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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9. 4. 3. 선고 2018다289542 판결
[전환사채및신주발행무효확인][미간행]
판시사항

[1] 회사가 상법 제418조 제2항 에서 정한 사유가 없는데도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경우,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적극)

[2] 신주발행에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위법이 있고 그것이 주식회사의 본질 또는 회사법의 기본원칙에 반하거나 기존 주주들의 이익과 회사의 경영권 내지 지배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신주발행의 효력(원칙적 무효)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유에스알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김경수 외 4인)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피씨디렉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시공 담당변호사 김승아 외 2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가. 상법 제418조 제1항 , 제2항 의 규정은 회사가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기존 주주에게 이를 배정하고 정관에 정한 경우에만 제3자에게 신주배정을 할 수 있게 하면서 그 사유도 신기술의 도입이나 재무구조의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정함으로써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보호하고 있다. 따라서 회사가 위와 같은 사유가 없음에도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상법 제418조 제2항 을 위반하여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50776 판결 등 참조).

나. 한편 신주 발행을 사후에 무효로 하는 것은 거래의 안전을 해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신주발행무효의 소에서 그 무효원인은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할 것이나, 신주 발행에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한 위법이 있고 그것이 주식회사의 본질 또는 회사법의 기본원칙에 반하거나 기존 주주들의 이익과 회사의 경영권 내지 지배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신주의 발행은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15. 12. 10. 선고 2015다202919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인정하였다.

가. 우선, 이 사건 신주발행 당시 피고에게 기존의 주주를 배제하고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할 정도로 피고 정관에서 정한 제3자 배정방식의 신주발행 사유인 급박한 자금조달의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즉 ① 피고는 이 사건 신주발행 3개월 전인 2015. 12. 24. 이 사건 전환사채를 발행하여 32억 원의 현금을 확보한 상태였다. ② 피고에 대한 감사보고서나 재무상태표에 의하더라도 2016. 3.경 피고가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제한하면서까지 신주를 발행하여야 할 정도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③ 한편 ‘자금확보의 필요성’에 대하여 적고 있는 공인회계사 작성의 2016. 3. 10.자 ‘현금흐름 검토에 대한 의견서’는 추상적인 내용을 기재한 것일 뿐만 아니라, 위 의견서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경우 신중하게 검토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음에도 그 작성 바로 다음 날 이 사건 신주발행을 위한 이사회 소집 통지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 이는 단지 신주발행의 근거를 남기기 위하여 작성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④ 이 사건 신주발행 직전 피고에 대한 금융기관의 여신한도가 축소되기는 하였으나, 피고는 국내 거래처에 상당한 규모의 단기 매출채권을 보유하고 있었던 점, 피고는 이 사건 전환사채의 발행으로 32억 원의 현금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었던 점과 함께 이 사건 신주인수인 회사들에 대한 매출채권의 회수현황에 대하여 전혀 밝히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신주발행 당시 제3자에게 신주를 발행할 긴급한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나. 이 사건 신주인수인 회사들의 인수자금의 조달 경위 또한 극히 의심스럽다. 즉 ① 이 사건 신주인수인 회사들의 규모와 신용상태에 비추어 볼 때, 이들 회사가 거액의 신주인수대금을 즉시 납입한다는 것은 이례적으로 보인다. ② 이 사건 신주인수인 회사들의 피고와의 종래 매출거래 규모에 비하여 이 사건 신주발행 무렵 이들 회사들이 피고에게 송금한 돈의 액수가 현저히 적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피고가 이들 회사에 대한 매출채권을 제때 회수하지 않는 방식으로 신용을 제공하고, 이들 회사가 피고로부터 공급받은 물품을 판매한 매출채권을 할인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여 신주인수대금으로 사용한 것이라는 원고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③ 이 사건 신주인수인 회사들이 납입한 신주인수대금 중 일부가 피고 임원이나 피고 거래처이자 전환사채 인수인들로부터 송금된 돈으로 마련되었고, 같은 액수의 돈이 이 사건 신주발행 이후 같은 날 이들 회사로부터 피고 임원에게 다시 송금된 사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신주인수인 회사들이 피고로부터 신용을 제공받아 이 사건 신주를 인수한 것이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든다.

다. 여기에 피고의 대표이사 소외 1은 우호지분을 늘려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 사건 신주를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 즉 ① 소외 2는 피고 주식을 대량으로 매집한 이후 2014년 피고를 상대로 주주총회결의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는 등 이미 소외 1과 경영권 분쟁을 겪은 상태였는데, 이후 원고들은 위와 같이 경영권 분쟁을 야기한 당사자들로부터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하였고, 2015. 12. 22. 이와 같은 내용의 주식 대량보유상황보고서(보유비율 14.02%)가 공시됨에 따라 소외 1도 자신의 주식 보유비율(17.60%)에 육박하게 원고들이 장외에서 주식을 매집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② 원고들은 주식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공시하면서 경영참가 목적이 없다는 확인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기는 하였으나, 언제든지 ‘경영참가목적’으로 변경할 수 있었고, 실제로 2016. 4. 1. 주식보유 목적을 ‘경영참가목적’으로 변경하기도 하였다. ③ 원고들은 2016. 3. 4. 피고의 주식을 추가로 취득한 이후 다시 주식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제출하였고, 이로써 피고의 최대주주가 소외 1에서 원고들로 변경되었다는 공시가 이루어지자, 피고는 2016. 3. 11. 이 사건 신주발행을 위한 이사회 소집을 통지하고 그로부터 불과 5일 만에 발행대금 20억 원에 이르는 이 사건 신주발행절차를 이사회결의부터, 신주발행 및 신주인수대금의 납입까지 모두 마쳤다. ④ 이와 같이 신속하게 신주발행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소외 1이 그동안 원고들의 주식 매집에 위협을 느끼고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비책으로 신주발행계획을 세워두었다가, 피고의 최대주주가 원고들로 변경되었다는 공시가 이루어지자 그 계획을 곧바로 실행에 옮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3. 원심이 들고 있는 이러한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이 사건 신주발행은 재무구조 개선 등 상법 제418조 제2항 과 피고 정관이 정하고 있는 사유가 아니라 피고의 현 경영진의 지배권 확보를 위하여 제3자 배정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위 상법 규정과 피고의 정관을 위반하여 원고들을 비롯한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한 것이고, 그로 인하여 피고의 지배구조에 심대한 변화가 초래되고 기존 주주들인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지배권이 현저하게 약화되는 중대한 영향을 받게 되어 현저히 불공정하다고도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신주발행이 무효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상법 제418조 제2항 위반의 요건 및 신주발행의 무효원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판단을 누락하거나 관련 대법원 판례를 위반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4. 한편 판결서의 이유에는 주문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당사자의 주장, 그 밖의 공격방어 방법에 관한 판단을 표시하면 되고 당사자의 모든 주장이나 공격방어 방법에 관하여 판단할 필요가 없으며( 민사소송법 제208조 제2항 참조), 판결에 당사자가 주장한 사항에 대한 구체적·직접적인 판단이 표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판결 이유의 전반적인 취지에 비추어 그 주장을 인용하거나 배척하였음을 알 수 있는 정도라면 판단누락이라고 할 수 없고, 설령 실제로 판단을 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주장이 배척될 경우임이 분명한 때에는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어 판단누락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6재다218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것과 같이 이 사건 신주인수인 회사들이 피고로부터 신용을 제공받아 조달한 자금으로 신주인수대금을 납입하였다고 강하게 의심이 드는 이 사건에서, 이 사건 신주발행이 피고 정관이 정하고 있는 사유가 아니라 피고의 현 경영진의 지배권 확보를 위하여 제3자 배정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원심의 판단에는, 피고 정관에서 정한 사유에 따라 이 사건 신주인수인 회사들과의 판매제휴 등을 위해서도 이 사건 신주를 발행한 것이라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는 취지의 판단도 포함되어 있다고 할 것이고, 설령 그 판단을 누락한 것으로 보더라도 위와 같이 그 주장이 배척될 경우임이 분명한 때에 해당하는 이상 원심의 이 부분 판단누락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5.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이기택 박정화(주심) 김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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