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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2도3529 판결
[국가보안법위반(찬양·고무등)][미간행]
판시사항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의 ‘이적표현물에 관한 죄’의 법적 성격 및 이적행위를 할 목적의 증명책임 소재(=검사)와 그 증명 방법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다산 담당변호사 김동균 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검사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의 죄는 제1 , 3 , 4항 에 규정된 이적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하는 것으로서 이른바 목적범임이 명백하다. 목적범에서의 목적은 범죄 성립을 위한 초과주관적 위법요소로서 고의 외에 별도로 요구되는 것이므로, 행위자가 표현물의 이적성을 인식하고 제5항 소정의 행위를 하였더라도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인정되지 아니하면 그 구성요건은 충족되지 아니하는 것이다. 그리고 형사재판에서 공소가 제기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므로 행위자에게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은 검사가 증명하여야 하며, 행위자가 이적표현물임을 인식하고 제5항 소정의 행위를 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그에게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다고 추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경우 행위자에게 이적행위 목적이 있음을 증명할 직접증거가 없는 때에는 표현물의 이적성의 징표가 되는 사정들에 더하여 피고인의 경력과 지위, 피고인이 이적표현물과 관련하여 제5항 소정의 행위를 하게 된 경위, 피고인의 이적단체 가입 여부 및 이적표현물과 피고인이 소속한 이적단체의 실질적인 목표 및 활동과의 연관성 등 간접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 대법원 2010. 7. 23. 선고 2010도118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판시 서적들이 국가보안법상의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다음, ① 피고인이 국문학을 전공하였더라도 판시 서적들을 연구 목적으로 활용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② 판시 서적들의 판매가격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생계를 목적으로 이를 판매하였다고 보이지 아니하는 점, ③ 피고인은 서적 판매를 위한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할 당시 그 대표를 자신이나 친인척이 아닌 제3자 공소외인으로 등록하였고, 서적을 구매하는 자들에 대하여 어떠한 신분확인도 한 바 없으며, 구매자에게 서적을 배송할 때 서적 보관장소가 아닌 제3자 운영의 주차장에 서적을 맡겨 놓고 택배업체에 전화를 하여 이를 찾아가도록 하는 방법으로 서적을 판매한 점 등을 근거로, 피고인이 판시 서적들의 내용이 이적성을 담고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고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에 대한 찬양·고무 등 이적행위를 할 목적으로 이를 판매 또는 소지하였다고 보아 그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가 국가보안법위반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들만으로는 피고인에게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에 대한 찬양·고무 등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피고인에게 그러한 목적이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많으므로, 원심의 이 부분 판단은 그대로 수긍할 수 없다.

(1) 피고인은 국문학과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하면서 북한의 문학에 관한 몇 편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하였는데, 비록 그 논문의 참고문헌에 판시 서적들이 기재되지는 아니하였으나, 판시 서적들 중 일부는 북한 문학의 전반적인 이해와 연구를 위하여 필요한 서적들로 보이므로, 이를 연구 목적으로 활용하였다는 피고인의 변소를 쉽사리 배척하기 어렵다.

(2) 피고인이 사회과학 서적을 주로 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여 운영하면서 판시 서적들도 함께 취급하였으나 그 거래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아니하였고, 판시 서적들이 이미 절판되어 시중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운 반면, 해당 분야의 연구자들 중에는 그에 대한 수요층이 꾸준히 존재하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일반 중고서적보다 높은 가격에 이를 판매하였으며, 서적판매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 외에 달리 경제활동을 하지는 아니하였다. 이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은 영리나 생계의 목적으로 판시 서적들을 판매한 것으로 보이고, 그 판매가격을 고려하더라도 피고인의 이러한 서적판매행위가 영리나 생계의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3) 피고인은 서적판매 사이트를 개설할 당시 그 대표자를 공소외인 명의로 하였으나, 이후 대표자 명의를 피고인 본인으로 변경하였다. 공소외인은 피고인이 서적판매 사이트 운영을 시작할 때 서적을 공급하여 주는 등 피고인의 사업을 처음부터 도와주었다. 피고인은 당시 신용불량 상태에서 본인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할 수 없어 공소외인의 명의를 빌렸는데 이후 신용상태를 회복하여 본인 명의로 대표자를 변경하였다고 일관되게 주장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관련 정황과 모순되지 아니하여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는 반면, 이를 탄핵할 만한 증거는 제출되지 아니하였다.

(4) 인터넷을 통한 물품거래의 현실에 비추어 피고인이 판시 서적들을 판매할 당시 구매자들의 신분을 확인하지 아니한 것이 이례적인 일이라고 보기 어렵고, 더구나 이를 이유로 이적행위의 목적을 추단할 수는 없다.

(5) 서적을 배송할 때 서적보관장소인 사무실이 아닌 주차장까지 배송할 서적들을 내어놓아 택배기사로 하여금 이를 가져가도록 한 이유는 택배기사가 굳이 건물 3층에 있는 사무실까지 방문하지 아니하고 대로변에 있는 주차장에서 배송할 서적을 편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저렴한 비용으로 택배운송계약을 체결하기 위함이었다는 피고인의 변소에 수긍이 가는 반면, 이를 탄핵할 만한 증거는 제출되지 아니하였고, 달리 피고인이 자신의 신분을 감추려 한 흔적도 보이지 아니한다.

(6) 피고인이 이적단체에 가입한 적이 없는 점 및 피고인의 그동안의 경력, 이 사건 서적판매 사이트를 운영하게 된 경위 등 기록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살펴보아도 피고인이 판시 서적들을 판매한 행위에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뚜렷한 사정은 찾아보기 어렵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피고인이 반국가단체 등의 활동에 대한 찬양·고무 등 이적행위를 할 목적으로 판시 서적들을 판매 또는 소지하였다고 보아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가 국가보안법위반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국가보안법상 이적행위를 할 목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증거의 증명력에 대한 판단을 그르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설령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그 판시와 같은 서적들을 국가보안법상의 이적표현물이라고 볼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에 일부 부적절한 부분이 있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에게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는 이상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결과적으로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이적표현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증거의 증명력을 잘못 판단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피고인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소영(재판장) 신영철 이상훈(주심) 김용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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