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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2021.5.28. 선고 2020구합64804 판결
위생안전기준인증취소처분취소청구의소
사건

2020구합64804 위생안전기준 인증취소 처분 취소 청구의 소

원고

*

피고

*

변론종결

2021. 4. 30.

판결선고

2021. 5. 28.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20. 5. 6. 원고에 대하여 한 위생안전기준 인증취소처분을 취소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15. 12. 15. 자신이 제작한 여러 모델의 음수기에 관하여 피고의 위임을 받은 한국상하수도협회장으로부터 수도법 제14조 제1항에 따른 위생안전기준 인증을 받았다. 원고는 2016. 10. 20.과 2018. 1. 18. 각각 새로운 모델에 관하여 추가로 인증을 받았고, 종류, 등급 또는 호칭으로 특정된 최종 인증 모델(이하 '이 사건 제품'이라 통칭한다)의 내역은 아래 표 기재와 같다.

나. 원고는 2018. 2. 22. 피고의 위임을 받은 한국물기술인증원으로부터 이 사건 제품에 관하여 수도법 제14조 제6항에 따른 정기검사를 받고 위생안전기준 적합 판정(인증기간: 2019. 12. 14.까지)을 받았다.

다. 원고는 2019. 11. 18. 한국물기술인증원에 정기검사를 신청하였고, 한국물기술인 증원은 이 사건 제품에 관하여 정기검사(이하 '이 사건 정기검사'라 한다)를 실시한 후 2020. 3. 3. 원고에게 ‘이 사건 제품에서 위생안전기준(납: 0.001㎎/L 이하, 니켈: 0.007㎎/L 이하)을 초과한 납(0.0016㎎/L)과 니켈(0.029㎎/L)이 검출되었다’는 불합격 결과를 통보하였다.

라. 피고는 이 사건 정기검사 결과를 근거로 2020. 5. 6. 원고에 대하여 수도법 제14조의2 제1항 단서 제3호에 따라 이 사건 제품에 관한 위생안전기준 인증취소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이 사건 제품 중 물과 접촉되는 부분은 '급수관, 주름관 이음쇠(연결소켓), 수도 꼭지'(이하 '수도꼭지 등'이라 한다)인데, 원고는 위 3가지 품목 모두 위생안전기준을 통과한 제품만을 구매하여 조립하였으므로, 이 사건 제품에서 납과 니켈(이하 '납 등'이라 한다)이 검출되었다면, 피고로서는 바로 이 사건 제품의 인증을 취소할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제품의 조립과정에 문제가 있는지', '조립과정에서 납 등이 초과 검출될 만한 이유가 있는지' 등을 밝혀 납 등의 검출 원인을 확정한 후 그 원인이 되는 제품의 인증을 취소하였어야 한다(원고가 한 실험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 제품에서 납 등이 검출된 것은 수도꼭지가 원인이므로, 수도꼭지에 대한 인증을 취소하였어야 한다). 그럼에도 납 등이 검출되는 데 사실상 아무런 귀책사유가 없는 원고를 상대로 이 사건 제품 자체의 인증을 취소한 것은 사실관계를 오인한 것으로서 위법하다(이하 '주장 ①'이라 한다).

2)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영세한 사업자인 원고는 더 이상 회사를 운영할 여력이 없어졌고, 원고가 가지고 있는 음수기 디자인 등록과 실용신안 역시 더 이상 사용될 수 없게 되었는바,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침해되는 사익이 공익보다 훨씬 더 크다. 결국 재검증 또는 수도꼭지의 교체만으로도 충분히 적합 판정을 받을 수 있는 이 사건 제품에 대하여 단 한 번의 정기검사만으로 인증을 취소해 버린 이 사건 처분은 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이하 '주장 ②'라 한다).

3) 수도법 제14조의2 제1항 단서 제3호(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는 정기검사 기준에 적합하지 아니한 경우 피고로 하여금 반드시 인증을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과 같이 제조업자에게 귀책사유가 없는 경우 등 해당 수도용 제품이 정기검사 기준에 적합하지 아니한 데에 다양한 원인이 있고 기준을 초과하는 정도도 각기다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기준 초과의 원인과 정도 등을 구체적으로 따지지 않은 채단 1회의 정기검사 결과만으로 필요적으로 인증취소를 하도록 한 이 사건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원고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위헌이고, 위헌인 법률에 근거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이하 '주장 ③'이라 한다).

나. 인정사실

1) 원고는 각급 학교나 놀이터, 공원 등 공공장소에 설치되는 음수기를 제조·판매하는 업체로서, 물과 접촉되지 않는 음수기 본체는 스스로 설계·제작하였고, 물과 접촉되는 수도꼭지 등은 다른 제조업자로부터 완성품으로 구매하여 음수기 본체에 설치하는 방법으로 이 사건 제품을 제조하였다.

2) 원고가 주식회사 ○○○○ 등 다른 제조업자로부터 구매하여 이 사건 제품 제조에 사용한 수도꼭지 등은 모두 한국상하수도협회장으로부터 위생안전기준 인증을 받은 자재들이다.

[인정근거] 갑 제9, 10, 11, 15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1) 주장 ①에 관하여

가) 수도법 제14조 제8항은 제1항에 따라 인증을 받아야 하는 '수도용 자재와 제품'(이하 '수도용 자재 등'이라 한다)의 범위를 환경부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고, 그에 따라 제정된 환경부령인 '수도용 자재와 제품의 위생안전기준 인증 등에 관한 규칙' 제2조 [별표 1] '위생안전기준 인증대상 수도용 자재와 제품의 범위'에는 수도꼭지 등에 해당하는 금속관류(1. 가.), 비금속관류(1. 나.), 수도꼭지류(2. 다.) 외에도 이 사건 제품과 같이 위 수도꼭지 등을 이용해 만든 음수기류[3. 나. 및 '그 밖에 음용을 목적으로 위생안전기준 인증을 받아야 하는 수도용 자재와 제품' 제2조 2. 라. 1)]가 포함되어 있다. 즉, 수도법령은 개별 수도꼭지, 수도관, 밸브, 펌프 등 수도용 자재뿐 아니라 이를 이용하여 만들어진 수도용 제품도 별도로 위생안전기준 인증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 따라서 이 사건 정기검사의 대상은 완제품인 이 사건 제품이지 그 부속품인 수도꼭지 등이 아니므로, 설령 이 사건 제품에서 납 등이 검출된 것이 원고의 주장과 같이 수도꼭지 등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제품 자체가 위생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 사건 정기검사의 결과와 그에 근거한 이 사건 처분의 적법성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요컨대,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된 이 사건 조항은 수도법상 위생 안전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수도용 자재, 제품을 시중에 유통되지 못하게 하여 납 등 유해물질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수도용 제품이 정기검사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라는 객관적인 요건을 충족하는 것만을 인증취소 사유로 하고 있을 뿐, 그에 추가하여 정기검사 기준에 부적합하게 된 데에 제조업자의 귀책사유가 있을 것까지 요건으로 하고 있지 않다(나아가 수도용 제품에 대하여 인증을 받은 자로서는 그 제조에 필요한 수도용 자재의 인수·선별·사용부터 완제품의 제조·공급에 이르기까지 위생안전기준에 적합하도록 관리하여야 할 의무도 있다고 볼 것이므로, 단지 인증받은 수도용 자재를 사용하였다는 것만으로는 해당 수도용 제품 완제품이 위생 안전기준에 적합하도록 관리하여야 할 의무를 모두 이행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없고, 위생안전기준 미달의 원인이 자재에 있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완제품 제조·판매자인 원고가 위생안전기준 미달로 인한 제재 조치로부터 면책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정기검사를 근거로 한 이 사건 처분에 원고가 주장하는 사실관계오인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주장 ②에 관하여

가) 관련 법리

행정행위가 재량성의 유무 및 범위와 관련하여 이른바 기속행위 내지 기속재량행위와 재량행위 내지 자유재량행위로 구분된다고 할 때, 그 구분은 당해 행위의 근거가 된 법규의 체재·형식과 문언, 당해 행위가 속하는 행정 분야의 주된 목적과 특성, 당해 행위 자체의 개별적 성질과 유형 등을 모두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렇게 구분되는 양자에 대한 사법심사는, 전자의 경우 그 법규에 대한 원칙적인 기속성으로 인하여 법원이 사실인정과 관련 법규의 해석·적용을 통하여 일정한 결론을 도출한 후 그 결론에 비추어 행정청이 한 판단의 적법 여부를 독자의 입장에서 판정하는 방식에 의하게 된다. 후자의 경우 행정청의 재량에 기한 공익판단의 여지를 감안하여 법원은 독자의 결론을 도출함이 없이 당해 행위에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는지 여부만을 심사하게 되고, 이러한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에 대한 심사는 사실오인, 비례 평등의 원칙 위배, 당해 행위의 목적 위반이나 동기의 부정 유무 등을 판단 대상으로 한다(대법원 2018. 10. 4. 선고 2014두37702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이 사건 처분의 근거법령인 이 사건 조항은 '수도법 제14조에 따라 인증을 받은 자가 정기검사 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인증을 취소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의 문언과 형식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조항에 의한 인증취소처분은 기속행위라고 할 것이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처분에 대한 심사에 있어서 재량권 일탈·남용에 대한 심사의 수단인 '비례의 원칙' 위반 여부는 그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주장 ③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조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지 않으므로 원고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인 조항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가)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

(1) 수도법은 납과 니켈 등 유해물질 45개에 대한 검출 기준이 포함된 위생안전기준을 정하여 물에 접촉하는 수도용 자재 등을 제조·수입하려는 자로 하여금 미리 피고로부터 인증을 받도록 하고 있고(제14조 제1항), 인증 후 정기검사 및 수시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으며(제14조 제6항), 인증을 받지 않거나 정기검사 또는 수시검사 결과 위 생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 해당 수도용 자재 등의 제조·수입·공급·판매를 금지하고 있다(제14조 제2항). 또한 수도법은 정기검사 또는 수시검사에서 위생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피고로 하여금 재량의 여지없이 해당 제품에 대한 인증을 취소하도록 하고 있고(이 사건 조항), 미인증 및 정기검사·수시검사 기준에 적합하지 아니한 제품 등을 제조·공급·판매한 자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제83조 제1의 3호), 정기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경우 사업자에 대하여 해당 제품 등을 수거·파기·교환·환급·개선조치 또는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권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제14조의5 제1항 제2호) 정당한 이유 없이 위 권고를 따르지 않는 경우 수거 등을 명령하고 그 사실을 공표할 수 있으며, 위 명령에 따르지 않은 경우 대집행 및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14조의6 제1항 제2호, 제3항, 제82조 제2호).

(2) 위와 같이 수도법은 수도용 자재 등의 제조·판매 등에 있어 위생안전기준을 엄격히 준수하도록 하기 위해 수도용 자재 등에 대한 의무적 인증 제도를 두고 있는데, 그 중 이 사건 조항은 인증을 필요적으로 취소하여야 할 사유에 관하여 규정한 것이다. 수도법이 수도용 자재 등에 대한 의무 인증 제도를 마련해 둠과 동시에 이 사건 조항을 통해 정기검사 기준에 적합하지 않는 경우(즉, 인증기준인 위생안전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해당 인증을 필요적으로 취소하도록 한 것은, 유해물질이 발생되는 수도용 자재 등이 제조·유통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고, 수도용 자재 등의 위생상 안전성을 확보하며, 이로써 수돗물의 2차 오염을 사전에 차단하여 국민들에게 안전한 수돗물이 공급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 사건 조항의 입법목적은 정당하다.

그리고 위와 같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기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경우 필요적으로 그 수도용 자재 등에 대한 인증을 취소하도록 한 것은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

나)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

(1) 수도용 자재 등의 특성상 사용자는 해당 자재 등을 통해 나온 물을 직접 마시거나 피부에 접촉하게 되고, 따라서 그 자재 등을 통과한 물에 유해물질이 함유되어 있을 경우 이는 소비자나 이용자의 신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위생안전기준 항목에 해당하는 45개의 유해물질은 모두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며, 경우에 따라서는 치명적일 수 있는 것들로서 그 중 '납'은 섭취량의 10%가 인체에 흡수될 정도로 흡수성이 강하고, 혈액 내 적혈구 막에 인산납의 형태로 흡착되어 골수에 영향을 미쳐 헤모글로빈의 합성 장해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니켈'은 전체 인구의 10~20% 정도가 민감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장기간 흡입하면 만성기관지염 등 폐질환이나 신장 등 질환이 발생할 수 있으며, 과다하게 노출될 경우에는 폐암, 간경변증 등 치명적인 질환까지 유발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위생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수도용 자재 등에 대하여 그 인증을 즉시 취소하지 아니하고 인증이 유지될 여지를 두게 되면, 이러한 유해물질을 기준치보다 많이 배출하는 수도용 자재 등이 유통되는 것을 신속하고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없게 된다. 즉, 유해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의 구체적 내용, 특히 이러한 건강상 유해성은 피해가 이미 발생하면 회복하기 매우 어렵거나 사실상 불가능한 점 등을 감안하면, 보다 완화된 수단인 '임의적 취소'와 같은 제재 수준으로는 그와 같은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된다(원고는 인증이 유지되더라도 피고가 해당 수도용 자재 등에 대하여 다시 수시검사를 실시하고, 그 수시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자재 등에 대하여 수거 등 권고 내지 명령을 하는 방법만으로도 위생안전기준 미달의 수도용 자재 등이 유통되는 것을 충분히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하나, 위 주장은 수시검사와 별도로 수도법에 엄연히 규정되어 있는 정기검사의 기능을 사실상 형해화하고, 이미 정기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자재 등에 대하여 중복하여 수시검사를 시행하여야 한다는 것이어서, 부적합 수도용 자재 등의 유통을 신속하게 차단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위생안전기준에 미달하는 수도용 자재 등에 대하여는 필요적으로 즉시 인증을 취소하여야 할 충분한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편 수도법 제14조의2 제2항 제1호는 정기검사 기준에 적합하지 아니하여 인증 취소를 받은 경우 '인증이 취소된 날로부터 6개월이 지나기 전까지 인증을 신청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해당 제품이 아니라면 동일 사업자의 새로운 제품에 대한 신규인증 신청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실제로 원고도 아무런 제한 없이 다른 제품에 관한 신규인증을 신청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조항으로 인한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그 본질을 침해할 정도로 과도하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 사건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2) 또한 이 사건 조항으로 보호하려는 공익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조항으로 인해 원고와 같은 수도용 제품 제조·판매업자에 대한 기존 인증이 취소되어 해당 수도용 자재 등의 제조·판매가 제한된다고 하더라도, 그처럼 제한받는 사익이 공익에 비해 더 중대하다고 볼 수는 없어 이 사건 조항은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고 보일 따름이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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