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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2013. 5. 23. 선고 2012가합12850 판결
[손해배상등] 항소[각공2013하,777]
판시사항

갑이 자신 소유 토지에 설치되어 있던 부모의 분묘를 장조카 을 등의 동의 없이 임의로 개장하여 유골을 화장한 사안에서, 제사주재자인 을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이 자신 소유 토지에 설치되어 있던 부모의 분묘를 장조카 을 등의 동의 없이 임의로 개장하여 유골을 화장한 사안에서, 을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망인들의 장손자로서 제사주재자가 되고, 갑이 분묘를 불법으로 훼손한 것은 제사용 재산의 승계자로서 제사주재자인 을에게 불법행위가 된다는 이유로, 갑은 을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

원고

원고

피고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기문)

변론종결

2013. 5. 9.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10,181,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3. 1. 4.부터 2013. 5. 23.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5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15,181,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가. 경북 청도군 화야읍 (지번 생략) 전 549㎡(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에는 원고의 조부모인 소외 1, 소외 2(이하 ‘망인들’이라 한다)의 분묘 각 1기(이하 ‘이 사건 분묘’라 한다)가 설치되어 있었다.

나. 피고는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인데, 2012. 5. 21. 원고 등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이 사건 분묘를 개장하여 유골을 꺼낸 후 화장하여 꽃동산에 뿌렸다.

다. 피고는 2012. 10. 30. 분묘발굴죄로 인천지방법원 2012고단9708호 로 징역 4월, 집행유예 1년의 형을 선고받았고, 2012. 11. 7.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라. 망인들의 자로는 소외 3(장남), 소외 4, 피고, 소외 5, 소외 6, 소외 7가 있었고, 망인들의 장남인 소외 3 역시 사망하였는데, 소외 3의 아들로는 원고(장남), 소외 8, 소외 9, 소외 10이 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가지번호 포함),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제사주재자의 지위와 관련하여 종래 대법원은, 공동상속인 중 종손이 있다면 그에게 제사를 주재하는 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상 종손이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판시하여 왔고( 대법원 1997. 11. 28. 선고 96누18069 판결 , 대법원 2004. 1. 16. 선고 2001다79037 판결 참조) 최근에는 제사주재자는 우선적으로 망인의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에 의해 정해져야 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망인의 장남(장남이 이미 사망한 경우에는 장남의 아들, 즉 장손자)이 제사주재자가 되고, 공동상속인들 중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망인의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08. 11. 20. 선고 2007다2767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망인들의 장손자로서 제사주재자가 되고, 피고가 이 사건 분묘를 불법으로 훼손한 것은 제사용 재산의 승계자로서 제사주재자인 원고에게 불법행위가 된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위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한편 피고는 원고가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망인들 생전에 망인들을 부양하지 아니하였고 사후에 분묘의 수호·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았으므로 원고에게 제사주재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어떤 경우에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것인지에 관하여는, 제사제도가 관습에 바탕을 둔 것이므로 관습을 고려하되, 여기에서의 관습은 과거의 관습이 아니라 사회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형성되어 계속되고 있는 현재의 관습을 말하므로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기본적 이념이나 사회질서의 변화와 그에 따라 새롭게 형성되는 관습을 고려해야 할 것인바, 중대한 질병, 심한 낭비와 방탕한 생활, 장기간의 외국 거주, 생계가 곤란할 정도의 심각한 경제적 궁핍, 평소 부모를 학대하거나 심한 모욕 또는 위해를 가하는 행위, 선조의 분묘에 대한 수호·관리를 하지 않거나 제사를 거부하는 행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부모의 유지(유지) 내지 유훈(유훈)에 현저히 반하는 행위 등으로 인하여 정상적으로 제사를 주재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한바( 대법원 2008. 11. 20. 선고 2007다2767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원고가 언어장애자라는 사실만으로는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원고가 망인들의 제사를 거부한다는 등의 의사를 표시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어 원고에게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범위

(1) 원상회복 비용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분묘를 발굴하면서 분묘 설치 시 축조한 석축이 완전히 파괴되었고 잔디 또한 훼손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원상회복비용으로 5,181,000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일반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는 물건이 멸실되었을 때에는 멸실 당시의 시가를, 물건이 훼손되었을 때에는 수리 또는 원상회복이 가능한 경우에는 수리비 또는 원상회복에 드는 비용을 통상의 손해로 보아야 하므로, 이와 같이 이 사건 분묘가 훼손됨으로 인한 통상의 손해는 이를 원상회복하기 위한 비용 상당액이라고 할 것인바, 갑 제5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분묘를 원상회복하기 위해서는 5,181,000원(견치석 쌓기 900,000원 + 포크레인 비용 1,350,000원 + 잔디 660,000원 + 인건비 1,800,000원 + 부가가치세 471,000원)이 소요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금으로 5,181,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한편 피고는 이 사건 분묘를 발굴하여 유골을 꺼낸 후 화장하여 뿌려 유골이 없으므로 이 사건 분묘의 원상회복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유골이 상실되었다 하더라도 원고가 유골을 제외한 나머지 봉분, 석축, 잔디 등의 멸실·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으로서 그 원상회복비용을 피고에게 청구하는 것은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나아가 비록 분묘라 함은 그 내부에 사람의 유골·유해·유발 등 시신을 매장하여 사자(사자)를 안장한 장소를 말하고, 외형상 분묘의 형태만 갖추었을 뿐 그 내부에 시신이 안장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분묘라고 할 수 없으므로 유체·유골이야말로 분묘의 본체가 되는 것으로서 그것이 없으면 법적으로 유효한 분묘를 설치할 수 없는 것이긴 하나( 대법원 2008. 11. 20. 선고 2007다2767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는 분묘 설치 시부터 원래 유골이 없는 분묘의 법적 유효성을 판단하는 기준에 불과하고, 피고가 직접 피고의 토지 위에 존재하던 유효한 이 사건 분묘를 발굴하여 유골을 멸실한 이 사건에 있어서는 피고 스스로 유골이 멸실되었음을 이유로 분묘의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위자료

피고가 이 사건 분묘를 임의로 발굴하여 유골을 꺼내 화장한 행위로 인하여 분묘수호·관리자인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는 불법행위자로서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고, 망인들과 원고와의 관계, 이 사건 분묘의 형태와 관리상태, 피고가 이 사건 분묘를 발굴한 경위, 유골이 현재 존재하지 아니하는 상황을 비롯하여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면, 위자료 액수를 금 5,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3) 소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10,181,000원(5,181,000원 + 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인 2013. 1. 4.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13. 5. 23.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는 소외 2가 화장할 것을 유언으로 남겼고 피고가 그 유지를 받들어 분묘의 관리인으로서 망인들의 분묘를 개장하여 그 유골을 화장한 것이므로, 피고의 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원고가 제사주재자로서 이 사건 분묘의 관리·처분권자임은 앞서 살핀 바와 같고, 한편 유체·유골의 처분방법 또는 매장장소 지정에 관한 망인 자신의 생전 의사 내지 감정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하지만, 망인의 영혼이 떠나고 남은 유체·유골에 대한 매장·관리·제사·공양 등은 그 제사주재자를 비롯한 유족들의 망인에 대한 경애·추모 등 개인적인 감정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고, 망인의 유체·유골은 제사주재자에게 승계되는 것이므로, 그에 관한 관리 및 처분은 종국적으로는 제사주재자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나아가 유체·유골의 처분방법이나 매장장소의 지정은 법정 유언사항에 해당하지 않고, 달리 법률적 구속력을 인정할 만한 근거도 없다고 할 것이므로( 대법원 2008. 11. 20. 선고 2007다2767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가사 피고가 소외 2의 유지를 받들어 이 사건 분묘를 개장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분묘의 관리 및 처분권은 종국적으로 제사주재자인 원고에게 귀속되고, 피고의 분묘발굴이 원고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는 이상, 이 사건 분묘발굴은 당연히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할 것이어서, 피고의 주장은 그 자체로서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동원(재판장) 최유경 김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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