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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서울고법 2015. 4. 7. 선고 2014노1971 판결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상고[각공2015하,596]
판시사항

피고인이 임시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된 알킬 니트리트(Alkyl nitrite) 성분의 흥분제(일명 ‘러쉬’)를 밀수입하여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행정규칙인 식품의약품안전처 공고 제2013-271호 [붙임 1] 연번 60에서 러쉬의 성분인 알킬 니트리트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 (가)목 의 임시향정신성의약품으로 구분한 것은 모법에서 위임한 범위를 벗어난 것이어서 무효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인이 임시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된 알킬 니트리트(Alkyl nitrite) 성분의 흥분제(일명 ‘러쉬’, 이하 ‘러쉬’라 한다)를 밀수입하여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한다) 위반(향정)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임시마약류 중 법 제2조 제3호 (가)목 의 물질에 준하는 정도의 오·남용의 가능성,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 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서 법 제2조 제3호 (가)목 의 향정신성의약품에 준하여 중하게 처벌할 수 있는데, 알킬 니트리트의 중추신경계 작용 여부, 의료용 및 안정성 여부, 오·남용의 위험성,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 여부 등에 비추어 보면, 알킬 니트리트는 법 제2조 제3호 (가)목 의 향정신성의약품에 준하는 정도의 물질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구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2014. 3. 18. 법률 제1249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의2 에 따라 행정규칙인 식품의약품안전처 공고 제2013-271호 [붙임 1]의 연번 60에서 러쉬의 성분인 알킬 니트리트를 임시마약류로 지정하면서 법 제2조 제3호 (가)목 의 임시향정신성의약품으로 구분한 것은 모법에서 위임한 범위를 벗어난 것이어서 무효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검사

김수민 외 1인

변 호 인

변호사 김상배

주문

제1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은 이소부틸 니트리트(Isobutyl nitrite) 성분의 흥분제(일명 ‘러쉬’)를 수입함에 있어 위 물질이 국내에서 법으로 엄격히 규제되고 있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한다) 소정의 임시향정신성의약품인 사정을 알지 못하였는바, 피고인의 모국인 호주에서는 위 물질을 성인용품점에서 처방전 없이 합법적으로 구입할 수 있어서 자신의 행위가 허용된다고 믿었고, 이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형법 제16조 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제1심은 위법성 인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직권 판단

피고인의 항소이유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핀다.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14. 4. 초순경 서울 관악구 (주소 생략), 407호 피고인의 집에서, 컴퓨터를 이용하여 인터넷 검색 사이트 ‘○○’에 접속하여 마약류를 판매하는 사이트인 ‘△△△△△△△△△.com'을 알아낸 다음, 그 사이트에 접속하여 임시향정신성의약품인 이소부틸 니트리트(Isobutyl nitrite) 성분의 흥분제(일명 ‘러쉬’, 이하 ‘러쉬’라고 한다)를 주문하고 피의자 명의의 CBA(Common wealth Bank of Australia) 신용카드로 그 대금인 미화 10달러를 결제하였다. 이에 홍콩에 있는 위 사이트의 운영자는 러쉬 3병(1병당 9ml)을 완충제를 집어넣은 국제등기우편으로 포장한 다음, 수취인을 피고인인 ‘피고인', 수취장소를 ‘서울 관악구 (주소 생략), 407호’로 기재하여 발송하였다. 이후 위와 같이 러쉬가 은닉된 국제등기우편은 2014. 4. 11. 08:03경 전일본공수항공 NH8479 편으로 인천 중구 운서동에 있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였고, 피고인은 2014. 4. 21. 16:00경 피고인의 집에서 이를 수령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 사이트의 운영자와 공모하여 홍콩으로부터 대한민국으로 러쉬 3병 합계 27ml를 밀수입하였다.

나. 관련 규정

(1) 관련 법령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3. “향정신성의약품”이란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것으로서 이를 오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있다고 인정되는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가. 오용하거나 남용할 우려가 심하고 의료용으로 쓰이지 아니하며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으로서 이를 오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심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키는 약물 또는 이를 함유하는 물질

나. 오용하거나 남용할 우려가 심하고 매우 제한된 의료용으로만 쓰이는 것으로서 이를 오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심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키는 약물 또는 이를 함유하는 물질

다. (가)목 (나)목 에 규정된 것보다 오용하거나 남용할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고 의료용으로 쓰이는 것으로서 이를 오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그리 심하지 아니한 신체적 의존성을 일으키거나 심한 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키는 약물 또는 이를 함유하는 물질

라. (다)목 에 규정된 것보다 오용하거나 남용할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고 의료용으로 쓰이는 것으로서 이를 오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다)목 에 규정된 것보다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킬 우려가 적은 약물 또는 이를 함유하는 물질

마. (가)목 부터 (라)목 까지에 열거된 것을 함유하는 혼합물질 또는 혼합제제. 다만 다른 약물 또는 물질과 혼합되어 (가)목 부터 (라)목 까지에 열거된 것으로 다시 제조하거나 제제할 수 없고, 그것에 의하여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키지 아니하는 것으로서 총리령으로 정하는 것은 제외한다.

제3조 (일반 행위의 금지) 누구든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5. 제2조 제3호 (가)목 의 향정신성의약품 또는 이를 함유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소지, 소유, 사용, 관리, 수출입, 제조, 매매, 매매의 알선 또는 수수하는 행위.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승인을 받은 경우는 제외한다.

제4조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자의 마약류 취급 금지)

① 마약류취급자가 아니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소지, 소유, 사용, 운반, 관리, 수입, 수출, 제조, 조제, 투약, 수수, 매매, 매매의 알선 또는 제공하는 행위

제58조 (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1. 제3조 ( 제5조의2 제5항 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부터 제61조 까지의 규정에서 같다) 제2호 · 제3호 , 제4조 제1항 , 제5조의2 제4항 ( 같은 조 제2항 에 해당하는 자는 제외한다. 이하 이 장에서 같다), 제18조 제1항 또는 제21조 제1항 을 위반하여 마약이나 임시마약을 수출입·제조·매매하거나 매매를 알선한 자 또는 그러할 목적으로 소지·소유한 자

3. 제3조 제5호 를 위반하여 제2조 제3호 (가)목 에 해당하는 향정신성의약품 또는 그 물질을 함유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제조·수출입·매매·매매의 알선 또는 수수하거나 그러할 목적으로 소지·소유한 자

6. 제4조 제1항 을 위반하여 제2조 제3호 (나)목 에 해당하는 향정신성의약품 또는 그 물질을 함유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제조 또는 수출입하거나 그러할 목적으로 소지·소유한 자

제59조 (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10. 제4조 제1항 을 위반하여 제2조 제3호 (다)목 에 해당하는 향정신성의약품 또는 그 물질을 함유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제조 또는 수출입하거나 그러할 목적으로 소지·소유한 자

제60조 (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 제4조 제1항 을 위반하여 제2조 제3호 (라)목 에 해당하는 향정신성의약품 또는 그 물질을 함유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제조 또는 수출입하거나 그러할 목적으로 소지·소유한 자

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마약류가 아닌 물질·약물·제제·제품 등(이하 이 조에서 ‘물질 등’이라 한다) 중 오용 또는 남용으로 인한 보건상의 위해가 우려되어 긴급히 마약류에 준하여 취급·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물질 등을 임시마약류로 지정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의약품은 지정 대상에서 제외한다.

1. 약사법 제31조 제2항 제3항 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으로부터 의약품 품목허가를 받거나 품목신고를 한 의약품

2. 약사법 제34조 제1항 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임상시험용 의약품

②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임시마약류를 지정하려는 때에는 미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관계 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1개월 이상 관보 및 인터넷 홈페이지에 예고하여야 하고, 임시마약류를 지정한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관보 및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고하여야 한다.

1. 임시마약류의 지정 사유

2. 임시마약류의 명칭

3. 임시마약, 임시향정신성의약품 또는 임시대마의 구분

4. 임시마약류 지정의 효력 기간 등 그 밖에 임시마약류의 지정에 관한 사항

제2항 에 따른 임시마약류 지정의 효력은 공고한 날부터 1년으로 한다. 다만 임시마약류를 마약류로 지정하려는 경우에는 그 효력을 6개월의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

④ 누구든지 임시마약 또는 임시향정신성의약품을 소지·소유·사용·운반·관리·수입·수출·제조·조제·투약·매매·매매의 알선·수수 또는 제공하거나, 임시대마를 재배·소지·소유·수수·운반·보관·사용하거나, 임시마약 또는 임시향정신성의약품을 기재한 처방전을 발급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하 생략]

⑤ 임시마약류의 취급 및 처분 등에 관하여는 제3조 , 제5조 제2항 제3항 , 제41조 제47조 를 준용한다. 이 경우 ‘마약류’는 ‘임시마약류’로, ‘마약’은 ‘임시마약’으로, ‘향정신성의약품’은 ‘임시향정신성의약품’으로, ‘대마’는 ‘임시대마’로 각각 본다.

(2) 식품의약품안전처 공고 제2013-271호(2013. 12. 10.자)

[붙임 1] 임시마약류 지정 목록(지정사유, 효력기간, 구분 포함)

본문내 포함된 표
〈지정사유 내용〉
가. 구조적·효과적 분류군, 나. 약리효과(중추신경계 자극, 흥분, 억제 등)
다. 부작용 및 유해사례, 라. 국내 반입·유통 여부, 마. 국외 유통 및 규제현황

○ 다음의 것과 그 염 및 이성체 또는 이성체의 염으로 한다.

본문내 포함된 표
연번 물질명 화학명칭 지정사유 효력기간 구분
60 alkyl nitrite (poppers, rush, boppers, snappers) 화학명칭에 기재된 7종에 대해서만 적용 isobutyl nitrite, isopropyl nitrite, pentyl nitrite, isopentyl nitrite, tertiarybutyl nitrite, cyclohexyl nitrite, butyl nitrite 가. 기타 2013. 12. 10. ~ 2014. 12. 9. 임시향정신성 의약품 [법 제2조 제3호 (가)목]
나. 혈관 확장
다. 다른 혈관 확장제와 병용 시의식상실, 심장발작 등 유발 가능, 18개월 주기적 사용 시황반변성 발생 가능. 의존성 사례 보고, 급성독성(저혈압, 심부정맥) 및 만성 독성(폐렴, 빈혈, 간독성등) 유 발 보고가 있음
라. 관세청, 경찰청 국내 유입 적발 사례 다수
마. 일본 일부 규제

다. 판단

(1)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처벌 근거

(가) 이 사건 공소사실에 적용된 공소장 기재 법률조항은 법 제58조 제1항 제3호 , 제3조 제5호 , 제2조 제3호 (가)목 , 구법 제5조의2 제5항 이다.

관련 규정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구법 제5조의2 제1항 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마약류가 아닌 물질·약물·제제·제품 등(이하 이 조에서 ‘물질 등’이라 한다) 중 오용 또는 남용으로 인한 보건상의 위해가 우려되어 긴급히 마약류에 준하여 취급·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물질 등을 임시마약류로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2항 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임시마약류를 지정하려는 때에는 미리 대통령령이 정하는 관계 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1개월 이상 관보 및 인터넷 홈페이지에 예고하여야 하고, 임시마약류를 지정한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관보 및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고하여야 한다. 1. 임시마약류의 지정 사유, 2. 임시마약류의 명칭, 3. 임시마약, 임시향정신성의약품 또는 임시대마의 구분, 4. 임시마약류 지정의 효력 기간 등 그 밖에 임시마약류의 지정에 관한 사항”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조 제5항 은 “임시마약류의 취급 및 처분 등에 관하여는 제3조 , 제5조 제2항 제3항 , 제41조 제47조 를 준용한다. 이 경우 ‘마약류’는 ‘임시마약류’로, ‘마약’은 ‘임시마약’으로, ‘향정신성의약품’은 ‘임시향정신성의약품’으로, ‘대마’는 ‘임시대마’로 각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법 제2조 제3호 는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것으로 이를 오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있다고 인정되는 약물 또는 물질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정의하고, 오용하거나 남용할 우려의 심각성 여부, 의료용으로의 사용 여부, 안전성의 결여 여부,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의 발생 여부에 따라 (가)목 에서 (라)목 으로 분류하고 주1) 있는데, 향정신성의약품의 취급과 관련하여서는 법 제3조 제5호 를 위반하여 법 제2조 제3호 (가)목 의 향정신성의약품을 수입하는 행위 및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자가 법 제2조 제3호 (나)목 의 향정신성의약품을 수입하는 행위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법 제58조 제1항 제3호 , 제6호 , 제4조 제1항 )에,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자가 법 제2조 제3호 (다)목 의 향정신성의약품을 수입하는 행위는 1년 이상의 징역( 법 제59조 제1항 제10호 , 제4조 제1항 )에,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자가 법 제2조 제3호 (라)목 의 향정신성의약품을 수입하는 행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 법 제60조 제1항 제3호 , 제4조 제1항 )에 각 처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향정신성의약품에 대하여는 (가)목 내지 (라)목 의 구분에 따라 그 법정형을 달리 정하고 있다.

(나) 한편 구법 제5조의2 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2013. 12. 10.자 식품의약품안전처 공고 제2013-271호(이하 ‘이 사건 공고’라 한다) [붙임 1]의 연번 60에서 이 사건 러쉬의 성분인 알킬 니트리트[Alkyl nitrite, 이소부틸 니트리트(Isobutyl nitrite)는 알킬 니트리트의 화학명칭이다] 물질을 임시마약류로 지정하면서, 법 제2조 제3호 (가)목 의 임시향정신성의약품으로 구분하고 있다.

(다) 따라서 앞서 언급된 적용법조인 법 제58조 제1항 제3호 , 제3조 제5호 , 제2조 제3호 (가)목 , 구법 제5조의2 제5항 외에 이 사건 공고 연번 60 역시 이 사건 공소사실에 적용되는 법령이라고 할 것이다.

(2) 위임 형식의 위헌성 여부

위 규정들에 의하면, 우선 구법 제5조의2 는 임시마약류로 지정된 물질 등을 마약류와 동일하게 처벌하면서, 위와 같은 임시마약류 지정을 대통령령 등 법규명령이 아니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직접 위임하고 있는바, 먼저 구법 제5조의2 가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의 일부인 임시마약류 지정 권한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직접 위임하는 형식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핀다.

(가) 관련 법리

오늘날 의회의 입법독점주의에서 입법중심주의로 전환하여 일정한 범위 내에서 행정입법을 허용하게 된 동기는 사회적 변화에 대응한 입법수요의 급증 및 종래의 형식적 권력분립주의로는 현대사회에 대응할 수 없다는 기능적 권력분립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하여 헌법 제40조 헌법 제75조 , 제95조 의 의미를 살펴보면, 입법자는 규율의 형식을 선택할 수 있고, 입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은 국회에서 법률 등으로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여 위임한 사항에 관하여 법 정립의 권한을 갖게 된다 할 것이다. 따라서 헌법이 인정하고 있는 위임입법의 형식은 예시적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법률이 어떤 사항을 행정규칙에 위임하더라도 그 행정규칙은 위임된 사항만을 규율할 수 있는 것이므로, 국회입법의 원칙과 상치되지 않는다. 다만 행정규칙은 법규명령과 같은 엄격한 제정 및 개정절차를 요하지 아니하므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작용을 하는 법률이 입법위임을 할 때에는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등 법규명령에 위임함이 바람직하고, 고시와 같은 형식으로 입법위임을 할 때에는 적어도 행정규제기본법 제4조 제2항 단서에서 정한 바와 같이 법령이 전문적·기술적 사항이나 경미한 사항으로서 업무의 성질상 위임이 불가피한 사항에 한정된다 할 것이고, 그러한 사항이라 하더라도 포괄위임금지의 원칙상 법률의 위임은 반드시 구체적·개별적으로 한정된 사항에 대하여 행하여져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 2012. 2. 23. 선고 2009헌마318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또한 현대국가의 사회기능 증대와 사회현상의 복잡화에 비추어 볼 때 처벌법규를 모두 입법부에서 제정한 법률만으로 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어서, 이를 행정부에 위임하는 것도 허용된다고 할 것인데, 범죄와 형벌에 관한 사항에 있어서도 위임입법의 근거와 한계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헌법 제75조 가 적용되기 때문에, 처벌법규가 구성요건 일부를 하위법령에 위임하고 있고 이러한 위임 형식의 위헌성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포괄위임입법 금지원칙 역시 문제가 된다. 따라서 그러한 경우에는 처벌법규에 대한 포괄위임입법 금지원칙의 심사를 통해 그 위헌성을 판단하되,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을 고려하여 위임의 필요성과 예측가능성이라는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법률에 의한 처벌법규의 위임은 죄형법정주의와 적법절차, 기본권보장 우위 사상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므로, 처벌법규의 위임은 첫째 특히 긴급한 필요가 있거나 미리 법률로써 자세히 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정되어야 하고, 둘째 이러한 경우일지라도 법률에서 범죄의 구성요건은 처벌 대상인 행위가 어떠한 것일 거라고 이를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정하고, 셋째 형벌의 종류 및 그 상한과 폭을 명백히 규정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 2014. 3. 27. 선고 2011헌바42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나) 판단

앞서 본 규정들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구법 제5조의2 의 임시마약류 지정 제도는 신종 환각물질이 인터넷이나 외국인을 통해서 국내로 지속적으로 반입되어 빈번하게 오·남용되고 있었으나 이에 대한 규제수단이 없어 적시 차단·단속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신종 유사마약류가 급증하는 반면 신규 마약류로 지정하기 위한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법 시행령’이라 한다) 개정을 위해서는 약 6개월 이상의 기간이 주2) 소요 되는 등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서 그 기간 동안 유사마약류가 국내에 급속도로 널리 퍼져 국민의 건강과 보건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쳐왔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2011. 6. 7. 법률 제10786호로 법이 개정되면서 새로 도입된 제도인 점, ② 법에서는 임시마약류 지정 권한을 법규명령이 아닌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공고에 직접 위임하고 있는데, 이는 법규명령인 법 시행령 개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어 그러한 개정과정에서 유사마약류가 급증하여 국민의 건강과 보건에 심각한 위해를 가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는 긴급한 필요성 때문에 위와 같이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공고라는 행정규칙에 직접 위임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임시마약류는 비록 법에서 금지하는 마약류는 아니지만 오용 또는 남용으로 인하여 보건상의 위해가 우려되어 긴급히 마약류에 준하여 취급·관리될 필요성이 있는 물질 등으로, 그 범위는 마약류인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및 대마에 준하는 것으로 한정될 정도로 위임의 범위가 명확하고,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수범자라면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임시마약류 지정행위는 신종 환각물질 또는 향정신성물질의 구조적 성분, 약리효과(중추신경계 자극, 흥분, 억제 등), 부작용 및 유해사례, 국내 반입·유통 여부, 국외 유통 및 규제 현황 등을 고려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으로 전문적·기술적 사항으로 봄이 상당한 점, ⑤ 임시마약류 지정은 관계기관의 협의를 거쳐 일정한 기간을 정하여 지정하도록 되어 있는 등 임시적·잠정적 조치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구법 제5조의2 가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의 일부인 임시마약류 지정을 법규명령에 위임하지 않고 행정규칙인 식품의약품안전처장 공고에 직접 위임한 형식 자체는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또는 포괄위임입법 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는 없다( 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4도14928 판결 참조).

(3) 이 사건 공고 연번 60의 위임 범위 일탈 여부

(가) 위임 범위 일탈 여부 판단 기준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공고는 이 사건에서 문제 되고 있는 러쉬의 성분인 알킬 니트리트(Alkyl nitrite)를 포함한 60개의 물질을 임시마약류로 지정하면서, 위 60개의 물질 모두에 대해 법 제2조 제3호 (가)목 의 임시향정신성의약품으로만 구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법 제2조 제3호 는 향정신성의약품에 관하여, 오용하거나 남용할 우려의 심각성 여부, 의료용으로의 사용 여부, 안전성의 결여 여부,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의 발생 여부에 따라 (가)목 에서 (마)목 으로 세부적으로 분류하고 있고, 그 벌칙 조항도 (가)목 내지 (라)목 의 각 단계별로 향정신성의약품의 취급행위 태양에 따라 처벌의 정도에 차등을 두고 있는바, 구법 제5조의2 제2항 각 호 에서는 임시마약류로 지정하는 경우 임시마약류의 지정사유, 임시마약류의 명칭, 임시마약, 임시향정신성의약품 또는 임시대마의 구분, 임시마약류의 지정에 관한 사항 등을 공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법에서는 마약 및 대마와는 달리 향정신성의약품의 경우는 ‘ 법 제2조 제3호 (가)목 내지 (마)목 의 향정신성의약품’으로 각 구분하고 있으므로, 신종 유사마약류를 임시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할 때도 적어도 이에 준하는 정도의 구분의 필요성은 있어 보이는 점, 구법 제5조의2 제4항 에서 임시마약류에 대한 일반적인 금지규정을 만들어 두고 있으나 이에 위반하는 경우의 형사처벌에 관하여는 다른 외국의 주3) 입법례 와는 달리 같은 조 제5항 에서 법 제3조 를 준용하도록 함으로써 임시향정신성의약품의 경우에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간주하여 향정신성의약품과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만일 법 제2조 제3호 (가)목 의 물질에 준하는 정도의 오·남용의 가능성, 안전성,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 여부가 인정되지 않는 임시향정신성의약품을 법 제2조 제3호 (가)목 의 향정신성의약품과 동일하게 처벌할 경우 그 범죄의 죄질 및 이에 따른 행위자의 책임에 비하여 지나치게 가혹하여 형벌체계상 현저히 균형을 잃는 등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 원칙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는 점, 구법 제5조의2 제1항 단서는 약사법 제31조 제2항 제3항 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으로부터 의약품 품목허가를 받거나 품목신고를 한 의약품(단서 제1호 ), 약사법 제34조 제1항 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임상시험용 의약품(단서 제2호 )은 임시마약류 지정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의약품은 애초부터 임시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될 수 없으므로, 의료용으로 사용될 수 없기 때문에 법 제2조 제3호 (가)목 의 임시향정신성의약품으로만 지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타당해 보이지 않는 점, 신종 유사마약류에 대한 긴급한 규제의 필요성 때문에 임시마약류로 지정하는 것이므로, 법 제2조 제3호 (가)목 내지 (마)목 의 어느 단계에 해당하는 임시향정신성의약품인지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임시마약류 지정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 면도 없지 않으나, 기록에 의하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신종 유사마약류를 임시마약류로 지정하기 전에 신종 유사마약류에 대한 외국 규제 사례나 약리효과 등의 검토를 통해 해당 물질의 약리작용, 의학적 용도, 부작용 및 위해성 등에 대한 검토를 거쳐 신종 유사마약류를 임시마약류로 지정한다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검토 과정에서 해당 물질의 오·남용 우려의 심각성 정도, 안전성의 결여 여부,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의 발생 여부 등에 관해 현재의 과학적 수준에서 검증 가능한 정도의 범위 내에서 개략적이나마 그 정도의 차이를 구분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아 보이고, 특히 적어도 법 제2조 제3호 (가)목 의 물질에 준하는 정도의 심각한 오·남용의 가능성, 안전성 결여,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 여부는 임시마약류 지정 단계에서도 외국 규제 사례나 약리효과 등의 검토를 통해서 어느 정도 구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 당해 위임조항의 규정형식과 관련 법규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하고 규제 대상의 성질을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해 보면, 앞서 본 임시마약류 지정 제도 도입의 실효성을 담보하고 ‘임시마약류’도 향후 ‘마약류’로 지정하기 위한 임시조치라는 점을 고려하여 임시마약류를 마약류와 동일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임시마약류 중 법 제2조 제3호 (가)목 의 물질에 준하는 정도의 오·남용의 가능성, 안전성,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 여부가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법 제2조 제3호 (가)목 의 향정신성의약품에 준하여 중하게 처벌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이 사건 공고가 임시마약류 중 법 제2조 제3호 (가)목 의 물질에 준하는 정도의 심각한 오·남용의 가능성, 안전성,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 여부가 인정되지 않는 물질을 법 제2조 제3호 (가)목 의 임시향정신성의약품으로 구분하여 법 제2조 제3호 (가)목 의 향정신성의약품과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하는 것은 모법인 법에서 위임한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할 주4) 것이다.

(나) 법 제2조 제3호 (가)목 의 향정신성의약품에 준하는지 여부

알킬 니트리트(Alkyl nitrite)는 여성흥분제(환각·최음제)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어 경찰청 등 관계기관에서 임시마약류 지정을 요청하였는데, 다른 혈관확장제와 병용 시 의식상실, 심장발작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고, 18개월간 주기적으로 사용할 때 황반변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며, 의존성이 있다는 사례가 보고되었고, 급성독성(저혈압, 심부정맥) 및 만성독성(폐렴, 빈혈, 간독성 등)을 유발한다는 보고가 있으며, 일본에서 이를 규제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임시마약류로 지정되었는바, 이 사건 공고 연번 60은 알킬 니트리트를 법 제2조 제3호 (가)목 의 임시향정신성의약품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런데 알킬 니트리트를 법 제2조 제3호 (가)목 의 향정신성의약품에 준하여 처벌하려면 법 제2조 제3호 (가)목 의 물질에 준하는 정도의 오·남용의 가능성, 안전성,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 여부가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1) 중추신경계 작용 관련

일단 (임시)향정신성의약품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물질이어야 하는바,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공고에 의하면 임시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된 60개의 물질 중 59개의 물질은 구조적·효과적 분류군 중 합성대마, 암페타민 계열 등으로 분류하고 있는 데 반하여, 알킬 니트리트(Alkyl nitrite)만 ‘기타’로 분류하고 있는 점, ② 또한 이 사건 공고에 의하면 알킬 니트리트의 약리적 효과는 ‘혈관 확장’에 불과하여 위 60개의 물질 중 유일하게 알킬 니트리트의 경우에만 ‘중추신경계 작용의 약리효과 있음’이 언급되지 않은 점, ③ 알킬 니트리트의 주요 약리효과는 혈관 확장이지만 의존 가능성이 보고되고 있어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고(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2014. 10. 28.자 회신 참조), 45세 남성이 15년간 파퍼스(Poppers, 알킬 니트리트의 이명이다)를 사용하여 내성, 갈망과 같은 의존성 증상을 보였다는 사례보고가 있으나(2013. 10. 4. 식품의약품안전처 약리연구과 전문가회의 검토의견의 ‘부작용 및 위해성’ 부분 참조), 다른 한편 NZ Drug Foundation의 보고서에 따르면 알킬 니트리트가 중추신경계를 억제하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알킬 니트리트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의존성을 일으키는 물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2) 의료용 여부 및 안전성 결여 여부 관련

법 제2조 제3호 (가)목 의 (임시)향정신성의약품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의료용으로 쓰이지 아니하고 안전성이 결여된 물질이어야 하는바,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소부틸 니트리트(Isobutyl nitrite, 알킬 니트리트의 화학명칭이다)는 아밀 니트리트(Amyl nitrite)와 유사한 것으로 설명되고 있는데, 아밀 니트리트는 현재 국내에서 ‘시아나이드안티도트패키지’라는 이름의 의약품의 성분으로 생산·유통되고 있는바, 그 효능면에서 유사한 아밀 니트리트가 국내에서 의료용으로 사용되고 있다면 알킬 니트리트 역시 의료용으로 사용되거나 사용될 수 있는 성질의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점, ②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이소부틸 니트리트를 의사 등 전문가의 처방이 필요한 의약품(Schedule 4)으로 분류하여 신체적·정신적 의존성을 유발하는 물질(Schedule 8 또는 Schedule 9)과 구분하고 있는 점(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2013. 12. 10.자 회신 참조) 등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알킬 니트리트가 의료용으로 쓰이지 아니하고 안전성이 결여된 물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3) 오·남용의 우려 및 신체적·정신적 의존성 여부 관련

법 제2조 제3호 (가)목 의 (임시)향정신성의약품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오용하거나 남용할 우려가 심하고, 심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키는 물질이어야 하는바,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영국의 저명한 약학 관련 저널인 LANCET에 게재된 ‘Development of a rational scale to assess the harm of drugs of potential misuse'라는 논문에서 법 제2조 제3호 (가)목 의 물질인 ‘엘에스디(LSD)', ‘4-엠티에이(4-MTA)'는 A그룹에, 법 제2조 제3호 (나)목 의 물질인 ‘암페타민(Amphetamine)’은 B그룹에, 법 제2조 제3호 (다)목 의 물질인 ‘부프레노르핀(Buprenorpine)’, 법 제2조 제3호 (라)목 의 물질인 ‘지에이치비(GHB)'는 각 C그룹에 규정하고 있는데(유해성이 가장 큰 물질은 A그룹에, 가장 작은 물질은 C그룹에 속한다), 알킬 니트리트는 A, B, C그룹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것으로 표기하고 있는 점, ② 위 논문에서는 각 물질별 의존성, 신체적·사회적 유해성을 수치화하여 표시하고 있는데, 알킬 니트리트는 법 제2조 제3호 (가)목 내지 (나)목 에 속하는 엘에스디(LSD), 4-엠티에이, 암페타민은 물론이고, 심지어 법 제2조 제3호 (다)목 에 속하는 부프레노르핀, 법 제2조 제3호 (라)목 에 속하는 지에이치비보다 그 수치가 낮은 것으로 기재하여 이들 물질보다 의존성, 신체적·사회적 유해성이 덜한 것으로 평가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알킬 니트리트가 오·남용의 우려가 심하고 심한 신체적·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키는 물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4) 결국 위와 같은 알킬 니트리트의 중추신경계 작용 여부, 의료용 여부 및 안정성 여부, 오·남용의 위험성,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 여부 등에 비추어 볼 때, 알킬 니트리트는 적어도 법 제2조 제3호 (가)목 의 향정신성의약품에 준하는 정도의 물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공고 연번 60에서 알킬 니트리트를 법 제2조 제3호 (가)목 의 임시향정신성의약품으로 구분하는 것은 모법에서 위임한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무효라고 판단된다.

(4) 소결론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이 사건 공고 연번 60이 적용되는데, 이 사건 공고 연번 60에서 알킬 니트리트를 법 제2조 제3호 (가)목 에 해당하는 것으로 구분하는 것은 법 제5조의2 에서 위임한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 무효라고 판단되는 이상, 이 사건 공소사실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의 ‘피고 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임에도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은 이 사건 공소사실에 적용할 법령인 이 사건 공고 연번 60의 위법 여부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제1심판결에는 위에서 본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위법성의 인식에 관한 법리오해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에 의하여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의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제2의 다.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상준(재판장) 민소영 이춘근

주1) 즉, ① 오용 또는 남용의 우려가 심하고 의료용으로 쓰이지 아니하며 안전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으로서 이를 오용 또는 남용할 경우 심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키는 약물이나 이를 함유하는 물질은 법 제2조 제3호 (가)목으로, ② 오용 또는 남용의 우려가 심하고 매우 제한된 의료용으로만 쓰이는 것으로서 이를 오용 또는 남용할 경우 심한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키는 약물이나 이를 함유하는 물질은 법 제2조 제3호 (나)목으로, ③ (가)목 및 (나)목에 규정된 것보다 오용 또는 남용의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고 의료용으로 쓰이는 것으로서 이를 오용 또는 남용할 경우 그리 심하지 아니한 신체적 의존성 또는 심한 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키는 약물이나 이를 함유하는 물질은 법 제2조 제3호 (다)목으로, ④ (다)목에 규정된 것보다 오용 또는 남용의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고 의료용으로 쓰이는 것으로서 이를 오용 또는 남용할 경우 (다)목에 규정된 것보다 신체적 또는 정신적 의존성을 일으킬 우려가 적은 약물이나 이를 함유하는 물질은 법 제2조 제3호 (라)목으로, ⑤ (가)목 내지 (라)목에 열거된 것을 함유하는 혼합물질 또는 혼합제제는 법 제2조 제3호 (마)목으로 분류하고 있다.

주2) 부처 간 협의, 입법예고,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심의 등에 소요되는 기간이다(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 정재룡 작성의 정부 제출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 9쪽 참조).

주3) 일본의 경우 우리의 임시마약류와 같은 지정약물 규정에서 우리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과 같은 형사처벌에 관한 준용규정을 찾을 수 없다. 즉 일본은 의약품, 의료기기 등의 품질, 유효성 및 안전성 확보 등에 관한 법률 제76조의4에서 지정 약물의 제조, 수입, 판매, 수여, 소지, 구매, 양도, 의료 등의 용도 이외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고, 위 규정을 위반하여 사업으로 지정 의약품을 제조, 수입, 판매하고 또는 수여받은 자 또는 지정 약품을 소지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오백만엔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등(같은 법 제83조의9) 별도의 처벌규정을 마련해 두고 있다.

주4) 다만, 구법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으로 하여금 임시마약류를 지정하도록 위임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임시마약류를 지정하는 경우 임시마약류의 구분 등을 공고하도록 규정하면서도 임시향정신성의약품의 경우 향정신성의약품으로 간주하여 향정신성의약품과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하는 규정을 두었을 뿐 임시향정신성의약품의 구분 기준에 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하지 않은 것은 입법의 불비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신종 유사마약류를 긴급한 규제의 필요성에 의해 임시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함에 있어 법의 위임에 따라 법 제2조 제3호 (가)목 내지 (마)목 중 어느 단계에 준하는 정도의 임시향정신성의약품인지 구분하여 지정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한편으로는 신종 유사마약류의 경우 해당 물질에 대한 검증이 완료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인해 법 제2조 제3호 (가)목 내지 (마)목의 어느 단계에 해당하는지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면도 있는바, 앞서 본 일본 등 외국의 입법례에 비추어 보면, 신종 유사마약류를 임시마약류로 지정하는 경우 이에 대한 형사처벌은 마약류에 대한 처벌규정을 그대로 준용하기보다는 임시마약류 지정이 향후 마약류로 지정하기 위한 임시조치인 점 등을 고려하여 임시마약류에 관한 별도의 처벌규정을 만들어 규제하는 것이 좀 더 명확하면서도 논란의 소지를 없앨 수 있는 타당한 방법이라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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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6.20.선고 2014고합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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