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1항 에 따라 영장에 의하여 압수·수색을 할 수 있는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의 의미 / 이때 압수·수색영장의 범죄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는 범위와 판단 기준
[2] 전자정보가 담긴 저장매체 또는 복제본을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옮겨 복제·탐색·출력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피압수자나 변호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고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인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압수·수색의 적법 여부(원칙적 소극) / 이때 수사기관이 저장매체 또는 복제본에서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만을 복제·출력하였더라도 마찬가지인지 여부(적극)
[3]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를 예외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경우 및 그러한 예외적인 사정이 존재한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 소재(=검사)
참조조문
[1]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1항 [2] 형사소송법 제121조 , 제215조 , 제219조 [3] 형사소송법 제307조 , 제308조 , 제308조의2
참조판례
[1] 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7도13458 판결 (공2018상, 141)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21도3756 판결 대법원 2021. 8. 26. 선고 2021도2205 판결 [2] 대법원 2015. 7. 16. 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공2015하, 1274)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20도10729 판결 (공2021상, 171) [3]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763 판결 (공2009상, 503) 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5도12400 판결 (공2017하, 2033)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원심판결
수원지법 2019. 7. 5. 선고 2018노8129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의 경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인은 2018. 3. 9. 18:00경 안산시 (주소 1 생략)에 있는 ○○백화점에서 우연히 마주친 피해자(여, 22세)의 치마 속을 촬영하기로 마음먹고 피해자를 따라 다녔다. 이후 피고인은 자신의 차량으로 피해자가 탄 차량을 쫓아가던 중 2018. 3. 10. 04:22경 안산시 (주소 2 생략)에 있는 △△△△휴게소에서 피해자가 여자화장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따라 들어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력처벌법’이라 한다) 위반(성적목적공공장소침입) 범행을 저지르고, 계속하여 피해자가 사용 중인 용변칸의 옆칸으로 들어가 피해자를 촬영하기 위하여 칸막이 아래로 자신의 휴대전화를 집어넣었으나 피해자가 이를 발견하고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나.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은 2018. 4. 5. 위 가.항에 기재된 피고인의 범행을 혐의사실로 하여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하였다(이하 위 영장을 ‘이 사건 영장’이라 하고, 위 범행을 ‘이 사건 영장 혐의사실’이라 한다).
다. 경찰은 2018. 4. 7. 이 사건 영장에 따라 피고인 소유의 휴대전화인 스마트폰 2대(이하 ‘이 사건 휴대전화’라 한다)를 압수하고, 이 사건 휴대전화에 대하여 디지털 증거분석을 실시하였다. 이 사건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증거분석 결과 이 사건 영장 혐의사실과 관련된 사진이나 동영상은 발견되지 않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인 제1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범행과 관련된 동영상들(이하 ‘이 사건 각 동영상’이라 한다)이 발견되었다.
라. 경찰은 피고인을 상대로 위 각 동영상 캡처파일 출력물을 제시하며 피의자신문을 하였고, 검사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으로 기소하고, 이 사건 각 동영상 등을 유죄의 증거로 제출하였다.
2. 공소사실과 하급심 판단의 요지
가. 공소사실 요지
피고인은 2018. 3. 9. 15:00경부터 18:00경까지 □□역 인근 또는 안산시 (주소 3 생략) 인근에서 23회에 걸쳐 피고인의 이 사건 휴대전화로 성명불상의 여성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고, 2018. 4. 2. 안산시 (주소 4 생략)에 있는 ‘◇◇고등학교' 앞 도로를 운행 중인 (버스번호 생략) 버스 안에서, 피고인의 이 사건 휴대전화로 버스 내 좌석에 앉아 있던 피해자 공소외인(가명, 여, 16세)의 교복 치마 속 허벅지 안쪽을 몰래 촬영하였다.
나. 하급심 판단
(1) 제1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검사가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유죄의 증거로 제출한 이 사건 각 동영상은 이 사건 공소사실과 별도의 범죄인 이 사건 영장 혐의사실에 대하여 발부된 이 사건 영장에 의하여 압수된 휴대전화에서 탐색·복제·출력된 것으로 이 사건 영장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또한 수사기관이 이 사건 각 동영상을 탐색·복제·출력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으므로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여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고, 그 밖에 피고인의 자백을 보강할 만한 증거가 없다.
(2) 검사가 제1심판결에 불복하여 항소를 제기하면서 항소이유로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고, 설령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더라도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제1심판결이 정당하다는 이유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3. 대법원 판단
가. 관련 법리
(1)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1항 은 “검사는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지방법원판사에게 청구하여 발부받은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이하 ‘압수·수색’이라 한다)을 할 수 있다.”라고 정한다. 여기서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압수·수색영장의 범죄 혐의사실과 관련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서 압수·수색영장의 범죄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인정되고 압수·수색영장 대상자와 피의자 사이에 인적 관련성이 있는 경우를 뜻한다. 그중 혐의사실과 객관적 관련성이 있는지는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 자체 또는 그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행과 직접 관련되어 있는 경우는 물론 범행 동기와 경위, 범행 수단과 방법, 범행 시간과 장소 등을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 등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다. 이러한 객관적 관련성은 압수·수색영장 범죄 혐의사실과 단순히 동종 또는 유사 범행에 관한 것이라는 사유만으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고, 혐의사실의 내용, 수사의 대상과 경위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있으면 인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7도13458 판결 ,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21도3756 판결 등 참조).
(2) 형사소송법 제219조 , 제121조 는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때에는 피압수자 또는 변호인은 그 집행에 참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저장매체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한 예외적인 사정이 인정되어 전자정보가 담긴 저장매체 또는 하드카피나 이미징 등 형태(이하 ‘복제본’이라 한다)를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옮겨 복제·탐색·출력하는 경우에도 그와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피압수자나 변호인에게 참여의 기회를 보장하고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인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등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를 준수하여야 한다. 만일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피압수자 측이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였거나 절차 위반행위가 이루어진 과정과 내용 등에 비추어 피압수자 측에 절차 참여를 보장한 취지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을 정도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압수·수색이 적법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 비록 수사기관이 저장매체 또는 복제본에서 혐의사실과 관련된 전자정보만을 복제·출력하였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 대법원 2015. 7. 16. 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참조).
(3)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 다만 수사기관의 증거수집 과정에서 이루어진 절차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 사법 정의를 실현하려고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이때 구체적 사안이 위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수집된 증거를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유념하여야 하고, 그러한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구체적이고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는 점은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763 판결 , 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5도12400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에 대한 판단
(1) 위에서 본 사실과 기록에서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을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각 동영상은 이 사건 영장 혐의사실 기재 범행의 동기와 경위, 범행 수단과 방법, 범행 시간과 장소 등을 증명하기 위한 간접증거나 정황증거 등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또한 이 사건 영장 혐의사실과 이 사건 공소사실의 내용, 수사기관이 이 사건 각 동영상을 압수하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 동영상은 이 사건 영장 혐의사실과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도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각 동영상과 이 사건 영장 혐의사실 사이에 객관적 관련성은 인정된다.
(가) 이 사건 영장 혐의사실과 이 사건 공소사실 모두 피고인이 공중이 밀집한 장소에서 불특정 여성 중 범행의 대상을 물색한 후 그 여성을 쫓아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를 촬영한 범행에 대한 것이고, 그 범행의 일시, 간격 등에 비추어 시간적 근접성이 인정된다.
(나) 이 사건 영장 혐의사실 기재 범행이 미수에 그쳐 이 사건 휴대전화에서 위 범행과 관련된 사진이나 동영상이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영장 혐의사실과 같이 해당 피해자를 촬영하려고 하였다는 점에 대한 증거는 피해자의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것이다. 이러한 경우 피고인이 그 범행 이전과 이후 그와 동종의 범행을 하였다는 점에 대한 증거인 이 사건 각 동영상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간접증거나 정황증거 등으로 사용될 수 있다.
(다) 수사기관이 이 사건 영장 혐의사실 기재 범행에 대하여 수사를 하면서 이 사건 영장을 발부받았고, 위 범행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하여 피고인의 이 사건 휴대전화를 압수하였으며, 휴대전화에서 위 범행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하여 디지털 증거분석을 한 결과 이 사건 영장 혐의사실과 범행의 일시·장소, 범행의 양태 등에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이 사건 동영상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사건 영장 혐의사실 기재 범행과 단순히 동종 또는 유사 범행에 관한 것이라는 사유만으로 이 사건 동영상을 압수한 것이 아니다.
(2) 그러나 위에서 보았듯이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은 압수된 이 사건 휴대전화에서 이 사건 각 동영상을 탐색·복제·출력하면서 피고인에게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으므로 위 각 동영상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피고인의 참여권이 보장되었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으므로 이 사건 각 동영상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여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피고인이 수사단계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 압수절차의 위법성을 다투지 않았다거나, 영장 혐의사실과 비교할 때 범행 방법이 동일하여 피고인의 방어권이 침해되지 않았다는 등 검사가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사유만으로는 위법수집증거라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3) 원심판결에 객관적 관련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위법이 있는 이상 이 사건 각 동영상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여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으므로 원심의 위 잘못은 판결에 영향이 없다.
4. 결론
검사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따름판례
- 대법원 2023. 6. 1. 선고 2018도18866 판결 [공2023하,1159]
관련문헌
- 류동훈 전자정보 압수수색의 ʻ객관적 관련성ʼ 요건에 대한 비판적 검토 : 최근 대법원의 태도를 중심으로 형사법의 신동향 통권76호 / 대검찰청 2023
- 김웅재 압수·수색의 '관련성' 요건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진화 법학평론 제12권 / 서울대학교 법학평론 편집위원회 2022
참조판례
- [1] 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7도13458 판결
-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21도3756 판결
- 대법원 2021. 8. 26. 선고 2021도2205 판결
- [2] 대법원 2015. 7. 16.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20도10729 판결
- [3]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763 판결
- 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5도12400 판결
참조조문
- [1]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1항
- [2] 형사소송법 제121조
- [3] 형사소송법 제307조
본문참조판례
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7도13458 판결
대법원 2021. 7. 29. 선고 2021도3756 판결
대법원 2015. 7. 16.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763 판결
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5도1240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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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심판결
- 수원지법 2019. 7. 5. 선고 2018노8129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