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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9. 26. 선고 2022노1176 판결
[절도(인정된죄명사기)][미간행]
피고인

피고인

항소인

피고인

검사

곽재문(검사직무대리, 기소), 서강원(공판)

변호인

변호사 이남주(국선)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5. 20. 선고 2021고정2145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5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주1)

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피해자 공소외 1이 매장에 떨어뜨리고 간 지갑을 피고인의 것이 맞다며 매장 주인 공소외 2로부터 건네받은 사실은 있으나, 피고인은 그 지갑이 자신의 지갑인 것으로 오인하여 받은 것일 뿐만 아니라, 이는 공소외 2의 처분행위를 매개로 한 것이므로 사기죄로 의율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공소외 2가 피고인에게 그 지갑의 처분권을 부여하지 않았다거나 공소외 2의 지갑에 대한 점유를 침탈하여 지갑을 절취한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벌금 50만 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직권판단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원심이 유죄로 판단한 절도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유지하면서, 예비적으로 죄명에 ‘사기’, 적용법조에 ‘ 형법 제347조 제1항 ,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 공소사실에 아래 ‘[당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내용을 각 추가하는 취지의 공소장변경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하였다. 이로써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에도 불구하고,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한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도 살펴본다.

[당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

피고인과 피해자 공소외 1(남, 52세) 주2) 은 서울시 종로구 (주소 생략) 1층 소재 ○○○○ 매장에 온 손님으로 서로 모르는 사이이다.

피고인은 2021. 5. 16. 12:00경 ○○○○ 안에서, 위 공소외 1이 물건 구입 후 매장 바닥에 떨어뜨린 지갑(운전면허증 1매, 주민등록증 1매, 우체국체크카드 1매, 현금 5만 원권 1매가 들어 있는 시가 미상의 남성용 반지갑) 1개를 위 매장 주인 공소외 2가 습득하여 가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공소외 2로부터 “이 지갑이 선생님 지갑이 맞느냐?”는 질문을 받게 되자, 마치 자신이 지갑 주인인 것처럼 행사하면서 “내 것이 맞다.”라고 대답하여 이에 속은 공소외 2로부터 위 지갑을 건네받아 편취하였다.

3.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주위적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과 피해자 공소외 1(남, 52세)은 서울시 종로구 (주소 생략) 1층 소재 ○○○○ 매장에 온 손님으로 서로 모르는 사이이다.

피고인은 2021. 5. 16. 12:00경 ○○○○ 안에서 피해자가 물건 구입 후 매장 바닥에 떨어뜨린 지갑(운전면허증 1매, 주민등록증 1매, 우체국체크카드 1매, 현금 5만 원권 1매가 들어 있는 시가 미상의 남성용 반지갑)을 위 매장 주인이 습득하여 옆에 있던 피고인에게 “이 지갑이 선생님 지갑이 맞느냐?”고 묻자, “내 것이 맞다.”라고 말하면서 마치 자신의 지갑인 양 위 매장 주인이 건네주는 지갑을 건네받은 뒤 그대로 가지고 가 피해자의 지갑 1점을 절취하였다.

나. 판단

1) 먼저, 피고인이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지갑을 자신의 지갑인 것으로 오인하여 받은 것이라는 취지의 사실오인 주장은, 아래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중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에서 보는바와 같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2) 다만, 피고인의 이 사건 당시 행위를 절취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은 이유 있으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절도죄란 타인이 점유하고 있는 자기 이외의 자의 소유물을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점유를 배제하고 자기 또는 제3자의 점유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반면에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로 인하여 피기망자가 처분행위를 하도록 유발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따라서 사기죄에서 처분행위는 행위자의 기망행위에 의한 피기망자의 착오와 행위자 등의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라는 최종적 결과를 중간에서 매개·연결하는 한편, 착오에 빠진 피해자의 행위를 이용하여 재산을 취득하는 것을 본질적 특성으로 하는 사기죄와 피해자의 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행위자가 탈취의 방법으로 재물을 취득하는 절도죄를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처분행위가 갖는 이러한 역할과 기능을 고려하면, 피기망자의 의사에 기초한 어떤 행위를 통해 행위자 등이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라면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가 인정된다( 대법원 2017. 2. 16. 선고 2016도13362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검사도 매장 주인 공소외 2가 습득한 피해자의 지갑을 피고인이 건네받은 사실관계 자체에 대하여 다투고 있지는 않은바, 피해자가 매장에 두고 온 지갑은 매장의 관리자인 공소외 2의 점유에 속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피고인이 자신을 지갑의 소유자라고 착각한 공소외 2의 행위를 이용하여 그 지갑을 취득한 이상 이를 두고 피고인이 탈취의 방법으로 재물을 취득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워, 피고인의 이 사건 당시 행위를 피해자의 재물을 절취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또한, 피기망자와 재산상의 피해자가 같은 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피기망자가 피해자를 위하여 그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을 갖거나 그 지위에 있어야 하기는 하나( 대법원 1994. 10. 11. 선고 94도1575 판결 등 참조), 그 지위 등이 반드시 사법상의 권리와 일치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피해자의 진정한 의도와 어긋나는 경우에도 그와 같은 지위 등에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경우가 있으며, 나아가 처분행위의 민법상 효과는 사기죄의 성립에 아무런 영향이 없고 사실행위도 처분행위가 될 수 있는바, 공소외 2는 매장 고객이었던 피해자가 놓고 간 물건을 습득한 자로서 적어도 이를 피해자 또는 소유자에게 반환할 수 있는 권능 내지 지위에 놓여져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피기망자인 공소외 2의 의사에 기초한 교부 행위를 통해 피고인이 지갑을 취득한 이상 이는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인다.

한편, 검사가 원용하는 대법원 1996. 10. 15. 선고 96도2227, 96감도94 판결 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그 처분권을 주는 것이 아니어서 이를 피고인에게 교부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사안이고, 대법원 1995. 7. 28. 선고 95도997 판결 은 피해자 명의의 신용카드를 부정사용하여 현금자동인출기에서 현금을 인출한 사례로 피기망자의 의사에 기초한 어떠한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는 사안이므로, 이 사건에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앞서 본 직권파기사유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에 관한 피고인의 법리오해 주장도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 제6항 에 의하여 이를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이 법원이 인정하는 이 부분 범죄사실은, 앞서 제2항의 [당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 기재와 같다.

증거의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공소외 1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1. 내사보고(참고인 공소외 2 전화통화)

1. 수사보고서(피의자, 고소인의 지갑 비교)

1. 수사보고(우체국 민원실 전화통화)

1. 수사보고서(피의자, 고소인의 지갑 비교 2회)

법령의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347조 제1항 , 벌금형 선택

1. 노역장유치

1. 가납명령

피고인및변호인의주장에대한판단

1. 주장 요지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사술을 사용하거나 적극적 언동을 하지 않았고, 피고인의 지갑인 것처럼 행세한 바도 없으므로 기망행위로 볼 수 없는 점, 묵시적 기망행위로 보더라도 피고인의 기망행위와 피기망자의 착오 내지 처분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운 점, 피해자의 지갑에 현금이 있었는지 여부를 알지 못하였고, 피고인이 지갑을 건네받을 당시 지갑을 확인할 의도로 무심코 수령하였을 가능성도 있으며, 자신의 지갑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하더라도 소유자를 찾아준다는 생각에 이를 건네받아 가지고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에게 편취의 고의 내지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보아야 한다.

2. 판단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공소외 2를 기망하여 지갑을 편취한 사실과 그 당시 피고인에게 편취의 범의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

① 피고인도 매장 주인 공소외 2가 “이 지갑이 선생님 지갑이 맞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한 사실은 대체로 인정하고 있는데, 경험칙상 공소외 2가 위 지갑이 피고인의 것이 아닌 사실을 알았더라면 피고인에게 그 지갑을 건네주지 않았을 것이 명백한바, 신의칙에 비추어 그 사실을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기망하거나 적어도 소극적으로 고지할 의무가 있는 사항을 묵비하였다고 볼 수 있다.

② 또한, 피고인이 사실대로 고지하였다면 공소외 2가 그 지갑을 피고인에게 교부하지 아니하였을 것임이 명백한 이상, 공소외 2의 착오와 피고인의 기망행위 내지 피고인의 기망행위와 공소외 2의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기도 어렵다.

③ 한편, 지갑은 평소 몸에 지니고 수시로 사용하는데다가, 공소외 2가 피고인에게 피해자의 지갑이 피고인의 것인지 물었을 때 피고인은 이미 우산 값 계산을 마친 뒤 자신의 지갑을 가방에 집어넣은 상태였던 점, 피해자의 지갑은 ‘검정색 민무늬 지갑’인 반면 피고인의 지갑은 ‘대각선 체크 격자무늬의 엠보싱이 있는 검정색 지갑’ 또는 ‘갈색 민무늬 지갑’이어서 서로 색깔이나 외형상 차이가 크므로 피해자의 지갑을 자신의 지갑으로 오인하기 어려워 보이는 점, 피해자의 지갑이 자신의 것이 맞다며 공소외 2로부터 지갑을 건네받고는 바로 뛰어서 현장을 벗어난 점, 피해자는 지갑에 운전면허증 등을 비롯하여 5만 원 권 1매가 있었다며 피해내역을 상세하게 진술하였고, 지갑을 바닥에 떨어뜨리기 직전 물건 값을 지불하기도 하였기 때문에 현금 존재 여부에 관한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어 보이는 점 등의 사정에다가, 피고인이 사건 당시 가지고 있었다는 자신의 지갑, 피해자의 지갑에 들어있던 내용물 등에 관한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았고(증거기록 111면, 123~124면, 160~162면 등), 피고인은 사건 당일 바로 우체통이 지갑을 넣었다고 진술하였으나, 피해자의 지갑이 우체국에 접수된 시점 등에 비추어 그 진술에 의문이 들기도 하는바(증거기록 143면), 이러한 사후적인 사정까지 보태어 보면, 위 지갑에 5만 원 권 1매가 들어있던 사실 및 피고인이 공소외 2로부터 그 지갑을 교부받을 당시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편취의 범의 내지 불법영득의사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 나아가 피고인이 사후에 그 지갑을 우체통에 넣었던 사정으로 이를 달리보기도 어렵다.

양형의이유

피고인이 다소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 정도가 실질적으로 비교적 경미한 점,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의 사정과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 방법,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제반 양형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부분

이 부분 주위적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3의 가항 기재와 같고, 이는 위 제3의 나항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에서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나, 당심에서 추가된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따로 주문에서 무죄의 선고를 하지 아니한다.

판사   고연금(재판장) 곽태현 조장환

주1)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변호인의견서 등의 기재는 항소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 살펴보고, 피고인과 변호인 제출의 각 항소이유서, 각 변호인의견서, 공판기일에서의 진술 등에 비추어 항소이유를 다음과 같이 본다.

주2) 공소장에는 피해자로 ‘공소 외 2’가 기재되어 있으나,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의 피해자는 피기망자 ‘공소 외 2’가 아닌 ‘공소 외 1’로 봄이 타당하고, 피해자를 ‘공소 외 1’로 인정하더라도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고,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도 없다고 판단되므로(대법원 2017. 6. 19. 선고 2013도564 판결 참조), 공소장변경절차 없이 직권으로 위와 같이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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