박에 선적되었던 화물들의 화주 등이다.
나. 화재사고의 발생
1) 이 사건 선박은 2011. 9. 5. 19:00경 원고들을 태우고 부산항을 출항하여 제주도로 항해하던 중 같은 달 6. 00:57경 여수시 삼산면 상백도 부근 해상에 이르러 1층 화물창(main deck, 이하 '이 사건 화물창'이라 한다)에 시동을 켠 채 적재된 주식회사 E(이하 'E'이라 한다) 소유의 활어운반트럭(F, 이하 '이 사건 활어운반트럭'이라 한다)에서 발생한 전기 배선의 합선으로 인하여 화재가 발생하였고, 위 화재가 2층 화물창, 3층, 4층 객실 및 상부갑판 등으로 옮겨붙어 선적된 자동차, 화물 등이 소훼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 또는 '이 사건 화재'라 한다).
2) 이 사건 선박의 선장 G과 2등기관사 H 등 선원들은 조타실에 설치된 화재경보장치 표시반의 경보를 통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되었으나, 위 화재로 발생한 연기, 유독가스 등으로 인하여 정확한 화재발생지점을 확인하지 못하였고 화재발생지점의 확인을 시도하던 중 발생한 폭발이 일어나자 선장 G은 화재진압을 포기하고 퇴선명령을 내렸다.
3) 원고들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이 사건 선박에서 탈출하여 해양경찰에 의하여 구조되었고, 이 사건 선박에 선적하였던 원고들의 수하물은 소훼되는 손해를 입었다.
다. 이 사건 책임제한절차의 개시 및 제한채권신고 등
1) 피고 B는 2012. 4. 13.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책임제한액 상당인 1,443,694,482원을 공탁하면서 선박소유자 등의 책임제한절차에 관한 법률(이하 '책임제한절차법'이라 한다) 제9조에 따라 책임제한절차개시를 신청하였고, 위 법원은 2012. 7. 11. 책임절차 제한개시를 결정하였으며(서울중앙지방법원 2012책1, 이하 '이 사건 책임제한절차'라 한다), 변호사 I가 책임제한절차의 관리인으로 선임되었다.
2) 이 사건 책임제한절차에서 원고들을 비롯한 제한채권자들은 이 사건 화재로 인한 화물손상을 원인으로 손해배상채권 또는 구상금채권을 제한채권으로 신고하였는데, 피고 B는 상법 제795조 제2항의 해상운송인의 화재면책 규정에 따라 그 책임을 면하게 된다는 이유를 들어 신고된 제한채권 전부에 대하여 이의하였고, 관리인 I는 위 제한채권 중 일부에 대하여 적하보험금을 일부 수령하였거나 손해를 입증할 만한 소명자료가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이의하였다.
라. 책임제한법원의 사정재판
책임제한법원은 피고 B, 관리인 I의 이의에 대하여 책임제한절차법 제57조 제1항 에 따라, 2013. 8. 28.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은 손해는 화재로 인하여 생긴 손해이고 위 사고가 운송인인 피고 B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화재로도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상법 제795조 제2항에 따라 피고 B의 손해배상책임이 면책되었다고 보아 원고들이 신고한 각 제한채권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정재판'이라 한다).
마. 사정재판에 대한 이의의 소
원고들은 피고 B, 관리인 I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3가합543499호로 이 사건 사정재판에 대한 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다가, 이후 관리인 I에 대하여는 소를 취하하였고, 2015. 1. 30. 위 법원으로부터 상법 제795조 제2항에 따라 피고 B의 손해배상책임이 면책된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 사건 사정재판을 인가한다'는 판결을 선고받았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이 서울고등법원 2015나2014523호로 항소하였으나, 2015. 5. 27. 위 법원으로부터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5, 7 내지 11, 14 내지 17, 20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음), 을가 제4,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들의 주장
피고 B, C는 화물운송업무의 위탁자, 이 사건 선박의 소유자 겸 선원들의 사용자로서 ① 이 사건 활어운반트럭이 시동이 커진 채로 이 사건 선박의 화물창에 주차된 것을 방치한 과실, ② 이 사건 선박에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자동으로 작동되지 않고 수동으로 작동하도록 개조 또는 조작한 과실, ③ 위 스프링클러의 작동장치를 기관실에 설치하여 화재시 접근을 어렵게 한 과실, ④ 선원들에 대한 화재안전교육 등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으므로, 연대하여 원고들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2) 피고들의 주장
이 사건 화재와 관련하여 과실이 없고, 설령 선원들의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상법 제795조 제2항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이 면책된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상법 제795조 제2항은 '운송인은 선장·해원·도선사, 그 밖의 선박사용인의 항해 또는 선박의 관리에 관한 행위 또는 화재로 인하여 생긴 운송물에 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면한다. 다만, 운송인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화재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상법 제795조 제2항 단서에서 말하는 '운송인'이란, 운송인 자신 또는 이에 준하는 정도의 직책을 가진 자만을 의미할 뿐이고, 선원 기타 선박사용인 등의 고의 또는 과실은 여기서의 면책제외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12. 10. 선고 2002다39364 판결 참조). 다만 화재가 선장 또는 선원들의 과실에 의하여 발생 또는 확대된 것이라도 그것이 선장 또는 선원들에 대한 화재 관련 교육 및 훈련의 결여에 기인한 것이라거나, 화재를 진압하기에 충분한 소방장치의 결여 또는 결함에 기인하는 것이라면 이는 운송인 자신의 과실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 운송인은 상법 제795조 제2항의 화재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
2) 화물 및 차량 적재에 과실이 있었다는 주장에 대하여(원고들 주장 ① 과실)
가)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선박안전법, 카페리선박의 구조 및 설비 등에 관한 기준, 이하 '카페리선박 고시'라 한다)와 같다.
나) 판단
살피건대, 이 사건 화물창에 이 사건 활어운반트럭이 시동을 켜둔 상태로 적재되어 있다가 위 차량의 전기 배선의 합선이 원인이 되어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위 관계 법령 및 앞서 본 사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 즉 ① 운송 도중 차량의 시동을 계속적으로 켜 둔 상태로 두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볼 여지는 있으나, 이 사건 사고발생 당시의 카페리선박 고시에서는 이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았고, 그 무렵 대부분의 다른 카페리선박들도 적재된 활어운반차량들의 시동을 켜둔 채로 두는 것이 통상적이었다고 보이는 점(현행 카페리선박 고시 제24조는 활어운반차량에 대해 선박 자체의 전원을 공급할 수 있는 전력공급선을 비치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는 이 사건 사고 이후인 2012. 10. 30. 신설된 규정이다), ② 따라서 이 사건 사고 당시 위 활어운반트럭의 시동을 켠 채로 운송한 것을 두고 선장 및 선원들의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를 운송인인 피고 B, C 자신의 과실이라고는 보기는 더욱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화물창의 차량 및 화물 적재에 관하여 선장 및 선원들의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이를 피고 B, C 자신의 과실이라고 평가할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이 사건 선박의 스프링클러에 구조적 결함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에 대하여(원고들 주장 ②, ③ 과실)
가)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선박안전법, 선박소방설비기준)와 같다.
나) 판단
위 관계 법령 및 을가 제1, 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선박의 화재경보장치, 화재탐지기 및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들은 당시 관계 법령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모두 충족하고 있었고, 이 사건 화재의 진압 및 방지에 일부 효과적이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 설비 자체에 어떤 구조적인 결함이 있었다고는 보기 어려우며, 이를 피고 B, C의 과실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2) 특히, 선방소방설비기준 제47조 제1항에서 이 사건 선박과 같이 연해구역 이하를 항해구역으로 하는 제2종선은 소화장치로 '고정식고팽창포말소화장치, 자동스프 링클러장치 또는 수동스프링클러장치'를 설치하라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 선박에 수동스프링클러장치를 설치한 것은 관련 규정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시킨 것이라고 할 것이다.
(3) 이 사건 선박의 화재탐지장치는 선내구역을 총 32구역으로 구분하여 각 구역별로 해당 구역의 화재발생 여부를 감지하고, 조타실에 설치된 화재경보장치 표시반의 해당 구역에 점등 및 경보가 표시된다. 화재가 발생한 이 사건 화물창은 6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는 반면 화재경보장치 표시반에는 위 화물창이 좌현(19번)/우현(20번) 두 개로만 나누어져 있다. 위 스프링클러는 동시에 2개만 가동할 수 있다. 위와 같은 화재탐지장치, 화재경보장치, 스프링클러의 구조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화물창에 화재가 발생한 경우 표시반에는 스프링클러의 작동 구역만큼 세분화되어 표시되지 않게 되므로, 육안으로 화물창 내 화재발생지점을 확인하기 전에는 스프링클러를 바로 작동시키기 어려운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4) 그러나 구 선박안전법 제26조 및 그 위임에 따라 제정된 선박소방설비기준(이하 '관련 고시'라 한다) 제35조 제1항에서는 화재탐지기, 화재경보장치 표시반에 관하여 표시반은 탐지구역마다 자동적으로 가시가청경보를 발하여야 하고(3호), 탐지구역은 복수로 구분되어야 하며(5호), 탐지구역 및 그 위치를 표시반 부근에 표시할 것(8호) 등 화재탐지기와 표시반 간의 구역설정 및 연계를 요구하고 있을 뿐, 화재탐지기, 표시반의 구역을 스프링클러의 작동 구역으로까지 일치시키거나 세분화하여 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다. 물론 화재탐지기 및 표시반의 구역을 스프링클러의 작동 구역으로까지 일치시킬 경우 화재진압이 보다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는 있겠으나, 이처럼 보다 효율적인 설비를 갖추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관련 규정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시킨 설비에 어떤 하자나 구조적인 결함이 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5) 이 사건 화재가 발생한 이후 선원들이 스프링클러를 작동하지 않았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이는 선원들이 화물창 내 화재발생 지점을 먼저 확인하고 스프링클러를 작동시키려 했으나 그 확인과정에서 폭발이 일어나 퇴선하기로 결정하였기 때문이고, 특히 당시 당직기관사로서 화재발생 시 밸브를 조작하여야 할 위치에 있었던 H이 기관실을 나와버린 탓에 밸브를 조작하지 못하게 되었던 것이므로, 선박의 구조상의 결함으로 스프링클러를 작동하지 못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4) 선장 및 선원들에 대한 화재 교육 및 훈련을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원고들 주장 ④ 과실)
가) 인정사실
갑 제 14 내지 18, 20호증, 을다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2011. 9. 6. 00:57경 이 사건 선박 조타실에 있는 화재경보장치 표시반에 '19번 구역'의 화재경보등이 점등되었다. 이를 확인한 당직항해사 K은 당직타수 L에게 현장 확인을 지시하였다. L은 이 사건 화물창으로 가 연기가 심하게 발생한 것을 확인하고 K에게 화재발생 사실을 보고하였다.
(2) 이어 K은 선장 G에게 화재발생 사실을 보고하고, 당직기관사이던 H에게도 이 사건 화물창에 화재가 발생한 사실을 알리면서 육안으로 확인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G은 자고 있던 선원 전원을 깨우도록 하고, L 등에게 다시 화물창으로 가 화재발생 정도를 확인할 것을 지시하였다.
(3) G, L, 1등항해사 M는 이 사건 화물창으로 내려가던 도중 화물창 출입구에서 연기가 퍼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한편 당직기관사 H은 기관실에서 나와 이 사건 화물창 출입구쪽으로 이동하였다.
(4) L, H 등 선원들은 화물창 출입구에 도착하여 대기하다가 조타실의 요청에 따라 화물창 내 화재지점을 확인하기 위해 진입을 시도하였는데, 그 순간 '펑'소리와 함께 매연, 유독가스 등이 터져나와 L, H이 순간적으로 쓰러졌고, 이러한 상황이 선장G에게 보고되었다.
(5) G은 01:15경 위 보고를 받은 후 소화부서 배치(화재진압을 위해 선원들을 배치하는 것을 말한다) 및 화재진압을 포기하고 해경에 구조요청을 지시하는 한편 승객들 및 선원들에게 퇴선명령을 내렸다.
(6) 이 사건 화물창은 총 6개의 구역으로 구분되어 각 구역마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고 위 스프링클러는 기관실 인근에 위치한 밸브룸에서 수동으로 작동시키도록 되어 있으며, 동시에 최대 2개까지만 작동시킬 수 있다. 한편 조타실에 설치된 화재경보장치 표시반에는 이 사건 화물창의 좌현 전체를 '19번 구역'으로, 우현 전체를 '20번 구역'으로 구분하여 표시하고 있었다.
(7) 이 사건 선박의 선장 및 선원들은 매월 1회씩 주제를 달리하여 선원교육을 받았다. 이 사건 사고 이전에 있었던 최근의 화재 관련 교육일은 2011. 6. 22.이었고, 2010. 12.경에는 화재사고를 대비한 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8) 당직기관사 H은 2012. 12. 17.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12고단266 사건에서 당직기관사로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스프링클러 밸브를 작동하여 화재의 확산을 막아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밸브를 열지 않은 채 자리를 옮긴 사실에 대해 업무상실화 및 업무상과실치상죄가 인정되어 벌금 300만 원이 선고되었고,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나)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선박의 선장 및 선원들이 결과적으로 화재의 진압이나 확산 방지를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 화재발생 후 약 15분만에 모두 퇴선하기로 결정한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각 사정들, 즉 ① 조타실의 당직항해사 K은 화재경보장치 표시반을 통하여 화재발생 사실을 인지한 후, 바로 당직타수를 통하여 실제 화재가 발생하였는지를 확인하도록 하고 즉각적으로 이를 선장 G에게 보고하였던 점, ② 선장 G도 선원들을 깨우고 화재 현장을 직접 확인하도록 지시하면서 화재발생지점, 화재의 크기 등의 파악을 시도했던 점, ③ 선장 G이 바로 퇴선명령을 내리게 된 것은 화재발생지점을 확인하러 간 L, H 등 선원들로부터 폭발이 발생하였다는 보고를 듣고 상황이 매우 급박하다고 보고 인명구조를 우선이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인 점, ④ 원고들은 선장 및 선원들이 화재발생을 확인하고서도 즉각적으로 소화기나 스프링클러 등 소방설비를 작동시키지 않은 점을 문제 삼고 있으나, 이 사건 화물창 및 스프링클러의 구조상(이 사건 화물창에는 6개의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었으나 동시에 2개만 작동이 가능하였는데, 조타실의 화재경보장치 표시반에는 위 화물창의 좌현/우현 2개 구역으로만 나뉘어 경고등이 표시된다) 화재의 진압을 위해서는 스프링클러의 작동에 앞서 화재지점의 확인이 필요하다고 보이는 점, ⑤ 다만 화재지점을 확인하지 못한 경우라 하더라도 화재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일단 2개의 스프링클러라도 작동시킬 수는 있었다고 보이나, 밸브를 조작하여야 할 당직기관사인 H이 이미 기관실에서 나와버렸고 이후 화물창 내의 연기 및 유독가스로 다시 기관실 쪽의 밸브룸으로는 접근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던 점, ⑥ 한편 이 사건 선박의 선장 및 선원들은 정기적으로 교육을 실시하였고 그 교육에는 화재 관련 교육 및 훈련도 포함되어 있었으며, 위와 같은 교육 및 훈련의 정도가 이 사건 화재의 발생 원인으로 평가될 만큼 미흡한 것이라고 볼 만한 근거가 없으며,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선장 및 선원들의 대응방법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교육 및 훈련의 정도가 피고 B, C의 과실로 평가할 만큼 미흡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선박의 선장 및 선원들에게 이 사건 사고에 대하여 고의 또는 과실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가사 H에 대하여 일부 과실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운송인인 피고 B, C 자신의 과실과 같은 정도에 이르렀다고는 보기 어려우며, 피고 B, C가 화재 관련 교육 및 훈련을 소홀히 하였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5) 원고들의 화재면책 규정 배제 주장에 대하여
한편 원고들은 피고 C와 사이에 상법 제795조 제2항의 해상운송인의 화재면책 규정을 배제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피고 C는 원고들에 대하여 상법 제795조 제2항에 근거한 면책을 주장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을나 제2호증의4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 N 주식회사와 피고 C사이에 화물운송계약을 체결하면서 "제7조(손해배상 책임) ① 피고 C는 본 계약서 의해 원고 N 주식회사(이하 '원고 N'이라 한다)의 화물을 제주부두에서 원고 N이 지정하는 운송회사에 인도될 때까지 화물에 대한 보존 책임을 지며, 화물의 해송 또는 하역 도중 도난 및 파손, 침수, 수송시간 지연 등으로 원고 N에게 손해 발생시 피고 C는 원고 N이 청구하는 손해액을 변상하여야 한다. ② 손해배상에 따른 변상 방법은 현금결제를 원칙으로 하며, 원고 N이 지급할 피고 C의 운송비에서 공제할 수 있다(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라고 약정한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이 사건 조항은 피고 C가 운송인으로서 운송물의 수령, 선적, 적부, 운송, 보관, 양륙, 인도에 관하여 주의의무가 있다는 내용일 뿐, 이 사건 조항만으로는 피고 C가 원고로부터 의뢰받은 화물에 대하여 이 사건 선박의 운송 중 발생한 일체의 손해를 배상한다고 보기 어렵고, 손해배상 범위도 구체적으로 특정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위 조항을 상법 제795조 제2항의 해상운송인의 화재면책 규정을 배제하는 계약으로 보기 어렵다.
또한, 원고 N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과 피고 C 사이에 상법 제795조 제2항의 해상운송인의 화재면책 규정을 배제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6)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화재는 피고 B, C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화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운송인인 피고 B, C는 상법 제795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화재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 B, C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김창형
판사 장성욱
판사 박정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