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5구합58331 투하자본 보상율 통보처분 취소청구
원고
두산디에스티 주식회사
피고
방위사업청장
변론종결
2015. 11. 27.
판결선고
2015. 12. 11.
주문
1. 피고가 2014. 12. 31. 원고에 대하여 한 별지 1. 목록 기재 '2015년 적용 방산물자 제비용 산정결과 통보' 처분 중 '투하자본 보상율' 부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지위 등
1) 두산인프라코어 주식회사(이하 '두산인프라'라 한다)는 방산 사업부를 포함한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으로서 두산중공업 주식회사(이하 '두산중공업'이라 한다)가 두산인프라 발행 주식의 38.86%를, 두산중공업이 지배권을 갖는 두 회사(두산엔진 및 두산메카텍)가 두산인프라 발행 주식의 6.03%를 각 소유하고 있었다. 한편, 주식회사 두산(이하 '두산'이라 한다)은 두산중공업 발행 주식의 41.17%를 소유하고 있어, 두산중공업을 통해 두산인프라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었다.
2) 두산인프라는 2008. 12. 31. 물적분할을 통해 방산 사업부에 관한 자산 및 부채를 포함한 영업 일체를 분할신설법인인 원고 회사에 분할·승계시켰다.
3) 두산인프라는 원고 회사의 주식 전부를 보유하고 있다가 2009. 6. 26. 보유 주식 중 50.91%를 디아이피홀딩스 주식회사(이하 '디아이피홀딩스'라 한다)에, 나머지 49.09%를 오딘홀딩스 유한회사(이하 '오딘홀딩스'라 한다)에 각 매각하였다. 디아이피홀딩스는 2009. 5. 28. 설립된 회사로서 두산이 그 발행 주식 전부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두산은 여전히 디아이피홀딩스를 통해 두산인프라로부터 원고에게 이전된 방산 사업을 지배하고 있다.
4) 위 물적분할 전후의 두산, 두산인프라 및 원고의 지배관계는 아래 그림과 같다.
나. 방위사업법령상 계약금액의 결정구조
1) 방위사업법 제46조 제1항에 따라 정부는 방산물자를 조달하는 경우 단기계약·장기계약·확정계약 또는 개산계약을 체결할 수 있고, 이 경우 계약의 종류·내용·방법, 그 밖에 필요한 사항에 관하여는 방위사업법 시행령에서 정한다. 방위사업법 시행령 제60조, 제61조는 방산물자 조달 계약에 관한 사항 중 일부를 규정하면서, 그 계약의 체결 등에 필요한 사항은 국방부령으로 정하도록 하였다.
2) 위와 같은 위임에 따라 제정된 「방위산업에 관한 계약사무 처리규칙」(이하 '계약규칙'이라 한다)은 계약금액을 계약 체결 당시에 작성된 '예정가격'을 기준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계약규칙 제7조). 예정가격은 적정한 거래가 형성된 경우에는 그 거래실례가격을 기준으로 결정하고, 계약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적정한 거래실례가격이 없는 경우에는 원가계산에 따른 가격을 기준으로 결정한다(계약규칙 제4조의3 제1항).
3) 계약규칙 제4조의3 제1항에 규정된 '원가계산에 따른 가격'을 결정할 때에는 「방산원가대상물자의 원가계산에 관한 규칙」(이하 '원가계산규칙'이라 한다)을 따라야 한다(계약규칙 제4조 제2항). 원가계산규칙 제28조에 따르면 위 원가를 계산할 때에는 '투하자본보상비'를 반영해야 한다. '투하자본보상비'란 방산물자의 생산 및 조달을 위하여 투하된 자본에 대한 기회비용을 지칭하는 것으로서, 원가계산규칙은 이를 방산물자의 계약금액에 반영하여 방산업체들이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데에 투하한 자본의 기회비용을 보상하려는 것이다. 원가계산규칙 제18조의2에 따르면 '투하자본보상비'는 '총원가'에 투하자본보상율'을 곱하여 산정하도록 하고 있고, 「방산원가대상물자의 원가계산에 관한 시행세칙」(이하 '원가계산시행세칙'이라 한다) 제32조의2 제2항 제1호는 아래와 같이 투하자본보상율을 산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4) 원가계산규칙에 따라 계산되는 원가를 구성하는 요소로는 위와 같은 '투하자 본보상비' 외에 '간접노무비', '간접경비', '일반관리비', '이윤'과 같은 항목이 있다. 위 항목들은 각각 개별 방산업체 또는 개별 조달계약에 고유한 '간접노무비율', '간접경비율', '일반관리비율', '이윤산정기준'과 같은 수치를 통해 계산되는바, 원가계산시행세칙 제32조 제3항은 피고로 하여금 매년 개별 방산업체들에 적용되는 위 각 비율(이를 '방산제비율'이라 한다)을 정하여 12월 31일 이전까지 관련 부서와 기관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위와 같이 통보된 방산제비율은 다음 연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해당 방산업체들과 방산물자 조달 계약을 체결할 때의 원가 계산에 활용된다.
다. 피고의 투하자본보상율 결정
1) 투하자본보상비를 산정할 때에 사용되는 '투하자본보상율'은 원가계산시행세칙 제32조 제3항에서 정한 방산제비율 중 하나로 명시되어 있지는 않으나 피고는 투하자 본보상율의 경우에도 방산제비율와 마찬가지로 매년 개별 방산업체에 적용되어야 할 수치를 관련 부서와 기관에 통보하고 있다.
2) 이에 따라 피고는 매년 말 방산업체인 원고에 대하여 적용되어야 할 방산제비율 및 투하자본보상율을 정하여 관련 부서 및 기관에 통보하여 왔다. 피고는 2014. 12. 31. 관련 부서와 기관에 대하여, 원고에게 적용되어야 하는 2015년도 방산제비율을 별지 1. 목록 기재와 같이 통보하였다.
3) 이에 따르면 원고에 적용되는 2015년도 투하자본보상율은, ① 2014. 12. 31. 이전에 체결된 계약에 대하여는 0.65%, ② 2015. 1. 1. 이후에 체결된 계약에 대하여는 0.39%이다. 원고는 2015. 1. 5. 한국방위산업진흥회로부터 피고가 위와 같이 산정한 방산제비율을 통보받았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5, 13호증, 을 제1호증, 을 제5호증의1, 을 제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
가. 피고의 본안전항변 요지
1) 원고는 피고가 2014. 12. 31. 관련 부서와 기관에 대하여 원고에게 적용되어야 하는 2015년도 방산제비율을 통보한 행위 중 투하자본보상율에 관한 부분을 취소할 것을 구하고 있다. 그러나 원가계산시행세칙 제32조에 따라 피고가 매년 말 관련 부서와 기관에 대하여 방산제비율을 통보하는 행위는, 국가가 사경제 주체로서 체결하는 계약의 계약금액을 결정하기 위한 절차 중 하나에 불과하므로 이를 '공권력의 행사'라고 볼 수 없다. 투하자본보상율을 결정하는 행위를 공권력의 행사라고 볼 수 없는 이상 이를 항고 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
2) 피고가 투하자본보상율을 결정한 후 그에 따라 계약금액이 산정된다 하더라도 원고에게 그 계약금액에 따라 방산물자 조달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강제되지 않고, 원고로서는 자유로이 해당 계약금액에 따라 계약을 체결할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이처럼 투하자본보상율이 결정된다 하여도 원고에게 계약 체결 여부를 선택할 권리가 유보된 이상 투하자본보상율의 결정이 원고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 볼 수 없다.
3) 피고가 투하자본보상율을 결정한다 하여도 그로 인해 방산물자 조달계약의 계약금이 확정되는 것이 아니고, 행정청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계약금액을 조절할 수 있다. 이처럼 투하자본보상율은 최종적인 계약금액을 확정하기 위해 고려되는 다양한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고, 이와 같은 성질로 인해 투하자본보상율이 결정된다 하더라도 내부적으로 관련 부서 및 기관에만 통지될 뿐 그 보상율이 적용되는 업체에 통지되지 않는다. 이처럼 설령 방산물자 조달계약의 계약금액을 결정하는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 하더라도, 국민의 권리·의무에 대한 직접적인 변동은 계약금액의 확정으로 발생하는 것이지 그 전에 투하자본보상율을 결정하는 것은 그 내용이나 형식에 비추어 국민의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는 행정처분이라 볼 수 없다.
나. 관계 법령
별지 2.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사경제 주체로서의 행위에 불과한지 여부
가) 원고가 방산물자를 대한민국에 조달하는 조달계약은 국가가 사경제 주체의 지위에서 체결하는 사법상 계약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사법상 계약은 서로 반대되는 의사의 합치로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자유시장주의적 경제질서하에서 계약의 당사자들은 계약을 통해 각자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하도록 예정되어 있다. 따라서 국가가 사경제 주체로서 물품을 구매할 때에는 가장 좋은 품질의 물건을 가장 저렴하게 구입하고자 할 것이고, 그에 대응하여 국가에 물품을 판매하는 당사자도 국가에 해당 물품을 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하고자 할 것이다. 그리고 국가가 물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가격을 지나치게 낮게 제시하면 국가에 해당 물품을 판매하고자 하는 자로서는 그 가격에 물품을 판매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될 뿐인바, 이와 같은 모습은 계약의 당사자가 국가인지 사인인지 여부에 따라 다르지 않다. 결국, 국가가 특정 물품을 구매하면서 그 물품 구매 가격을 지나치게 낮게 제시하거나, 제시하는 가격의 산정요소를 계약 상대방에게 불리하게 결정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공권력적 행위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
나) 그러나 국가가 사경제 주체로서 물품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한다 하더라도 사경제 주체로서의 이익뿐만 아니라 계약 상대방의 이익을 고려할 의무를 부담하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 이는 국가가 형식적으로는 사경제 주체로서 계약 상대방과 대등한 지위를 가지고 계약 체결 등과 같은 경제 활동에 임한다 하여도 국가가 공익의 대변자라는 지위를 갖는다는 점, 국가가 사경제 주체로서 활동하는 경우에도 권력을 남용하여 계약 조건을 불공정하게 강요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그러한 경우에도 공익을 추구하도록 하고, 권력 남용을 견제하여 계약 상대방인 국민이 부당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방위사업법령상 계약금액의 결정구조는 바로 이처럼 국가가 방산물자에 관한 조달계약을 체결할 때에 단순히 자신의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계약 상대방의 이익도 고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즉, 국가가 순전히 사경제 주체로서 방산물자를 조달받는다고 한다면, 계약 상대방이 해당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데에 소요된 물자 등의 원가나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데에 투하된 자본의 기회비용 또는 이윤을 보장해야 한다는 고려 없이 최대한 계약금액을 낮추어 조달계약을 체결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방위사업법, 방위사업법 시행령, 계약규칙, 원가계산규칙 등에서는 국가가 계약금액을 결정할 때에 방산물자 생산에 소요된 물자 등의 원가, 투하자본보상비, 이윤 등을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방산업체들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면서 방산물자 생산 및 판매 업무에 종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방산물자 조달계약을 체결할 때에 계약금액을 위와 같은 기준에 따라 산정해야 한다는 법령상 의무는 국방의 중요 요소인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방산업체들의 지속 가능한 영업과 성장이라는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 부담하는 공적인 의무이다. 따라서 국가가 비록 사경제 주체의 지위에서 방산물자 조달계약을 체결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위와 같은 계약금액 산정 행위는 사경제 주체로서의 행위가 아니라, 공익을 실현하는 지위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라고 할 것이다. 결국, 피고가 투하자본보상율을 결정한 행위 또한 단순히 사경제 주체로서의 지위에서 한 행위라고 할 수 없다.
다) 다음으로, 피고가 투하자본보상율을 비롯한 방산제비율을 산정하는 행위가 단순한 공적인 의무의 수행인지 아니면 이에 더 나아가 고권적 지위에서 행하는 공권력의 행사인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방산업체는 원가계산규칙 제34조 내지 제36조에 따라 피고에게 원가 계산을 위한 자료를 제출할 의무를 부담하고, 이는 피고가 방산제비율을 산정하는 자료로 활용된다. 방산업체가 방산제비율의 산정 기초가 되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피고는 해당 방산업체에 적용되는 방산제비율을 전 방산업체의 비율 중 가장 낮은 비율로 정하며(원가계산시행세칙 제32조 제4항), 왜곡된 원가자료를 제출하는 경우 일정한 제재조치를 가할 수 있다(원가계산시행세칙 제41조).
이와 같이 방산업체들은 국가와 실제로 계약을 체결하거나 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이 이루어지기 전부터 방산제비율 및 원가계산을 위한 자료를 제출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고, 피고 또한 실제로 각 방산업체들과 계약을 체결하거나 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에 돌입하기에 앞서 일괄적으로 방산제비율을 산정하여 발표하며, 거짓된 자료를 제출할 경우 일정한 제재조치까지 가한다. 이를 통해 보면, 피고가 투하자본보상율을 비롯한 방산제비율을 결정하는 행위는 대등한 지위를 갖는 두 사경제 주체 사이의 계약의 계약금액을 결정하기 위한 협상을 넘어 행정청이 고권적 지위를 이용하여 공익을 실현하기 위한 행위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라) 투하자본보상율의 산정이 사경제 주체로서의 행위로서 공권력의 행사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처분성이 부정된다는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권리·의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행위인지 여부 - 계약 체결 거부의 자유 관련
가) 피고가 원가시행규칙 등에 따라 계약금액을 결정하려는 일련의 행위가 순전히 사경제 주체로서의 행위가 아니라 공권력의 주체로서 하는 행위라 할지라도 피고가 지적한 바와 같이 계약 상대방으로서는 그 계약금액이 합당하지 않다고 여겨질 경우 계약 체결을 거부할 자유가 있다. 따라서 국가가 계약금액을 지나치게 낮게 제시하였다고 하더라도 계약 상대방의 의무 이행이 강제되지 않는 이상 그 자체만으로는 해당 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계약 상대방의 권리·의무에 그 어떤 영향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즉, 국가가 낮은 계약금액을 제시함에 따라 침해되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권리란 '국가'와 '일정한 금액 이상의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할 권리라고 할 것인데, 계약 자유의 원칙이 지배하는 경제질서하에서 국가와 특정 금액 이상으로 계약을 체결할 권리가 있다고 볼 수 없다.
이처럼 계약 상대방에게 자유로운 선택권이 부여되어 있는 이상, 비록 국가가 제시한 계약금액이 위법하게 산정되어 지나치게 낮은 금액이라 하더라도 이는 시장원리의 작동에 따라 해당 계약금액에 맞는 적정한 물품의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적 결과에 따라 시정되어야 할 잘못에 불과하고, 항고소송을 통해 취소되어야 할 처분이라고 볼 수는 없다.
나)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투하자본보상율의 산정 또한 특정 계약 상대방이 공급하는 모든 방산물자에 대하여 적용되는 계약금액 산정요소로서 앞서 본 법리에 따르자면 국가가 투하자본보상율을 낮게 산정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항고소송을 통해 취소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 그러나 투하자본보상율의 결정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측면에서 개별 조달계약에서의 일반적인 계약금액 산정과는 그 성질을 달리한다.
첫째로, 방산물자의 계약금액 결정에 관한 원가계산규칙은 방산업체에 대하여 국가와 조달계약을 체결할 때에 원가계산규칙에 따라 산정된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할 권리를 부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반적인 계약의 경우 계약 상대방은 국가와 특정한 금액 이상으로 조달계약을 체결할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 관계로 국가가 지나치게 낮은 금액을 제시하는 경우에도 계약 상대방의 권리·의무에 아무런 변동이 없다. 그러나 원가계산규칙이 계약금액을 결정할 때에 방산업체에게 일정한 비용을 보상하고 이윤을 보장하도록 규정한 취지는 계약금액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계약담당 공무원의 자의를 방지하기 위함뿐만 아니라 국방의 중요 요소인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방산업체의 지속적인 영업과 수익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원가계산규칙이 방산업체의 이익을 위한 규정이란 성질도 함께 갖는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방산업체는 국가에 대하여 원가계산규칙에 따라 산정된 계약금액으로 방산물자 조달계약 체결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행정청이 그 원가계산규칙을 잘못 적용한 결과 국가와 보다 낮은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게 된다면, 원가계산규칙을 정당하게 적용한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할 권리에 직접적인 변동이 초래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 원가계산규칙이 적용되는 조달계약에서는 국가가 원가계산규칙을 위반하여 계약금액을 부당하게 낮게 산정하면 방산업체의 권리·의무에 변동이 초래된다 할 것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이유 없다.
둘째로, 일단 결정된 투하자본보상율은 그것이 적용되는 특정 업체에게 만 적용되므로 시장원리의 작동을 통한 잘못의 시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즉, 국가가 특정 물품에 대한 구매금액을 일괄적으로 동일하게 제시하였는데, 그 금액 산정에 잘못이 있는 경우 시장원리의 작동을 통해 그 금액에 해당 물품을 판매하고자 하는 계약 상대방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고, 이에 따라 국가가 계약금액을 증액함으로써 그 잘못이 시정되게 된다. 그러나 투하자본보상율은 방산업체들별로 다르게 산정되는 것이어서 원고가 다른 방산업체보다 낮은 투하자본보상율을 적용받게 되는 경우 원고가 납품하는 동일한 방산물자에 대해 다른 업체들은 원고보다 높은 계약금액을 제시받을 수 있다. 이와 같이 계약자별로 제시되는 계약금액이 다를 경우 시장원리의 작동을 통해 계약금액 산정 과정에 개입된 잘못이 시정될 가능성이 현격히 줄어든다. 따라서 투하자본보상율의 결정에 잘못이 있고 그로 인해 국민이 불이익을 입게 된다면, 일반적인 조달계약의 계약금액 결정에 비하여 그러한 불이익을 제거하기 위한 구제 수단을 제공할 필요성이 높다 할 것이다. 행정청의 행위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가는 사법권에 의한 국민의 권리보호의 기능도 충분히 고려하여 합목적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대법원 1991. 8. 13. 선고 90누9414 판결 참조), 위와 같이 권리구제 수단의 제공에 대한 요청이 큰 투하자본보상율 결정행위를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행위로 인정함으로써 국민의 권리보호를 충실히 하는 것이 타당하다 할 것이다.
다) 피고가 투하자본보상율을 잘못 산정하였다 하더라도 원고에게는 국가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자유가 있으므로 투하자본보상율 결정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피고의 이 부분 본안전항변도 이유 없다.
3) 중간적 행위로서의 내용 및 형식에 비추어 처분성이 없는지 여부
가) 피고의 주장과 같이 투하자본보상율을 결정하는 것 자체만으로 계약금액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그로써 국민의 권리·의무가 곧바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계약사무규칙 제7조에 따르면 계약금액은 '예정가격'을 기준으로 정해지고, 계약사무규칙 제4조 제3항에 따르면 예정가격은 '기초금액'을 기준으로 결정되며 '기초금액'과 다르게 예정가격을 결정한 경우에는 그 조정 사유를 조서에 분명하게 적어야 한다. 그리고 계약사무규칙 제4조 제2항에 따르면 위 '기초금액'을 원가계산방법으로 산정하는 경우에는 원가계산규칙에 의하도록 하고 있는바, 원가계산규칙에 따라 산정되는 금액에는 투하자본보상비를 반영하도록 되어 있다. 다시 말해, 투하자본보상율이 결정되면 위 보상율을 토대로 원가계산규칙에 따른 계산금액이 결정되고, 위 계산금액은 계약사무규칙 제4조에서 정한 '기초금액'이 되며, 위 기초금액을 토대로 '예정가격'이 결정된 후 위 예정가격을 기준으로 계약금액이 결정되는 것이므로, 투하자본보상율은 계약금액을 결정하는 요소로 여겨지고, 이 한도 내에서 투하자본보상율의 결정행위는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나) 물론, 계약사무규칙은 원가계산규칙에 따라 산정된 계산금액과 다른 금액을 '예정가격'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계약금액도 위 예정가격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어서 국가가 투하자본보상율을 적용한 계산금액보다 높은 가격으로 방산물자를 구입할 이론적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제로 원가계산규칙을 통해 계산된 금액보다 높은 금액으로 예정가격을 결정하였다거나, 예정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계약금액을 결정한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 관하여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다. 이를 통해 보면 투하자본보상율을 토대로 원가계산규칙에 의해 산정된 '계산금액'이 실질적으로 계약금액의 상한선으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여겨지므로, 투하자본보상율을 반영하여 계산된 금액보다 높은 금액으로 계약이 체결될 수 있다는 이론적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투하자본보상율 결정행위가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다) 그리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특정 연도의 투하자본보상율이 결정되면 그 투하자본보상율은 해당 연도에 체결되는 모든 계약의 계약금액을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할 것이므로, 개별적인 계약금액이 결정될 때마다 이를 다투게 하는 것보다 그 공통적 산정기준이 되는 투하자본보상율의 결정행위 자체를 다투게 하는 것이 국민의 권리 구제에 보다 실효적인 수단이라고 여겨진다.
라) 한편, 비록 투하자본보상율의 결정이 행정청 상호 간에만 통지될 뿐이고 대외적으로 공표되거나 통지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정청의 공권력의 행사가 단순히 대외적으로 공표되거나 통지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그 적법성을 다툴 수 없다고 하게 되면, 국가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행정행위의 형식을 통해 사법통제의 영역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
마) 투하자본보상율의 결정이 그 내용이나 형식에 비추어 보아도 계약금액을 결정하는 여러 단계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에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 될 수 없다는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소결론
피고가 2014. 12. 31. 관련 기관 및 부서에 대하여 원고에게 적용될 투하자본보상율을 통보한 행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는 행정청인 피고가 공권력의 주체로서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 할 것이므로 행정소송법 제2조 제2호에서 정한 처분에 해당한다.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이 사건의 쟁점
1) 앞서 본 바와 같이 연간투하자본보상율은 아래와 같은 산식을 통해 산정된다.
2) 원가계산시행세칙 제32조의2 제3항 제2호는, 위 산식 중 '방산투하자본금액'을 방산원가대상물자의 생산을 위하여 투자된 자산(미착 기계, 건설 중인 자산 등 제외)의 기초금액과 기말금액의 평균으로 하되, "재평가차액(토지 이외의 유형 고정자산은 1998. 4. 10. 이후 재평가차액 및 기업회계기준의 재평가모형으로 인한 장부가액의 증감액)"은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위사업법령이나 원가계산시행세칙 등에서는 위와 같이 방산투하자본금액을 산정할 때에 제외되어야 하는 '재평가차액'의 정의에 대해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나, 이는 일응 동일한 주체가 소유한 특정 자산이 방산물자 생산에 처음 투하된 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가가 상승한 경우 그 시가상승분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된다(자산재평가법 제8조, 제7조 참조). 따라서 어떤 자산이 방산물자 생산에 투하된 이후의 그 자산의 시가상승분은 '방산투하자본금액'을 산정할 때에 반영될 수 없다.
3) 원고는 두산인프라로부터 분할되어 설립될 당시 두산인프라가 보유하고 있던 토지를 승계하였다. 위 토지는 방산물자를 생산하기 위해 투하된 자산이므로 그 가액은 앞서 본 '방산투하자본금액'을 구성한다. 원고와 피고는 위 토지의 가액을 어느 시점의 가액으로 평가할 것인지에 관하여 주장을 달리하고 있는바, 이와 같은 견해의 대립은 방산투하자본금액을 산정할 때에 제외되는 '재평가차액'에 대한 해석을 달리하는 데에서 비롯한다.
4) 원고는 '재평가차액'이란 해당 자산이 동일한 법인격을 가지는 법인에 의해 계속 소유되었을 때의 시가상승분을 의미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문제된 자산의 소유권이 이전되면 그 소유권 이전 당시의 가액이 '방산투하자본금액'이 되고 그 후의 시가 상승분만이 '재평가차액'으로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원고는 방산투하자본금액을 구성하는 위 토지의 가액은 원고가 두산인프라로부터 위 토지를 승계취득한 날을 기준으로 평가된 금액(147,019,959,000원)이 되어야 한다고 하고, 위와 같은 승계취득일 이후의 토지의 시가상승분은 '재평가차액'으로 방산투하자본금액에 산입되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5) 이에 반해 피고는 비록 법인격을 달리하는 법인들 사이에 자산의 이동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자산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경제주체에 의해 보유되고 있었다면, '방산투하자본금액'은 여전히 해당 경제주체가 자산을 최초로 취득한 시점(또는 최초로 방산물자 생산에 투하한 시점)의 가액으로 평가하여야 하고 그 후의 시가상승분은 '재평가차액'으로서 자산의 소유권 변동에도 불구하고 방산투하자본금액으로 반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피고는 비록 두산인프라로부터 원고에게 토지의 소유권이 이전하였다 하더라도 두산인프라와 원고가 동일한 기업집단에 소속되어 있는 이상 위 토지는 계속해서 동일한 경제주체에 의해 보유되고 있음을 근거로 방산투하자본금액을 구성하는 위 토지의 가액은 두산인프라가 위 토지를 취득한 연도에 평가된 금액(5,262,724,000원)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6) 이와 같이 이 사건의 쟁점은 '방산투하자본금액'을 산정할 때에 공제하는 '재평가차액'의 해석에 관한 문제이다. 이하 구체적으로 이 사건 쟁점에 관하여 본다.
나. 판단
1) 원가계산시행세칙의 법적 성질
가) 우선 피고는 투하자본보상율의 산정 요소가 되는 '방산투하자본금액'을 산정할 때에 재평가차액을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원가계산시행세칙이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내부적 지침에 불과하므로, 설령 피고가 원고의 주장과 같이 '방산투하자본금액'을 산정할 때에 '재평가차액'에 관한 해석을 그르쳤다 하더라도 이는 피고의 내부적 지침을 어긴 것에 불과하므로 그러한 사실 자체만으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게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따라서 이 사건의 쟁점에 관하여 직접적으로 판단하기에 앞서 이와 같은 피고의 주장에 관해 보기로 한다.
나) 살피건대, 방위사업법 제46조 제1항 후문은 방산물자 등의 조달계약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고, 방위사업법 시행령 제61조 제1항은 방산물자 조달계약의 종류를 정하면서 제4항에서 계약의 체결 등에 필요한 사항을 국방부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였다. 위와 같은 위임에 따라 제정된 원가계산규칙 제18조의2는 투하자본보상비를 원가 구성요소의 비목으로 규정하면서 이를 총원가에 '투하자본보상율'을 곱하여 산정하도록 하였고, 방위사업청훈령인 원가계산시행세칙 제32조의 2 제2항은 투하자본보상율의 산정기준을 앞서 본 바와 같이 구체적으로 규정하였다. 그렇다면 투하자본보상율의 구체적 산정방식을 규정한 원가시행세칙은 방위사업법령 및 그 위임에 따라 제정된 원가시행규칙 제18조의2를 시행하기 위한 집행명령으로서 법률 보충적인 역할을 하는 법규적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4. 2. 8. 선고 93누111 판결 참조).
다) 따라서 피고가 원가계산시행세칙 제32조의2 제2항에 위배하여 투하자본보상율을 결정하였다면 이는 위법한 처분으로서 취소되어야 하는바,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쟁점에 관한 판단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의 쟁점은 '방산투하자본금액'을 산정할 때에 공제하는 '재평가차액'의 해석에 관한 문제이다. 자산재평가법은 제8조에서 '재평가차액'을 정의하고 있는데, 자산재평가법은 동일한 법인격을 가진 법인 또는 개인이 계속해서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현실에 적합하도록 재평가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법률로서(자산재평가법 제1조), 자산재평가법에서 정한 재평가차액은 원고의 주장과 같이 동일한 법인격을 가진 법인 또는 개인이 계속해서 보유한 자산의 시가상승분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원가계산시행세칙은 '재평가차액'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자산재평가법과 동일한 용어를 사용하기는 하였으나, 원가계산시행세칙이 방산투하자본금액에서 재평가 차액을 공제하도록 취지에 비추어 보면,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원가계산시행세칙상 '재평가차액'을 자산재평가법상 재평가차액과 동일한 의미로 이해할 수 없다.
(1) 우선, 방산물자 조달계약의 계약금액을 결정할 때에 투하자본보상비를 고려하도록 한 이유는 방산물자의 생산 및 조달을 위하여 투하된 자본에 대한 기회비용을 보상하기 위한 데에 있다. 이에 따라 기회비용 보상 대상이 되는 '투하자본'은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방산업체가 실제로 지출한 자본에 한정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투하자본보상율을 산정하기 위한 산식에서의 '방산투하자본금액'은 방산업체가 실제로 지출한 자본의 가액만을 반영하여야 한다.
(2) '방산투하자본금액'은 위와 같이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주체가 실제로 지출한 자본의 가액을 지칭하므로, 방산업체가 방산물자 생산을 위하여 자산을 투하하였다면 투하 당시의 자산의 가액이 방산투하자본금액이 될 뿐이다. 그 후에 해당 자산의 시가가 상승하였다 하더라도 방산업체 입장에서는 방산물자를 생산하기 위해 그 어떤 추가적인 지출을 하지 않았으므로 그 시가상승분은 방산투하자본금액에 반영할 수 없다. 원가계산시행세칙 제32조의2 제3항 제2호는 위와 같은 이유에서 방산투하자본금액에서 "재평가차액"을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3) 그 반면, 방산물자 생산에 이용되고 있던 자산의 소유자가 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변동되는 경우에는, 최초 생산 투입시부터 거래시까지 이루어진 시가상승분이 거래대가의 지급을 통해 지출되었을 것이므로, 위 시가상승분은 더 이상 '재평가차액'으로 공제되지 아니한다. 새로운 소유자가 그 시가상승분을 지출하였으므로 이는 방산투하 자본금액으로서 기회비용을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4) 그런데, 방산업체가 물적분할을 통하여 방위사업 부분을 분할신설법인에 이전하고, 그 대가로 분할신설법인의 주식 전부를 보유하게 되는 경우, 방산물자 생산을 위한 자산의 소유권 변동이 있기는 하였으나, 분할법인이나 분할신설법인 그 누구도 추가적인 지출을 하지 않았으므로 방산물자 생산을 위해 추가적인 자본을 투하하였다고 볼 수 없다. 즉, 분할신설법인이 방산물자 생산에 투하되는 자산을 분할법인으로부터 이전받았으나 그 자산의 최초 생산 투입시부터 물적분할시까지 이루어진 시가상승분이 거래의 대가로 지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정하에서 해당 자산을 소유하는 법인이 달라졌다는 사정만으로 그 시가상승분에 대해서도 투하자본보상을 해준다면, 재평가차액을 투하자본보상의 범위에서 제외하고자 한 원가계산시행세칙의 취지가 잠탈될 수밖에 없어 허용할 수 없다. 이와 같이 원가계산시행세칙에서 규정한 '자산재평가액'은 자산재평가법과는 달리, 분할신설법인이 분할법인의 100% 자회사가 되는 물적분할의 경우에는 그 소유권 변동을 전후한 자산가치의 상승분도 포함되는 개념으로 해석될 수 있다.
나) 이와 같이 물적분할을 통해 자산이 이전되었다 하더라도 그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경제주체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보아 이전 당시의 시가상승분을 고려하지 않도록 하는 예는 법인세법상 물적분할에 대한 과세이연 제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즉, 법인세법 제47조 제1항은 물적분할이 일정한 요건(분할법인이 물적분할에 의하여 분할신설법인의 주식등을 취득한 경우로서 법인세법 제46조 제2항 각 호의 요건을 갖춘 경우를 지칭한다)을 갖춘 경우 물적분할로 인하여 발생한 자산의 양도차익을 손금에 산입함으로써 이에 대한 과세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법인세법이 이와 같이 일정한 요건을 갖춘 물적분할의 경우 양도되는 자산의 시가상승분에 대해 과세하지 않기로 한 것은 해당 자산이 여전히 동일한 경제주체에 의해 보유되고 있어 그 경제주체가 물적분할을 통해 양도차익을 실현하였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다) 이와 같이 법인세법이 일정한 요건을 갖춘 물적분할의 경우 분할법인의 입장에서 시가상승분만큼의 양도차익이 실현되지 않아 과세를 이연하는 것은, 그 거래의 반대편에 있는 분할신설법인의 입장에서는 시가상승분만큼의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 즉, 시가상승분만큼의 추가적인 자본투하가 없었다는 것과 마찬가지의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최소한 우리 법은 물적분할에서 과세이연이 이루어지고, 그 이연된 과세가 실현되기 전까지의 상태에서는 물적분할을 통해 이전된 자산의 시가상승분에 대한 '이익의 실현'(법인세법의 관점) 또는 '대가의 지급'(방산투하자본금액 산정의 관점)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일관성 있는 해석이다.
라)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본다. 두산인프라가 원고를 분할신설법인으로 설립하면서 방위산업에 관한 자산·부채를 이전하고 그 대가로 원고의 주식 전량을 인수하였다. 이처럼 두산인프라가 원고의 주식 전량을 보유하고 있는 한도 내에서는 두산인프라는 물 적분할을 통해 이전된 자산의 양도차익을 실현하지 않은 것이 되어 그 양도차익은 과세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마찬가지로 원고의 입장에서는 그 시가상승분을 자산 취득의 대가로 지급한 것이 아니므로 물적분할 당시 이전된 자산의 시가상승분을 방산투하자본금액으로 산입할 수 없다(즉, 재평가차액으로 보아 공제하게 된다).
그러나 두산인프라는 2009. 6. 26. 보유하고 있던 원고의 주식 전량을 매각하였다. 이처럼 분할회사가 분할신설법인으로부터 받은 주식을 처분하는 경우 이연된 과세가 실현되는바(법인세법 제47조 제1항 제1호 참조), 이는 분할신설법인의 주식의 가치에 물적분할로 이전된 자산의 시가상승분이 화체되어 있고, 분할법인이 그러한 주식을 처분함으로써 비로소 물적분할로 이전된 자산에 대한 양도차익을 실현하였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법리는 방산투하자본금액에서 공제되는 재평가 차액에 대해서도 유추할 수 있다. 즉, 분할법인이 분할신설법인의 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경우 그 주식을 매입한 제3자는 방산물자의 생산에 이용되는 자산의 가치상승분이 화체된 주식에 대한 대가를 지불한 것이 되어 그만큼 방산물자 생산을 위한 자본을 추가로 투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분할법인이 분할신설법인의 주식을 처분한 때에는 방산물자 생산에 투하된 자산의 시가상승분은 더 이상 방산투하자 본금액에서 공제되는 재평가차액으로 볼 수 없고, 방산투하자본금액에 그대로 산입되어야 마땅하다.
이 사건에서도 원고의 새로운 주주인 디아이피홀딩스 및 오딘홀딩스는 두산인프라로부터 원고의 주식을 취득할 때에 방산물자 생산을 위해 사용되는 자산의 시가상승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주식대금으로 지급하였다고 볼 수 있고, 이로써 방산물자 생산을 위해 사용되는 자산에 대한 추가적인 자본 투하가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원고에 대한 투하자본보상율을 산정하기 위한 '방산투하자본금액'을 산정할 때의 자산의 가치는 위와 같이 두산인프라가 원고의 주식을 매각한 2009. 6. 26.자 시가를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인데, 피고는 두산인프라가 해당 자산을 취득한 날 이후의 가치상승분을 '재평가차액'으로 보아 이를 방산투하자본금액에서 공제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마) 이와 관련하여, 피고는 두산인프라로부터 원고의 주식 중 과반수를 취득한 디아이피홀딩스가 두산인프라와 같은 기업집단에 소속되어 있으므로 설령 두산인프라가 원고 발행 주식을 디아이피홀딩스 및 오딘홀딩스에 전량 매각하였다 하더라도 방산물자 생산에 사용되는 자산은 여전히 동일한 경제주체에 의해 보유되고 있어 그 시가상 승분에 대하여 추가적인 자본 투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분할법인이 분할신설법인의 주식을 매각하는 경우 주식 매수인의 입장에서는 그 주식의 대금을 현실적으로 지급한다는 점에서 그 주식에 화체된 자산의 시가상승분에 대한 현실적인 지출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그 주식의 매수인이 분할법인과 동일한 기업집단에 있다는 사정만으로 방산물자 생산에 사용되는 자산의 가치상승분에 대한 추가적인 자본 지출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와 같이 주식 매도의 경우 그 대가가 현실적으로 지급된다는 점에서, 자산 이전의 대가로 그 자산의 가치를 화체하는 주식이 교부될 뿐인 물적분할의 경우와 다르다.
나아가, 법인세법에 따르면 분할법인이 분할신설법인의 주식을 처분하는 경우 그 처분 상대방이 동일한 기업집단에 속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분할법인이 물적 분할로 양도된 자산의 시가상승분을 '이익'으로 실현하였다고 보아 과세를 한다. 그런데 그 반대로 동일한 주식 처분에 대하여 방산투하자본금액을 산정할 때에는 분할신설법인의 주식을 처분한 상대방이 동일한 기업집단에 속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시가상 승분에 대한 지출이 없었다고 보게 되면, '분할신설법인의 주식 처분'이라는 동일한 사건에 대하여 그 매도인에 대해서는 시가상승분만큼의 이익을 실현하는 것으로 보아 과세를 통해 불이익을 가하는 반면 매수인에 대해서는 시가상승분만큼의 지출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에 대한 보상을 하지 않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 비추어 보아도 분할법인이 분할신설법인의 주식을 처분한 때에는 방산물자 생산에 투하된 자산의 시가상승분은 방산투하자본금액에 산입되어야 할 것이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이승택
판사 하정훈
판사 황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