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17. 4. 7. 선고 2017도1286 판결
[강제추행치상][미간행]
판시사항

[1] 형사사건에서 상해진단서의 증명력 / 상해진단서가 주로 통증이 있다는 피해자의 주관적인 호소 등에 의존하여 의학적인 가능성만으로 발급된 경우, 그 증명력을 판단하는 방법

[2] 강제추행치상죄에서 ‘상해’의 의미 및 판단 기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덕송 담당변호사 권순억 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형사사건에서 상해진단서는 피해자의 진술과 함께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증명하는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도12728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상해 사실의 존재 및 인과관계 역시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인정할 수 있으므로, 상해진단서의 객관성과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그 증명력을 판단하는 데 매우 신중하여야 한다. 특히 상해진단서가 주로 통증이 있다는 피해자의 주관적인 호소 등에 의존하여 의학적인 가능성만으로 발급된 때에는 그 진단 일자 및 진단서 작성일자가 상해 발생 시점과 시간상으로 근접하고 상해진단서 발급 경위에 특별히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은 없는지, 상해진단서에 기재된 상해 부위 및 정도가 피해자가 주장하는 상해의 원인 내지 경위와 일치하는지, 피해자가 호소하는 불편이 기왕에 존재하던 신체 이상과 무관한 새로운 원인으로 생겼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사가 그 상해진단서를 발급한 근거 등을 두루 살피는 외에도 피해자가 상해 사건 이후 진료를 받은 시점, 진료를 받게 된 동기와 경위, 그 이후의 진료 경과 등을 면밀히 살펴 논리와 경험법칙에 따라 그 증명력을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도15018 판결 참조).

한편 강제추행치상죄에 있어서의 상해는 피해자의 신체의 건강상태가 나쁘게 변경되고 생활기능에 장애가 초래되는 것을 말한다 ( 대법원 2000. 3. 23. 선고 99도3099 판결 등 참조). 강제추행행위에 수반하여 생긴 상해가 극히 경미한 것으로서 굳이 치료할 필요가 없어서 자연적으로 치유되며 일상생활을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경우에는 강제추행치상죄의 상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피해자의 건강상태가 나쁘게 변경되고 생활기능에 장애가 초래된 것인지는 객관적,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연령, 성별, 체격 등 신체·정신상의 구체적 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4606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2015. 6. 25. 20:00경 식당에서 피해자 공소외 1(여, 52세)을 포함한 일행들과 함께 술을 마시다가, 마주보고 앉은 피해자를 지목하면서 “나 오늘 저 여자 찍었다”고 말한 후 피해자의 옆으로 다가가 양손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잡아 피고인의 얼굴 쪽으로 당기면서 피해자의 입에 입을 맞추려고 하고, 이에 피해자가 고개를 돌려 피하자 계속하여 손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잡아 피고인의 얼굴 쪽으로 당기면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피해자의 손등에 입을 맞추어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하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약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목의 염좌 상해를 입게 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의 위와 같은 추행 사실이 인정되고, 피해자가 피고인의 행위에 의하여 상해를 입은 사실도 인정된다고 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원심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피고인의 추행행위 사실을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전문법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고는 인정되지 않는다. 이 점을 다투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4. 그러나 상해의 점에 관하여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심판단을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관계 및 사정을 알 수 있다.

①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이 있은 날로부터 5일째 되는 날인 2015. 6. 30. 고소장을 제출하였는데, 고소장에는 피고인의 강제추행행위만 언급되어 있을 뿐 상해사실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재가 없다.

② 피해자는 고소장을 제출한 2015. 6. 30. ○○경찰서에서 최초로 조사를 받고 그와 연계된 △△성폭력상담소를 방문하여 의료지원에 대해서 안내를 받은 것으로 보임에도 곧바로 병원을 찾지 않고 이 사건 범행이 있은 날로부터 2주째 되는 날인 2015. 7. 9.에야 최초로 진료를 받고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았다.

③ 한편, 피해자와 그 친구 공소외 2가 이 사건 범행 이후에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살펴보면, 피해자는 피고인과 함께하는 자리에 자신을 불러낸 공소외 2가 피고인의 행위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자신에게 사과하지 않고, 2015. 7. 8. 경찰 조사에서 피고인의 추행행위를 보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데 상당한 배신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공소외 2가 경찰 조사를 받은 다음날인 2015. 7. 9. 피해자가 공소외 2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중에는 ‘병원 갔다. 거기까지는 안 가고 싶었는데 촬영했고 3주 진단 나왔다’, ‘상해진단 3주 발급, 차후 정신과 치료받고 발급 예정’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등 마치 병원까지 갈 필요는 없었지만 이 사건 범행 후 공소외 2 등이 보인 태도 때문에 진료를 받고 진단서까지 발급받았다는 듯한 인상을 주는 내용이 있다.

④ 피해자는 제1심 법정에서 ‘목 부위 통증에 대해 물리치료와 약물치료를 한 달 정도 받았다’고 진술하였으나 그 치료 내역 등에 관한 객관적인 자료가 현출된 것은 없다. 그리고 피해자가 이 사건 범행 이후부터 최초로 진료를 받은 2015. 7. 9. 이전까지 약 2주 동안 어떤 치료를 받았거나 약물을 복용했다는 등의 자료도 기록상 찾아볼 수 없다.

⑤ 반면 피해자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2015. 6. 30. 진술한 진술조서에는, ‘다친 곳은 없느냐’는 질문에 대하여 ‘다친 곳은 없지만, 평소 심장이 좋지 않은데 이 일로 인해서 심장이 아프고, 어깨 쪽도 고개를 돌리지 않으려 힘을 줘서 그런지 아프다’고 답변한 것으로 되어 있고, 이 부분 진술조서 기재가 그 무렵의 상태에 관하여 진단서 발급 이전에 조사된 유일한 증거로 보인다. 그런데 이 진술은 그 자체로 ‘다친 곳은 없다’고 하면서도 ‘심장과 어깨가 아프다’고 되어 있고, 아프다고 하는 내용도 다소 애매하게 되어 있어 그 진술만으로 강제추행치상죄에서 말하는 상해에 해당할 만큼 건강상태나 생활기능에 장애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⑥ 또한 위 진단서에는 병명이 ‘목의 염좌’로 되어 있고, 예상치료기간이 이 사건 범행 후 이미 2주가 경과한 시점인데도 다시 그때부터 3주라고 되어 있는데, 그런 정도의 상해라면 그보다 열흘 쯤 전인 위 경찰 진술 당시에도 목 부위에 통증이나 불편을 느꼈을 개연성이 크다고 할 것인데도 위 진술에는 심장과 어깨 부위가 아프다고만 되어 있다. 그러므로 과연 위 진단서에 기재된 목 부위의 상해가 이 사건 범행 당시에 이미 생겼는데 2주 동안은 발현되지 않아 특별한 통증을 느끼지 못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였다가 진단서를 발급받을 무렵 비로소 발현되거나 악화된 것인지, 또 의학적으로 그럴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진단서의 병명란에 ‘임상적 추정’이라고 기재된 것은 어떤 의미인지 등에 관하여 분명한 의학적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⑦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 이후 정신과 진료도 받았으나, 이는 강제추행행위에서 직접 비롯된 것이라기보다 이 사건 범행 이후의 상황, 즉 피고인의 범행 부인, 공소외 2 등 목격자들의 진술 태도, 공소외 2에 대한 배신감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나. 위와 같은 이 사건 상해진단서의 발급 경위, 진단 내용과 치료 경과 등 여러 사정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피고인의 행위에 의하여 목의 염좌라는 상해를 입었는지, 피해자의 목 부위에 다소간 통증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치료할 필요가 있는 정도였는지, 피해자의 위 진술과 진단서의 기재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상해의 점에 관하여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더욱 면밀히 심리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점을 제대로 살피지 아니한 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해자가 피고인의 강제추행행위로 상해를 입었다고 쉽게 단정하였으니, 거기에는 논리와 경험칙에 의하여야 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강제추행치상죄에서의 상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김재형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