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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7. 10. 31. 선고 2017도11931 판결
[업무상횡령[인정된죄명: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공2017하,2271]
판시사항

[1]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직접 처벌되는 행위를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 민법 제746조 에서 말하는 ‘불법의 원인’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및 자금의 조성과정에 반사회적 요소가 있으나 그 자금을 위탁하거나 보관시키는 등의 행위가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지 않고 그 내용, 성격, 목적이나 연유 등에 비추어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 불법원인이 있는지 여부(소극)

[2] 피고인이 갑과, 갑이 해외투자처인 을 회사에 투자하고자 하는 자들로부터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범행으로 모집한 투자금을 피고인에게 송금하면 피고인이 이를 갑이 지정하는 외국환거래 회사를 통하여 을 회사에 전달하고, 변호사로서 그 전달과정에 부수되는 자문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에스크로(Escrow) 및 자문 계약’을 체결한 후 계약에 따라 갑으로부터 돈을 송금받아 보관하던 중 그 일부를 임의로 소비하여 횡령하였다고 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갑의 피고인에 대한 투자금의 교부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라 한다)은 형법 등을 보충하여 중대범죄를 억제하기 위한 형사법 질서의 중요한 일부를 이루고 있다. 이 법에 따라 직접 처벌되는 행위를 내용으로 하는 계약은 그 자체로 반사회성이 현저하여 민법 제746조 에서 말하는 불법의 원인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자금의 조성과정에 반사회적 요소가 있더라도 그 자금을 위탁하거나 보관시키는 등의 행위가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을 위반하지 않고 그 내용, 성격, 목적이나 연유 등에 비추어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라면 불법원인이 있다고 볼 수 없다.

[2] 피고인이 갑과, 갑이 해외투자처인 을 회사에 투자하고자 하는 자들로부터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범행으로 모집한 투자금을 피고인에게 송금하면 피고인이 이를 갑이 지정하는 외국환거래 회사를 통하여 을 회사에 전달하고, 변호사로서 그 전달과정에 부수되는 자문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에스크로(Escrow) 및 자문 계약’을 체결한 후 계약에 따라 갑으로부터 50억 원을 송금받아 보관하던 중 20억여 원을 임의로 소비하여 횡령하였다고 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갑이 피고인에게 투자금을 교부한 원인이 된 위 계약이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라 한다) 위반을 내용으로 한다고 보기 어렵고, 계약 당시 피고인이 투자금이 범죄수익금이라는 사실이나 불법적인 해외 송금 사실을 알았거나 이를 알면서도 협조하기로 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며, 피고인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갑의 사기와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범행에 대한 방조, 외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되지도 않았다는 이유로, 갑의 피고인에 대한 투자금의 교부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이 정당하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자우 담당변호사 이승엽 외 2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계약에 따라 피해자가 투자자들로부터 모집한 투자금 50억 원(이하 ‘이 사건 금원’이라 한다)을 교부받은 것이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인이 이 사건 금원 중 합계 2,078,894,500원을 임의로 소비하여 횡령하였다는 내용의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가. 이 사건 계약은 ‘피해자가 ○○ ○○○○[(영문 명칭 생략), 공소외 1 외국회사 운영, 이하 ‘○○ ○○○○’라 한다]에 투자하고자 하는 자로부터 모집한 투자금 중 일부를 피고인에게 계좌이체 방식으로 보내주면 피고인은 그 돈을 피해자가 지정하는 외국환거래 회사를 통하여 ○○ ○○○○에 전달하고, 변호사로서 그 전달과정에 부수되는 자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에스크로(Escrow) 및 자문 계약’이다. 이 사건 계약은 범죄수익 등의 취득, 처분 또는 발생 원인에 관한 사실을 가장하거나 적법하게 취득한 재산으로 가장할 목적으로 은닉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나. 피고인은 피해자가 이 사건 금원을 투자금으로 모집한 후에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 피해자의 투자자들에 대한 사기와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유사수신행위법’이라 한다) 위반 행위는 이미 종료되었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금원을 송금받은 행위나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이 사건 금원에 관한 피해자의 사기와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범행에 대한 방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다. 다음과 같이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의무 내용에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하여 이 사건 금원을 해외로 송금할 것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1) 피해자는 제1심 법정에서 합법적으로 외국환 송금을 하기 위하여 변호사인 피고인과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진술하였고, 피고인도 제1심에서 외국환거래법 등의 문제를 해결해 줄 목적으로 피해자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주장하였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가능한 외화 반출 수단의 모색을 전제로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

(2) 이 사건 계약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이 사건 금원을 피해자가 지정하는 ‘외국환거래 회사’를 통해 ○○ ○○○○에 전달하기로 하였을 뿐(제2조) 외국환거래 자격이 없는 회사를 통하여 불법적으로 해외 송금하는 것이 이 사건 계약 내용은 아니다.

(3) 피고인은 이 사건 계약 체결 후 피해자의 요청으로 피해자가 지정한 공소외 2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2 회사’라 한다) 명의의 △△은행 계좌로 이 사건 금원 중 일부를 송금하다가 2014. 12. 20.경 공소외 2 회사 명의 계좌를 통한 해외 송금이 외국환거래법 등 관계 법령에 위반될 수 있다는 이유로 송금을 중단하였다.

라. 이 사건 계약 체결 당시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이 사건 금원을 송금할 당시 이 사건 금원이 피해자의 범죄 행위에 의해 조성된 자금이라는 점이나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하여 해외로 송금될 것이라는 점이 표시되거나 피고인에게 알려졌다고 보기 어렵다.

2.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라 한다)은 형법 등을 보충하여 중대범죄를 억제하기 위한 형사법 질서의 중요한 일부를 이루고 있다. 이 법에 따라 직접 처벌되는 행위를 내용으로 하는 계약은 그 자체로 반사회성이 현저하여 민법 제746조 에서 말하는 불법의 원인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대법원 2017. 4. 26. 선고 2016도18035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자금의 조성과정에 반사회적 요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자금을 위탁하거나 보관시키는 등의 행위가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을 위반하지 않고 그 내용, 성격, 목적이나 연유 등에 비추어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라면 불법원인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이 사건 금원을 교부한 원인이 된 이 사건 계약이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을 내용으로 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 사건 계약 당시 피고인이 이 사건 금원이 범죄수익금이라는 사실이나 불법적인 해외 송금 사실을 알았다거나 이를 알면서도 협조하기로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피고인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피해자의 사기와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범행에 대한 방조, 외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되지도 않았다.

따라서 원심이 피해자의 피고인에 대한 이 사건 금원의 교부가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관련 법리에 비추어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률행위 해석, 방조범의 성립, 불법원인급여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피고인의 상고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창석(재판장) 박보영 이기택 김재형(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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