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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방법원 2019.8.14.선고 2019재노6 판결
계엄법위반
사건

2019재노6 계엄법 위반

피고인

망 A

재심청구인

검사 김태엽

항소인

피고인

검사

류남경(공판)

변호인

변호사 조창래(국선)

재심대상판결

육군고등군법회의 1973. 1. 9. 선고 72년 고군형항 제854호 판결

원심판결

부산경남지구 계엄보통군법회의 1972. 11, 6. 선고 72형공 제3호

판결

판결선고

2019. 8. 14.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재심대상판결 및 재심개시결정의 확정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인은 1972. 10. 23. 16:20경 경남 밀양군 B 소재 C 앞 노상에서 30여명이 있는 가운데 "이 새끼들 계엄령은 ..…하려고 내렸다 D 놈의 새끼 " 등의 폭언으로 유언비어를 날조하여 이를 유포하였다는 공소사실로 부산경남지구 계엄보통군법회의 72형공 제3호로 기소되었다. 위 군법회의는 1972. 11. 6. 피고인에 대한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계엄법 제13조, 제15조 및 계엄포고 제1호(이하 '계엄포고 제1호'라고 한다) 제5항을 적용하여 피고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였다.나, 피고인은 위 판결에 대하여 육군고등군법회의 72년 고군형항 제854호로 항소하였는데, 위 육군고등군법회의는 1973. 1. 9. 원심판결을 파기한 후 피고인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하였고(이하 '재심 대상판결'이라 한다), 1973. 4. 24. 대법원에서 상고기각 판결이 선고됨에 따라 재심대상판결은 확정되었다.다. 피고인은 1985. 8. 2. 사망하였고, 검사가 재심청구를 하여 이 법원은 2019. 4. 26. 재심개시결정을 하였으며, 위 결정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2. 항소이유(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3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3. 직권판단

항소이유에 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펴본다.

가. 이 사건 계엄포고의 위헌·위법성

1) 구 헌법(1972. 12. 27. 헌법 제8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헌법'이라 한다) 제75조 제1항은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구 헌법 제75조 제3항은 "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출판·집 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구 계엄법 제4조는 "비상계엄은 전쟁 또는 전쟁에 준할 사변에 있어서 적의 포위공격으로 인하여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된 지역에 선포한다."라고 규정하고, 구 계엄법 제13조 본문은 "비상계엄지역 내에서는 계엄사령관은 군사상 필요할 때에는 체포, 구금, 수색, 거주, 이전, 언론, 출판, 집회 또는 단체행동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구 헌법 제75조 제1항, 구 계엄법 제4조 등에 비추어 볼 때, 구 계엄법 제13조에서 정한 '군사상 필요할 때'는 전쟁 또는 전쟁에 준하는 사변으로 국가의 존립이나 헌법의 유지에 위해가 될 만큼 극도로 사회질서가 혼란해진 상황이 현실적으로 발생하여 경찰력만으로는 도저히 비상사태의 수습이 불가능하고 군병력을 동원하여 그러한 상황

에 이른 직접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게 된 때를 뜻한다고 보아야 한다.

2) 이 사건 계엄포고는 구 헌법 제75조 제3항, 구 계엄법 제13조에서 정한 '특별한 조치'로서 이루어진 것으로, 그 내용은 모든 정치활동 목적의 실내외 집회 및 시위, 정당한 이유 없는 직장이탈이나 태업행위, 유언비어를 날조·유포하는 행위를 금하고, 정치활동 목적이 아닌 실내외 집회는 허가를 받아야 하며, 언론·출판·보도 방송은 사전 검열을 받아야 하고, 각 대학은 당분간 휴교 조치를 하며(제1항 내지 제5항), 이를 위반한 자는 영장 없이 수색·구속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1972. 10. 17. 대통령 특별선언을 통하여 기존의 헌정질서를 중단시키고 유신체제로 이행하고자 그에 대한 저항을 사전에 봉쇄하기 위한 것이 분명하고, 이 사건 계엄포고가 발령될 당시의 국내 외 정치상황 및 사회상황이 위와 같은 구 계엄법 제13조에서 정한 '군사상 필요할 때'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계엄포고는 구 헌법 제75조 제1항, 구 계엄법 제13조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이 사건 계엄포고의 내용은 국가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도록 한 구 헌법 제8조(현행 헌법 제10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구 헌법 제18조(현행 헌법 제21조)가 규정한 언론·출판과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하고, 구 헌법 제10조(현행 헌법 제12조)가 규정한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됨은 물론 구 헌법 제19조(현행 헌법 제22조)가 규정한 학문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현행 헌법 제31조 제4항이 규정하는 대학의 자율성도 침해한다. 또한 '유언비어를 날조·유포하는 일체의 행위' 등 범죄의 구성요건이 추상적이고 모호할 뿐만 아니라, 그 적용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어서 통상의 판단능력을 가진 국민이 법률에 의하여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예견하기 어려우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3) 이와 같이 이 사건 계엄포고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발동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되었고, 그 내용도 영장주의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며, 표현의 자유, 학문의 자유, 대학의 자율성 등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계엄포고가 해제되거나 실효되기 이전부터 구 헌법, 현행 헌법, 구계엄법에 위배되어 위헌이고 위법하여 무효이다(대법원 2018. 12. 13. 선고 2016도1397 판결 참조).

나. 형벌에 관한 법령의 폐지와 무죄사유

1) 구 계엄법 제15조는 '제13조의 규정에 의하여 취한 계엄사령관의 조치에 응하지 아니하거나 이에 배반하는 언론 또는 행동을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한편 이 사건 계엄포고는 벌칙조항인 구 계엄법 제15조에서 정한 '제13조의 규정에 의하여 취한 계엄사령관의 조치'에 해당하여 형벌에 관한 법령의 일부가 된다.

2) 형벌에 관한 법령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하였거나 법원에서 위헌·무효로 선언된 경우 그 법령을 적용하여 공소가 제기된 피고사건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 나아가 재심이 개시된 사건에서 형벌에 관한 법령이 재심판결 당시 폐지되었더라도 그 폐지가 당초부터 헌법에 위배되어 효력이 없는 법령에 대한 것이었다면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서 규정하는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의 무죄사유에 해당한다(대법원 2010. 12. 16. 선고 2010도598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앞에서 본 것과 같이 이 사건 계엄포고가 당초부터 위헌 · 무효인 이상, 이 사건 계엄포고 제5항을 위반하였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서 규정하는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원심이 이를 유죄로 판단한 데에는 그 범죄사실에 적용할 법령인 이 사건 계엄포고의 위헌 여부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따라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항소이유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이를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1.의 가항 기재와 같고, 앞서 본 것과 같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한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사소송법 제440조 본문에 따라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재판장판사구민경

판사전보경

판사박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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