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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7. 24. 선고 2017다2472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미간행]
판시사항

민법 제126조 에서 정한 표현대리의 성립요건으로 상대방이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및 무권대리인이 매매계약 후 이행단계에서 본인의 인감증명과 위임장을 상대방에게 교부한 사정만으로 상대방이 무권대리인에게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참조조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신원 담당변호사 이동직 외 4인)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우 담당변호사 안기환)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민법 제126조 의 표현대리의 효과를 주장하려면 상대방이 자칭 대리인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믿고 그와 같이 믿는 데 정당한 이유가 있을 것을 요건으로 하는 것인데, 여기의 정당한 이유의 존부는 자칭 대리인의 대리행위가 행하여질 때에 존재하는 제반 사정을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2다99617 판결 참조). 민법 제126조 의 표현대리에 있어서 무권대리인에게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가의 여부는 대리행위인 매매계약 당시를 기준으로 결정하여야 하고 매매계약 성립 이후의 사정은 고려할 것이 아니므로, 무권대리인이 매매계약 후 그 이행단계에서야 비로소 본인의 인감증명과 위임장을 상대방에게 교부한 사정만으로는 상대방이 무권대리인에게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 대법원 1981. 12. 8. 선고 81다322 판결 참조).

2. 원심은 다음의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원고로서는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에 관하여 소외 1, 소외 2(이하 ‘소외 1 등’이라고 한다)에게 피고를 대리할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가. 소외 1 등은 피고의 위임에 따라 이 사건 부동산을 관리해 왔고 피고는 오랫동안 간섭을 하지 않았다. 소외 1 등은 이러한 사정을 들면서 원고에게 소유 명의자는 피고이지만 자신들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처분할 권한이 있다는 취지로 설명하였다.

나. 소외 1은 피고가 어머니의 뜻에 따라 이 사건 부동산을 처분하여 자신을 포함한 동생들에게 그 대금을 분배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2003년경 어머니가 이 사건 부동산을 처분하라고 하여 매수인을 물색하던 중 원고와 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인데, 이와 같은 사정 역시 계약 체결 무렵 원고에게 설명이 된 것으로 보인다.

다. 원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후 소외 1 등으로부터 피고 본인이 발급받은 인감증명서와 피고의 인감이 날인된 토지거래허가신청 관련 위임장을 교부받았다.

라. 원고는 2013. 9.경 피고의 집을 방문하여 피고와 이 사건 매매계약의 진행상황에 대해 이야기하였는데, 당시 피고는 자신은 내용을 잘 모르니 소외 1 등과 협의해서 진행하면 된다고 말하였다.

3.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피고의 여동생인 소외 1 등이 이 사건 부동산을 관리하고 있었고 소외 1 등은 자신들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처럼 설명하였으나, 등기권리증이나 피고 명의의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위임장 등을 소지하고 있지 않았다.

2)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소외 1 등은 피고가 아닌 소외 1 명의의 계좌에 매매대금을 입금해 달라고 요구하였고, 원고는 소외 1 등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하였다.

3) 이 사건 매매계약서에는 피고의 연락처가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고, 원고가 매매계약 체결 당시 피고에게 연락하여 매도의사를 확인한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원고는 2006. 9. 30.경까지 소외 1 등에게 324,000,000원을 지급하였을 뿐 2013. 9. 이전에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의 이행을 촉구하거나 매매대금의 반환을 요구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4)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을 12억 원에 매수하였는데,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부동산의 공시지가는 17억 원을 초과하고 있었다.

5) 원고는 2013. 9.경 피고의 집을 방문하여 피고와 이 사건 매매계약의 진행상황에 대해 이야기하였는데, 당시 피고는 원고에게 ‘소외 2와 얘기하라’고 말하였다. 피고는 위와 같이 말한 것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소외 2에게 책임을 물으라는 취지였다고 주장한다.

나. 이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의 대리인임을 자처하는 소외 1 등으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공시지가보다도 상당히 낮은 가격으로 매수하였는데, 당시 소외 1 등이 이 사건 부동산을 처분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들을 전혀 소지하고 있지 않았음에도 피고에게 매도의사가 있는지를 확인한 자료가 없고, 매매대금을 피고가 아닌 소외 1 등에게 지급하였는바, 원고가 공인중개사로서 부동산거래에 상당한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까지 감안할 때 원고가 소외 1 등에게 피고를 대리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할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다. 소외 1 등이 원고에게 제공한 인감증명서와 위임장은 이 사건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2006년도에 매도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 있던 화성시 (주소 생략) 임야를 매도하기 위해 마련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원심의 인정 사실에 의하더라도 위 인감증명서와 위임장이 제공된 시점은 이 사건 매매계약이 체결된 이후이므로, 이는 위의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할 만한 사정이 아니다.

라. 나아가 피고가 2013. 9.경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과 관련하여 ‘소외 2와 얘기하라’고 말하였다는 점 역시 이 사건 매매계약이 체결된 이후 발생한 사정으로서, 위 정당한 이유를 인정할 근거가 될 수 없다.

마.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에게는 소외 1 등에게 피고를 대리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민법 제126조 의 표현대리에 있어 정당한 이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한 나머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원고는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주위적으로 576,000,000원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고, 예비적으로 876,000,000원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고 있으나, 위 예비적 청구는 주위적 청구를 양적으로 일부 감축하는 청구에 지나지 아니할 뿐, 그 목적물과 청구원인은 주위적 청구와 동일하여 소송상 예비적 청구라 볼 수 없다.

5.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박상옥 이기택(주심) 박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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