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9가합51569 해고무효확인
원고
A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영진
담당변호사 이광민
피고
B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김완기
변론종결
2020. 9. 10.
판결선고
2020. 11. 12.
주문
1. 피고의 원고에 대한 2018. 2. 8.자 해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96,738,028원 및 그 중 92,151,490원에 대하여 2020. 1. 15.부터 2020. 11. 12.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4.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문 제1항 및 피고는 원고에게 96,742,925원 및 그 중 92,151,490원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피고 회사는 2001. 4. 2. 전력산업구조개편촉진에관한법률에 따른 한국전력공사의 물적분할에 의해 설립된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로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라 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된 공공기관이다.
원고는 1984, 2. 27.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하여 2001, 5. 4. 피고 회사로 전적하였고, 2015. 12. 3.부터 2016. 12, 20.까지 피고 회사의 기획처장으로 재직하였다.
나. 원고의 비위행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25조 본문에 의하면, 공기업의 장은 임원추천위원회가 복수로 추천하여 공공기관운영위원회(기획재정부장관 소속)의 심의·의결을 거친 사람 중에서 주무기관의 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고, 같은 법 제50조 제1항에 따라 제정된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인사운영에 관한 지침(기획재정부 고시 제2016-10호) 제27조 제1항에 의하면, 임원추천위원회는 3배수 내지 5배수로 임원후보자를 선정하여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추천하도록 되어 있다.
피고 회사는 기존 사장의 임기가 2016. 9. 22. 만료됨에 따라 새로운 사장 후보자의 추천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였고, 위 임원추천위원회는 지원자 12명에 대한 서류심사를 거쳐 면접심사 대상자 5명을 선정한 다음, 6명의 위원이 면접심사를 실시하여 각자 심사 대상자에 대한 순위를 정하고 그 순위에 따라 부여되는 환산점수의 집계 결과를 기준으로 상위 3명의 후보자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추천하기로 결정하였다.
원고는 기획처장으로서 2016. 9. 21.부터 2016. 10. 13.까지 위 임원추천위원회의 당연직 간사를 맡으며 심사결과 처리 등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주무기관인 산업통상자 원부 소속 서기관으로부터 특정 후보자에 관한 언질을 받고서 2016. 10, 6.경 해당 후 보자가 위 임원추천위원회의 면접심사 결과 4위에 그쳤음에도 3위 안에 든 것처럼 면접심사 점수를 조작하고, 해당 후보자가 포함된 '사장 후보자 추천서'가 피고 회사의 임원추천위원회 명의로 작성되게 하였다.
다. 감사 및 선행징계처분
감사원은 위 나.항과 같은 내용의 원고의 비위행위에 대하여 조사절차를 거친 뒤 원고의 비위행위가 피고 회사 취업규칙 제10조 제1항에 위배된 것으로 취업규칙 제73조의 징계사유에 해당함을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정직의 징계처분을 하라는 취지의 문책요구서를 보냈고, 이에 따라 피고 회사는 2017. 9. 25. 원고에 대하여 정직 1개월의 징계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선행징계처분'이라 한다).
라. 형사기소
이후 원고는 2017. 11. 6. 위 나.항과 같은 행위를 함으로써 위계에 의하여 위 임원추천위원회의 사장 후보자 추천업무를 방해하였다는 업무방해의 범죄사실로 대전지 방법원 서산지원 2017고단916호로 구속 기소되었다.
마. 해임처분
1) 정부는 원고에 대한 형사재판이 계속 중이던 2018. 1. 29.경 공공기관 채용비리특별점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그에 대한 후속조치 계획으로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후속조치 및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였고, 산업통상자원부는 2018. 1. 30.경 피고 회사에 대하여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결과 후속조치 통보」라는 제목 하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된 공문을 하달하였다.
1. (생략) 2.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후속조치 및 제도개선 방안'을 붙임과 같이 통보하오니, 해 당 공공기관은 채용비리 연루자(수사의뢰·징계 대상자), 부정합격자 등에 대한 조치를 즉시 이행하여 주시기 바라며, 조치현황 및 계획을 2018. 2. 2.까지 제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가. 채용비리 연루자 ○ (기관장) 수사의뢰된 현직 기관장 즉시 퇴출 * 정관상 해임절차 등 적용 ○ (직원) 수사의뢰·징계 대상자 즉시 업무배제 - 수사 결과 검찰 기소시 즉시 퇴출* * 공공기관 자체 내부 인사규정상 '직권면직' 등 적용 ※ 수사의뢰 무혐의·징계 완료시 업무 복귀 조치 나. 부정합격자 (생략) 다. 감사원 등의 旣감사·조사 공공기관: 동일 기준 적용 |
2) 피고 회사의 상임인사위원회는 2018. 2. 7.경 원고 등에 대한 해임안을 안건으로 상정하고, 원고를 해임하는 결의를 하였는데, 그 회의록에는 결의내용이 다음과 같이 기재되어 있다.
□ 심의 결과 다음과 같이 의결함 ○ 임원추천위원회('16. 10월)의 지원업무를 수행하면서, 사장 후보자 추천을 위한 임원추 천위원회 면접평가에 개입하여 부당한 업무 처리로 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침해함 ○ 그 결과, 상기 직원들은 채용비리 연루자로 검찰에서 기소하였으며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하여 보도되어 회사의 명예를 실추하였음 ○ 이에 따라, 취업규칙 제11조(금지사항) 제1호를 위배하여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손 해를 초래하였으므로 취업규칙상 직권면직에 해당하는 제62조(해임) 제1항 제4호에 의거, 인사위원회 결의로 원고, ○○○ 두 직원을 해임함 |
3) 피고 회사는 위 상임인사위원회 결의에 따라 2018. 2. 8.경 원고를 해임하는 인사명령을 발령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임처분'이라 한다).
바. 형사판결
이후 원고는 2018. 4. 20. 위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위 판결은 2018. 4. 28. 확정되었다.
사. 취업규칙 및 인사관리규정
피고 회사의 취업규칙 및 인사관리규정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별지1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8증, 을 제1 내지 3호증(가지번호가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해고무효확인청구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들 주장의 요지
1) 원고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해임처분은 부당해고로서 무효이다.
가) 이 사건 해임처분은 징계해고에 해당한다.
나)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동일한 징계사유로 정직 1개월의 징계를 이미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재차 이 사건 해임처분을 하였는바, 이는 이중징계금지의 원칙에 반한다.
다) 이 사건 해임처분을 함에 있어 징계절차를 거쳐야 했음에도, 이 사건 해임처분에는 의견진술 기회 부여, 징계처분장 교부 및 항고 등 구제절차 보장 등 소정의 징계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절차상 위법이 있다.
2) 피고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해임처분은 적법하다.
가) 이 사건 해임처분은 취업규칙 제62조 제1항 제4호에 근거한 통상해고(직권면직)1)로서, 징계해고와 성격을 달리한다.
나) 이 사건 선행징계처분은 원고의 성실의무(취업규칙 제10조 제1항) 위반을 사유로 취업규칙 제73조(징계)에 의거하여 행해진 징계처분인 반면, 이 사건 해임처분은 원고가 피고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손해를 초래하여 취업규칙 제11조를 위반하였음을 사유로 취업규칙 제62조(해임) 제1항 제4호에 의거하여 행해진 통상해고(직권면직)이므로, 이중징계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 이 사건 해임처분은 통상해고(직권면직)이므로 취업규칙상의 징계절차가 적용되지 않는다.
나. 판단
1) 이 사건 해임처분이 징계해고에 해당하는지 여부
위 기초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해임처분의 실질은 징계해고라고 봄이 상당하다. 즉, ① 피고 회사 취업규칙 제62조 각 호의 사유는 그 문언상 당연퇴직 사유에 관한 규정이 아님이 분명하다. ② 피고 회사 취업규칙 제62조 제1항 제4호는 '인사위원회 결의에 의할 때' 직원을 해임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으나, 이는 오로지 인사위원회 결의만으로 근로자를 해고하게 하는 독자적인 면직 내지 해고 사유로 볼 수는 없고, 위 규정에 의한 해임의 경우에도 해고의 실질에 부합하는 요건과 절차를 갖추어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③ 한편, 피고 회사 취업규칙 제62조는 통상해고사유(제5, 6호 등) 외에 징계해고사유(제1, 2호 등)도 함께 규정하고 있는바, 피고 회사가 취업규칙 제62조를 근거 규정으로 삼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해임처분을 징계해고가 아닌 통상해고로 볼 수 없다. ④ 이 사건 해임처분의 사유는 원고가 위 기초사실 나.항의 비위행위 및 그에 관한 언론보도 등으로 인하여 피고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손해를 초래하였다는 것인데, 이는 원고의 성상이나 능력이 아닌 특정한 비위행위에 관한 것으로서 통상적인 기준에서의 징계사유에 속할 뿐 아니라, 피고 회사 취업규칙 제73조에서 정한 징계사유인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거나 또는 직무에 태만할 때(제1호)', '회사의 체면 또는 신용을 손상시켰을 때(제2호)',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제4호)'에 해당한다.
2) 이 사건 해임처분이 이중징계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이중징계를 한 경우 일사부재리의 원칙이나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어 징계처분은 무효이나, 이와 같이 이중징계에 해당하려면 선행 처분과 후행 처분이 모두 법적 성질상 징계처분이어야 하고, 선행 징계처분이 취소됨이 없이 유효하게 확정되어야 하며, 그 선행 징계처분과 후행 정계처분의 징계혐의 사실이 동일하여야 한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1999두10902 판결 참조).
나) 이 사건의 경우
위 기초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해임처분은 이중징계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 즉, ① 정직 1개월의 이 사건 선행징계처분이 2017. 9. 25. 이루어져 취소됨이 없이 유효하게 확정되었다. ② 피고 회사가 이 사건 선행징계처분 당시 원고에 대하여 별도의 처분이 또 다시 이루어질 수 있음을 명확하게 밝혔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③ 이중징계인지 여부는 근로자 보호 및 법적 안정성을 위하여 양징계사유의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 이 사건 선행징계처분은 위 기초사실 나.항의 비위행위를 그 징계사유로 하고 있고, 이 사건 해임처분은 원고가 같은 비위행위 및 그에 관한 언론보도 등으로 인하여 피고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손해를 초래하였음을 사유로 하고 있어서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 ④ 이 사건 해임처분 당시에는 원고에 대한 형사재판이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이었다.
3) 이 사건 해임처분에 징계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절차상 위법이 있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특정사유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서 징계해고사유와 통상해고사유의 양쪽에 모두 해당하는 경우뿐 아니라 징계해고사유에는 해당하나 통상해고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그 사유를 이유로 징계해고처분의 규정상 근거나 형식을 취하지 아니하고 근로자에게 보다 유리한 통상해고처분을 택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용자의 재량에 속하는 적법한 것이나, 근로자에게 변명의 기회가 부여되지 않더라도 해고가 당연시될 정도라는 등의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징계해고사유가 통상해고사유에도 해당하여 통상해고의 방법을 취하더라도 징계해고에 따른 소정의 절차는 부가적으로 요구된다고 할 것이고, 나아가 징계해고사유로 통상해고를 한다는 구실로 징계절차를 생략할 수는 없는 것이니, 절차적 보장을 한 관계규정의 취지가 회피됨으로써 근로자의 지위에 불안정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1994. 10. 25. 선고 94다25889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의 경우
이 사건 해임처분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실질이 징계해고이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이 사건 해임처분의 사유가 징계해고사유에 해당함이 분명하다. 나아가 원고의 비위사실과 징계사유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게 변명의 기회가 부여되지 않더라도 해고가 당연시될 정도의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특히, 피고 회사 취업규칙 제62조 제1항 제1호 단서는 "업무와 관련하여 횡령, 배임 또는 금품수수로 징역의 형을 선고받고 형의 집행을 받기로 확정된 자는 별도의 징계절차 없이 해임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그 반대해석상 원고가 횡령, 배임 또는 금품수수로 인한 죄도 아닌 업무방해죄로 재판 중이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변명의 기회가 부여되지 않더라도 해고가 당연시될 정도의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해임처분을 함에 있어 징계절차가 부가적으로 요구된다고 봄이 상당한데, 피고 회사가 의견진술 기회 부여 등의 징계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바, 이 사건 해임처분은 이러한 절차상 위법으로 인하여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
4) 소결론
이 사건 해임처분은 징계해고로서 이중징계금지의 원칙에 위배되고 징계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위법이 있어 무효이며, 피고가 이를 다투는 이상 확인의 이익도 있다.
3. 임금청구에 관한 판단
가. 임금지급의무의 발생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해임처분이 무효인 이상 원고가 피고에게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의 귀책사유로 말미암은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민법 제538조 제1항에 따라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로서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에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임금지급의무의 범위
원고가 해고당하지 않고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 2018. 5. 25.부터 2019. 9. 25.까지 별지2 계산표 '급여일'란 기재 급여일에 해당 '임금액'란 기재 각 금액을 지급받을 수 있었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나아가 위 각 임금의 합계액이 92,151,490원이고, 위 각 임금에 대하여 각 지급사유 발생 다음날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인 2020. 1. 14.까지의 기간에 대해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민법이 정한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이 별지 계산표 해당 '지연이자액'란 금액 합계 4,586,538원(윤년을 고려하고, 원 미만을 버림)임은 계산상 분명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임금 및 지연손해금을 합한 96,738,028원(임금 92,151,490원 + 지연손해금 4,586,538원) 및 그 중 위 92,151,490원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인 2020. 1. 15.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0. 11. 12.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이동욱
판사 윤지영
판사 박진욱
주석
1) 피고는 이 사건 해임처분이 직권면직으로서 강학상 '통상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