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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05. 3. 18. 선고 2004나24105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원고, 항소인

원고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다래 담당변호사 박지환)

피고, 피항소인

피고(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성 담당변호사 이승재)

변론종결

2005. 2. 25.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46,850,000원 및 이에 대한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원고는 당심에 이르러 청구취지 중 지연손해금 부분을 감축하였다).

이유

1. 기초사실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4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갑 제7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갑 제9호증의 일부 기재, 1심 증인 소외인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기업체 등의 의뢰를 받아 그들이 필요로 하는 조건의 임원이나 기술자 등의 고급 전문인력을 물색하여 추천하거나, 일정한 경력을 보유한 전문인력의 의뢰를 받아 그들이 원하는 업체에 재취업할 수 있도록 중개 또는 알선하는 이른바 중역채용알선(Executive Search) 또는 헤드헌팅(Headhunting) 업무를 영업으로 하는 회사이다.

나. 원고는 2003. 3.경 존슨 콘트롤즈 싱가폴 지주회사{Johnson Controls Holding (S) Pte Ltd., 이하 ‘존슨 콘트롤즈 싱가폴’이라 한다}로부터 존슨 콘트롤즈 코리아 유한회사(Johnson Controls Korea Ltd., 이하 ‘존슨 콘트롤즈 코리아’라 한다)에서 이사(Solution Sales Manager)로 근무할 전문인력을 추천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다. 이에 따라 원고는 2003. 3. 11. 존슨 콘트롤즈 싱가폴과 사이에, 원고가 존슨 콘트롤즈 코리아에서 이사로 근무할 후보자에 대한 조사, 평가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 후보자 리스트를 제공하고, 최종 후보자와의 보상협상에 참여하는 등의 용역업무를 수행하고, 존슨 콘트롤즈 싱가폴은 그 대가로서 선정된 후보자에게 제시한 첫 해 연봉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용역료로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이하 ‘이 사건 용역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라. 이 사건 용역계약서(갑 1호증)에 의하면, ① 원고는 이 사건 용역계약을 이행하기 위하여 먼저 후보자에게 요구되는 직책, 책임, 경험 등을 파악하고, 이에 적합한 후보자를 물색하기 위한 광범위한 조사 및 평가작업을 수행하게 되는데, 이러한 후보자 물색단계에서는 그 이직동기 등을 확인하기 위하여 후보자에게 지급될 보상에 대하여는 논의하지 아니하고, ② 그 후 최종후보자 목록이 작성되면 이를 고객 회사에 제시하고, 고객 회사와 후보자 간의 보상협상에도 참여하며, ③ 고용 여부에 대한 결정권은 고객 회사에 있으므로, 원고는 후보자가 고객 회사에 채용된 후로는 후보자에 의한 고용중단이나 철회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아니하되, 다만 고객 회사가 선정된 후보자의 계속 근무를 원하는데도 후보자가 근무개시 6개월 이내에 스스로 사직할 경우 원고는 별도의 용역료 없이 초과 경비만을 받고 그 후임자를 대체하여 주도록 되어 있다.

마. 이후 원고는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라 원고의 인터넷 홈페이지 긴급채용정보란에 외국계 빌딩자동화기업에서 세일즈 디렉터(sales director)를 구한다는 요지의 채용정보를 게시하는 등 존슨 콘트롤즈 코리아에서 이사로 근무할 후보자를 조사, 물색하였는데, 당시 타이코 써멀 콘트롤즈 코리아(Tyco Thermal Controls Korea Ltd.)에서 근무하던 피고도 2003. 6. 2.경 위 홈페이지 채용정보를 보고 원고를 방문하여 존슨 콘트롤즈 코리아의 이사 후보자로 지원할 의사를 밝혔다.

바. 원고는 피고에 대한 심사 및 평가 등을 거쳐 존슨 콘트롤즈 코리아의 이사로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하고, 2003. 6. 22.경 존슨 콘트롤즈 싱가폴 인사담당자와 피고의 전화 면담을, 같은 달 27.경과 같은 해 7. 10.경 존슨 콘트롤즈 코리아의 대표자와 피고의 면담을 각 주선하였으며, 같은 해 7. 18.경에는 피고가 직접 싱가폴을 방문하여 존슨 콘트롤즈 싱가폴의 인사담당자와 면접이 실시되도록 주선하였다.

사. 그 후 존슨 콘트롤즈 코리아와 피고는 급여 기타 근로조건을 협상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원고는 피고의 요구사항을 위 존슨 콘트롤즈 코리아에게 전달하기도 하고, 양측의 요구조건을 서로 조정하기도 하였는바, 그 결과 존슨 콘트롤즈 코리아는 2003. 8. 13. 피고와, 피고가 2003. 9. 15.부터 존슨 콘트롤즈 코리아의 이사(Solution Sales Manager)로 근무하고, 위 회사는 피고에게 모든 수당을 포함하여 첫 해 80,000,000원의 급여를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고용계약(이하 ‘이 사건 고용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아.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고용계약상의 근무개시일 이전인 2003. 9. 10.경 존슨 콘트롤즈 코리아의 대표자를 만나 신변상의 이유를 들어 위 회사의 이사로 근무할 수 없게 되었다는 뜻을 통지하였고, 이에 대하여 존슨 콘트롤즈 코리아는 현재까지 피고에 게 자사에서의 계속 근무를 요구하거나, 손해배상 등 법적 책임을 추궁한 바는 없다.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1) 피고는 2003. 6. 2. 원고 회사를 방문하여 존슨 콘트롤즈 코리아의 이사 후보자로 지원할 의사를 밝혔는데, 이는 피고가 원고에게 자신을 존슨 콘트롤즈 코리아의 이사로 채용될 수 있도록 주선하는 업무를 위임하는 계약의 청약으로 볼 수 있고, 그 후 후보자 물색 단계를 넘어 원고가 피고와 존스 콘트롤즈 코리아 간의 고용조건 협상에 참여한 단계에 이르면 원고가 피고를 존슨 콘트롤즈 코리아에 취업할 수 있도록 알선하는 내용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위임계약이 체결된 것이다.

(2) 피고가 위와 같이 존슨 콘트롤즈 코리아의 이사 후보자로 지원할 뜻을 밝힌 것은 향후 고용계약이 체결되면 위 회사에 계속 근무하겠다는 의사도 함께 밝힌 것으로서 이는 원고와 피고 간에 체결된 위임계약의 이차적 내지 부수적인 의무의 내용이 된다.

(3) 그런데 피고는 2003. 8. 13. 존슨 콘트롤즈 코리아와 이 사건 고용계약을 체결하고도 같은 달 10.경 임의로 그 계약을 파기한 채 위 회사에 출근하지 아니하였는바, 이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채용알선 위임계약을 위반한 것일 뿐만 아니라, 원고에 대한 고의 내지 과실에 기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4) 원고는 피고의 위와 같은 계약위반 또는 불법행위로 인하여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른 용역료 16,000,000원(= 피고의 첫 해 급여 총액 80,000,000원 × 20%)을 지급받지 못하였고, 피고의 싱가폴 체제비용 850,000원(= 왕복항공료 600,000원 + 호텔투숙비 등 250,000원) 등 합계 16,850,000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었을 뿐만 아니라, 고객 회사의 신뢰를 잃고 전문 컨설팅업체로서의 신용과 명예에 심각한 손상을 입기까지 하였는바, 피고를 상대로 위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손해의 합계 46,850,000원(= 재산상 손해액 16,850,000원 + 위자료 30,000,000원)의 배상을 구한다.

나. 피고의 주장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원고 주장과 같은 채용알선 위임계약이 체결된 사실이 없고, 원고가 피고와 존슨 콘트롤즈 코리아 간의 고용조건 협상에 참여한 것은 어디까지나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른 업무의 수행이었을 뿐이며, 피고가 이 사건 고용계약 해지시 원고에 대해 손해배상을 해주기로 하는 어떠한 약정을 한 바도 없으므로, 이 사건 고용계약 해지로 인하여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의무를 질 아무런 근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고용계약은 피고와 존슨 콘트롤즈 코리아 사이에 원만히 합의해지된 것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다툰다.

3. 판단

가.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의 발생 여부

(1) 그러므로 먼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용알선 위임계약이 체결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계약은 반드시 요식이거나 명시적인 의사표시로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고 묵시적으로도 성립할 수는 있다고 할 것이나, 계약이 성립하였다고 하기 위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법적 구속력 있는 권리 의무를 상호부담하겠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할 것인바, 피고가 2003. 6. 2.경 원고에 대하여 존슨 콘트롤즈 코리아의 이사직에 지원할 의사를 밝히고, 이에 따라 원고의 주선으로 같은 달 22.경 존슨 콘트롤즈 싱가폴 인사담당자와 전화면담을 한 것을 비롯하여 존슨 콘트롤즈 코리아의 대표자 및 존슨 콘트롤즈 싱가폴 담당이사와의 면접이 이루어졌고, 그 후 존슨 콘트롤즈 코리아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고용계약이 체결된 사실은 위 기초사실에서 인정한 바와 같으나, 다음에서 인정되는 각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사실만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원고가 피고를 존슨 콘트롤즈 코리아에 취업할 수 있도록 알선하는 내용의 위임계약을 체결하기로 하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즉, 위 기초사실에 의하면, ① 원고의 업무에는 기업체 등의 의뢰를 받아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전문인력을 물색, 추천하는 것 외에 전문인력의 의뢰를 받아 그들이 원하는 업체에 재취업할 수 있도록 알선하는 업무도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원고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하여 존슨 콘트롤즈 코리아의 이사 채용정보를 게시하고, 지원한 후보자들에 대한 조사 및 평가 작업을 수행한 것은 이 사건 용역계약에서 정한 절차대로 위 회사가 필요로 하는 조건의 후보자를 광범위하게 조사, 물색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행하여진 것이지, 위 게시물을 보고 지원한 후보자들의 의뢰에 따라 이루어진 업무로는 보이지 않는 점, ② 청약은 승낙이 있으면 곧바로 계약이 성립될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이 확정적이어야 하는데, 피고가 원고의 위 모집행위에 응하여 지원할 의사를 밝힌 것은 단지 추후 원고가 선정할 존슨 콘트롤즈 코리아의 이사 후보자에 자신이 포함될 수 있도록 원고의 조사 및 평가 작업에 응하겠다는 의미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이를 채용알선에 관한 권한을 원고에게 확정적으로 위임하겠다는 의사로까지 해석하기는 어려운 점, ③ 그 후 원고가 심사 및 평가 작업을 거쳐 피고를 최종후보자로 선정한 뒤 피고와 존슨 콘트롤즈 싱가폴의 인사담당자 간의 면접 등을 주선한 것도 이 사건 용역계약에 의하여 원고가 처리하여야 할 사무의 일부로 보이는 점, ④ 존슨 콘트롤즈 코리아와 피고가 급여 기타 고용조건을 협상하는데 있어 원고가 피고 대신 피고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기도 하고, 양측의 요구조건을 서로 조정하기도 하였으나, 이는 원고가 이 사건 용역계약의 목적이 원활히 달성되도록 하기 위하여 위 계약이 정한 바에 따라 자신의 권한으로 협상에 참여한 것이지, 피고를 위하여 위임사무를 처리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원고는 고용조건에 관한 협상에 참여하는 것이 원고의 업무가 아니라고 주장하나, 이 사건 용역계약서(갑 제1호증)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최종후보자와 존슨 콘트롤즈 코리아 사이의 고용조건 협상에 참여하도록 되어 있고, 더구나 고용계약의 체결과 급여액의 결정은 원고의 용역비 채권액을 결정하는 것과도 직결된다}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고용계약 체결과정에서 원고가 행한 위 면접 주선 등의 행위는 존슨 콘트롤즈 싱가폴과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른 용역업무의 수행일 뿐, 그와 별도로 피고와 사이에서 채용알선 위임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2) 또한, 가사 원고가 피고를 최종후보자로 선정한 후 구체적인 고용조건의 협상에 참여하는 단계에 이르러서는 원고가 피고에게 고용조건 협상에 관한 사무를 위임하는 내용의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본다 하더라도, 원고의 알선으로 고용계약을 체결할 것인지의 여부와 고용계약 체결 후 계속 근무할 것인지 여부는 전적으로 피고가 결정할 사항이므로,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위 위임계약에 따른 부수적 채무로서 고용계약 체결 후 계속 근무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와 같은 의무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이를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시키기로 하는 합의가 있어야만 할 것인바, 갑 제5호증의 1 내지 3, 갑 제6호증의 1, 2의 각 기재 및 1심 증인 소외인의 증언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위와 같은 의무를 부담하기로 약정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오히려 위 증인의 증언에 의하면, 원고의 담당 컨설턴트였던 소외인은 이 사건 고용계약 체결 무렵 피고를 만나 고용계약이 체결된 후로는 꼭 출근을 하여야 한다고만 하였을 뿐, 위 회사에서 근무하지 않는 경우 원고에 대해 손해배상 등 법적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설명한 적은 없는 사실이 인정될 뿐이다.

(3) 그렇다면, 채용알선 위임계약 위반을 원인으로 한 원고의 위 주장은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나.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책임의 발생 여부

다음으로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고용계약을 임의로 파기하고 출근하지 않음으로써 원고와 사이에 체결된 채용알선 위임계약을 위반하는 불법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주장하는 위임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 없음은 앞서 살펴 본 바와 같고, 피고가 이 사건 고용계약을 해지하고 출근하지 아니한 것이 위 고용계약을 위반한 행위로서 존슨 콘트롤즈 코리아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함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나아가 피고의 위 행위가 위법한 행위로서 원고에 대하여도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며, 달리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위법한 행위를 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 역시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홍경호(재판장) 이승규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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