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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4다28114 판결
[사해행위취소등][미간행]
판시사항

[1] 채권자취소권의 요건을 갖춘 각 채권자가 동시 또는 이시에 채권자취소 및 원상회복소송을 제기한 경우, 이들 소가 중복제소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및 동일한 사해행위에 관하여 어느 한 채권자가 채권자취소 및 원상회복청구를 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판결이 확정되면 그 후에 제기된 다른 채권자의 동일한 청구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게 되는지 여부(한정 소극)

[2] 확정된 판결에 따라 재산이나 가액의 반환을 마친 수익자가 다른 채권자의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에 대하여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원고, 피상고인

디에이치호림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아시아 담당변호사 김종일)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기영약품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엘케이 파트너스 담당변호사 이경권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건화약품 주식회사(이하 ‘건화약품’이라 한다)가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사해행위취소 소송(이하 ‘선행 소송’이라 한다)에서 피고에게 가액배상을 명하는 판결이 선고되어 그대로 확정된 사실, 피고는 위 확정판결에 따라 건화약품에 가액배상으로 3억 4,400만 원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하였다. 나아가 원심은, 피고가 건화약품에 위 확정판결에 따른 가액의 회복을 마쳤으므로 그와 배상의 범위가 중첩되는 이 사건 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는 취지의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 ① 피고는 선행 소송과 이 사건 소송 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없음에도 이 사건 소송에서는 항소를 제기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다투면서도 선행 소송에서는 제1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도록 하였고, ② 피고가 건화약품에 대하여만 가액 전부를 지급한 것은 취소채권자들 사이의 형평을 깨뜨리는 행위로서 또 다른 형태의 사해행위와 유사한 측면이 있으며, ③ 피고가 위 확정판결에 따른 가액의 회복을 마쳤더라도 이는 피고가 이 사건 소송에서 가액배상을 면하기 위한 항변자료를 제출할 목적으로 한 것에 불과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가 위 확정판결에 따른 가액의 회복을 내세워 이 사건 소송에서 권리보호 이익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위 항변을 배척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추상적 규범을 말하는 것으로서, 신의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 상태에 이르러야 하고 이와 같은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대법원 1991. 12. 10. 선고 91다3802 판결 등 참조).

채권자취소권의 요건을 갖춘 각 채권자는 고유의 권리로서 채무자의 재산처분 행위를 취소하고 그 원상회복을 구할 수 있는 것이므로 여러 명의 채권자가 동시에 또는 시기를 달리하여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의 소를 제기한 경우 이들 소가 중복제소에 해당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어느 한 채권자가 동일한 사해행위에 관하여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를 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는 것만으로는 그 후에 제기된 다른 채권자의 동일한 청구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확정된 판결에 기하여 재산이나 가액의 회복을 마친 경우에는 다른 채권자의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는 그와 중첩되는 범위 내에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게 된다 ( 대법원 2003. 7. 11. 선고 2003다19558 판결 , 2005. 5. 27. 선고 2004다67806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수익자가 확정된 판결에 기하여 해당 채권자에게 재산이나 가액을 반환함으로써 그 채권자가 다른 채권자보다 사실상 우선변제를 받는 불공평한 결과가 초래된다고 하더라도, 그 재산이나 가액의 반환이 다른 채권자를 해할 목적으로 수익자와 해당 채권자가 통모한 행위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확정된 판결에 따른 반환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다른 채권자의 신의에 반하는 행위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확정된 판결에 따라 재산이나 가액의 반환을 마친 수익자가 다른 채권자의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청구에 대하여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피고는 건화약품이 제기한 선행 소송에서 피고에 대하여 가액배상을 명하는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자 그 판결에 따라 건화약품에 가액을 반환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원고를 해할 목적으로 건화약품과 통모하였다는 등의 사정을 인정할 만한 자료는 없다. 피고의 가액 반환이 원고가 제기한 이 사건 소송이 계속 중일 때 이루어졌고 위 가액 반환으로 건화약품이 다른 채권자보다 사실상 우선변제를 받는 불공평한 결과가 초래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가 위 가액 반환에 의하여 원고의 청구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게 되었다는 항변을 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피고의 위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는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보호의 이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신영철(주심) 이상훈 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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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3.19.선고 2013나39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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