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제주)2019노76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
반(강간등살인)
피고인
A
항소인
검사
검사
류승진(기소), 박영준, 이환우(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B, 담당변호사 C
원심판결
제주지방법원 2019. 7. 11. 선고 2019고합5 판결
판결선고
2020. 7. 8.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가. 청바지 및 2차적 증거들의 증거능력 관련 주장
원심은 피고인의 청바지에 대한 압수수색 절차의 위법을 이유로 하여 청바지, 청바지에서 검출된 미세섬유와 그 분석자료(위 세가지 증거들을 통틀어 '청바지 관련 증거라 한다)의 증거능력을 모두 부정하였으나, 압수수색을 담당한 경찰관의 판단이 현재 시점으로는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더라도 그 판단이 적법절차 및 영장주의 원칙을 잠탈하거나 법원의 통제를 회피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절차위반 행위를 한 것이 아닌 이상 증거능력 배제의 예외로서 청바지 관련 증거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어야 한다.
나. 피해자가 입은 무스탕 목 부분 동물털의 증거가치 관련 주장
피고인이 운행한 택시(이하 '이 사건 택시'라 한다)의 뒷좌석 바닥과 트렁크에서, 발견된 동물털 중 피해자가 입은 무스탕 목 부분의 동물털과 그 형태와 색깔이 일치하는 것이 3점이 있는데, 위 동물털들은 대량생산되어 본질적으로 유사성을 갖는 일반 미세섬유와 달리 독특한 구조와 형태를 가지고 있어 피고인과 피해자의 상호접촉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타겟섬유로 삼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 피해자와 피고인이 입은 옷의 미세섬유에 관한 증거가치 관련 주장
피해자의 신체와 치마 및 가방 등(특히 외부로 노출되지 않았던 피해자의 오른쪽 어깨와 오른쪽 무릎)의 여러 부분에서 피고인이 입은 상의와 하의의 미세섬유가 다수 발견되었고, 이 사건 택시 내(특히 운전석)에서도 피해자가 입은 옷의 미세섬유가 다수 발견된 것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과 피해자가 상호 접촉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라. 피고인의 이동 경로에 관한 CCTV의 증거가치 관련 주장
이 사건 공소사실의 전제가 된 피고인의 이동 경로에 부합하는, D에 설치된 CCTV에 촬영된 차량은 이 사건 택시와 동일한 '캡등이 장착된 흰색 NF 쏘나타 차량과 유사하다는 감정결과가 있고,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종료된 04:04경 무렵에 E에 설치된 CCTV의 영상에 나타나는 차량의 종류는 NF 쏘나타라는 감정결과가 있으므로, 위와 같은 CCTV 영상들은 피고인이 이 사건 범인임을 뒷받침하는 주요 정황증거로서의 가치가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 반면 원심이 가정한 반대방향(F학교 방면 → G 방면)의 이동 경로는 CCTV 영상 및 피해자의 휴대전화 종료 시점과 부합하지 않는다.
마. 소결론
위와 같이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의 상호접촉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동물털과 미세섬유 및 이 사건 택시의 운행경로에 관한 CCTV 영상 등의 증거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유죄로 인정됨에도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제주시 H에 있는 1 소속 택시 운전기사로, 위 1 소속 J 노란색 캡등이 장착된 흰색 NF 쏘나타 택시를 운전하였던 사람이고, 피해자 K(여, 2009. 2. 1. 당시 26세)은 위 택시의 승객으로 탑승하였던 사람이다.
피고인은 2009. 2. 1. 03:08경 제주시 L아파트 인근 노상에서 피해자를 택시에 탑승시킨 후, 피해자의 주거지인 제주시 M리 방면으로 차량을 운전하여 같은 날 03:45 경피해자 주거지 근처 및 제주시 N리에 있는 G 인근 도로까지 위 택시를 운행하였다.
피고인은 그 무렵 위 도로상에서 피해자를 강간하기로 마음먹고 피해자의 옷을 벗긴 다음 피해자를 강간하려 하였으나, 피해자가 격렬히 반항하자 피해자의 목을 졸라 피해자로 하여금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으로 사망하게 한 다음 피해자의 사체를 위 G 인근 배수로에 버렸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강간하려고 하였으나 피해자의 반항으로 인해 미수에 그 치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3. 청바지 관련 증거의 증거능력 유무에 관한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물론 이를 기초로 하여 획득한 2차적 증거 역시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고, 다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사법 정의를 실현하려고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그 증거를 유죄의 증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법리(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도11401 판결 등 참조) 등을 설시하면서, 그 판시 사정들, 즉 ① 경찰은 피고인이 횡령죄로 기소된 사건(제주지방법원 2008고단745)에서 피고인 소환장을 송달받았음에도 공판기일에 불출석하였다는 이유로 발부된 구속영장에 의하여 제주교도소에 구금 중인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피고인의 거주지에 대한 압수수색이 필요하였다면 적법하게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피고인의 거주지를 수색할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반면, 영장을 발부받지 못할 긴급한 사유가 없었음에도, 법관이 발부한 영장 없이 피고인의 거주지인 0 모텔 P호를 수색하여 피고인 소유의 청바지를 압수한 점, ② 위와 같이 압수수색을 함에 있어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에서 정한 피고인 등 당사자의 참여 권이 보장되지 않은 점, ③ 위 0 모텔의 주인인 Q가 피고인 소유 청바지의 소지자나 보관자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경찰이 Q로부터 피고인의 청바지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제출받은 것은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위배되는 점, ④ 경찰이 위와 같이 압수수색을 하면서 피고인에게 압수목록을 작성·교부한 사실이 없고, Q에게 압수목록이 교부되었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으며, 설령 Q에게 압수목록이 교부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피고인에게 압수목록을 교부한 것과 동일한 효력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위 압수수색은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9조에도 위배되는 점, ⑤ 청바지에서 검출된 미세섬유 및 그 분석자료는 모두 위법수집증거인 위 청바지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거나 그 변형물로서 사실상 같은 증거로 평가할 수 있거나 위 청바지를 기초로 하여 수집한 2차적 증거인데, 위법하게 수집된 청바지와 인과관계가 희석되거나 단절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칙적으로 모두 그 증거능력이 배제되어야 하고, 달리 위 미세섬유 및 그 분석자료에 대한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고 볼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청바지 관련 증거는 헌법 및 형사소송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하여 수집되거나 그에 기초한 증거로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 이 법원의 판단
1) 검사는, 위 청바지에 대한 압수절차가 위법하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판례상 인정되는 증거능력 배제의 예외로서 청바지 관련 증거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2) 관련 법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증거라고 할지라도. 수사기관의 증거 수집 과정에서 이루어진 절차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을 전체 적·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가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하여 적법절차의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고 이를 통하여 형사사법 정의를 실현하려 한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법원은 그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러나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를 함부로 인정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앞서 본 원칙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으므로, 법원은 구체적인 사안이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원칙을 훼손하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도록 유념 하여야 한다. 나아가 법원이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에도 불구하고, 그 수집된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려면, 그러한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구체적이고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763 판결 등 참조).
3) 구체적 판단
가) 위 청바지에 대한 압수절차의 적법 여부
나) 위법한 압수와 이에 따른 청바지 관련 증거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
① 위와 같은 압수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에서 정하고 있는 압수절차 규정을 중 대하게 위반한 것인 점, ② 수사기관으로서는 위와 같이 압수한 이후에라도 사후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고 피고인에게 위 청바지에 대한 압수목록을 교부하는 등 위 청바지에 대한 압수절차에서의 위법을 용이하게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위법을 저지른 점(위와 같이 압수한 이후인 2009. 4. 24.에는 피고인의 당시 주거지인 '제주시 R건물 S호'에 대한 수색 및 이 사건 관련 증거물에 대한 압수를 목적으로 하는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이에 기초하여 압수수색을 실시한 점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③ 특히 경찰로서는 Q가 피고인을 대신하여 압수수색 절차에 참여할 권한이 없고, 위 청바지에 대한 소지자나 보관자에 해당하지 않음을 잘 알면서도 Q를 압수수색 절차에 참여시키고, Q로부터 위 청바지를 임의제출받은 다음 약 9년 4개월 후인 2018. 7. 9. 이 사건 재수사 과정에서 위 청바지에 대한 압수조서를 2009. 2. 18.자로 소급하여 작성하고, 같은 날 Q로부터 2009. 2. 18.자로 소급하여 작성된 임의제출서를 교부받은 것은(검사는, 위 2009. 2. 18. 당시 Q로부터 임의제출서를 교부받았고, 압수목록도 작성되어 Q에게 교부되었으나 이후 위 임의제출서와 압수목록이 분실되어 수사기록에 편철되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어느 사건보다.도 높았고, 수사기관은 이 사건과 관련하여 방대하고도 철저한 수사를 하였음에도 유독 위 임의제출서와 압수목록만이 분실되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고, 만일 분실한 것이 사실이고 그 경위에 관한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다면 작성일자를 2018. 7. 9.로 하면서 그 취지를 기재하는 방법이 있음에도 작성일자를 2009. 2. 18.로 기재하고는 분실에 관한 내용은 기재하지 않았다) 위 청바지에 대한 압수수색 절차의 위법을 알면서도 이를 적법한 것으로 보이게 하는 외관을 만들려고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점, ④ 위와 같은 청바지의 압수로 인하여 적법절차와 영장주의에 의하여 보장되는 피고인의 기본적 인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볼 수 있는 점, ⑤ 이러한 위법행위가 없었다면 위 청바지의 수집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모든 사정을 전체적 ·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위 청바지의 압수는 그 압수절차에서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로 인하여 압수에 관한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이 침해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행위에도 불구하고 그 수집된 증거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4) 소결론
위와 같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위법한 압수를 통하여 수집된 위 청바 지뿐만 아니라 이를 기초로 한 2차적 증거에 해당하는 위 미세섬유증거와 그 분석자료 또한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할 것이다.
4. 이 사건 공소사실 인정 여부에 관한 판단
가. 피해자의 사망시각
1) 검찰의 주장
피해자가 2009. 2. 1.(이하에서는 연도 표시는 생략하기로 하고, 시각만을 표시할 때는 2009. 2. 1.임을 전제로 한다) 03:08경 L아파트 앞에서 이 사건 택시에 탑승하였음을 전제로 하여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여 유기한 G 배수로에는 03:24경 도착하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이 사건 택시가 03:46경 T CCTV에 촬영된 것을 고려하면, 03:45경 G을 출발하였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결국 피해자는 03:24 경부터 03:45경 사이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래와 같은 판시 사정들을 근거로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종료된 04:04경 이전 또는 그 무렵에 피해자가 사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가) 이 사건 재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사망시각과 관련하여 개와 돼지를 이용한 동물실험 및 재감정이 이루어졌는데, U대학교 의과대학 석좌교수 V은, 피해자 사체의 오른손 엄지 중수부 등에 나타난 건조 초기 상태를 고려하면 피해자의 사체가 발견된 시점은 적어도 사망 후 2~3일 이상 경과된 것으로 보이고, 우측 엉덩이 등의 흙먼지 침착 상태로 보면 비가 온 날인 2. 3. 이전에 피해자의 사체가 배수로에 놓여야 했으며, 사체 발견 장소에 나타난 이른바 기화열에 의한 냉장효과로 인하여 사후 24시간이 지나더라도 부검 당시까지 시강이 유지되고 부패가 진행되지 않을 수 있고, 피해자의 가방이 2. 6. 발견될 당시 가방 및 그 내용물이 모두 물에 젖은 상태였으므로, 피해자의 가방이 발견되기 전 비가 내린 마지막 날인 2. 3. 이전에 피해자의 가방이 유기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피해자의 위(胃)에 남아 있던 잔존물이 실종 전날 섭취한 음식물과 동일한 사정 등을 종합해 보면, 피해자의 사망 시점은 2009. 2. 3. 이전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고, W대학교 과학수사학과 X 교수와 Y대학교 의과대학 법의 학교실 Z 교수도 V 교수의 의견에 동의하였다.
나) 또한 피해자의 사체 발견 당시 피해자의 혈중알콜농도가 0.141%였는데, 피해자가 실종 직전까지 마신 술의 양에 비추어 보면 음주를 마친 이후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기 전에 사망하였다고 보이는 점, 피해자의 위(胃) 내용물은 실종 직전 음식물로서 거의 소화되지 않은 상태였던 점, 피해자의 왼손등과 오른손바닥 등 햇볕에 노출된 부분이 검게 그을린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는 실종 시점인 2. 1. 03:08경으로부터 2~3시간 이내에 사망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3) 이 법원의 판단
가) 이 사건 재수사 과정에서 이루어진 동물실험 결과 1)를 기초로 한 감정의견
(1) V 교수
① 시강과 부패 상태
피해자의 발견 당시 상황과 유사한 조건에서 실시된 돼지를 상대로 한 실험에서 실험 기간 내내(2018. 2. 23. 06:00경부터 2018. 3. 2. 20:00경) 시강은 강하게 나타났고, 부검 시 장의 가스 팽대와 피부의 부패 소견이 관찰될 뿐, 장기(뇌, 폐, 심 심장, 신장, 간)에서는 육안상으로나 현미경으로 부패라고 할 만한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다.
② 사체의 직장 온도가 대기 온도보다 3.8도가 높을 수 있는지
부검의가 검안 당시 피해자의 직장 온도가 13도이고, 대기 온도는 9.2도이기 때문에 사망 시점이 검안 당시(2. 8. 13:50경)를 기준으로 24시간 이내라고 추정한 것은, 피해자가 사망한 후 정상 체온(36.5도)에서부터 체온이 떨어져 가는 과정이고, 사체의 온도가 대기 온도 정도로 떨어진 후부터는 사체 온도는 대기 온도와 같을 것이라는 추정 하에 내려진 판단이라고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 동물실험 결과를 보면, 사체 온도가 대기 온도보다 떨어졌다가 역전되는 현상이 돼지가 사망한 지 1일 후부터 매일 오후 경에 발생하였고, 사체 온도가 대기 온도보다 4도 이상 높은 경우도 3일이나 관측되었다(이 사건 동물실험에서는 2. 23.부터 3. 2.까지 매일 20:10경 8회에 걸쳐 직장 온도와 대기 온도를 측정하여 이를 비교하였다).
위와 같은 실험결과에 비추어 보면, ㉠ 검안 당시 피해자의 직장 온도가 13도이고, 대기 온도가 9.2도라고 하여 피해자의 사망 시점이 검안 시점을 기준으로 24시간 이내라고 할 수 없고, ㉡ 피해자가 실종 당일인 2. 1. 사망하여 배수로에 놓여 있다가 7일 후인 2. 8. 발견되었다고 하더라도 대기 온도가 9.2도일 때 직장 온도가 13도로 측정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2) X 교수
'사후경과시간 추정'이라는 판단 과정은 오차 범위가 넓은 시체의 현상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각종 검사법을 이용하더라도 사후경과시간을 단정적으로 예측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즉, 실험조건을 사건 현장의 모든 환경을 다 포함해서 디자인할 수는 없고, 이 사건 동물실험 또한 몇 번의 실험을 통한 비모수 검정방법2)의 일환일 것이다.
시반의 고정현상은 사후 14~15시간 후에 최고조에 달하고 부패로 인하여 시반이 소멸될 때까지 시반의 고정현상이 관찰되므로, "시반의 고정현상에 비추어 볼 때, 사후경과시간은 발견 시점으로부터 24시간 이내로 추정한다."라는 부검의의 의견은 상대적으로 추정 범위를 좁게 해석했다고 생각된다.
이 사건 동물실험을 통하여 규명한 '사체 직장 온도의 외부 온도와의 역전 현상'도 일반화된 현상이 아니라 특수한 환경 하에서 나타난 현상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에서 피해자에 대한 검안 당시 사후경과시간이 24시간 이상일 경우(수일 경과 포함)의 확률이 24시간 이내일 경우보다는 상대적으로 높다고 생각된다.
나) 판단
(1) 피해자가 2. 3. 이전에 사망하였을 가능성
피해자의 사체 중 일부에 빗물이 흐른 듯한 형태의 흙먼지가 침착된 상태가 확인되는 점, 피해자의 가방은 2. 6. 발견되었고, 당시 위 가방은 물론 가방 속의 내용물도 모두 젖은 상태였는데, 기상관측자료상 2. 3. 비가 온 이후로 2. 4.부터 2. 6.까지는 비가 내리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적어도 위와 같이 비가 내린 2. 3. 이전에 피해자의 가방이 버려졌고, 그 전에 피해자가 사망하여 G 배수로에 유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2) 피해자가 2. 1. 04:04경 이전에 사망하였을 가능성
(가) 이 사건 동물실험결과에 의한 피해자 사망시각의 추정 가능 여부
원심과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동물실험결과만으로는 피해자가 2. 1. 04:04경 이전에 사망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① 먼저 과학적 실험결과를 신뢰하기 위해서는 변수 외의 모든 조건은 동일한 것으로 통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동물실험은 대상이 돼지라는 것 외에는 피해자가 유기된 시점부터 발견된 시점까지의 상황과 동일한 조건으로 통제되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온(평균 기온은 피해자가 유기된 기간의 8.1.도와 이 사건 동물실험기간 동안의 7.9도로 유사하기는 하나, 최고 온도와 최저 온도, 시각별 온도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과, 강우와 관련된 수압과 양(이 사건 동물실험에서는 해가 지기 전에 살수차를 이용하여 물을 뿌렸는데, 피해자가 유기된 기간에 이처럼 낮에만 비가 온 것인지를 알 수 없고, 피해자가 접한 수량과 수압이 동일하게 돼지에게 적용된 것인지 알기 어렵다), 이 사건 동물실험에 사용된 돼지에게 피해자가 사망 전 식사한 음식물의 양이나 상태, 혈중알코올농도 등의 조건이 동일하게 통제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
② 또한 과학적 실험결과에는 오류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으므로, 실험결과들을 비교하여 정확성을 검증할 수 있도록 일정량 이상의 데이터가 수집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 동물실험결과는 단 1회의 실험결과만이 존재하므로 그 결과값의 정확성을 검증하기 어렵다.
③ 설령 이 사건 동물실험결과의 증명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사망시각이 04:04경 이전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증명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즉, 이 사건 동물실험의 의뢰 내용 및 그 결과의 주된 내용은, 피해자에 대한 부검의의 감정의견인 피해자가 검안 당시인 2. 8. 13:50경의 24시간 이내에 사망한 것인지가 타당한지를 검증하는 것으로서 V, X 교수의 감정의견은 피해자가 검안 당시로부터 24시간보다 더 전에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피해자가 실종 당일인 2. 1. 사망하였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었다. V 교수의 감정의견을 구체적으로 보면, 이 사건 동물실험 결과상 돼지 사체의 시강은 실험기간 내내 나타났고, 돼지 사체의 직장 온도가 기온보다 높은 현상은 실험기간 중 적어도 매일 1회씩 관찰되었으므로, 위 시강 상태, 직장온도가 기온보다 높은 현상만으로는 피해자의 사망시각은 물론 사망일자도 특정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이고, 내부 장기의 부패와 관련하여서는 실험기간 동안 매일 돼지 사체의 내부 장기의 부패 정도를 측정하거나 기간 차이를 두고 사망한 돼지 사체들의 내부 장기의 부패 정도를 측정하여 이를 각 비교하는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는 이 사건에서 예컨대 피해자가 2. 1. 사망하였을 경우와 2. 3. 사망하였을 경우의 내부 장기 부패 정도를 비교할 수 없고, 따라서 이 사건 동물실험결과 종료 후 시행한 돼지 사체에 대한 부검 결과 확인된 돼지 사체의 내부 장기의 부패 정도를 가지고 피해자가 2. 1. 사망한 것으로 단정할 수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나) 위(胃) 내용물의 상태에 의한 피해자 사망시각의 추정 가능 여부
부검 결과 피해자의 위(胃) 내용물은 피해자가 실종 전에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섭취한 음식물과 동일한 것으로 거의 소화가 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음식물이 위장관 내에서 소화 및 이동하는 정도와 속도는 음식물의 종류와 상태, 육체적 및 정신적 스트레스 상태에 따라 달라지지만, 위(胃) 내에 음식물이 충만 되어 있고 전혀 소화되지 않은 상태라면 식사 직후, 위 및 십이지장에 음식물이 남아 있고 소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라면 식후 약 2~3시간, 위는 비어 있고 십이지장에서 식물의 고형잔사(固形殘査)가 남아 있는 상태라면 식후 약 4~5시간, 위 및 십이지장이 모두 비어 있는 상태라면 식후 6시간 이상으로 추정할 수 있고, 일반적으로 가벼운 식사는 식후 2시간 동안 위(胃) 내에 있고, 보통의 식사는 3~4시간까지 위(胃) 내에 머무르며, 많은 양의 식사는 4~6시간 또는 그 이상까지 위(胃) 내에 머무르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위(胃) 내용물에 의한 식후경과시간의 추정은 스트레스가 없는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상태를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어떠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을 경우 전혀 소화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는 등 사망 전 육체적, 정신적 상태, 신체 활동의 유형, 음식물의 저작 정도, 질병이나 약물의 영향, 사후 소화 현상 등이 영향을 주는바, 피해자의 사체에서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가 0.141%이고, 위드마크공식에 따라 피해자의 음주 무렵인 02:00경 추산되는 혈중알코올농도는 0.1808~0.2029%에 달하 며(증거기록 별책 제12권 제58쪽), 그때로부터 약 90분 내에는 혈중알코올농도가 상승기에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사망 전 피해자의 구체적인 육체적, 정신적 상태가 반영되지 않은 채 부검 당시 피해자의 위(胃) 내용물로 피해자의 사망시각을 추정하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위와 같은 당시 피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 상태만을 놓고 보더라도 혈중알코올농도가 피해자의 소화 정도와 속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므로, 피해자의 위(胃) 내용물에서 음식물이 검출되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마지막 음식 섭취시각인 02:30경으로부터 2~3시간 내에 사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 혈중알코올농도에 의한 피해자 사망시각의 추정 가능 여부
원심은, 피해자의 사체 발견 당시 피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141%였는데, 피해자가 실종되기 전까지 마신 술의 양에 비추어 보면 음주를 마친 이후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기 전에 사망하였다고 추정되는 점을 근거로 하여 피해자의 사망시각을 04:04경 이전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피해자의 사망시각에 관한 수사보고(피해자 사망시점 종합판단 특정, 증거기록 별책 제11권 제263쪽)에 의하면, 피해자의 음주량, 피해자의 사체에서 확인된 혈중알코올농도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는 최종 음주 종료 시점인 02:30경으로부터 최소 약 5시간~ 최대 약 18시간이 경과되기 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으므로, 피해자는 이르면 07:30 이전에, 늦어도 20:30 이전에 사망한 것으로 볼 수 있는바, 혈중알코올농도만 놓고 보면, 피해자가 04:04경 이전에 사망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라) 피해자의 휴대전화 종료 시점과 관련된 사망시각 추정의 정확성 유무
검사는, 피고인의 운행경로 및 운행시각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03:24경부터 03:45 경까지 사이에 범행을 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던 점,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피고인에 의하여 강제종료된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의 휴대전화는 04:04경 종료되었는데 04:04경 이후에 피해자의 휴대전화상 통화 및 문자메시지의 발·수신 내역이 없는 점,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여 유기하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이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강제종료한 것으로 보이는 점(즉,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종료되기 전에 피해자가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피해자는 휴대전화가 종료되기 전인 04:04경 이전, 구체적으로는 위 03:24경부터 03:45경 사이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사와 원심은 경찰 작성의 수사보고(피해자의 휴대전화 강제 OFF된 시점에 대한 수사, 증거기록 제2,747쪽)를 근거로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종료된 시점이 04:04경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 수사보고를 보더라도, ① 당시 피해자의 휴대전화 위치 정보를 조회하여 출력해 준 AA은, 소방서에서는 민원인이 휴대전화가 최종적으로 종료된 위치를 문의할 경우 신호가 최종적으로 수신된 기지국 위치를 확인해 주는데, 최종 기지국 위치만 확인될 뿐 휴대전화가 종료된 시각까지 확인되지는 않는다고 진술한 점, ② 피해자의 언니 AB은 AC소방서에 가서 피해자의 휴대전화 위치 정보 확인 요청을 하였고, 위 소방서에서 어떤 문서를 받은 다음 제주서부경찰서 형사과에 제출하자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종료되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는데, 정확히 언제 종료된 것인지는 기억하지 못하는 점, ③ 2018. 8. 3. 제주소방본부 119상황실에 근무하는 AD은 현재의 시스템상으로는 휴대전화의 최종 기지국 주소만 확인될 뿐 휴대전화가 종료된 시점은 확인할 수 없고, 2009년도 문서상으로는 현재와는 다른 시스템이었는데, 당시 문서에도 휴대전화가 종료된 시각이 기재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휴대전화가 종료된 시각까지는 조회가 되지 않았던 것 같고, 시스템이 변경되면서 2009년도 당시 자료는 보관되어 있지 않다고 진술한 점, ④ 2018. 8. 3. 제주지방경찰청 112상황실 소속 AE는 112에서 사용하고 있는 위치 정보 시스템에 대하여, 조회 시점을 기준으로 휴대전화의 최종 접속 기지국 위치와 전원이 종료되었는지 여부까지는 확인이 되지만 119와 마찬가지로 전원이 종료된 시각까지는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2009년도 당시 수사기관이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종료된 시각을 확인할 수 있었는지 자체가 의문이다. 한편 위 수사보고에는, 2009년도 당시 AF팀에 근무하였던 AG 경사(당시 직급은 순경)가 당시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요청서를 직접 작성하여 통신사에 집행하였고, 실시간위치추적 자료가 문자메시지로 본인의 휴대전화에 통보되었는데,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최종적으로 종료된 일시와 기지국 주소를 계속 통보받았다고 진술하였으나, 그와 같은 문자메시지 내용은 기록에 첨부되어 있지 않고, 피해자가 당시 가입한 AH이 작성한 위와 같이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04:04경 종료되었는지에 관한 실시간위치추적자료도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04:04경 종료되었음에 관한 객관적인 자료는 없는 것으로 보이므로,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04:04경 종료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한편 검사는, 피해자 휴대전화(모토롤라 MS700 기종)의 전원을 종료하기 위해서는 전원 버튼을 3초간 눌러야 하는데, 피해자 휴대전화는 폴더폰 형태로서 실수로 전원 버튼을 3초간 눌러서 전원이 종료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점,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최초 조사한 경찰관이 확인하였을 때 전원이 꺼져있기는 하였으나, 전원 버튼을 누르자 전원이 들어왔으므로 휴대전화의 배터리 방전에 따라 스스로 전원이 종료된 것으로 볼 수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하여 위와 같이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피고인에 의하여 강제종료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최초로 발견한 것은 경찰관이 아니라 자신의 토지에서 피해자의 가방을 발견한 AI인데, AI은 경찰에서 '피해자의 가방을 발견하자마자 주인을 찾아주기 위하여 피해자 휴대전화의 전원을 켜보았지만 켜지지 않아 그대로 가방 안에 넣어두었고, 이후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AJ주민센터에 맡겨두었다'고 진술하였는바(증거기록 별책 제2권 제186, 187쪽), 위 AI의 진술에 비추어 보면, 설령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04:04경 종료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종료 버튼을 눌러 강제로 종료한 것이 아니라 배터리가 방전되어 종료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또한 위 AJ주민센터에서 주인을 찾아주기 위하여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충전하여 전원을 켜보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 소결론
피해자 사체의 왼손등과 오른손바닥에 햇볕에 노출된 부분이 검게 그을린 점, 피고인으로서는 03:24경부터 03:45경까지 사이에 범행을 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는 점(이는 피고인이 03:08경 피해자를 택시에 탑승시켰을 것을 전제로 하나,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그 전제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사망시각 추정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등의 사정들과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04:04경 이전에 피해자가 사망하였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피해자가 그 이후 사망하였을 가능성 역시 충분히 남아 있다고 보인다.
나. 피고인이 피해자를 태우고 운행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1) 피해자가 이 사건 택시에 탑승하였는지 여부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래와 같은 그 판시 사정들을 들어, 피해자가 03:08경 114에 걸었던 전화를 종료하자마자 이 사건 택시에 곧바로 탑승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03:08경 이후 피고인이 아닌 제3자가 운행한 차량 또는 택시에 탑승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① 국과수 감정결과에 의하면 피해자의 신체에서 검출된 섬유들 중 피고인이 착용한 의류와 유사하다고 판단된 섬유는 '진청색 면섬유'가 유일하고, 나머지 섬유들은 피고인은 물론 피해자의 옷에서도 발견되지 않은 섬유들인데, 진청색 면섬유는 그 성질상 피고인이 입었던 진청색 남방에서 박리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위 감정결과에 의하더라도 피해자가 사망하기 전에 진청색 폴리에스터, 진청색 레이온, 진청색 아크릴, 적색섬유 등으로 구성된 옷을 입은 제3자와 접촉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② 개인택시 기사 AK는 피해자의 가방이 발견된 후인 2. 7. 12. 1. 03:00경 L아파트 입구에 있는 AL 앞에서 20대 여자 승객을 태워 AM어린이집 근처에 있는 AN 어린이집 앞에서 내려준 사실이 있다'고 경찰에 제보하였는데, AK가 제보한 여자 승객이 실종자 전단지에 있는 피해자와 비슷한 머리 모양을 한 20대 여성이었다고 제보한 점, 실제로 2009. 2. 1. 03:12경 AK가 승객을 내려주었다는 AN어린이집 앞쪽에서 택시가 약 10초간 정차하였다가 출발하는 장면이 위 AN어린이집에 설치된 CCTV에 촬영된 점, L아파트에서부터 AN어린이집까지의 거리는 약 3㎝로서 운행시간이 10분 정도인 점 등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AK의 진술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고, 새벽 시간인 03:00경 L아파트 근처에서 피해자와 유사한 인상착의를 가진 또 다른 20대 여성이 AK가 운행한 택시에 탑승하였을 가능성이 높지 않으므로, AK가 운행한 택시로 L아파트에서 AN어린이집으로 이동한 여자 승객이 피해자일지도 모른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나) 이 법원의 판단
원심 판시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원심 및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보태어 보면, 피해자가 이 사건 택시에 03:08경 탑승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1) 피해자가 콜택시가 아닌 일반 택시에 탑승하였을 가능성
피해자는 2008. 1. 31.부터 2009. 1. 19.까지 심야 또는 새벽 시간에 남자친구인 AO의 주거지인 L아파트 및 그 인근에서 자신의 집인 M리까지 이동을 할 때에는 AP 콜택시를 주로 이용하였고, 2. 1. 실종 직전에도 AP 콜택시에 두 차례나 배차 요청을 한 점, 당시는 심야시간이고, 피해자는 술에 많이 취한 상태였으며, M리는 시내에서 떨어져 있는 한적한 마을인 데다가 L아파트에서부터 M리까지는 약 15㎞나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는 전에도 술에 취하여 택시를 타고 집에 가면서 잠이 들었다가 깨었는데 공설운동장 근처에 있었던 경험을 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만일 피해자가 당시 택시를 타고 집으로 이동하려고 하였다면 일반 택시가 아닌 콜택시를 이용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2) 피해자가 03:08경 이 사건 택시에 탑승하였을 가능성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가 택시를 이용하려고 했다면, 일반 택시가 아닌 콜택시를 이용하였을 가능성이 높기는 하나, 피해자는 03:07경 AP 콜택시에 배차를 요청하는 전화를 걸었으나, 배차가 되지 않았고, 다른 콜택시 회사에 배차를 요청하는 전화를 건 내역이 없기 때문에 결국 피해자는 콜택시에 탑승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피해자가 콜택시가 아닌 일반 택시에 탑승하였다고 보더라도, 피해자가 03:08경 이 사건 택시에 탑승하였음은 물론 이 사건 택시가 03:08경 이전에 L아파트 인근에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는 없다. 오히려 L아파트은 골목 안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심야시간에 빈 택시들이 자주 지나가는 곳이 아니므로[2. 1. 새벽에 AQ 부근에 있는 AR 앞 도로에 빈 택시들이 지나간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증거기록 제2,065쪽), AR는 더욱 대로변에 가깝게 위치하고 있어 아파트 앞과는 상황이 다를 뿐만 아니라 AR와 L아파트이 바로 인접하고 있지도 않으므로, AR 주변에 빈 택시가 다수 있었다고 하여 L아파트 주변에도 빈 택시가 다수 있었다고 볼 수 없다], 피해자가 택시를 타기 위해서는 L아파트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자 M리 방면으로 가는 방향의 대로변인 AS로까지 걸어 나가서 택시를 탔을 것으로 보이고, 아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L아파트에서 AS로까지는 도보로 보통 성인 남성 기준으로 약 2 분 정도 걸리는데, 당시 피해자가 앞서 본 바와 같이 술에 많이 취해 있던 상태임을 고려하면 2분 이상이 소요되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피해자가 AP 콜택시에 전화를 걸었다가 종료한 03:07:39 경[통신사를 통한 조회 내역에 의하면 피해자는 03:07:28에 AP 콜택시에 전화를 걸어 12초간 통화를 하였고(증거기록 제4,078쪽),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결과상으로는 피해자가 03:07:20에 AP 콜택시에 전화를 걸어 19초간 통화를 한 것으로 확인되어(증거기록 제1,649쪽), 통화 종료 시점에 1초의 차이가 있으나, 일단 03:07:39에 통화가 종료된 것으로 본다]에 피해자가 L아파트을 출발하였다고 하더라도 빨라야 03:09:39경 AS로에 도착하였을 것으로 보이므로, 03:08경 피해자가 피고인이 운행한 택시에 탑승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피해자가 03:08:39에 114에 전화를 건 이유나 목적은 분명하지 않으나, 만일 다른 콜택시 회사의 전화번호를 안내받기 위하여 전화를 건 것이라면, 적어도 그때까지도 피해자는 L아파트 앞에서 전화를 걸었을 것이므로, 그때 AS로 방면으로 출발하였다면 피해자는 빨라야 03:10:39경 택시에 탑승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 미세섬유증거에 관한 감정서의 증명력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래와 같은 판시 사정들을 들어 피해자의 신체 및 이 사건 택시에서 각 발견된 미세섬유증거 및 이에 대한 분석자료만으로는 피해자가 이 사건 택시에 탑승하였고,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① 국과수의 미세섬유에 관한 감정은 피해자의 신체나 이 사건 택시에 대한 전사 테이프에 있는 모든 섬유를 감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에서 지정한 섬유(이른바 '타겟 섬유')와 일치하는 섬유가 있는지 여부를 비교·분석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졌는데, 만약 타겟섬유와 유사한 섬유가 이 사건 택시나 피해자 신체에서 검출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과 피해자가 반드시 접촉하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 원심 증인 AU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의 신체에서 검출된 진청색 면섬유는 대량생산되는 섬유로서 동일한 색상의 면섬유가 검출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섬유가 피고인의 옷에서 박리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같은 맥락에서, 국과수 감정결과에 의하면, 피해자 신체의 전사테이프에서 검출된 섬유들 중 피고인이 입은 옷을 구성하는 섬유와 유사한 것으로 보이는 섬유는 '진청색 면섬유'가 유일한데, 진청색 면섬유는 천연섬유로 형태가 일정하지 않아 그 진청색 면섬유가 피고인의 옷을 구성하는 섬유와 동일한지 판단하기 어렵고, 더욱이 동일한 염료로 염색된 경우가 존재할 수 있으므로 단순히 진청색 면섬유와 유사하다는 사정만으로 피해자의 신체에서 검출된 진청색 면섬유가 피고인의 옷을 구성하는 진청색 면섬유와 동일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나아가 피해자 신체에 대한 전사테이프에서 피고인의 옷을 구성하지 않는 다른 다양한 섬유들이 검출되었고, 이는 피해자의 옷을 구성하지도 않는 섬유인데, 이러한 사정은 피해자가 피고인이 아닌, 해당 섬유로 구성된 옷을 입은 제3자의 인물과 접촉하였을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한다.
② 국과수 감정결과 이 사건 택시의 트렁크, 운전석, 조수석, 뒷좌석 시트에서 피해자가 입은 치마를 구성하는 진청색 계열 모섬유와 유사한 섬유가 검출되었는데, 위 진청색 면섬유와 마찬가지로 진청색 모섬유 역시 색상이 유사한 의류가 다수 존재하여 상호접촉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타겟섬유로 삼기에는 부적합하므로, 이 사건 택시 내부에서 발견된 진청색 모섬유가 피해자가 입은 치마에서 박리된 섬유와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
③ 위와 같은 국과수의 미세섬유 분석에 관한 감정결과에 의하면, 피해자의 신체,에서 피고인의 옷을 구성하는 섬유와 유사한 미세섬유가 발견되었거나 이 사건 택시에서 피해자의 옷을 구성하는 섬유와 유사한 미세섬유가 검출된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위와 같은 미세섬유증거에 관한 감정결과는 감정인들(AU, AV) 스스로 "유사한 섬유가 검출되었다는 것이 동일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는 점, 이 사건 택시는 불특.정 다수의 승객들이 수시로 이용한 영업용 택시이므로 피해자 외에 다른 승객들의 옷에서 박리된 여러 섬유가 병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사건 택시에서 발견된 미세섬유가 피해자가 입은 옷을 구성하는 섬유와 동일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위 감정결과를 그대로 신뢰하는 경우에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차량 뒷좌석은 물론 운전석, 조수석 및 트렁크에도 탔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이는 상식에도 어긋난다.
나) 이 법원의 판단
원심 판시 사정들에다가 원심 및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보태어 보면, 피해자의 신체에서 발견된 섬유가 피고인이 입은 옷에서 박리된 것이거나 이 사건 택시에서 발견된 섬유가 피해자가 입은 옷에서 박리된 것으로서 당시 피해자가 이 사건 택시에 탑승하였고, 이후 피인과 피해자 사이에 신체접촉이 있었던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① 검사가 항소이유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과 같이 이 사건 택시 내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옷에서 박리된 섬유가 다른 섬유에 비하여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 피해자와 피고인의 상호접촉, 나아가 몸싸움이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 법원에 이르기까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택시에 대한 전사테이프에서 발견된 73종의 섬유 중 피해자의 옷에서 박리된 섬유가 다른 섬유들에 비하여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차치하고, 이 사건 택시 내에서 발견된 섬유가 피해자의 옷에서 박리된 섬유와 동일한 것임을 인정하기에도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② 피해자는 당시 두꺼운 옷을 여러 겹 껴입고 있었고, 피해자의 어깨는 외부로 노출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피해자의 어깨에서 피고인이 입고 있던 상의 남방에서 박리된 것과 같은 진청색 면섬유가 발견되었다면, 오히려 그 미세섬유는 피고인의 옷으로부터 박리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③ 검사가 미세섬유의 증명력에 관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들고 있는 청주지방법원 2010고합245, 2011고합25(병합) 판결에서는 '피해자의 상의 면티에서 피고인의 하의를 구성하는 섬유와 색상, 성분 및 염료의 가시선 흡수 스펙트럼의 양상이 과학적으로 유사한 진청색 면섬유가 발견되었고, 염색의 정도가 균일하지 않은 천연섬유의 특성을 고려하면 피해자의 상의 면티에서 발견된 섬유는 피고인의 하의 섬유와 사실상 동일하다고 보이므로 피해자의 상의 면티와 피고인의 하의가 서로 접촉한 것으로 볼 수있다'고 판시한 부분이 있기는 하나, 위 판결에서는 피고인이 손가락을 피해자의 음부에 집어넣어 상해를 가하였다는 강제추행치상의 범죄사실에 대하여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면서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하였는데, 피고인의 손가락에서 피해자의 질액이 발견되었다는 내용의 유전자형 분석감정서라는 직접적인 증거가 있었으므로, 피해자의 옷에서 발견된 미세섬유는 위와 같은 직접적인 증거를 보강함에 있어서는 충분하므로 위 범죄사실을 입증하는 데 필요한 증명력이 인정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이 사건에서는 위와 같은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이상 위 미세섬유 증거의 증명력은 위 판결에서 보다는 낮게 평가될 수밖에 없다.
3) 동물털 증거에 관한 감정서의 증명력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래와 같은 판시 사정들을 들어 이 사건 택시의 트렁크와 뒷좌석 바닥에서 피해자가 입은 무스탕 점퍼의 목 부분 동물털과 유사한 동물털이 발견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해자가 이 사건 택시에 탑승하였고,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① 2009년경 이루어진 국과수 감정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 택시의 트렁크에서 피해자가 입고 있던 무스탕 점퍼의 목 부분 동물털과 유사한 동물털 1점이 발견되었는데, 이 사건 택시의 트렁크에서 발견된 동물털의 고배율 및 편광형상은 동그란 알갱이 형태의 3줄로 나열되어 있는 형태로서 피해자가 입고 있던 무스탕 점퍼의 목 부분의 동물털과 색깔과 형태가 유사한 것으로 확인되기는 하였으나, 유사한 동물털로 제조된 다수의 의류가 존재할 수 있고, 통상 하나의 의복을 제조하는 경우에도 여러 동물털이 함께 사용되므로 위 트렁크에서 발견된 동물털이 피해자가 입은 무스탕 점퍼의 목 부분 동물털과 동일하다고 할 수 없다.
② 이 사건 공소사실은, G 배수로 인근 도로에서 일련의 범행이 하나의 장소에서 이루어졌음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피고인이 G 근처에서 위 범행을 저질렀다면 굳이 뒷좌석에 있던 피해자를 트렁크로 옮길 만한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고, 그 결과 피해자가 입고 있던 무스탕 점퍼의 목 부분의 동물털과 유사한 동물털이 피고인이 운행한 택시의 트렁크에서 발견되었다는 감정결과는 오히려 그 자체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어긋나는 증거에 해당하여 피고인과 피해자가 당시 접촉하였다는 증거로 더욱 보기 어렵다.
③ 2018년경 이루어진 국과수 감정결과에서도 이 사건 택시의 트렁크와 뒷좌석 바닥에서 피해자가 입고 있던 무스탕 점퍼의 목 부분의 동물털과 유사한 동물털 3점이 발견되었으나, 발견된 동물털의 양이 매우 적어 그 동일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유전자 검사가 불가능하였고, 위와 같이 발견된 동물털의 동일성 여부는 같은 동물일지라도 털의 성장 속도가 상이하고 털이 생성되는 부위 등에 따라 그 형상이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이 사건 택시의 내부에서 발견된 동물털이 피해자가 입고 있던 무스탕 점퍼의 목부분의 동물털과 동일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나) 이 법원의 판단
원심 판시 사정들에다가 원심 및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보태어 보면, 이 사건 택시의 트렁크와 뒷좌석 바닥에서 발견된 동물털이 피해자가 입고 있던 무스탕 점퍼의 목 부분의 동물 털과 유사하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택시에서 발견된 위 동물털이 피해자가 입고 있던 무스탕 점퍼의 목 부분에서 박리된 것으로서 당시 피해자가 이 사건 택시에 탑승하였고, 이후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신체접촉이 있었던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① 검사는, 이 사건 택시의 트렁크에서 동물털이 발견될 수 있는 가능성에 관하여, 피고인과 피해자의 신체접촉 과정에서 피해자가 입고 있던 무스탕 점퍼의 목 부분의 동물털이 박리되어 피해자의 가방에 붙어 있었는데, 피고인이 피해자의 가방을 트렁크에 옮겨 놓음으로써 트렁크에 위 동물털이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의 가방을 트렁크에 옮겨 놓았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뒷좌석에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피해자의 가방을 굳이 트렁크로 옮겨 놓았을 만한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고, 만일 검사의 주장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트렁크보다는 뒷좌석의 시트에서 동물털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뒷좌석의 시트에서는 동물털이 발견되지 않았다.
② 원심 증인 AU은, 편광현미경 분석은 수치화된 데이터로 표시되는 것이 아니고 형상으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감정인의 경험과 지식에 의해서 판단되는 주관적 감정방법으로서 감정인에 따라 다른 결과가 판독될 수 있고, 또한 동물털의 경우에는 가시선 흡수 스펙트럼을 찍을 수 없기 때문에 단백질 성분 유무와 편광형상을 비교할 수밖에 없어서 면섬유의 분석보다 더 제한적이라고 진술하였다.
③ 이 법원에서 이루어진 피해자가 입은 무스탕 점퍼의 목 부분 동물털에 대한 추가 감정의 내용 및 결과는 다음 표 기재와 같다.
1. 감정 대상물 ○ 피해자가 입고 있던 무스탕 점퍼(증 제1호)의 목 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각 동물털은 연 한 갈색부터 진한 갈색, 검은색 색깔이 혼합되어 있고, 길이와 굵기가 다양하다. ○ 피고인이 운행한 차량을 전사한 테이프(증 제2호)에서는 위 무스탕의 목 부분에 부착된 동물털과 형상이 유사한 동물털 2점이 검출되었다. 2. 감정 방법 ○ 위 무스탕 목 부분의 동물털 중 15곳의 지점에서 굵은 털과 가는 털 1점씩을 임의로 채 취하여 전자현미경과 편광현미경으로 관찰하였다. 3. 전자현미경 형상 비교시험 ○ 증 제1호에서 채취한 굵은 털에서는 큐티클 층이 물결현상으로 보이는 3가지 유형(유형 1~3)이 관찰되었고(다만, 같은 굵은 털 내에서 위 유형들이 혼재되어 나타나기도 하였 다), 가는 털에서는 큐티클 층이 겹겹이 비늘현상으로 배열되는 7가지 유형(유형 4~10) 이 관찰되었다(다만, 같은 가는 털 내에서 유형 4~1000 혼재되어 나타나기도 하였다). ○ 층 제2호에서 발견된 동물털 2점은 증 제1호의 목 부분에 부착된 동물털의 유형 중 유 형 4, 10과 각 유사하다. 4. 편광현미경 형상 비교시험 ○ 층 제1호에서 채취한 굵은 털에서는 여러겹의 알알이 배열된 7가지의 유형(유형 A~G)이 관찰되었고(다만, 같은 굵은 털 내에서 위 유형들이 혼재되어 나타나기도 하였다), 가는 털에서는 한 줄의 알알이 배열되거나 배열이 없는 등 5가지 유형(유형 H~L)이 관찰되었 다(다만, 같은 가는 털 내에서 위 유형들이 혼재되어 나타나기도 하였다). ○ 증 제2호에서 발견된 동물털 2점은 증 제1호의 목 부분에 부착된 동물털의 유형 중 유 형 F, J와 각 유사하다. 5. 참고사항 증 제1호 무스탕의 목 부분 동물털은 색상이 균일하지 않고, 길이와 굵기가 일정하지 않 기 때문에, 증 제2호에서 발견된 동물털은 온전한 형태가 아니므로, 색상, 길이 및 굵기에 대한 비교 감정이 불가능하다. |
원심 증인 AU, AV의 각 진술에 의하면, 편광형상이나 가시선 흡수 스펙트럼 등 섬유에 관한 분석결과가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두 섬유가 동일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인데, 위 추가감정 결과상으로 이 사건 택시에서 발견된 동물털이 피해자가 입은 무스탕 점퍼의 목 부분에서 채취한 동물털과 동일한 것으로 판정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전자현미경의 형상과 편광현미경의 형상이 동일한 동물털에 대한 것임이 전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위 감정결과에서는, 피해자가 입은 무스탕 점퍼의 목 부분에서 임의로 채취한 굵은 털과 가는 털에 대한 전자현미경 및 편광현미경의 형상에서 각 유형으로 분류하기는 하였으나, 그 유형은 해당 털에 고유한 것이 아니고, 같은 털 내에서도 여러 가지 유형이 혼재되어 있으므로, 어떤 동물털에서 관찰되는 유형을 가지고 2점 이상의 털이 동일한 것인지를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 정확성이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자현미경 형상의 유형과 편광현미경 형상의 유형이 어떤 관계, 특히 전자현미경 형상 중 유형 4, 10과 편광현 미경 형상 중 유형 F, J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즉 유형 4-F 또는 J, 10-J 또는 F가 각 동일한 동물털에서 관찰된 것인지 등을 인정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 이 사건 택시에서 발견된 2점의 동물털을 전자현미경으로 그 형상을 관찰한 결과 각 유형 4, 10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으므로 피해자가 입은 무스탕 점퍼의 목 부분에서 채취한 동물털과 동일한 것이라면 위 무스탕 점퍼의 목 부분에서 채취한 가는 털에 해당하여야 할 것으로 보이나, 위 2점의 동물털을 편광현미경으로 그 형상을 관찰한 결과 각 유형 F, J로 나타났는바, 위 감정결과에 의하면 유형 F는 굵은 털에서, J는 가는 털에서 발견된 것으로서 위 전자현미경 형상 검사와 편광현미경 형상 검사를 비교해 보면, 위 2점의 동물털이 굵은 털인지, 아니면 가는 털인지 조차도 구분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일 만큼 그 정확성에 의심이 간다(한편 위 감정결과에서는 굵은 털과 가는 털의 구분 기준을 명시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종전의 감정결과에 위 추가감정 결과를 보태어 보더라도 이 사건 택시에서 발견된 동물털이 피해자가 입고 있던 무스탕 점퍼의 목 부분에서 박리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 피고인이 택시를 운행한 경로에 관한 판단
1) CCTV 영상의 증명력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아래와 같은 판시 사정들을 들어 D, T, E, AW 상가에 각 설치된 CCTV의 녹화 영상 및 그 분석자료만으로는 이 사건 택시가 범인의 이동 경로로 추정되는 위 각 지점을 통과하여 운행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1) E과 AW 상가에 설치된 CCTV의 영상은 해상도가 매우 낮고, 주위 지형지물에 의하여 차체의 일부가 가려져 있어서 영상에 나타나는 차량의 차종 및 색상을 식별하기 어렵고, D에 설치된 CCTV 영상의 해상도가 떨어져서 영상에 나타나는 차량의 개별 특징점이 판독되지 않아 해당 차량의 차종과 색상 등을 식별하기 어려워서 영상에 나타나는 차량과 이 사건 택시가 동일한 차량인지 여부는 판단하기 곤란하다고 감정되었으며, 검사가 증거로 제출한 CCTV 영상 중 AX 차량번호판독기 영상을 제외한 나머지 CCTV 영상으로는 영상에 나타나는 차량이 이 사건 택시와 동일한 차량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2) 이 사건 재수사 과정에서 이루어진 국과수 감정에서는 E에 설치된 CCTV 영상에 나타나는 차량이 흰색 계열의 NF쏘나타 택시로 추정된다고 감정되기는 하였으나, 이는 차체 및 캡등의 색상만을 달리하는 NF쏘나타 택시 2대(그 중 한 대는 이 사건 택시와 동일한 흰색 차체에 노란색 캡등의 택시이다)를 CCTV 영상에 나타나는 차량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감정이 이루어진 것으로서, 위 감정결과만으로는 이 사건 택시가 해당 시각에 해당 지점을 통과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위와 같이 감정한 국과수 감정인도 원심 법정에서 이 사건 CCTV 영상은 노이즈가 많은 상태여서 영상에 나타나는 차량이 NF쏘나타 차량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그랜져 등 다른 차종일 수도 있다고 진술하였다.
(3) 경찰청 범죄분석담당관이 작성한 각 영상분석결과서에 의하더라도 위 각 지점에 설치된 CCTV 영상은, 가로수 등에 의하여 차량이 가려지고, 후미등이나 가로등 불빛으로 인한 빛의 반사 및 먼 거리에서 촬영되어 차량의 윤곽을 확인할 수 없고, E 및 AW 상가에 설치된 CCTV 영상만으로는 택시의 차종을 분석하기 어렵고, 캡등의 점멸 여부도 알 수 없어서, 위 각 CCTV 영상 자체의 판독이 불가능하다.
(4) 위와 같이 위 각 지점의 CCTV 영상 및 분석결과만으로는 CCTV 영상에 나타나는 차량이 흰색 NF쏘나타 택시이고, 나아가 위 차량이 이 사건 택시와 동일한 차량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나) 이 법원의 판단
원심 판시와 같이 위 각 지점에 설치된 CCTV상 차량의 식별 정도, 해상도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각 지점에 설치된 CCTV 영상 속의 차량이 이 사건 택시와 동일한 차량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수사기관에서는 'D에 설치된 CCTV의 영상 속 시각은 실제 시각보다 11초 빠르고, T에 설치된 CCTV의 영상 속 시각은 실제 시각보다 약 13분 늦으며(증거기록 제142쪽), E에 설치된 CCTV의 영상 속 시각은 실제 시각보다 5~6분 빠르고(증거기록 제142쪽), AW 상가에 설치된 CCTV의 영상 속 시각은 실제 시각보다 11분 빠르다(증거기록 제3,191쪽)'고 전제하고 있는바, 실제로 위 각 CCTV 영상 속의 시각과 실제 시각이 차이가 있는지, 그 시각 차이가 수사기관이 수사보고에 기재한 수치와 동일한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는 이상 설령 위 각 CCTV의 영상 속에 나타나는 차량이 이 사건 택시와 동일한 차량이라고 보더라도 검사가 추정하는 시점에 이 사건 택시가 위 각 지점을 통과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2) 이 사건 공소사실이 전제한 피고인의 운행경로에 관하여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전제가 되는 피고인의 운행경로에 관한 검사의 추정은 AX 차량번호판독기를 통하여 번호 인식이 가능한 택시를 운행한 피고인을 범인으로 특정하고, L아파트 앞에서부터 AX 차량번호판독기가 설치된 일주도로를 따라 피해자가 발견된 G 배수로, 피고인의 택시와 유사한 형태의 차량이 CCTV에 촬영된 T, E 및 피해자의 휴대전화 전원이 종료된 F학교까지의 경로를 추정한 것으로 보이나, 다음과 같은 판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범인이 피해자를 태우고 일주도로가 아닌 중산간도로를 따라 F학교 방향으로 운행하다가 피해자를 불상의 장소에서 살해하고 피해자의 휴대전화 전원을 종료한 다음 G 배수로에 시체를 유기하였거나 휴대전화의 전원을 미리 종료한 다음 G 배수로로 이동하여 피해자를 살해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①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의 운행경로로 추정되는 각 지점의 CCTV의 영상속 차량이 이 사건 택시와 동일한 차량인지 확인할 수 없다.
② 피해자가 택시에 탑승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L아파트에서 피해자의 집인 M리까지의 운행경로와 관련하여 설문 대상 185명의 택시기사 중 134명의 택시기사들이 거리가 가장 짧은 구간인 총 길이 약 14.7m의 별지 지도 중 ② 경로(L아파트-D-AY- 일주도로 -M리)를 선택하기는 하였으나, 다른 49명의 택시기사들은 총 길이 약 15.4m의 구간인 별지 지도 중 ① 경로(L아파트 해안도로 일주도로 M리)를 선택하기도 하였는바, 이처럼 피해자가 택시에 탑승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L아파트에서 피해자의 집인 M리까지 갈 수 있는 경로는 택시기사에 따라 다양할 수밖에 없으므로, 피해자를 태운 범인의 차량이 막연히 최단거리인 별지 지도 중 ② 경로로 진행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더욱이 피해자는 술에 취하면 금방 잠이 드는 버릇이 있었고, 피해자의 사체에서 확인된 혈중알코올농도가 0.141%였던 점에 비추어 보면, 설령 피해자가 택시에 탑승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아닌 다른 택시기사가 잠든 피해자를 보고 검사가 예상한 최단거리가 아닌 범행을 하기에 용이한 다른 경로를 택하여 운전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③ 검사는 03:30경부터 03:56경까지 사이에 T에 설치된 CCTV에 촬영된 차량 중 일반 차량을 배제한 다음 택시들 중 비교적 정상 주행속도인 약 40km/h로 주행하였다면 그곳에서 동쪽으로 5km 정도 떨어진 E 앞을 03:54경 통과할 수밖에 없고, 이어서 E에 설치된 CCTV에도 촬영될 가능성이 있는 03:46경 위 T를 통과한 택시 운전자를 범인으로 특정하였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T에 설치된 CCTV의 영상만으로는 03:46경 T를 통과하는 택시가 이 사건 택시와 동일한 택시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검사가 용의차량으로 특정한 택시가 피해자가 유기된 G 배수로 방면에서 온 피고인의 택시라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④ T에 설치된 CCTV상에 03:46경 T를 통과하는 것으로 나타난 차량이 G 방면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N리 마을에서 승객을 내려주고 그곳에서 나온 차량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위 CCTV에 녹화된 차량이 범인이 운행한 차량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나아가 범인이 N리 마을 쪽으로 들어가는 도로를 그대로 지나쳐 이 사건 공소사실이 전제하는 대로 T를 지나 E으로 진행하였을 것이라고 가정할 합리적인 근거도 없다.
⑤ 피고인이 피해자의 가방을 유기하였다는 지점에 관하여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G 배수로 인근 도로에서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다음 제주시로 복귀하면서 중산간도 로상에 있는 F학교 부근에서 피해자의 휴대전화 전원을 종료하였다면 곧바로 그 근처에서 피해자의 가방을 유기하였을 가능성도 있는데, 굳이 피해자의 소지품이 들어있는 가방을 유기하기 위하여 아라동으로 이동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 더구나 AW 상가에 설치된 CCTV의 영상 속에 10:11경 피해자의 가방을 유기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택시가 AW 상가 앞을 지나간 것이 확인되기는 하나, 위 CCTV 영상 속의 택시가 이 사건 택시라고 단정할 수 없고, 피해자의 휴대전화 전원이 종료된 F학교 근처에도 피해자의 소지품을 유기할 만한 장소가 많으며,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고 유기한 다음 6시간 동안이나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들어있는 가방을 가지고 다니다가 굳이 아라동까지 이동하여 소지품을 유기한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나) 이 법원의 판단
원심 판시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원심 및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보태어 보면, 이 사건 공소사실의 구체적 개별적 전제 사실에 관한 증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거나 다른 가정의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피고인이 별지 지도 중 ② 경로를 통하여 [아파트(03:08 경)-D(03:09:18, 증거기록 제758쪽)-AX차량번호판독기(03:14:23, 증거기록 제 125쪽)-M리 (03:23경)-G 배수로(03:24경)로 이동하였다가 피해자를 살해하여 유기한 다음 T(03:46경)- E(03:54경)-AW 상가(10:11:14, 증거기록 제3,191쪽)로 각 이동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1) 피해자가 이 사건 택시에 탑승한 시각이 03:08경이라고 볼 수 있는지
피고인의 운행경로에 관한 대전제는 피해자가 이 사건 택시에 탑승한 시각이 03:08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만일 피해자가 이 사건 택시에 탑승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탑승시각이 03:08경이 되기는 어렵고, 적어도 03:09경 이후일 것으로 보인다.
(2) 피해자의 목적지가 M리 집이었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해자가 택시에 탑승하여 M리를 목적지로 향하여 출발하였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피해자가 실종 직전에 2차례나 AP 콜택시에 M리 방면으로 배차를 요청한 점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당시 M리 방면으로 출발하였을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피해자는 AP 콜택시에 전화를 걸기 얼마 전인 02:49경 어머니에게 찜질방에서 자고 간다는 내용으로 통화를 한 점(증거기록 제1,649쪽), 피해자가 택시가 아닌 지인 등 다른 사람의 차량에 탑승하였을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반드시 피해자가 당시 M리 방면으로 향하였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3) 이 사건 택시가 03:09:18 D를 통과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D에 설치된 CCTV에 위 시각에 촬영된 차량이 이 사건 택시와 동일한 차량임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위 시각에 이 사건 택시가 D를 통과하려면 03:08경 L아파트에서 바로 출발하여야 했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03:08경 피해자를 L아파트 앞에서 태워 바로 출발하였음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4) 범인이 운행한 차량이 AX 차량번호판독기에서 누락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는지
수사기관은 AX 차량번호판독기의 오류가능성이 사실상 없고, 더욱이 통과한 차량을 누락하는 경우는 불가능함을 전제로 하고서 판독된 차량들 중 알리바이가 분명한 차주들을 제외하고 남은 피고인을 범인으로 특정하였다. 그러나 AX 차량번호판독기의 판독 결과상 오류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① AZ 차량이 2. 1. 03:23:54 AX 차량번호판독기를 통과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위 차량의 차주는 위 일시경 위 차량을 운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위 차량번호와 유사한 BA 차량의 차주는 위 일시경 위 차량을 운전하였는지 기억하지 못하였다. ② BB 차량이 2. 1. 03:14 AX 차량번호판독기를 통과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이는 BC 차량을 잘못 인식한 것이었다(증거기록 제1,734쪽), ③ BD 차량이 03:10:20에 AX 차량번호판독기를 통과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위 차량은 2004. 10. 29. 등록 말소된 차량이므로 위 시각에 AX 차량번호판독기를 통과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이와 유사한 차량번호가 위 시각 무렵에 통과한 것이 확인되지도 않았다(증거기록 제1,903쪽). 즉, AX 차량번호판독기를 통과한 범인의 차량번호가 누락되었거나 다른 차량번호로 잘못 인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이 사건 택시가 03:09:18에 D를 통과하였음이 증명되지 않는 이상 이 사건 택시가 03:14:23에 AX 차량번호판독기를 통과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위와 같이 피고인이 03:08경 L아파트 앞에서 피해자를 태운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
(5) 범인이 별지 지도 중 ② 경로 외 다른 경로를 이용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는지
검사는 항소이유에서 ② 경로가 단순히 최단경로이기 때문에 피고인의 운행경로로 특정한 것이 아니라, CCTV 분석결과 ①, ③, ④ 경로로 이동하지 않았거나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하였음을 확인하여 ② 경로를 피고인의 운행경로로 특정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 검사가 주장하는 ① 경로가 피고인의 운행경로가 아니라는 이유에 관한 판단
경찰 작성 각 수사보고(증거기록 제2,170쪽, 3,076쪽)에는, '2. 1. 03:08 경부터 같은 날 03:50경까지 사이에 용담 해안도로에 설치된 4대의 CCTV에 이 사건 택시와 유사한 차량이 촬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피고인은 AX 차량번호판독기로 가기 위해 용담 해안도로가 아닌 일주도로를 경유해 갔다고 판단된다'고 기재되어 있는바, 이는 이 사건 택시가 ① 경로로 가지 않았다는 설명은 할 수 있으되, 일반 차량을 운전한 제3자가 ① 경로를 이용하지 않았음에 관한 설명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 검사가 주장하는 ③ 경로가 피고인의 운행경로가 아니라는 이유에 관한 판단
위 주장은, 만일 아파트에서 ③ 경로상에 위치한 BE 앞을 통과하여 M리로 갔다면 이동거리나 차량의 속도를 고려할 때 L아파트 앞에서 BE까지 약 13분이 소요되었을 것인데, 만일 피해자가 03:08경 택시에 승차하였다면 BE를 03:21경 지나치게 됨에도 BE 앞에 설치된 CCTV에 03:20경부터 03:30경까지 제주시 시내 방면에서 M리 방면(동→서)으로 진행한 택시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을 첫 번째 근거로 하고 있다(증거기록 별책 제6권 제210쪽, 제259쪽). 그러나 이는 용의 차량이 택시이고, 피해자를 태운 차량이 03:08경 L아파트 앞에서 출발했어야 하며, 아무런 교통장애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음이 각 전제되어야 하는데, 적어도 피해자를 태운 차량이, 특히 이 사건 택시가 03:08경 L아파트 앞에서 출발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달리 말하면, 03:30경 이후에 제주시 시내 방면에서 M리 방면(동→서)으로 BE 앞을 지나간 차량이 용의차량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
또한 위 주장은, 2010년도 ③ 경로 중 일부인 BG로와 ② 경로 중 일부인 일주도로의 가로등, 주택 및 상가건물 분포도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BG로는 가로등이 일부 교차로에만 설치되어 있고, 도로 주변에 주택과 상가건물 등이 전혀 없어 매우 어두운 상태로서 영업용 차량이 야간에 운행하기에는 적합한 도로라고 할 수 없다.는 분석결과(증거기록 제3,680쪽) 및 2009년 BG로와 일주도로의 평균적인 교통량을 분석한 결과, 일주도로는 주요 교차로를 포함한 모든 도로에 수십대의 차량들이 원활하게 통행하는 등 통행량이 비교적 많은 반면, BG로는 주요 교차로를 비롯한 도로에 차량의 통행이 전혀 없거나 많아도 3대만의 차량 통행만이 확인되므로, 제주시의 시내와 BF 사이를 운행하는 차량들은 주로 일주도로를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분석결과(증거기록 제3,693쪽)를 두 번째 근거로 하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이유만으로 용의 차량이 BG로를 운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범행을 목적으로 하였다.면 의도적으로 차량의 식별을 어렵게 하기 위하여 어두운 BG로를 이용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 검사가 주장하는 ③ 경로가 피고인의 운행경로가 아니라는 이유에 관한 판단
경찰 작성의 수사보고(증거 기록 제533쪽)에는, 'E에 설치된 CCTV에 2. 1. 03:17 경부터 04:10경까지 촬영된 영상을 보면, F학교에서 T 방면으로 이동한 4대의 차량 중 2대의 택시의 이동속도(약 69km/h)를 고려할 때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종료된 04:04경 F학교 기지국의 반경 내에 있던 차량은 04:08 경에는 E을 통과하여야 하는데, 04:05 경부터 04:10경까지 E을 통과한 차량이 없기 때문에 ④ 경로를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04:04경 종료되었음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04:10경 이후에 F학교 방면에서 T 방면으로 E을 통과한 차량이 용의차량이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 즉, 수사기관의 위와 같은 경로 분석은, 피고인이 범인임을 전제로 하여이 사건 택시와 유사한 차량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피고인이 아니라 제3자인 범인이 ② 경로 외에 나머지 ①, ③, ④ 경로로 이동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6) 피해자를 태운 택시가 M리 방면으로 직행하였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L아파트 앞에서 태우고 M리 방면으로 직행하였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AO, BH 및 BI의 각 경찰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는 술에 취하여 택시에 타면 잠이 드는 습관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만일 피해자가 당시 택시에 탑승하였다면,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의 음주 종료 당시인 02:30경 혈중알코올농도가 0.18% 정도였고, 03:08경은 상승기인 90분 이내로서 약 0.2%에 해당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는바, 그와 같은 상태에서 피해자는 택시에 타서 얼마 되지 않아 잠이 들었을 가능성이 존재하고, 그럴 경우 범인인 택시기사로서는 범행을 할 장소를 물색하기 위하여 또는 범인이 아닌 택시기사라고 하더라도 택시요금을 더 많이 받기 위하여 같은 장소를 배회하거나 우회하여 진행하였을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위 각 지점의 통과시각에 관한 전제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피해자가 직전에 남자친구에게 실망하였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후 남자친구나 어머니에게 아무런 연락을 취한 바 없는 점, 이 사건 공소사실은 03:24경부터 03:45경까지 모든 범행이 이루어졌음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만일 피해자가 깨어 있는 상태였다면 위 20분 동안 피고인이 모든 범행을 하는 것이 가능하였을지 의문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당시 차에서 잠이 들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인다.
(7) 피해자가 G 배수로 인근 도로에서 사망한 후 피고인이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종료한 것으로 단정할 수 있는지
수사기관에서는 통상의 살인범은 피해자를 살해한 후 피해자의 소지품을 유기하는 습성이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하여 이 사건에서도 피고인이 G 배수로 인근 도로에서 피해자를 살해하고 유기한 다음 제주시 방면으로 이동하면서 F학교 인근에서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종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의 사망 이전에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종료되었다고 하더라도 범인이 피해자를 살해하는 데 어떠한 장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반면, 범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먼저 휴대전화의 전원을 종료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가 만일 피해자가 사망한 이후에 피고인이 이동하면서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종료한 것이라면 그때 바로 휴대전화를 종료한 지점에서 휴대전화를 버리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즉, 피해자가 사망하기 전에 범인이 피해자의 휴대전화 전원을 종료하였거나 또는 그 무렵 배터리가 방전되어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자동으로 종료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8) 10:11:14 AW 상가 앞을 통과한 차량이 이 사건 택시인지 여부
피해자의 가방이 발견된 장소인 BJ 인근의 도로는 좁고 굴곡이 심한 골목길로서 인근의 지리에 밝은 사람이 이용할 만한 도로인 것으로 보이는데, 수사기관이 들고 있는 피고인이 위 장소에 지리적 친근감을 갖는 사정, 즉 피고인이 20여 년 전에 위 장소와 약 3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BK고등학교(변경 전 학교명 : BL고등학교)를 다닌 점, 피고인은 택시기사로서 여러 곳의 지리에 밝다는 점 등만으로는 피고인이 위 장소를 피해자의 가방을 유기하는 장소로 선택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5. 결론
앞서 본 바와 같이 동물털, 미세섬유증거 및 CCTV 영상과 그 분석결과 등 검사가 원심 및 이 법원에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사실이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다만, 형사소송규칙 제25조 제1항에 따라 직권으로, 원심판결 제4쪽 제16행의 "BM"를 "BJ"로, 제6쪽 제15 행의 "시반"을 "시장"으로, 제13쪽 제20행, 제14쪽 제11행, 제16행의 각 "BN모텔"을 각 "0모텔"로, 제23쪽 제 14 행의 "모섬유"를 "면섬유"로, 제24쪽 제16행의 "연섬유"를 "천연섬유"로, 제27쪽 제8행의 "BO"을 "E"으로, 제33쪽 제15행의 "피해자"를 "피고인"으로 각 고치고, 제10쪽 제16 행의 "피고인이"를 삭제하며, 제35쪽 제6행의 "제2항" 다음에 "본문"을 추가하는 것으로 경정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왕정옥
판사김기춘
판사박형렬
주석
1) 이 사건 동물실험은 5차례에 걸쳐 진행되었으나, 나머지 4차례의 실험은 기온이 맞지 않거나 눈이 오는 등 피해자가 유기된 시점부터 발견된 시점까지의 상황과 다른 조건이 있어서 수사기관은 4차 동물실험결과(이때는 돼지만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만을 사망시각 추정과 관련된 자료로 고려하였다. 따라서 이하 '이 사건 동물실험결과'는 특별한 언급이 없으면 4차 동물실험결과를 가리키는 것으로 본다.
2) 非母數統計檢定, nonparametric statistical test모집단의 형태나 모집단 모수치에 관한 가정이 필요 없는 방법으로, 모집단의 정상성에 의심이 갈 때 사용되는 통계적 검정방법이다. 분포무관방법(distribution-free methods) 혹은 자유분포통계검정이라고도 한다. 명명척도나 서열척도, 그리고 표본이 작은 경우 등 모수적 방법을 적용하기에 곤란한 자료를 분석하는 데 유용하다. 흔히 사용되는 세 가지 비모수통계검정으로는 순위(서열)에 기초한 Mann-Whitney 검정과 Kruskal-Wallis 검정, 그리고 기호검정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