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20구합70397 의사면허취소처분취소
원고
*
피고
*
변론종결
2021. 4. 8.
판결선고
2021. 5. 20.
주문
1. 피고가 2020. 6. 16. 원고에 대하여 한 의사면허취소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04. 3. 2. 의사면허를 취득한 뒤, 서울 ○○구 ○○로 *** (○○동)에 있는 '○○○○○의원'을 공동으로 운영해왔다.
나. 원고는 2015. 4. 5.경부터 2015. 1. 19.경까지 사이에 임신 중인 산모와 그 태아를 위한 진료, 투약 분만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위 산모가 2015. 1. 18.경 출산한 영아가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을 입게 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에 원고는 2016. 9. 22. 업무상과실치상,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는데, 제1심법원은 2018. 12. 20. 업무상과실치상의 점에 대해서는 무죄를, 사문서위조죄, 위조사문서행사죄, 업무방해죄에 대해서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다(서 울○○지방법원 2016고단**** 호).
다. 원고와 검사가 위 제1심판결에 대해 각 항소하였는데, 항소심법원은 2019. 12. 5. 제1심판결의 유죄부분에 관한 공소사실이 변경되었다는 이유로 제1심판결의 유죄부분을 파기한 뒤 사문서위조죄, 위조사문서행사죄, 업무방해죄에 관한 변경된 각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고, 제1심판결의 무죄부분에 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다(서울○○지방법원 2019노*호).
라. 원고가 위 항소심 판결에 대해 상고를 제기하였는데, 대법원은 2020. 2. 27.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여, 위 항소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었다(대법원 2019도*****호). 확정된 항소심 판결(이하 '관련 형사판결'이라 한다)에서 인정된 범죄사실은 다음과 같다.
○ 사문서의조 피고인은 2015. 3. 27.부터 2015. 4. 27. 사이 불상의 장소에서 불상의 방법으로 피고인의 업무상 과실을 은폐하기 위해 행사할 목적으로 권한 없이 간호기록부 양식에 임의로 2015. 1. 18.부터 2015. 1. 19.까지의 산모 ■■■과 태아의 상태, ■■■에게 취한 조치 내용, 조치 시각을 기재하고, 간호사 □□□, ▢▢▢, ▣▣▣, ▤▤▤, ▥▥▥, ▦▦▦의 서명을 하여 사실확인에 관한 사문서인 위 간호사들 명의의 간호기록부를 위조하였다. ○ 위조사문서행사 피고인은 2015. 4. 27.경 위와 같이 위조한 간호기록부 사본을 그 위조사실을 모르는 서울 중구 후암로에 있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마치 진정하게 성립한 것처럼 우편으로 제출하여 행사하였다. ○ 업무방해의 점 피고인은 위 위조사문서행의 점과 같은 일시 및 장소에서 위와 같이 위조한 간호기록부 사본을 제출하여 위계로써 피해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업무를 방해하였다. |
마. 피고는 2020. 6. 16. 원고에 대하여 '의료법 제8조 제4호에서 정한 결격사유가 발생되었다'는 이유로 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원고의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
가) 의료법 제8조 제4호에서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정하고 있는 형법 제234조 는 입법취지와 목적, 개정 경위, 의료법 체계 등에 비추어, 형법 제233조에서 정하고 있는 허위진단서등 작성죄를 범하여 작성된 허위진단서, 검안서, 생사에 관한 증명서에 관한 행사죄만을 의미하는 것이고, 형법 제231조에서 정하고 있는 사문서위조죄를 범하여 작성된 사문서에 관한 행사죄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관련 형사판결에서 원고에 대해 유죄로 인정된 범죄는 형법 제233조, 제234조에서 정한 허위진단서 등 작성죄 및 동행사죄가 아니라 형법 제231조, 제234조에서 정한 사문 서위조죄 및 동행사죄이므로, 원고에 대하여 의료법 제8조 제4호에서 정하고 있는 결격사유가 인정될 수 없다.
나) 관련 형사판결에서 원고에 대해 위조사문서행사죄 외에도 사문서위조죄, 업무방해죄가 유죄로 인정되었으므로, 원고가 형법 제234조에서 정한 위조사문서행사죄만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다) 비록 관련 형사판결에서 원고가 간호기록지를 위조하였다고 인정되었으나, 원고는 위 간호기록지를 위조한 사실이 없다. 원고가 사문서위조죄 및 동행사죄를 범하지 않았음에도 의료법 제8조 제4호에서 정한 결격사유를 확장해석하여 원고의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원고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2) 피고
가) 의료법 제8조 제4호에서는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 중 하나로 형법 제234조를 규정하고 있고, 그 문언상 의료인이 형법 제234조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였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하였다면, 의료인 결격사유 및 의사면허 취소사유에 해당하는 것이 명백하다.
나) 관련 형사판결에서 원고의 위조사문서행사죄에 대한 처단형이 금고 이상의 형으로 정해졌음이 명백하다.
다) 원고가 간호기록부를 위조하였다는 점은 관련 형사판결에서 확정된 사실이고 이 사건에서 이와 달리 인정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가) 법은 원칙적으로 불특정 다수인에 대하여 동일한 구속력을 갖는 사회의 보편타당한 규범이므로 법의 표준적 의미를 밝혀 객관적 타당성이 있도록 해석하여야 하고, 가급적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한편 실정법은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사안을 염두에 두고 규정되기 마련이므로 사회현실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안에서 구체적 사안에 맞는 가장 타당한 해결이 될 수 있도록 해석 · 적용할 것도 요구된다. 요컨대 법해석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 두어야 한다. 나아가 그러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법률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는 체계적 · 논리적 해석방법을 추가적으로 동원함으로써, 위와 같은 법해석의 요청에 부응하는 타당한 해석을 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3. 1. 17. 선고 2011다8343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 침익적 행정처분의 근거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 · 적용하여야 하고 처분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해서는 안 된다. 다만 그 규정의 해석에서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 입법 취지와 목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1두23337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가) 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1호는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이 제8조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게 된 경우 면허를 취소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의료법 제8조 제4호는 '이 법 또는 형법 제233조, 제234조, 제269조, 제270조, 제317조 제1항 및 제347조(허위로 진료비를 청구하여 환자나 진료비를 지급하는 기관이나 단체를 속인 경우만을 말한다),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지역보건법,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 조치법, 시체 해부 및 보존 등에 관한 법률, 혈액관리법,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약사법, 모자보건법,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였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에 해당하는 자는 의료인이 될 수 없다고 의료인의 결격사유를 정하고 있다.
나) 피고는 관련 형사판결에서 형법 제234조에서 정한 위조사문서행사죄가 유죄로 인정되어 원고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었음을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하였는바, 의료법 제8조 제4호에서 의료인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정한 형법 제234조에 형법 제231조에서 정한 사문서위조죄를 범하여 위조된 사문서를 행사하는 경우, 즉 위 조사문서행사죄가 포함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앞서 본 의료법의 규정 및 체계 등을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의료법 제8조 제4호에서 의료인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정한 형법 제23조는 형법 제233조에서 정한 허위진단서등 작성죄를 범하여 작성된 허위진단서 등을 행사하는 허위진단서 등 행사죄만을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일반적인 위조 사문서행사죄는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① 구 의료법(2000. 1. 12. 법률 제6157호로 개정되기 전) 제8조 제1항 제5호 는 범죄의 종류를 불문하고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를 의료인 결격사유로 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의료법이 2000. 1. 12. 법률 제6157호로 개정되면서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가 '형법 중 제233조 · 제234조 ·제269조 ·제270조 및 제317조 제1항,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지역보건법․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농어촌등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시체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혈액관리법․마약법․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대바관리법․모자보건법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의료관련법령'으로 제한되었다(제8조 제1항 제5호). 당시 위 규정에 대한 개정이유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에 대한 의료인의 결격사유 및 면허취소사유를 의료법 또는 보건의료와 관련되는 법령을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은 경우로 조정함'이라고 되어 있다.
② 의료법 제8조 제4호에서 의료인의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열거되어 있는 범죄들 중 형법 제234조를 제외한 나머지 범죄들은 모두 보건의료와 관련되는 범죄들인 점, 특히 형법 제347조의 경우 '허위로 진료비를 청구하여 환자나 진료비를 지급하는 기관이나 단체를 속인 경우만을 말한다'고 하여 사기죄 중 진료비 청구와 관련된 경우만을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제한하고 있는 점, 그리고 대통령령으로 위임하고 있는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에 대해서도 '의료 관련 법령'이라고 제한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의료법 제8조 제4호의 입법취지는 '보건의료와 관련된 법령을 위반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한하여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③ 의료법 제8조 제4호에서는 의료인의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형법 제234
조를 언급하고 있을 뿐, 형법 제347조와 같은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형법 제234조는 형법 제231조 내지 233조의 죄를 범하여 만들어진 문서 등에 관한 행사죄를 규정하고 있는데, 허위 진단서 등에 관한 형법 제233조를 제외한 나머지 조항들은 보건의료와는 무관한 일반적인 사문서 등의 위조에 관한 것인 점, 의료법 제8조 제4호 에서는 형법 제234조에서 열거하고 있는 문서죄 중 형법 제233조만을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명시하고 있는 점 등의 사정들에 앞서 본 바와 같은 위 조항의 개정 경위, 입법목적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의료법 제8조 제4호에서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정한 형법 제234조는 형법 제233조의 죄를 범하여 만들어진 허위진단서 등을 행사한 경우만을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④ 의료법 제8조 제4호에서 의료인의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정하고 있는 형법 제234조에 허위진단서등 행사죄 외에 위조사문서행사죄도 포함된다고 본다면, 사문서를 위조하였음에도 이를 행사하지 않은 경우에는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타인이 위조한 사문서를 행사만 한 경우에는 결격사유에 해당되게 된다. 비록 위조사문서 행사죄의 죄질이 사문서위조죄보다 무겁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위와 같이 사문서위조죄만을 범한 경우와 위조사문서행사죄만을 범한 경우 사이에 의료인 결격사유 해당 여부가 달라지는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또한 위 규정의 개정 당시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를 의료인에 대한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정하고자 했다면, 의료법 제8조 제4호에 형법 제231조를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규정하고, 제347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보건의료와 관련된 문서에 한한다'는 취지의 제한을 두었을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⑤ 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1호 및 제8조 제4호에 따른 의사면허취소 처분은
재량행위가 아니라 기속행위라고 할 것인바(대법원 2001. 10. 12. 선고 2001두274 판결 등 참조), 의료법 제8조 제4호에서 의료인의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정하고 있는 형법 제234조에 허위진단서 등 행사죄 외에 위조사문서행사죄도 포함된다고 본다면, 보건의료와 관련 없는 위조사문서행사죄를 범한 모든 의료인의 의사면허가 취소되어야 한다. 이는 앞서 본 바와 의료법 제8조 제4호의 개정취지 및 목적 등에 부합하지 않는다.
⑥ 피고는, 원고가 위조하고 행사한 간호기록부가 의료 관련 문서에 해당하므로 원고의 간호기록부에 관한 위조사문서행사죄는 의료 관련 범행에 해당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범한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는 간호기록부를 위조하고 행사한 것이어서 보건의료에 관련된 범행이라고 볼 수 있기는 하다. 따라서 원고의 의사면허를 취소하여야 할 필요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의료법 제8조 제4호에서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정하고 있는 형법 제234조에 사문서위조로 생긴 위조사문서에 대한 행사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볼 수밖에 없고, 간호기록부가 형법 제233조에서 정한 문서에 해당되지 않는 이상, 원고가 보건의료에 관련된 문서인 간호기록부를 위조해 이를 행사하였다고 하더라도, 보건의료에 관련된 사문서를 위조하고 행사한 경우를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포함시키는 별도의 입법이 없는 이상, 이를 사유로 한 의사면허취소는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3) 소결
관련 형사판결에서 확정된 원고의 위조사문서행사죄가 의료법 제8조 제4호에서 정한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면허취소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그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위법하다(원고의 이 부분 주장을 받아들여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명하는 이상,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대해서는 나아가 판단하지 않는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