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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2. 4. 13. 선고 2011도2989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위증][미간행]
판시사항

[1] 법률행위에 따른 상대방의 법률상 지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사유에 대해서도 형법상 고지의무가 인정되는지 여부(소극)

[2] 피고인이 부동산에 대해 갑과 신탁금지약정을 체결한 사실을 을 은행에 알리지 아니한 채 위 부동산을 담보신탁하고 을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대출금을 편취하였다고 하여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신탁금지약정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을 은행을 기망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는데도, 이와 달리 보아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변호사 박종원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한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의 점에 대하여

가.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① 피고인이 서울 은평구 응암동 소재 오피스텔 40세대(이하 ‘이 사건 오피스텔’이라고 한다) 낙찰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우선수익자를 피해자 주식회사 현대스위스상호저축은행으로 하여 한국자산신탁 주식회사(이하 ‘한국자산신탁’이라고만 한다)에 이 사건 오피스텔을 신탁함으로써 담보제공하기로 하고 2005. 11. 22.경 피해자로부터 20억 원을 대출받은 사실, ② 이어서 피고인은 2005. 11. 23.경 위 대출금을 출금하는 한편 한국자산신탁과 이 사건 오피스텔에 관하여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준 사실, ③ 그런데 피고인은 2005. 11. 22.경 이 사건 오피스텔 공사대금 약 28억 원의 채권자인 공소외 1과 이 사건 오피스텔 중 17세대를 공소외 1에게 대물변제조로 이전해 주고 공소외 1의 동의 없이 이를 신탁할 수 없다는 취지의 약정(이하 ‘이 사건 신탁금지약정’이라고 한다)을 체결한 사실, ④ 피해자는 이 사건 오피스텔의 감정평가액 약 36억 8,700만 원을 토대로 위 대출금액을 결정한 것인데, 공소외 1이 2006. 11. 22.경 이 사건 신탁금지약정 등을 이유로 한국자산신탁 앞으로 마쳐진 소유권이전등기를 사해신탁이라 주장하며 신탁계약의 취소 및 그 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사해행위취소 등 소를 제기하여 제1심 및 항소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은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원심은 나아가, 이 사건 신탁금지약정이 체결됨으로써 공소외 1이 사해행위취소 등 소송을 통해 위 신탁계약의 효력을 부인하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함으로써 신탁관계가 불안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할 것이므로, 만일 피해자가 이처럼 담보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정을 알았다면 피고인에게 20억 원이라는 거액의 대출을 실행하지 않았을 것임이 명백하고, 따라서 피고인으로서는 위 대출 실행 또는 대출금 출금 이전에 피해자에게 이 사건 신탁금지약정에 관하여 알려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전제한 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이 사건 신탁금지약정을 체결한 사실을 알리지 아니한 채 20억 원을 대출받아 출금함으로써 피해자를 기망하여 위 대출금을 편취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어떤 법률행위를 하려는 사람이 그 법률행위에 따른 상대방의 법률상 지위에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는 사유까지 상대방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 대법원 1991. 12. 24. 선고 91도2698 판결 ,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도5124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와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공소외 2의 이름을 빌려 이 사건 오피스텔 매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피해자로부터 20억 원을 대출받고 공소외 3으로부터 5억 원을 차용한 후에 그 대출금 및 차용금으로 이 사건 오피스텔의 매매대금을 지급하고 그 소유권을 취득하는 한편 같은 날 위 대출금채무 및 차용금채무의 담보로 이 사건 오피스텔에 관하여 피해자를 1순위, 공소외 3을 2순위의 우선수익자로 한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한국자산신탁에 신탁등기를 마쳐 준 사실, 공소외 1이 제기한 사해행위취소 등 소송에서는 단기간에 이루어진 피고인 측의 위와 같은 일련의 행위 전후를 통하여 기존 채권자들의 공동담보가 감소되었다거나 이 사건 신탁계약이 곧바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이 사건 오피스텔 중 17세대를 대물변제조로 이전해 주고 공소외 1의 동의 없이 이를 신탁할 수 없다는 취지의 약정을 체결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신탁계약의 효력과 그 신탁계약에 따르는 채무의 이행에 장애를 가져오거나 수탁자와 우선수익자의 권리실현에 장애가 된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이 사건 신탁금지약정을 체결한 사실을 고지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피해자를 기망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이 대출금 출급 이전에 피해자에게 이 사건 신탁금지약정을 알리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하였다고 단정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사기죄에 있어서 기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위증의 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자신의 기억에 반하여 허위의 진술을 하여 위증하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위배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의 점은 파기되어야 할 것인데, 이는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위증의 점과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인복(재판장) 김능환(주심) 안대희 박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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