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망인에게 수여된 서훈을 취소하는 경우, 유족이 서훈취소 처분의 상대방이 되는지 여부(소극) 및 망인에 대한 서훈취소 결정의 효력이 발생하기 위한 요건
[2] 국무회의에서 건국훈장 독립장이 수여된 망인에 대한 서훈취소를 의결하고 대통령이 결재함으로써 서훈취소가 결정된 후 국가보훈처장이 망인의 유족 갑에게 ‘독립유공자 서훈취소결정 통보’를 하자 갑이 국가보훈처장을 상대로 서훈취소결정의 무효 확인 등의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위 소는 피고를 잘못 지정하였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헌법 제11조 제3항 과 구 상훈법(2011. 8. 4. 법률 제1098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조 , 제33조 , 제34조 , 제39조 의 규정 취지에 의하면, 서훈은 서훈대상자의 특별한 공적에 의하여 수여되는 고도의 일신전속적 성격을 가지는 것이다. 나아가 서훈은 단순히 서훈대상자 본인에 대한 수혜적 행위로서의 성격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 뚜렷한 공적을 세운 사람에게 영예를 부여함으로써 국민 일반에 대하여 국가와 민족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 국가적 가치를 통합·제시하는 행위의 성격도 있다. 서훈의 이러한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상훈법은 일반적인 행정행위와 달리 사망한 사람에 대하여도 그의 공적을 영예의 대상으로 삼아 서훈을 수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경우에도 서훈은 어디까지나 서훈대상자 본인의 공적과 영예를 기리기 위한 것이므로 비록 유족이라고 하더라도 제3자는 서훈수여 처분의 상대방이 될 수 없고, 구 상훈법 제33조 , 제34조 등에 따라 망인을 대신하여 단지 사실행위로서 훈장 등을 교부받거나 보관할 수 있는 지위에 있을 뿐이다. 이러한 서훈의 일신전속적 성격은 서훈취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므로, 망인에게 수여된 서훈의 취소에서도 유족은 그 처분의 상대방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이와 같이 망인에 대한 서훈취소는 유족에 대한 것이 아니므로 유족에 대한 통지에 의해서만 성립하여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고, 그 결정이 처분권자의 의사에 따라 상당한 방법으로 대외적으로 표시됨으로써 행정행위로서 성립하여 효력이 발생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2] 국무회의에서 건국훈장 독립장이 수여된 망인에 대한 서훈취소를 의결하고 대통령이 결재함으로써 서훈취소가 결정된 후 국가보훈처장이 망인의 유족 갑에게 ‘독립유공자 서훈취소결정 통보’를 하자 갑이 국가보훈처장을 상대로 서훈취소결정의 무효 확인 등의 소를 제기한 사안에서, 갑이 서훈취소 처분을 행한 행정청(대통령)이 아니라 국가보훈처장을 상대로 제기한 위 소는 피고를 잘못 지정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법원으로서는 석명권을 행사하여 정당한 피고로 경정하게 하여 소송을 진행해야 함에도 국가보훈처장이 서훈취소 처분을 한 것을 전제로 처분의 적법 여부를 판단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평 담당변호사 김오섭)
피고, 상고인
국가보훈처장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손태호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헌법 제11조 제3항 은 훈장 등의 영전은 이를 받은 자에게만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서훈에 관한 사항을 정한 구 상훈법(2011. 8. 4. 법률 제1098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에 따르면, 대한민국훈장 및 포장은 대한민국에 뚜렷한 공적을 세운 자에게 수여하고( 제2조 ), 훈장을 받을 자가 사망하였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접 수령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유족 또는 대리자가 본인에 갈음하여 이를 받을 수 있으며( 제33조 ), 훈장은 본인에 한하여 종신 이를 패용하고, 사후에는 그 유족이 보존하되, 이를 패용하지 못하며( 제34조 ), 유족을 포함하여 훈장을 받지 아니한 자가 훈장을 패용한 때에는 6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제39조 ).
이와 같은 헌법과 상훈법의 규정 취지에 의하면, 서훈은 서훈대상자의 특별한 공적에 의하여 수여되는 고도의 일신전속적 성격을 가지는 것이다. 나아가 서훈은 단순히 서훈대상자 본인에 대한 수혜적 행위로서의 성격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 뚜렷한 공적을 세운 사람에게 영예를 부여함으로써 국민 일반에 대하여 국가와 민족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 국가적 가치를 통합·제시하는 행위의 성격도 있다. 서훈의 이러한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상훈법은 일반적인 행정행위와 달리 사망한 사람에 대하여도 그의 공적을 영예의 대상으로 삼아 서훈을 수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경우에도 서훈은 어디까지나 서훈대상자 본인의 공적과 영예를 기리기 위한 것이므로 비록 유족이라고 하더라도 제3자는 서훈수여 처분의 상대방이 될 수 없고, 구 상훈법 제33조 , 제34조 등에 따라 망인을 대신하여 단지 사실행위로서 훈장 등을 교부받거나 보관할 수 있는 지위에 있을 뿐이다. 이러한 서훈의 일신전속적 성격은 서훈취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므로, 망인에게 수여된 서훈의 취소에서도 유족은 그 처분의 상대방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이와 같이 망인에 대한 서훈취소는 유족에 대한 것이 아니므로 유족에 대한 통지에 의해서만 성립하여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고, 그 결정이 처분권자의 의사에 따라 상당한 방법으로 대외적으로 표시됨으로써 행정행위로서 성립하여 효력이 발생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2. 가. 원심판결의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피고는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수여된 망인에 대하여 일제의 식민지정책을 미화·장려하는 글을 게재하는 등의 친일행적이 확인되었다는 이유로 당시 행정안전부장관에게 망인에 대한 서훈취소에 관한 의안을 국무회의에 제출할 것을 요청하였고, 이에 따라 당시 행정안전부장관이 망인에 대한 서훈취소에 관한 의안을 국무회의에 제출하여 2011. 4. 5. 국무회의에서 망인에 대한 서훈취소가 의결되었으며, 대통령이 2011. 4. 6. 그 서훈취소 문서에 결재함으로써 망인에 대한 서훈취소가 결정된 사실, 그 후 피고는 2011. 4. 19. 위 서훈취소에 따라 훈장 등을 환수조치하여 달라는 당시 행정안전부장관의 요청을 받고 망인의 유족인 원고 1에게 ‘독립유공자 서훈취소결정 통보’(이하 ‘이 사건 통보’라고 한다)를 한 사실, 이 사건 통보서에는 “망인의 공적에 중대한 흠결이 있는 것이 확인되어 상훈업무를 주관하는 행정안전부에 상훈취소를 요청하였습니다. 이에 2011. 4. 5.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2011. 4. 6. 망인의 서훈이 취소 결정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기존에 전수된 건국훈장 독립장 및 훈장증의 반환을 요구하는 취지가 기재되어 있는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 통보의 취지와 법적 의미에 관하여 본다.
(1) 우선 망인에 대한 서훈취소를 그 유족을 상대방으로 하는 행정행위로 볼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통보가 유족인 원고 등에 대한 서훈취소 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
(2) 이 사건 통보서는 기재 자체에서 이미 망인에 대한 서훈의 취소가 피고가 주관하는 사무가 아님이 드러나 있을 뿐 아니라, 그 내용도 피고가 처분주체로서 위 통보에 의해 망인에 대한 서훈취소 처분을 행한다는 것이라기보다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특정한 일시에 서훈취소가 결정되었음을 사후적으로 알리는 것이라고 보인다. 또한 헌법상 영전의 수여는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이고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규정되어 있으며( 제80조 , 제89조 ), 국무회의는 대통령이 그의 권한에 속하는 중요 사항을 심의하는 헌법상의 합의제 보좌기관이다( 제88조 제1항 , 제3항 ). 게다가 원고 1이 보관하고 있는 망인에 대한 훈장증 등에는 그 수여자가 대통령으로 기재되어 있다.
이러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통보서에 이 사건 서훈취소의 처분주체 또는 처분명의인이 대통령으로 명시되어 있지 아니하였더라도 그 기재의 전반적인 취지, 헌법상 서훈의 수여 및 취소 권한에 관한 일반적 인식 등에 기초하여 이 사건 통보는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거쳐 망인에 대한 이 사건 서훈을 취소하였음을 대외적으로 표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 표시 방법은 2011. 8. 4. 개정된 상훈법 제8조의2 에 따라 관보에 게재하는 방법이 시행되기 전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처분권자의 의사에 따른 상당한 방법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대통령이 행한 이 사건 서훈취소 처분은 객관적으로 성립하여 효력이 발생하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
(3) 한편, 피고가 행한 이 사건 통보행위 자체는 유족으로서 상훈법에 따라 훈장 등을 보관하고 있는 원고들에 대하여 그 반환 요구의 전제로서 대통령의 서훈취소결정이 있었음을 알리는 것에 불과하므로, 이로써 피고가 그 명의로 서훈취소의 처분을 하였다고 볼 것은 아니다.
(4) 나아가 이 사건 서훈취소 처분의 통지가 처분권한자인 대통령이 아니라 그 보좌기관인 피고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 처분이 대통령의 인식과 의사에 기초하여 이루어졌고, 앞서 보았듯이 그 통지로 이 사건 서훈취소 처분의 주체(대통령)와 내용을 알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서훈취소 처분의 외부적 표시의 방법으로서 위 통지의 주체나 형식에 어떤 하자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원고들은 이 사건 소로써 피고를 상대로 서훈취소의 통지행위 자체의 취소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통지의 내용인 망인에 대한 서훈취소결정 자체의 취소를 구하고 있으므로, 결국 그 처분을 행한 행정청(대통령)이 아니라 그 처분이 있음을 알린 기관에 불과한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이 사건 소는 피고를 잘못 지정한 경우에 해당한다. 이처럼 원고가 피고를 잘못 지정한 때에는 법원은 원고의 신청에 의하여 결정으로서 피고의 경정을 허가할 수 있는 것이므로( 행정소송법 제14조 ), 원고가 피고를 잘못 지정한 것으로 보이는 경우 법원으로서는 마땅히 석명권을 행사하여 원고로 하여금 정당한 피고로 경정하게 하여 소송을 진행하게 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6다23503 판결 등 참조).
라.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통지의 의미나 법적 성격을 잘못 이해하여 피고가 이 사건 서훈취소 처분을 한 것으로 파악한 뒤, 이를 전제로 그 처분의 적법 여부를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서훈취소 처분의 법적 성격 및 관련 행정행위의 해석에 관한 법리와 피고적격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