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7므14817 친생자관계존재확인
원고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재유 외 1인
피고피상고인
부산지방검찰청 검사
피고보조참가인
피고보조참가인 1 외 1인
피고보조참가인들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강호순
원심판결
부산가정법원 2017. 11. 30. 선고 2017르20320 판결
판결선고
2021. 12. 30.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가정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혼인 외 출생자의 경우 모자관계는 인지를 요하지 아니하고 법률상의 친자관계가 인정될 수 있지만, 부자관계는 부의 인지에 의하여서만 발생하는 것이므로, 부가 사망한 경우에는 그 사망을 안 날로부터 2년 이내에 검사를 상대로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하여야 하고,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을 구하는 소는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1997. 2. 14. 선고 96므738 판결). 가사소송법 제12조 본문에 따라 가사소송 절차에 적용되는 민사소송법 제136조 제4항은 "법원은 당사자가 명백히 간과한 것으로 인정되는 법률상 사항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당사자가 부주의 또는 오해로 인하여 명백히 간과한 법률상의 사항이 있거나 당사자의 주장이 법률상의 관점에서 보아 모순이나 불명료한 점이 있는 경우 법원은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하고 만일 이를 게을리 한 경우에는 석명 또는 지적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것으로서 위법하다(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다83599 판결 참조), 혼인 외 출생자 등이 법률상 부자관계의 성립을 목적으로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한 경우에 법원은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의 보충성을 이유로 그대로 소를 각하할 것이 아니라 원고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하여 그에 알맞은 청구취지와 청구원인으로 정리하도록 석명하여야 한다.
2. 원고가 망 소외인(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의 혼인 외 출생자임을 주장하면서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을 구함에 대하여, 원심은 아무런 석명권을 행사하지 않은 채 원고가 망인과 부자관계임을 주장하면서 인지청구가 아닌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을 구하는 것은 부적법하다고 보아,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조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앞서 본 법리에 의하면, 원고의 청구취지는 원고와 망인 사이에 친생자관계가 존재한다는 확인을 구한다는 것으로서 원고가 망인의 혼인 외 출생자로서 법률상 부자관계의 성립을 주장하면서 인지청구가 아니라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을 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이유모순이고 부적법하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비록 소장의 청구취지에서 친생자관계존재의 확인을 구하였으나, 원고와 피고 보조참가인들 모두 제1심과 원심 변론과정에서 친자관계의 유무를 주된 쟁점으로 삼아 변론하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 원고의 진정한 의사는 청구취지 기재에도 불구하고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나아가 원고가 망인의 사망을 안 날로부터 2년 내에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였다면 원고와 망인 사이에 부자관계가 있음을 원인으로 하여 사망을 안 날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 인지청구의 소로 변경한 경우에도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 제기 시에 제기된 것과 동일하게 취급하여 제소기간을 준수한 것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원고가 제기한 이 사건 소가 '친생자관계존재확인의 소'인지'인지청구의 소'인지를 분명하게 하여 거기에 알맞은 청구취지와 청구원인으로 정리하도록 석명하고 제소기간 준수에 관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준 다음 본안에 대하여 심리·판단하였어야 함에도 석명권을 행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석명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대법관 이동원
주심 대법관 조재연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천대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