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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3도11014 판결
[사기(인정된죄명:횡령)][미간행]
판시사항

목적과 용도를 정하여 위탁받은 돈을 수탁자가 임의로 소비한 행위가 횡령죄를 구성하는지 여부(적극) 및 금전의 교부행위가 계약상 채무의 이행으로서 변제의 성질을 갖는 경우, 상대방이 변제금으로 교부받은 돈을 임의로 소비한 행위가 횡령죄를 구성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모든 담당변호사 권영준 외 3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공소외 1이 피고인으로 하여금 이 사건 각 토지의 전 소유자인 공소외 2에게 피고인과 공소외 2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에 따른 피고인의 미지급 잔대금을 지급하도록 그 목적과 용도를 특정하여 피고인에게 1억 5,900만 원을 위탁하였고, 피고인도 공소외 1에게 그와 같은 목적과 용도에 따라 위 금원을 사용하기로 약정하고 이를 수탁함으로써 공소외 1을 위하여 1억 5,900만 원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이 공소외 1을 위하여 1억 5,900만 원을 보관하던 중 7,500만 원을 공소외 2에게 송금하고 나머지 8,400만 원을 임의 소비하여 횡령하였다는 내용의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2.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는 것을 처벌하는 범죄이므로 횡령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횡령의 대상이 된 재물이 타인의 소유일 것을 요하는 것인바, 목적과 용도를 정하여 위탁한 금전은 정해진 목적, 용도에 사용할 때까지는 이에 대한 소유권이 위탁자에게 유보되어 있는 것으로서 수탁자가 임의로 소비하면 횡령죄를 구성한다 ( 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7도10341 판결 등 참조). 그러나 금전의 교부행위가 계약상 채무의 이행으로서 변제의 성질을 가지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전이 상대방에게 교부됨으로써 그 소유권이 상대방에게 이전되므로 상대방이 변제금으로 교부받은 돈을 임의로 소비하였더라도 횡령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① 피고인은 2008. 8.경 피고인의 처제 공소외 3 명의로 공소외 2와 사이에 거제시 (이하 생략) 외 13필지 토지(이하 ‘이 사건 각 토지’라 한다)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이하 ‘선행 매매계약’이라 한다), 2008. 8. 8.경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같은 날 매매를 원인으로 한 공소외 3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는데, 당시 공소외 2에 대한 매매잔대금채무 4억 6,400만 원이 남아있었던 사실, ② 피고인은 2008. 10.경 공소외 3 명의로 공소외 1, 4(이하 ‘공소외 1 등’이라 한다)와 사이에 이 사건 각 토지 및 위 각 토지에 대한 주택개발사업권 일체를 매매대금 21억 1,400만 원으로 정하여 매도하기로 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 매매대금 21억 1,400만 원 중 16억 5,000만 원에 대하여는 매수인이 이 사건 각 토지에 설정되어 있던 ○○농업협동조합 명의의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 16억 5,000만 원을 승계하여 계약체결일부터 이자를 지급하고, 3억 원에 대하여는 매수인이 공소외 2의 제3자에 대한 차용금채무 3억 원을 승계하며, 나머지 1억 6,400만 원에 대하여는 피고인이 지정하는 사람, 즉 공소외 2에게 현금으로 이를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소유권이전등기는 사업승인일 이후 매수인이 지정하는 법인 앞으로 마쳐주기로 약정한 사실, ③ 공소외 1 등은 2008. 10. 7.경 공소외 2에게 500만 원을 송금하였고, 2008. 10. 초순경부터 같은 달 16.경까지 사이에 나머지 금액 1억 5,900만 원을 공소외 3 명의의 은행계좌로 송금하는 등의 방법으로 피고인에게 교부하였으며, 당시 피고인은 공소외 1 등에 대하여 위 금원을 교부받으면 이를 공소외 2에게 매매대금으로 지급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 ④ 그런데 피고인은 공소외 1 등으로부터 교부받은 위 1억 5,900만 원 중 7,500만 원을 공소외 2에게 송금하고, 나머지 8,400만 원은 그 무렵 피고인의 다른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금 등으로 사용한 사실, ⑤ 한편 2008. 12. 8.경 공소외 5 주식회사가 설립되어 공소외 1이 대표이사로, 공소외 4가 이사로 각 취임하자, 피고인은 이 사건 각 토지에 관하여 공소외 5 주식회사 명의의 소유권이전청구권가등기를 마쳐준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다.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 등이 2008. 10.경 피고인에게 1억 5,900만 원을 교부한 것은 이 사건 매매계약에 기하여 피고인에게 부담하는 매매대금지급채무를 이행하기 위한 변제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1억 5,900만 원은 피고인에게 교부됨으로써 소유권이 이전되므로 피고인이 공소외 1 등을 위하여 이를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피고인이 급부과정을 단축시키기 위하여 공소외 1 등과 사이에 이 사건 매매대금 중 1억 6,400만 원을 매수인이 직접 선행 매매계약의 매도인인 공소외 2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한 바 있다거나, 피고인이 공소외 1 등에 대하여 1억 5,900만 원을 교부받으면 이를 선행 매매계약의 매매대금으로 공소외 2에게 지급하겠다는 취지로 약정하였다고 하여 이와 달리 볼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공소외 1로부터 피고인의 공소외 2에 대한 선행 매매계약상 잔대금 지급금 명목으로 1억 5,900만 원을 교부받아 공소외 1을 위하여 이를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판단하였으니,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는 횡령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예비적 공소사실에 관한 부분은 파기를 면할 수 없고, 이에 따라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한 부분 역시 파기될 수밖에 없으므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신영철(주심) 이상훈 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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