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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춘천) 2021. 9. 10. 선고 2020나235 판결
[채무부존재확인][미간행]
원고,항소인

광림공원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상욱 외 2인)

피고,피항소인

주식회사 동서패밀리 (소송대리인 변호사 서승완)

2021. 7. 23.

제1심판결

춘천지방법원 2020. 1. 8. 선고 2018가합51273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피고에 대한 2003. 3. 25.자 및 2003. 6. 20.자 춘천시 (지번 생략) 지상 춘천시 안식공원(변경 전 명칭 춘천공설묘원) 조성사업 및 진입로 공사 도급계약에 관한 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3.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주위적으로, 주문 제2항 기재와 같은 판결을 구한다. 예비적으로, 원고, 피고 및 금오건영 주식회사 사이에 체결된 2004. 7. 22.자 광림공원㈜ 양도·양수계약에 따라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부담하게 된 양수도대금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원고는 이 법원에서 예비적 청구취지를 변경하였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교회의 공설묘지 조성사업 추진

1) 기독교대한감리회 ○○교회(이하 ‘○○교회’라 한다)는 1997. 6. 19. 춘천시와 춘천시 공설묘지 조성사업에 관한 협약을 체결하였다. 이후 ○○교회는 1999. 12. 17. 피고(본래 상호가 ‘동서종합건설 주식회사’였다가 2005. 3. 25. 현재의 상호로 변경되었다)에게 공설묘지 조성공사를 공사대금 143억 원에 도급하고, 2001. 1. 3. 피고에게 공설묘지 진입로 개설공사를 공사대금 11억 6,400만 원에 도급하는 계약을 각각 체결하였다.

2) ○○교회 묘지추진위원회는 2000. 12. 19. 공동사업자인 춘천시와 ‘춘천시 공설묘지 조성사업 시행협약’을 체결하였다. 이는 ○○교회와 춘천시 사이의 위 1997. 6. 19.자 협약에 근거하여 ○○교회 묘지추진위원회를 공설묘지 조성사업의 시행자로 지정하고, 향후 묘지가 조성된 이후 시설물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을 정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나. 원고의 설립 및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 체결

1) ○○교회 묘지추진위원회는 피고에게 약정대로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묘원운영회사를 설립하여 그 수익금으로 공사대금을 지급하기 위해 2001. 9. 17. 원고를 설립하였다. 이때 피고 측 인사인 소외 1, 소외 2, 소외 3, 소외 4가 원고의 주주 및 임원으로 등재되었다.

2) 원고의 설립 이후, 원고와 피고 사이에 2003. 3. 25. 공설묘지 진입로 개설공사를 공사대금 11억 6,400만 원에 도급하는 내용의 변경계약, 2003. 6. 20. 공설묘지 조성공사를 공사대금 192억 원에 도급하는 내용의 변경계약이 각각 체결되었다(이하, 위 2003. 3. 25.자 및 2003. 6. 20.자 공사도급계약을 통틀어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이라 한다).

다. 원고의 묘지사용관리권 취득

1) 원고는 제1 내지 14묘역으로 구성된 춘천시립공설묘원을 완공하였고, 묘역 및 진입도로 시설의 소유권은 ○○교회 묘지추진위원회와 춘천시 사이의 위 2000. 12. 19.자 협약에서 정해진 대로 춘천시에게 귀속되었다.

2) 다만 원고는 2001. 12. 22. 춘천시로부터 자신의 지분에 상응하는 제7 내지 14묘역에 관한 사용관리권(묘지를 분양하여 수분양자로부터 묘지사용료, 묘지관리비, 석물대금 등을 지급받을 수 있는 권리, 이하 ‘묘지사용관리권’이라 한다)을 취득한 다음, 위 묘역 부분의 명칭을 ‘△△공원묘원’이라 짓고 그 무렵부터 이를 운영하였다.

라. 원고의 주식 양도 및 묘지사용관리권 양도

1) 원고와 피고는 2004. 7. 22. 주식회사 금오건영(이하 ‘금오건영’이라 한다)에게 원고의 총 발행주식, 자산, △△공원묘원 조성공사 시행권 및 시공권, 묘지사용관리권(○○교회 묘지추진위원회와 춘천시 사이의 2001. 12. 19.자 시행협약에 따른 각종 권리로서 원고가 승계한 일체의 권리) 등 일체를 310억 원에 양도하는 ‘광림공원 주식회사 양도·양수계약’(이하 ‘이 사건 주식 등 양도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피고는 시공사 및 대주주 대표의 자격으로 위 양도계약에 참여하여 피고 측이 보유하던 원고의 주식 및 경영권을 금오건영에 양도하였다.

2) 원고는 2005. 3. 23. 피고에게 △△공원묘원 중 제□묘역(단장 기준 1,800기, 이하 ‘이 사건 제□묘역’이라 한다) 중 재단법인 ☆☆☆☆☆☆☆☆☆☆☆유지재단(이하 ‘◇◇교’라 한다)으로부터 이미 묘지사용료를 지급받은 묘지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관한 묘지사용관리권 일체를 양도하는 ‘공원묘원 ◇◇교 분양분(사용권) 양도·양수계약’(이하 ‘이 사건 묘지사용관리권 양도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묘지사용관리권 양도계약 중 관련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사건 묘지사용관리권 양도계약〉
양도인: 원고
양수인: 피고
1. 양도·양수 목적물
춘천시 (지번 생략) 소재 춘천시공설묘원 및 △△공원묘원 내 첨부 묘역배치도의 □블럭(단장기준 약 1,800기)에 대한 묘역사용권 일체(◇◇교에서 양도·양수계약일 이전에 입금 된 부분에 대한 묘지 기수는 제외한다)
2. 양도·양수금액
표기않음. 2004. 7. 22. 작성한 원고 대표이사 소외 5 및 금오건영 대표이사 소외 6 간의 ‘원고 양도, 양수계약’에 의한 이행사항으로 그 당시 ◇◇교 기 분양묘역에 대한 사용료 미수금으로 지불하여야 하나, 이를 이행하지 않아 현물로 사용료 부분을 양도, 양수하는 것임.
5. 특약사항
1) 본 목적물은 원고와 ◇◇교 간의 계약체결이 있었던 물건으로서 원고는 2005. 2. 28.부로 기존 계약 건을 파기함과 동시에 피고에게 양도하여 기존 계약자인 ◇◇교에 피고에게 모든 권한이 양도, 양수되었음을 즉각 통보하여야 하며, 본 물건으로 인한 채권, 채무에 대한 모든 행위를 명확히 피고에게 피해가 발생하게 해서는 아니 된다.
2) 원고는 피고가 모집한 회원이 장사를 치르고자 할 때,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실을 통보하여 회원임을 확인한 후 세부사항에서 정한 바와 같이 성실히 이행하여야 함은 물론 피고의 회원에게 그 어떠한 부당한 요구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3) ◇◇교는 원고로부터 위 권리 양도에 관한 통보를 받고 원고와 체결하였던 이 사건 제□묘역 분양계약 중 묘지사용료를 지급하지 못한 부분을 해제한 다음, 2005. 7. 8. 원고의 연대보증 아래 피고와 이 사건 제□묘역 중 3, 4, 5열 묘지에 관하여만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에게 그 묘지사용료를 지급하였다.

마. 관련 사건의 경위

1) 제1 전소

가)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피고가 이 사건 제□묘역에 관하여 묘지사용회원으로부터 묘지사용료(석물비, 묘역관리비를 제외한 입회비)를 수령할 수 있는 지위에 있음의 확인을 구하는 소( 춘천지방법원 2012가합686호 , 이하, ‘제1 전소’라 한다)를 제기하여, 2013. 4. 24. ‘피고가 이 사건 묘지사용관리권 양도계약에 따라 사용료 채권을 양도 받았으므로 묘지사용료를 수령할 지위에 있다’는 이유로 피고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받았다.

나) 원고가 이에 대해 항소[ 서울고등법원(춘천) 2013나1094호 ]를 제기하였고, 항소심에서 ‘이 사건 묘지사용관리권 양도계약에 따라 사용료 채권이 피고에게 양도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의 공사잔대금 채권의 채무변제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사용료 채권액이 공사잔대금을 상회하는지 여부가 판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위 법원은 2014. 1. 8. ‘피고가 양수한 사용료채권액이 피고의 공사대금채권액을 초과하지 않으므로 원고가 피고에게 묘지사용료 채권을 양도한 것은 피고의 공사대금채권의 지급을 위한 담보 또는 변제의 방법으로 양도한 것이고, 피고가 원고로부터 받아야 할 공사대금이 가사 묘지사용료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도 그에 관계없이 원고가 피고로 하여금 1,800기 묘지사용료를 수령하도록 상호 합의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고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고, 이에 대한 원고의 상고는 2014. 5. 16. 기각되었다( 대법원 2014다204048호 ).

2) 제2 전소

가)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피고가 제1 전소에서 입회비를 수령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확인되었음에도 원고가 이 사건 제□묘역 중 일부를 무단으로 분양하여 입회비 103,190,000원을 취득하였다’는 이유로 위 금액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할 것을 구하는 소( 춘천지방법원 2014가단32796호 )를 제기하였고, 위 법원은 2017. 4. 12. ‘원고가 피고에게 묘지사용료 채권을 양도한 것은 피고의 원고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의 지급을 위한 담보 또는 변제의 방법으로 양도한 것이어서 원고가 공사대금채무를 모두 변제하였다면 피고의 묘지사용료채권도 존재하지 않게 되는데, 원고가 이 사건 양도계약 이후 공사대금채무를 모두 변제하였으므로, 피고의 묘지사용료 채권은 소멸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나) 피고가 이에 대하여 항소( 춘천지방법원 2017나51362호 , 이하, ‘제2 전소’라 한다)를 제기하였고, 위 법원은 2018. 4. 11. ‘제1 전소에서 묘지사용료를 수령할 지위가 피고에게 있음이 확정되었다. 그런데 이는 피고가 묘지사용료를 수령한 원고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의 선결적 법률관계에 해당하므로, 제1 전소의 기판력이 이 사건 소송에 미친다. 따라서 제1 전소 변론종결 전의 사유인 공사비채권의 변제 내지 공사비채권의 소멸시효완성 등을 들어 제1 전소와 달리 피고에게 묘지사용료를 수령할 지위가 없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제1심판결 중 일부를 취소하고 원고에게 해당 부분의 돈을 피고에게 지급할 것을 명하고, 피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이에 대한 원고의 상고는 2018. 8. 30. 기각되었다( 대법원 2018다230137호 ).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 19, 20, 21, 34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주위적 청구

1) 원고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에 따른 피고의 원고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은 2005. 7.경 또는 늦어도 2005. 12. 31.경 모두 변제되어 소멸되었다. 또한 위 공사대금채권은 피고가 이 사건 제□묘역을 비롯한 공설묘지를 원고에게 인도한 2003. 6.경 변제기가 도래하므로,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한 이상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하였다. 따라서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에 따른 원고의 공사대금 지급채무가 존재하지 않음의 확인을 구한다. 피고는 이 사건 묘지사용관리권 양도계약이 경개계약이므로 기존 채권인 공사대금채권이 이로써 소멸하였다고 주장하나, 애초에 이 사건 묘지사용관리권 양도계약은 무효이거나, 설령 무효가 아니라도 공사대금채권의 변제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2) 피고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에 따른 피고의 원고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은 모두 소멸하여 존재하지 않지만, 이는 변제 또는 소멸시효 완성 때문이 아니다. 피고는 이 사건 묘지사용관리권 양도계약 체결 당시 원고에 대하여 공사대금 및 대여금 채권(합계 43억 9,000만 원)을 가지고 있었는데, 원고와 피고가 경개계약의 성질을 갖는 이 사건 묘지사용관리권 양도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기존 채권인 공사대금채권이 소멸한 것에 불과하다.

나. 예비적 청구

1) 원고

이 사건 묘지사용관리권 양도계약의 본질은 이 사건 주식 등 양도계약에 따라 금오건영이 부담하는 인수대금채무 중 일부를 원고가 대신 변제하거나 변제를 담보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이는 당시 원고의 대표이사 소외 6의 배임행위에 피고가 적극 가담한 것으로서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하고, 통정허위표시에도 해당하며, 상법이 금지하는 이사의 자기거래에 해당할 뿐 아니라, 대표권 남용행위에도 해당하여 무효이다. 1차 전소 판결에서 ‘피고가 (공사대금채무의 담보권자 지위에서) 묘지사용료 채권을 수령할 수 있는 지위’에 있음이 확인되었으나, 현재 피고는 위 공사대금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함에 대하여는 다툼이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묘지사용관리권 양도계약에 따라 담보 조로 양도된 묘지사용료채권의 피담보채무라고 할 수 있는, 원고가 이 사건 주식 등 양도계약 및 그 후속계약들에 따라 떠안게 된 양수도대금채무의 부존재 확인을 구한다.

2) 피고

이 사건 묘지사용관리권 양도계약이 무효라고 할 수 없다.

3. 이 사건 소 중 주위적 청구의 적법 여부

가. 피고의 본안전 항변

1) 기판력 저촉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피고의 원고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이 변제 또는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하여 소멸하였다는 것인데, 이는 제1, 2 전소의 기판력에 반한다. 따라서 이 사건 소 중 주위적 청구 부분은 부적법하다.

2) 확인의 이익 부존재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대금채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관하여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다툼이 없다. 그럼에도 원고가 공사대금채무의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것은, 공사대금채무의 부존재가 확인될 경우 피고의 공사대금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체결된 이 사건 묘지사용관리권 양도계약이 효력을 상실하여, 피고에게 이 사건 제□묘역의 사용료를 수령할 지위가 없다는 점을 확인 받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피고가 이 사건 제□묘역의 사용료를 수령할 지위에 있지 아니함의 확인을 구하지 않고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대금채무의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것은 피고의 묘지사용료 수령에 따른 불안, 위험을 제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이 아니어서 불안의 제거에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나. 이 사건 소 중 주위적 청구 부분이 제1, 2 전소의 기판력에 저촉되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기판력은 주문에 포함된 권리 또는 법률관계의 존재 여부에 관한 판단사항에만 발생한다( 민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 즉 당사자가 신청한 사항인 소송물에 관하여 법원이 판단한 범위 안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소송물로 주장된 법률관계의 존재 여부에 관한 판단의 결론 자체에만 미치고 그 전제가 되는 법률관계의 존재 여부에까지 미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1995. 3. 24. 선고 93다52488 판결 등 참조).

전에 제기된 소(전소)와 후에 제기된 소(후소)의 소송물이 동일할 경우 전소의 기판력은 후소에 미친다. 다만 전소와 후소의 소송물이 동일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전소의 소송물에 관한 판단이 후소의 선결문제가 되거나 후소의 소송물이 전소에서 확정된 법률관계와 모순관계에 있다면 전소 판결의 기판력이 후소에 미치게 되어 후소에서 전소 판결의 판단과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작용을 하게 된다. 그러나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소송물로 주장된 법률관계의 존재 여부에 관한 판단의 결론에만 미치고 그 전제가 되는 법률관계의 존재 여부에까지 미치는 것이 아니므로, 전소에서 확정된 법률관계란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미치는 법률관계를 의미하는 것이지 그 전제가 되는 법률관계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02. 12. 27. 선고 2000다47361 판결 , 대법원 2005. 12. 23. 선고 2004다55698 판결 ,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다36022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살핀다. 먼저 제1, 2 전소의 소송물인 묘지사용료 지위 및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존재 여부는 이 사건 주위적 청구의 소송물인 공사대금채무의 존재 여부와 다르다. 또한 제1, 2 전소의 기판력이 미치는 법률관계, 즉 소송물로 주장된 법률관계는 피고가 이 사건 제□묘역에 관하여 묘지사용료를 수령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는 점(제1 전소)과 피고의 원고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존재 여부(제2 전소)이고, 이 사건 묘지사용관리권 양도계약의 법적 성질이나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에 기한 공사대금채무의 존재 여부는 그 전제가 되는 법률관계에 불과하여 여기에는 위 전소 판결들의 기판력이 미치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제1, 2 전소의 소송물에 관한 판단(묘지사용료 지위 존재 여부 등)이 공사대금채무의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주위적 청구의 선결문제가 된다고 볼 수 없고(오히려 공사대금채무의 존재 여부가 위 전소들의 선결문제가 될 여지가 있을 뿐이다), 이 사건 주위적 청구의 소송물인 공사대금채무의 존재 여부가 제1, 2 전소의 소송물로서 확정된 법률관계인 묘지사용료를 수령할 수 있는 지위 및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존재 여부와 모순관계에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대금채무의 변제 또는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며 그 공사대금채무의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것이 제1, 2 전소 판결들의 기판력에 저촉된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의 이 부분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다. 이 사건 소 중 주위적 청구 부분에 확인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확인의 소는 현재의 법적 분쟁을 유효적절하게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원칙적으로 현재의 구체적인 권리·의무 또는 법률관계를 대상으로 하고, 확인의 소에서 법률관계의 확인은 그 법률관계에 따라 원고의 권리 또는 법적 지위에 현존하는 위험, 불안이 야기되어 이를 제거하기 위하여 그 법률관계를 확인의 대상으로 삼아 원고·피고 사이의 확인판결을 가지고 즉시로 확정할 필요가 있고, 또한 그것이 가장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이 되어야 확인의 이익이 있다(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다75635, 75642 판결 등 참조).

또한 법률관계, 특히 권리 또는 의무의 발생, 변경, 소멸이라는 법률효과는 그 원인 되는 법률요건이 충족될 경우에 그 결과로서 생긴다. 따라서 당사자가 주장하는 법률효과가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그 주장하는 법률요건이 다를 때에는 당사자 사이에 법률관계에 관한 다툼이 없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17. 3. 9. 선고 2016다256968, 256975 판결 참조).

2)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비추어 살핀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제1, 2 전소에서 피고가 이 사건 제□묘역에 관한 묘지사용료를 수령할 지위에 있고 이를 기초로 피고가 원고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진다는 점에 관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에 기판력이 발생하였으나, 제1, 2 전소의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에 이 사건 묘지사용관리권 양도계약의 법적 성질 또는 공사대금채무의 소멸 여부에 관한 판단은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제1, 2 전소의 기판력에 따라 피고가 이 사건 제□묘역에 관한 묘지사용료를 수령할 지위를 가짐을 다툴 수 없게 된 원고로서는 이 사건 묘지사용관리권 양도계약이 공사대금채무의 변제를 위해, 즉 담보 명목으로 체결된 것인데 피담보채무인 공사대금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확정판결을 받아야만 이 사건 묘지사용관리권 양도계약에 따른 피고의 권리행사를 저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원고가 공사대금채무에 관한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것은 원고의 권리 또는 법적 지위에 현존하는 위험, 불안을 제거하기 위한 가장 유효하고 적절한 수단이라 할 수 있으므로 원고는 그 부존재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한편 원고와 피고 모두 공사대금채권이 소멸하였다고 주장하고 있기는 하나, 원고는 공사대금채권이 변제 또는 소멸시효 완성으로 소멸하였다는 입장인 반면, 피고는 경개계약인 이 사건 묘지사용관리권 양도계약이 체결됨에 따라 기존 채권인 공사대금채권이 소멸하였다는 입장인바, 공사대금채권의 소멸이라는 법률효과에 대하여 원고와 피고가 주장하는 법률요건이 다르므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법률관계에 관한 다툼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본안전 항변 또한 이유 없다.

4.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묘지사용관리권 양도계약의 법적 성질

먼저 이 사건 묘지사용관리권 양도계약이 경개계약이므로 이로써 기존 채무인 공사대금채무가 소멸하였다는 피고 주장에 관하여 살핀다. 민법 제500조 소정의 경개라 함은 기존채무의 중요부분을 변경하여 기존채무를 소멸케 하고 이와 동일성이 없는 새로운 채무를 성립시키는 계약인데( 대법원 2004. 4. 27. 선고 2003다69119 판결 참조), 기존채무와 관련하여 새로운 약정을 체결한 경우에 그러한 약정이 경개에 해당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기존채무의 변제기나 변제방법 등을 변경한 것인지는 당사자의 의사에 의하여 결정되고, 만약 당사자의 의사가 명백하지 아니할 때에는 의사해석의 문제로 귀착되는 것으로서, 이러한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새로운 약정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1. 3. 10. 선고 2010다86655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각 증거, 갑 제59호증, 을 제5호증의 1, 제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묘지사용관리권 양도계약은 피고의 원고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의 지급을 위한 담보 또는 변제의 방법으로 체결되었다고 인정되고, 피고 주장과 같이 기존 공사대금채무를 소멸하게 하고 이와 동일성이 없는 새로운 채무를 성립시키는 경개계약이라 보기는 어렵다.

1) 피고는 ○○교회 또는 ○○교회 묘지추진위원회로부터 공사대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고의 설립에 참여하였고, 원고와 사이에 종전 공사계약의 내용을 일부 변경한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이는 묘원운영회사인 원고를 설립한 뒤 그 수익금으로 공사대금을 지급하기 위함이었고,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제□묘역에 관한 묘지사용관리권을 양도하는 내용의 이 사건 묘지사용관리권 양도계약 또한 그 연장선에서 이뤄졌다.

2) 위와 같이 이 사건 묘지사용관리권 양도계약의 기본적인 목적은 미지급 공사대금의 지급을 위한 것이었고, 이 경우 공사대금채무의 변제를 위한 담보 또는 변제의 방법으로 묘지사용관리권이 양도되었다고 봄이 합리적이다. 이를 넘어 원고와 피고 사이에 공사대금채무를 소멸케 하는 경개의사가 있었다고 추단할 만한 사정은 발견할 수 없다. 이 사건 묘지사용관리권 양도계약서상 공사대금채무에 관하여 아무런 기재가 없고, 특히 남아 있는 공사대금채무의 구체적 범위나 그 채무의 소멸에 대응하는 양도계약상의 양도금액 등도 정해진 바가 없다.

3) 이와 관련하여 피고는 2005. 3. 16.자 채무변제 확약서(을 제5호증의 1)를 통해 남아 있는 공사대금채무를 4,390,000,000원으로 확정한 뒤, 이를 소멸케 하는 대신 이 사건 묘지사용관리권 양도계약을 체결한 것이라 주장하나, 위 확약서에 의해 남아 있는 공사대금채무가 4,390,000,000원을 확정되었다고 볼 근거가 없다. 즉 위 확약서상 채무금액 4,390,000,000원은 위 확약서에 첨부된 채무확인 및 담보제공서(을 제8호증)에 기재된 2,390,000,000원 및 위 확약서에 첨부된 합의이행각서(갑 제59호증)에 기재된 2,000,000,000원의 합계액인데, 위 2,390,000,000원은 이 사건 주식 등 양도계약에 따른 양수도대금 및 어음금 채무이고, 위 2,000,000,000원 또한 이 사건 주식 등 양도계약에 관하여 금오건영이 피고에게 부담한 채무로서 이 사건 공사계약에 따른 공사대금채무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나. 공사대금채권이 변제로 소멸되었는지 여부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상 공사대금이 203억 6,400만 원(= 묘지조성공사 192억 원 + 진입도로공사 11억 6,400만 원)인 사실은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은바, 앞서 든 각 증거 및 갑 제9, 10, 11, 17, 18, 29, 30, 31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원고에 대한 위 공사대금채권은 늦어도 2005. 12. 31.경 변제로 소멸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공사대금채권이 변제로 소멸하였다고 판단하는 이상 원고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에 대하여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

1) 원고는 2004. 9. 24. 농협중앙회와 △△공원묘원 사업과 관련한 기존 차입금의 상환과 미지급금의 지급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려는 목적으로 대출금을 250억 원으로 정한 프로젝트금융 대출약정(이하 ‘이 사건 대출약정’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대출약정서 부록 V(갑 제9호증 53/166면) ‘대출금으로 상환할 미지급공사비 및 장단기 차입금 내역’에는 원고의 피고에 대한 미지급공사비가 10,027,036,884원, 원고의 피고로부터의 장단기 차입금이 5,716,548,935원으로 기재되어 있고, 이 사건 대출약정서 별첨 파 확약서(갑 제9호증 116/166면)에는 ‘피고는 이 확약서 제출일 현재 원고(차주)가 부록에 기재된 채무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채무도 없음을 확약하고, 그 외 채무가 있으면 피고가 부담하겠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대출약정 당시 원고가 피고에게 부담하는 채무액은 합계 15,743,585,819원(= 미지급 공사대금 10,027,036,884원 + 장단기 차입금 5,716,548,935원)이었다고 인정된다.

2) 원고는 2004. 9. 24. 농협중앙회로부터 이 사건 대출약정에 따른 대출금 250억 원 중 150억 원을 대출받아 이를 피고에게 지급하였고, 2004. 12. 16. 추가로 100억 원을 대출받아 그중 2,869,130,758원을 피고에게 지급하여 합계 17,869,130,758원을 지급하였다. 이 금액만으로도 이 사건 대출약정서 부록 V에서 정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채무액 15,743,585,819원을 상회한다.

3) 또한 피고는 이 사건 묘지사용관리권 양도계약에 따라 이 사건 제□묘역에 관한 묘지사용관리권을 양도받은 다음, 2005. 7. 8. ◇◇교와 이 사건 제□묘역 중 3, 4, 5열 묘지에 관한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2005. 7. 12.까지 묘지사용료를 수령하였다. 피고는 제2 전소의 1심에서 제출한 2016. 4. 14.자 준비서면에서 위 묘지사용료 중 13억 7,940만 원을 공사대금채무에 충당하였음을 인정한 바 있다(갑 제29호증 18~19면).

4) 피고의 2004년 감사보고서에는 2004. 12. 31. 당기말 현재 원고의 미지급 공사비가 835,967,000원만이 남아 있다고 기재되어 있었는데, 2005년 감사보고서 재무제표에는 ‘공사미수금’이 전기(2004. 12. 31.) 835,967,000원, 당기(2005. 12. 31.) 0원으로 기재되어 있다. 이는 2004. 9.경 및 2004. 12.경 이뤄진 이 사건 대출약정에 따른 대출금 지급 및 2005. 7.경 이뤄진 묘지사용료 공사대금 충당으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이 소멸되었음을 강하게 뒷받침하는 사정이다.

5) 실제로 피고가 2005. 7.경 ◇◇교로부터 묘지사용료를 수령한 이후 원고를 상대로 공사대금지급을 구하였다는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피고는 2010. 11. 8. 주주총회 결의로 해산되었고, 2011. 1. 11. 청산 종결되어 법인등기부까지 폐쇄되었는데, 공사대금채권이 남아 있었다면 위와 같은 해산 및 청산종결이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피고의 법인등기부 부활은 원고의 부사장으로서 이 사건 묘지사용관리권 양도계약의 체결 경위 등을 잘 알고 있었던 소외 7이 피고 명의로 분양사업을 하고자 마음을 먹고, 원고를 상대로 묘지사용료 지위 확인을 구하는 제1 전소를 제기하기 위해 2012. 3. 15. 피고의 대표자 청산인으로 취임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잔존 공사대금채권의 회수와는 무관해 보인다.

6) 이에 대하여 피고는 ‘2004. 9. 24. 이 사건 대출약정 당시 확인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채무액 15,743,585,819원과 별개로, 원고가 피고로부터 41억 원 및 23억 9,000만 원을 추가로 차용하였고, 이를 포함하여 변제금 등을 충당하고 남은 잔존채무액을 2005. 3. 16.자 채무변제확약서(을 제5호증의 1)를 통해 4,390,000,000원으로 조정하고 이를 소멸케 하는 내용의 이 사건 묘지사용관리권 양도계약을 체결한 것이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신규 차용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금융자료 등이 없고(피고는 현금거래가 있었다는 취지이나 41억 및 23억 9,000만 원의 거액을 현금으로 거래한다는 것은 경험칙에 반한다), 더욱이 신규 차용금 발생에 관한 피고의 위 주장은 ‘2005. 3. 16.자 채무변제확약서를 통해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에 따른 잔존 공사대금채무가 4,390,000,000원으로 확정되었다’는 피고의 위 가.항에서의 주장과도 모순된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사도급계약에 따른 원고의 피고에 대한 공사대금채무는 변제로 모두 소멸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공사대금채무가 존재한다고 다투는 이상 원고에게 그 채무의 부존재 확인을 구할 확인의 이익이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주위적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여야 한다(주위적 청구를 받아들이는 이상 예비적 청구에 대하여는 판단하지 않는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견종철(재판장) 이은상 김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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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참조판례

춘천지방법원 2012가합686호

서울고등법원(춘천) 2013나1094호

대법원 2014다204048호

춘천지방법원 2014가단32796호

춘천지방법원 2017나51362호

대법원 2018다230137호

대법원 1995. 3. 24. 선고 93다52488 판결

대법원 2002. 12. 27. 선고 2000다47361 판결

대법원 2005. 12. 23. 선고 2004다55698 판결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다36022 판결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다75635, 75642 판결

대법원 2017. 3. 9. 선고 2016다256968, 256975 판결

대법원 2004. 4. 27. 선고 2003다69119 판결

대법원 2011. 3. 10. 선고 2010다86655 판결

본문참조조문

- 민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 민법 제500조

원심판결

- 춘천지방법원 2020. 1. 8. 선고 2018가합51273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