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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2다94728 판결
[대여금][미간행]
판시사항

[1] 인영의 진정성립 추정에 의한 사문서 전체의 진정성립 추정과 번복 요건

[2]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할 때 요구되는 심리의 정도

[3] 법원이 사실주장이 진실한지를 판단할 때 참작하여야 하는 ‘변론 전체의 취지’의 범위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영진 담당변호사 유경재 외 3인)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와이우드 외 3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호민 담당변호사 김창홍 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들 명의의 이 사건 차용증서(갑 제1호증)의 진정성립이 중요 쟁점인 이 사건에서, 제1심증인 소외 1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4의 날인사실이 인정되고, 나머지 피고들의 인영 부분에 대하여는 다툼이 없으므로 문서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된다고 판단한 다음,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 을 제1호증의 1, 의 각 기재, 제1심증인 소외 1의 일부 증언’(일부 표현은 오기로 보인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들, 즉 ① 피고들이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기로 결정한 후 그 계약금을 마련하는 방법에 대하여 논의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차용조건 등도 논의하였고, ② 이 사건 차용증서에 피고들의 인감도장이나 개인도장이 날인되어 있는데 그 도장으로는 개발행위허가신청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③ 이 사건 차용증서에 첨부된 피고들의 인감증명서가 모두 이 사건 차용증서가 작성되기 이전에 발행되었고, ④ 이 사건 차용증서를 작성한 소외 2는 피고들이 원고를 사문서위조죄 등으로 고소한 사건에서 피고 4가 이 사건 차용증서에 그의 개인도장을 직접 날인하였다고 진술하였으며, ⑤ 피고들은 2006. 8. 14. 이 사건 토지에 공장설립승인 신청을 하였다가 진입로 확보 등 문제로 승인을 받지 못하자 철회하였고, 피고 주식회사 와이우드는 진입로를 조성하기 위한 개발행위허가를 받았다 등의 사실들 및 이러한 사실들로써 엿볼 수 있다는 판시와 같은 제반 사정들을 근거로 이 사건 차용증서상의 피고들 인영이 제3자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그 진정성립을 인정하고 그에 따라 피고들이 원고에게 차용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사문서에 날인된 작성 명의인의 인영이 그의 인장에 의하여 현출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인영의 진정성립이 추정되고, 일단 인영의 진정성립이 추정되면 민사소송법 제358조 에 따라 그 문서 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되나, 그와 같은 인영의 진정성립, 즉 날인행위가 작성 명의인의 의사에 따른 것이라는 추정은 사실상의 추정이므로, 인영의 진정성립을 다투는 자가 반증을 들어 날인행위가 작성 명의인의 의사에 따른 것임에 관하여 법원으로 하여금 의심을 품게 할 수 있는 사정을 증명하면 그 진정성립의 추정은 깨진다 ( 대법원 1997. 6. 13. 선고 96재다462 판결 , 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다5912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처분문서는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그 기재 내용을 부정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이상 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을 인정함에 있어서는 신중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2. 9. 6. 선고 2002다34666 판결 등 참조).

한편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를 참작하여 자유로운 심증으로 사회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사실주장이 진실한지 아닌지를 판단하여야 하는데( 민사소송법 제202조 ), 여기서 변론 전체의 취지는 변론의 과정에 현출된 모든 상황과 소송자료로서 증거조사의 결과를 제외한 것이고, 변론종결 후에 제출된 자료는 여기에 포함되지 아니한다 .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주식회사 동우개발을 운영하던 소외 3, 1은 2005. 12.경 토지를 매수하여 그 위에 공장 등을 짓는 것 등을 목적으로 한 협의체를 구성하였는데, 그 회원들인 피고들을 포함한 10개 개인기업이나 법인 등 업체들은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기로 결정하고 그 계약금 조달방안 등을 논의한 바 있다. 이후 피고들 명의의 이 사건 차용증서가 2006. 1. 10.자로 작성되었다. 한편 원고는 2006. 1. 19.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한다), 그 매매계약서에는 위 10개 회원들이 매수인으로, 원고가 그 대표로 표시되었다.

피고들은 소외 3, 1을 통하여 이 사건 토지의 매입과 공장인허가 신청업무를 진행하였기 때문에 이 사건 차용증서 작성 및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인 2006. 1.경에는 원고를 알지 못하였다.

(2) 이 사건 차용증서에는 피고들의 인감증명서들이 첨부되어 있었는데, 그중 피고 2의 인감증명서와 관련하여서는 차용증서상의 작성일자부터 한참 지난 후인 2006. 6. 27.자 인감증명서만이 이 사건 차용증서에 첨부된 인감증명서라는 취지로 변론에 증거로 현출되었을 뿐이다. 원고는 원심 변론종결 후에야 피고 2의 2005. 12. 20.자 인감증명서가 이 사건 차용증서에 첨부되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갑 제10호증으로 표시하여 원심법원에 제출하였고, 원심은 실제로는 이를 근거로 사실인정을 한 것으로 보이나, 이러한 서류는 변론종결 후에 제출된 것으로서 변론에 현출된 소송자료가 아니고 그에 대한 증거조사도 이루어지지 아니하였으므로 이를 사실인정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

나머지 피고들의 인감증명서 발급일자도 2005. 10. 17., 2005. 12. 2., 2006. 1. 9.(원심 변론종결 후에 원심법원에 제출된 피고 2의 인감증명서 발급일자도 2005. 12. 20.임은 위에서 본 바와 같다)로서 서로 다를 뿐만 아니라 그중 일부는 이 사건 차용증서상의 작성일자인 2006. 1. 10.과 적지 아니한 시간적 간격이 있다. 또한 이 사건 차용증서상 피고 4의 이름 옆에 찍힌 인영은 차용증서에 첨부된 피고 4의 인감증명서상 인영과 다르다.

이러한 사정들에다가 이 사건 차용증서의 내용이 2억 5,000만 원이라는 적지 아니한 돈을 차용하는 것으로서 상황에 따라서는 그 배액을 반환할 것까지 약정하는 것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위와 같은 피고들의 인감증명서가 과연 이 사건 차용증서의 작성을 위하여 교부된 것인지도 의문이다.

(3) 원고는 이 사건 차용증서를 피고들의 인장이 날인된 상태로 소외 1, 3으로부터 교부받았다고 주장하는 데, 소외 1과 소외 3은 모두 피고들이 이 사건 차용증서에 날인하는 것을 보지는 못하였다고 제1심에서 증언하였다. 소외 1은, ‘소외 2가 피고들로부터 이 사건 차용증서에 인장을 날인받아 이를 소외 3에게 주었다’는 취지로 증언한 반면, 소외 3은 소외 1이 ‘피고들이 직접 와서 인장을 날인하였다’고 하면서 이 사건 차용증서를 자신에게 주었다고 증언하여, 이 사건 차용증서에 피고들의 인장이 날인된 경위에 다소 차이가 나고, 그 경위 자체도 분명하지 아니하다.

또한 소외 1은 ‘피고 4의 이름 옆에 소외 4의 인장이 날인된 경위는 전혀 모른다’고 증언하였는데, 이상과 같은 소외 1의 진술로 과연 원심과 같이 피고 4의 날인사실을 바로 인정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원고는 원심 변론종결 후 소외 2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를 갑 제11호증으로 표시하여 원심법원에 제출하였고, 원심은 이를 근거로 ‘주식회사 동우개발의 직원 소외 2는 피고들이 원고를 사문서위조죄 등으로 고소한 사건의 참고인으로 출석하여 피고 4가 이 사건 차용증서에 그의 개인도장을 직접 날인하였다고 진술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보이나, 이러한 서류 역시 변론종결 후에 제출된 것으로서 변론에 현출된 소송자료가 아니고 그에 대한 증거조사도 이루어지지 아니하였으므로 이를 사실인정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

다. 이상에서 본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 등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 변론종결에 이르기까지 변론에 현출된 소송자료만으로는 이 사건 차용증서의 피고들 인영이 피고들의 의사에 따라 날인된 것인지에 관하여 의문의 여지가 있으므로 그 진정성립이 여전히 추정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원심이 변론종결 후에 제출된 소송자료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사정까지 들면서 이에 관한 피고들의 증거항변을 배척하고 이 사건 차용증서가 진정하게 성립되었다고 보아 피고들이 원고에게 그 차용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기록에 의하면 원심 변론종결 후에 이 사건 차용증서의 진정성립에 관한 소송자료들이 적지 아니하게 제출되었으므로, 원심 변론종결 후에 제출된 이러한 소송자료까지 감안할 경우 제1심의 결론과 달리 이 사건 차용증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된다고 판단되었더라도, 원심으로서는 마땅히 변론을 재개하여 그와 같은 소송자료를 변론에 현출시켜서 피고들로 하여금 다툴 수 있는 기회를 주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소영(재판장) 신영철 이상훈(주심) 김용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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