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23. 9. 14. 선고 2023다236566, 236573 판결
[임차보증금반환·차임연체료및손해배상금][미간행]
판시사항

[1] 계약의 합의해지의 의의 및 요건 / 계약의 합의해지가 묵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 여부(적극) 및 이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

[2] 계약당사자 일방이 계약해지에 관한 조건을 제시한 경우, 조건에 관한 합의까지 이루어져야 합의해지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 당사자 사이에 계약을 종료시킬 의사가 일치되었으나 계약 종료에 따른 법률관계가 당사자들에게 중요한 관심사이고 그러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아무런 약정이 없는 경우, 합의해지가 성립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 이러한 법리는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임대차계약 자체를 종료시킬 의사가 일치되었으나 그 종료에 따른 임차보증금 반환 분쟁이 해결되지 않은 경우에도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원고(반소피고),피상고인

원고(반소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형원 외 1인)

피고(반소원고),상고인

피고(반소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림 담당변호사 김선하 외 3인)

원심판결

서울북부지법 2023. 4. 18. 선고 2020나39304, 39311 판결

주문

원심판결의 본소 중 피고(반소원고) 패소 부분 및 반소 중 가압류해제 청구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반소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피고(반소원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는 2018. 11. 21.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고만 한다)와 사이에, 피고로부터 서울 노원구 (주소 생략) 아파트 (동호수 생략)(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을 임차보증금 1,000만 원, 임차기간 2018. 12. 1.부터 2020. 11. 30.까지, 월 차임 37만 원으로 정하여 임차하는 임대차계약(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계약 당일 피고에게 계약금 100만 원을 지급하였다.

나. 그 후 원고는 임차보증금 잔금 지급일인 2018. 12. 1. 피고에게 이 사건 아파트의 발코니 외부 창문을 추가로 설치하는 공사(이하 ‘이 사건 창문 공사’라 한다)를 요구하였고 피고가 이에 동의하여 창문 설치를 계약 특약사항으로 추가한 다음, 피고에게 나머지 임차보증금 900만 원을 지급하였다.

다. 피고는 원고의 입주 후 2018. 12. 11. 이 사건 창문 공사를 진행하여 발코니 외부에 창문을 설치하였는데, 원고는 창문 설치 이후 아파트 내부에 락카, 실리콘 등의 냄새가 난다면서 피고에게 이를 해결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다(이하 ‘이 사건 분쟁’이라 한다).

라. 이에 원고와 피고는 이 사건 아파트에서 냄새의 발생 여부 및 그 정도 등을 함께 확인하려고 하였으나 서로 일정을 맞추지 못하다가, 2019. 3. 5.경 이 사건 아파트에서 함께 이를 확인하게 되었는데, 그 당시 이 사건 아파트에는 원고가 주장하는 냄새가 나지 않았다.

마. 한편 원고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따른 월 차임을 지급하지 않다가 2019. 3. 7.경 피고에게 이 사건 아파트에서 이사를 나가겠으니 임차보증금 전액을 반환하여 달라고 요구하였다. 이에 피고는 원고의 이사에는 동의하지만 밀린 월 차임을 정산해야만 임차보증금을 반환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바. 그 직후 원고는 일방적으로 이 사건 아파트에서 이사를 나가면서 현관문 열쇠를 아파트 관리실 내지 경비실에 맡겨 두었다. 이 열쇠는 새로운 임차인 물색 또는 관리실의 아파트 관리에 필요한 경우에만 아파트 출입을 위하여 사용된 후 다시 경비실에 반환하는 방법으로 경비실에 보관되었고, 피고는 이를 찾아가지 않았다. 원고는 2019. 5. 중순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려는 과정에서 이 열쇠를 이용하여 공인중개사를 통하여 제3자에게 이 사건 아파트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사. 원고는 피고에 대한 1,000만 원의 임차보증금반환 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하여 서울북부지방법원 2019카단1156호 로 부동산가압류 신청을 하여 2019. 7. 31. 가압류 결정(이하 ‘이 사건 가압류’라 한다)을 받았다.

아. 또한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해지되었거나, 원고가 피고에게 임대차계약 종료 및 임차보증금 반환을 요구한 2019. 3. 7. 또는 원고가 이사한 2019. 3. 10.경 합의해지로 종료되었다면서, 원고가 정상적으로 거주한 7일간 차임을 공제한 나머지 임차보증금 및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계약금 상당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본소를 제기하였다.

자. 이에 피고도 원고를 상대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해지되지 않아 임차기간 만료일인 2020. 11. 30.까지 임대차가 유효하게 존속함을 전제로 원고의 미지급 월 차임과 미납 관리비 중 임차보증금을 초과하는 금액 부분 및 계약기간 이후 원고의 불법점유로 인한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비롯하여 이 사건 아파트의 인도 및 이 사건 가압류의 해제를 구하는 이 사건 반소를 제기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임차보증금의 반환 범위 등 정산에 관한 의견 차이가 있었으나 원고의 이사 사실을 피고가 인식하게 된 2019. 5. 9.경에 이르러 이 사건 임대차계약 해지에 대한 쌍방의 의사가 일치함으로써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묵시적으로 합의해지되었다고 판단한 다음, 이를 전제로 원고의 본소 청구 중 임차보증금반환 청구를 일부 인용하고, 피고의 반소 청구 중 부동산인도 청구 부분만 위 임차보증금 반환과 동시이행 조건으로 일부 인용하며, 가압류해제 청구 부분의 소는 가압류이의 내지 취소 절차가 아닌 소로써 그 해제를 구할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각하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고와 피고의 의사합치에 따라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2019. 5. 9.경 묵시적으로 합의해지되었다는 원심의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1) 계약의 합의해지는 계속적 채권채무관계에서 당사자가 이미 체결한 계약의 효력을 장래에 향하여 소멸시킬 것을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계약이다. 이러한 계약의 성립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기존 계약의 효력을 장래에 향하여 소멸시키기로 하는 내용의 청약과 승낙이 합치되어야 한다. 계약의 합의해지는 묵시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으나, 이와 같은 묵시적 합의해지는 계약에 따른 채무의 이행이 시작된 다음에 당사자 쌍방이 계약실현 의사의 결여 또는 포기로 계약을 실현하지 않을 의사가 일치되는 경우에만 성립한다 ( 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70884 판결 , 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6다274270, 274287 판결 등 참조).

2) 이와 같은 합의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쌍방 당사자의 표시행위에 나타난 의사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일치하여야 하므로 계약당사자 일방이 계약해지에 관한 조건을 제시한 경우 그 조건에 관한 합의까지 이루어져야 한다 ( 대법원 1996. 2. 27. 선고 95다43044 판결 , 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8다1477 판결 등 참조). 또한 당사자 사이에 계약을 종료시킬 의사가 일치되었더라도 계약 종료에 따른 법률관계가 당사자들에게 중요한 관심사인 경우 그러한 법률관계에 관하여 아무런 약정 없이 계약을 종료시키는 합의만 하는 것은 경험칙에 비추어 이례적이므로 이 경우 쉽사리 합의해지가 성립하였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 대법원 1994. 9. 13. 선고 94다17093 판결 , 위 대법원 2016다274270, 274287 판결 등 참조).

3) 이러한 법리는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임대차계약 자체를 종료시킬 의사가 일치되었으나 그 종료에 따른 임차보증금 반환 분쟁이 해결되지 않은 경우에도 적용된다. 임차보증금계약은 임대차계약의 종된 계약으로 임대차계약과 서로 밀접한 관련성을 맺고 있으므로 두 계약이 경제적·사실적으로 일체를 이루어 하나의 행위로 체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양자의 관련성 및 일체성은 임대차계약을 종료하여 임차보증금 반환 문제가 발생할 때도 존재한다. 따라서 임차보증금 반환에 관하여 아무런 약정도 하지 않은 채 임대차계약만 해지하기로 합의하는 것은 경험칙에 비추어 이례적이므로 ( 대법원 1992. 6. 23. 선고 92다4130, 4147 판결 참조) 임대차계약 종료와 임차보증금 반환 문제를 분리하여 해결하기로 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차계약의 해지만 합의하였다고 쉽사리 인정해서는 안 된다 .

나. 앞서 본 사실관계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피고가 그들 사이에 주요한 다툼의 대상이 된 임차보증금 반환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이 사건 임대차계약만 해지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1) 원고는 냄새 문제를 이유로 피고에게 임대차계약의 종료 및 임차보증금 전액의 반환을 요구하였다. 이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합의해지를 청약하면서 임차보증금 전액 반환을 그 합의해지의 내용 또는 조건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관한 합의해지가 성립하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보증금 전액 반환에 관한 합의까지 이루어져야 한다.

2) 그런데 피고는 원고의 이사에는 동의하면서도 그때까지 발생한 월 차임 등을 정산한 나머지 임차보증금만 반환하여 줄 수 있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이러한 답변만으로는 피고가 위와 같은 원고의 합의해지 청약에 승낙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가 원고의 합의해지 청약에 새로운 조건을 붙이거나 변경을 가함으로써 새로운 청약을 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을 뿐이다.

3) 원고와 피고가 임대차계약 종료와 임차보증금 반환 문제를 분리하여 해결하기로 하면서 이 사건 임대차계약만 해지하기로 합의하였다는 특별한 사정도 발견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사건 아파트의 주민등록을 그대로 유지한 채 피고에게 열쇠를 직접 전달하지 않고 스스로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려고 한 원고의 행동이나, 이 사건 분쟁 원인에 대해 원고와 대립하면서 원고가 경비실에 맡겨놓은 열쇠를 찾아가지 않고 제3자와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려는 시도도 하지 않은 피고의 행동은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완전히 종료되지 않았다는 전제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4) 또한 원심은 원고의 이사 사실을 피고가 인식한 2019. 5. 9.경 묵시적 합의해지가 성립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합의해지는 계약을 실현하지 않을 의사가 일치되는 경우에 성립하는데, 피고가 원고의 이사 사실을 알게 되었더라도 그러한 인식이 곧 해지의 의사표시를 구성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는 없다. 또한 원심의 판단이 원고의 이사 사실을 알고 피고가 곧바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행위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원고의 이사에 대한 쌍방의 양해로 볼 수 있을지언정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기로 하는 쌍방의 의사표시 합치로 보기는 어렵다.

다. 그럼에도 앞서 든 이유만을 들어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 2019. 5. 9.경 묵시적 합의해지를 원인으로 종료되었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묵시적 합의해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4. 이 사건 반소 중 가압류해제 청구 부분

한편 피고는 이 부분에 대하여도 상고를 제기하였으나,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 등에 구체적인 불복이유의 기재가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본소 중 피고 패소 부분 및 반소 중 가압류해제 청구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의 나머지 상고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민유숙 천대엽 권영준(주심)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