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red_flag_2
울산지방법원 2012. 9. 14. 선고 2012나952 판결
[예금반환][미간행]
원고, 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성창호)

피고, 피항소인

주식회사 부산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영효)

변론종결

2012. 8. 24.

주문

1. 제1심 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원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9,6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1. 5. 14.부터 2012. 9. 14.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4. 소송총비용 중 7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5.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32,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원고는 당심에서 지연손해금 청구를 일부 감축하였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2010. 3. 30. 피고와 사이에 거래인감과 비밀번호를 신고하면서 만기가 정해지지 아니하여 언제라도 인출, 해지할 수 있는 자유저축 예금계약( 계좌번호 1 생략, 이하 ‘이 사건 예금’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나. 원고는 소외 1의 부탁으로 소외 1의 친구인 소외 2로 하여금 원고 명의로 화물운송사업을 영위하고 그에 따른 운송료 수입도 이 사건 예금계약상의 계좌로 수령·관리하는데 동의한 후 소외 2에게 이 사건 예금 통장과 체크카드를 교부하고, 이 사건 예금계좌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다.

다. 원고와 사실혼 관계에 있던 소외 1은 소외 2로부터 위 통장을 건네받은 다음, 2011. 1. 6. 11:37경 원고의 동의 없이 피고의 ○○○지점에서 그곳에 비치된 예금청구서에 미리 조각하여 위조한 원고 명의의 도장을 날인하여 이를 이 사건 예금 통장과 함께 제출하고 피고 지점의 비밀번호 입력기(이른바 ‘PIN-Pad')에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방법으로 2,000만 원을 인출하였고, 같은 날 14:09경 피고의 △△지점에서 같은 방법으로 1,200만 원을 인출하였다.

[인정근거] 다툼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제3호증의 5, 제7, 8호증, 을 제2호증의 1, 2, 제3호증의 1, 2, 당심 증인 소외 1의 일부 증언, 감정인 소외 3의 인영감정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위 사실관계에 의하면, 소외 1은 원고로부터의 위임 등 이 사건 예금을 수령할 아무런 권한이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의 소외 1에 대한 위 3,200만 원의 예금 지급은 변제수령권한이 없는 자에 대한 변제로서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예금 중 소외 1이 무단인출해 간 3,2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 주장

⑴ 피고는, 소외 1이 이 사건 예금통장과 원고의 인감을 소지하고 비밀번호까지 정확하게 입력하였을 뿐만 아니라, 소외 1이 제시한 원고의 인감은 육안상 원고의 거래인감과 동일 또는 거의 유사하여 이를 구별하기가 어려우므로, 피고의 소외 1에 대한 3,200만 원의 지급은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⑵ 금융기관은 예금청구자에게 예금수령의 권한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별하는 방편의 하나로 예금청구서에 압날한 인영과 금융기관에 신고하여 예금통장에 찍힌 인감을 대조 확인하는 것이 통상의 예인바, 이때에는 인감대조에 숙련된 직원으로 하여금 그 직무수행상 필요로 하는 충분한 주의를 다하여 인감을 대조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고, 그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예금수령의 권한이 없는 자에게 예금을 지급하였다면 금융기관으로서는 그 예금 지급으로서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의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1. 6. 12. 선고 2000다70989 판결 참조).

앞서 인용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소외 1은 미리 원고의 거래인감과 유사한 인감을 조각하여 이를 위조한 후 이를 이용하여 피고로부터 위 3,200만 원을 인출한 점, ② 이 사건 예금거래신청서에 날인된 원고의 거래인감의 인영과 소외 1이 제출한 예금청구서상의 인영을 육안으로 자세히 대조해 보면, “ □”자의 가로획 등의 모양에 차이가 있는 등 여러 가지 점에서 상위가 있고, 인감대조에 숙련된 직원이 주의의무를 다하여 대조하였다면 그 차이를 식별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예금명의자인 원고가 여자임에 반하여 소외 1은 남자로서 그 성별에 차이가 있는 점, ④ 소외 1은 3,200만 원을 현금으로 인출하였는바, 그와 같은 적지 아니한 액수의 돈을 현금으로 인출할 경우 이를 담당하는 직원으로서는 인출자에게 정당한 예금지급청구권한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좀 더 세밀한 주의가 요구되는 점 및 그 밖의 예금지급경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면, 당시 소외 1이 예금의 정당한 수령권자인지 여부를 의심할 만한 충분한 사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예금지급 당시 좀 더 세심하게 소외 1이 제출한 예금청구서에 날인된 인영을 이 사건 예금통장에 날인된 인영과 대조하여 보거나, 원고에게 소외 1이 진정한 예금청구권자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등 주의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고,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의 소외 1에 대한 3,200만 원의 예금 지급이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로서 유효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원고가 이익을 받은 한도에서 효력이 있다는 주장

⑴ 피고는, 소외 1이 피고로부터 인출한 3,200만 원은 소외 1의 화물운송사업에 따른 수입금으로서 소외 1의 소유이고, 소외 1은 위 금원 중 2,000만 원을 다시 원고의 우리은행 계좌로 송금하고, 1,000만 원을 원고와 거래하는 ◇◇주유소 대표 소외 4에게 송금하여 원고가 부담하여야 할 유류비용으로 지출되도록 하였는바, 결국 원고는 그에 따라 본인이 부담하여야 할 3,000만 원의 지출을 면함으로써 그만큼의 이익을 받았으므로, 피고의 소외 1에 대한 예금 지급은 위 3,000만 원의 한도에서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⑵ 살피건대, 갑 제4호증의 1, 을 제4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소외 5의 계좌(농협, 계좌번호 2 생략)를 통하여 2011. 1. 13. 소외 4에게 1,000만 원, 2011. 2. 12. 원고의 우리은행 계좌( 계좌번호 3 생략)로 2,000만 원을 각 송금한 사실은 인정되나, 그러한 사실 및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소외 1이 인출한 3,200만 원이 소외 1의 화물운송사업에 따른 수입금으로서 소외 1의 소유이고(금융실명제하에서 피고에 대한 예금채권자는 어디까지나 명의자인 원고이다), 소외 1이 송금한 3,000만 원이 위 3,200만 원과 동일한 금원이라는 점 및 소외 1이 송금한 위 3,000만 원이 본래 원고가 부담하였어야 할 유류비용이라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가사 그와 같은 사정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소외 1의 원고 및 소외 4에게로의 3,000만 원의 송금행위라는 별도의 법률행위가 존재하는 이상, 피고의 소외 1에 대한 3,200만 원의 예금지급만으로 직접적으로 원고가 그와 같은 이익을 받아 민법 제472조 에 따라 피고의 소외 1에 대한 예금지급이 유효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다. 이 사건 인출금을 소외 1의 소유로 하기로 합의하였다는 주장

피고는, 원고는 소외 1이 위와 같이 3,200만 원을 인출한 다음 2011. 1. 11. 소외 1과 사이에 재산관계에 대하여 합의하면서 위 인출금을 소외 1이 가지는 것으로 약정하였으므로, 원고에게는 피고에 대한 예금반환청구권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을 제7호증의 기재 및 당심 증인 소외 1의 일부 증언에 의하면, 2011. 1. 11. 원고와 소외 1이 그동안의 재산관계를 청산하는 내용의 합의를 하면서 ‘화불(운행수입)은 소외 1이 정리하고 소외 1은 차량 4대로 발생한 경비 지출부분을 정리한다.’라는 취지로 약정한 사실은 인정되나, 나아가 이 사건 인출금 3,200만 원에 대한 권리를 소외 1이 가지고 원고는 이 사건 예금반환청구권을 포기하기로 약정하였는지에 대하여는 위 인정사실 및 소외 1의 일부 증언만으로는 이를 선뜻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라. 상계 주장

⑴ 피고는, 원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3,200만 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예금반환청구권과 상계한다고 주장한다.

민법 제760조 제3항 은 교사자나 방조자는 공동행위자로 본다고 규정하여 교사자나 방조자에게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책임을 부담시키고 있는바, 방조라 함은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작위에 의한 경우뿐만 아니라 작위의무 있는 자가 그것을 방지하여야 할 여러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는 부작위로 인하여 불법행위자의 실행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경우도 포함하고, 이러한 불법행위의 방조는 형법과 달리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여 과실을 원칙적으로 고의와 동일시하는 민법의 해석으로서는 과실에 의한 방조도 가능하며, 이 경우의 과실의 내용은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지 말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이 의무에 위반하는 것을 말하고, 방조자에게 공동불법행위자로서의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방조행위와 피방조자의 불법행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5다32999 판결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소외 2로 하여금 원고 명의로 화물운송사업을 영위하고 그에 따른 운송료 수입도 이 사건 예금계약상의 계좌로 수령·관리하는데 동의한 후 소외 2에게 이 사건 예금 통장과 체크카드를 교부하고, 이 사건 예금계좌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는바, 위와 같은 원고의 이 사건 예금통장 및 비밀번호 등에 대한 관리상의 부주의로 인하여 피고는 2011. 1. 6. 소외 1에게 예금 3,200만 원을 지급하게 됨으로써 위 금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는 적어도 소외 1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과실에 의한 방조자로서 피고에 대하여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

다만, 피고가 입은 위 손해는 피고 담당직원의 앞서 본 바와 같은 과실행위와 원고의 위와 같은 과실행위가 경합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원고의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 이를 참작할 것인바, 이 사건 예금통장 및 비밀번호의 관리 현황, 소외 1의 원고 인감 위조 경위, 예금청구서에 날인된 인영의 유사성 정도, 그 밖의 예금 지급경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피고의 과실 정도는 전체 손해액의 30% 정도로 봄이 상당하므로, 결국 원고가 피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은 2,240만 원(=3,200만 원×70%)이다.

따라서 피고의 위 손해배상채권과 원고의 이 사건 예금채권은 상계적상인 소외 1의 예금인출 당시인 2011. 1. 6. 그 대등액인 2,240만 원의 범위 내에서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

라. 소결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소외 1이 무단으로 인출한 3,200만 원 중 위와 같이 상계로 소멸하고 남은 960만 원(=3,200만 원-2,240만 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인 2011. 5. 14.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12. 9. 14.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소정의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 중 위에서 지급을 명한 금원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피고에게 위 금원의 지급을 명하며,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손현찬(재판장) 임진수 선민정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